스님의하루

2014.4.27. 봄 불교대 특강

스님께서는 오늘 아침 8시부터 봄 불교대학 특강수련에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특강수련에는 서울지역 주야간, 경남지역 주야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봄 불교대생 230명과 돕는이 42, 272명이 여법하게 수련하였습니다. 처음 문경수련원에 와 보시는 분들이 많아 무척 설레는 모습이셨습니다.

 

스님께서는 특강수련을 온 봄 불교대생들에게 법문을 해주시기 위해 어제 세월호 추모 연등행사를 하고 난 후 바로 서울에서 문경으로 달려오셨습니다. 스님께서 소화하시는 바쁜 일정을 보면 홍길동의 후예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경주에서 청년들과 함께 하셨고, 오후에는 서울 종로에서 저녁 늦게까지 세월호 아픔과 함께하는 추모 연등행렬에 참석하셨고, 오늘 아침부터 문경에서 저희와 함께 하셨으니 말입니다. 홍길동 같은 스님 덕분에 불교대생들에게는 무척 뜻 깊은 특강수련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려움이 없을 때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수행한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치면 수행하지 않은 사람은 상황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수행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그 상황을 이겨냅니다. 공부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연습입니다.

     

저는 어제 서울 종로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 연등행렬을 했습니다. 아직 구조되지 않는 사람이 115명이나 된다니까 이제 슬픔을 딛고 나아가자는 말도 하기가 이른 그런 상태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는 명복을 빌고, 실종된 사람들은 혹시나 한 명이라도 더 생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국민들의 마음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왕생극락을, 생사를 아직 모르는 분들은 무사히 생환을 바라는 해탈주를 먼저 하겠습니다.”

     

스님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해탈주를 했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 두 달 가까이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님께 질문하셨는데 그 중에 두 가지만 나누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젊은 보살님의 습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 : 스님, 습관에 대해서 질문 드리겠는데요. 자격증 공부를 할 때 며칠만 지나면 싫은 마음이 생깁니다. 저의 이 포기하는 습관을 버리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궁금합니다.

     

스님 : 이 세상의 어떤 인간도 자기가 세운 계획을 다 실천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다만 좀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적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보다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니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왜 포기할까요? 첫째, 그 일을 안 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진짜 다급하면 다합니다. 억지로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안 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물질도 그렇고, 정신도 그렇고, 관성의 법칙이 있어서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고 멈춘 것은 계속 멈추려고 합니다. 목욕을 안 하면 안 하는 게 편합니다. 매일 목욕하는 습관이 들면 절하고 몸을 안 씻으면 불편합니다. 이것은 목욕을 안해서가 아니라 습관 때문입니다. 하루 세끼 먹는데 한 끼 먹으면 힘듭니다. 모두 습관 때문입니다.

     

단식을 해보면 습관 때문에 힘듭니다. 처음 5일 동안은 힘들어서 죽을 것 같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그런 게 사라집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에는 바깥에서 공급한 에너지로 쓰지만 나중에는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꺼내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하루에 300g씩 줍니다. 그러니 실제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는 300g 정도입니다. 하루에 그것만 먹으면 아무문제가 없습니다. 에너지가 남아서 뱃살이 늘어나고, 남을 때리고 하는 겁니다.

 

6시에 일어나다 5시에 일어나면 하루 종일 피곤합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 저항을 받습니다. 그런데 습관을 바꾸려면 관성의 법칙을 거슬러야 되기 때문에 저항을 이겨내야 됩니다. 그런데 자기습관을 이기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밖의 백만 대군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을 바꾸려면 저항이 당연히 일어납니다. 이기는 방법은 아무리 저항이 와도 해버리는 겁니다. 어떤 걸 바꾸려면 원칙을 정하고 실패를 백번 천번 만번 해도 극복한다고 다시 해야 합니다. 하루 이틀 해봐서 안 됩니다.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바뀌는 게 어려운 걸 알고 도전을 하면 됩니다. 아픈 날도 하고 비오는 날도 하고 3시에 일어나도 하고. 까짓 꺼 절하다 죽는다하는 생각으로 계속 하면 됩니다.

     

스님이 매번 법문을 하고 싶어서 할까요? 어떤 날은 목이 아파서 진짜 하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합니다. 하기로 했으니까. 자꾸 하다보면 하고 싶고 하기 싫고가 별로 중요 하지 않습니다. 좋다 싫다 높낮이가 잔잔해집니다. 업식이 있으니까 좋다 싫다가 늘 일어나지만 내가 사는데 별 영향을 안 줍니다. 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

     

습관에 관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안 해도 문제가 없으며, 다급하면 다 하게 되어있다는 말씀에 무척 위안이 되었습니다. 왜 위안이 되었을까요? 제가 못하는 것에 대해 핑계를 삼고 싶어 하나 봅니다.

     

 

질문 : 제 인생에 스님 만난 것이 큰 행운입니다. 남북통일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남북통일을 하려면 남북이 서로 신뢰를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를 봐서 북한을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님 : 스님이 아주 좋아하는 질문을 했어요.(웃음) 부부지간에 사이가 아주 좋으면 서로 신뢰하자라는 말을 안하겠지요? 친구지간에 사이가 좋으면 이런 말이 필요 없습니다. ‘진짜 못 믿겠다. 네가 하는 말은 백 마디 다 못 믿겠다.’ 이러면 갈라서는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갈라서려고 보니까 재산을 나눠야 됩니다. 재산을 분할 할 때 서로 상속 문제 때문에 많은 재산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뜻이 안 맞는 걸 생각하면 갈라서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재산 중에 많은 부분이 사라진다 하면 고민이 되겠죠?

     

애들이 막 울고, 불고 난리입니다. 우리 둘만 생각하면 갈라서면 좋겠는데 애들이 난리를 칩니다. 그러면 애들 생각에 갈라서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저것 따져보니까 미래의 이익, 공동이익을 살펴보니 갈라서면 세금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합하자고 하면 뭘 믿고 합치나하는 이런 의심이 들 때 우리가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요? 네가 먼저 반성해라. 그 징표를 내놓으면 살 의향이 있다.’ 이렇게 다투는데 상담할 때 아내 얘기 들어보면 아내 말에도 일리가 있고, 남편 얘기도 일리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첫째, 조건 없는 대화, 먼저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적대관계에 있을 때 일수록 해야 할 일입니다. 이게 안 되는 것은 너무 꼴 보기 싫어서 입니다. 네가 확실하게 뭘 해결하겠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만나기 싫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만나야 합니다.

두 번째, 대화를 할 때 대화의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남한은 북한 핵무기 개발이 싫다하고, 북한은 세계최강인 미국과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위협이며 침략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를 건드리기만 하면 너 죽고 나 죽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남한은 북한을 보고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무슨 평화냐 핵무기를 없애겠다고 확실히 보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양쪽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합니다.

     

문제는 그래, 북한하고는 함께 살지 말자라고 결론이 나면 되는데 조금 깊이 들어가면 앞으로 미래를 봤을 때 이대로 가면 남한만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소지가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을 적절히 다루어 함께 하는 게 우리한테 이익입니다. 믿고 못 믿고가 핵심이 아니고 버려놓고 나중에 돌아보면 굉장히 아깝습니다. 민족 전체의 이익뿐 아니라 남한의 이익을 위해서도 북한하고 대립 갈등하는 것은 손실입니다. 북한에 대한 동조나 반대 개념을 넘어서서 신뢰 프로세스는 좋은 것입니다. 지금 신뢰 프로세스는 네가 신뢰할 만한 짓을 해야 내가 신뢰하지라고 하는데 그런 전제조건이 있는 얘기로는 적대관계에서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테러범이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테러범하고 협상 안한다 하면 인질을 죽이는 것입니다. 인질을 살리려면 양보하고, 기회를 포착해야 합니다. ‘왜 인질범하고 대화하느냐라고 말한다면 인질의 희생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 안하는 것과 하는 것과 어떤 것이 이익인가? 하는 것이 이익이다. 그러면 국민의 의견. 미중의 의견도 맞춰야 합니다. 굉장히 복잡하지만 이익이 되면 해야 합니다. 비굴이 아닙니다. 일시적인 후퇴까지도 감수하면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북관계는 북한을 믿을 수 있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교류와 협력이 이익이 되면 관계를 맺어나가야 합니다.

     

사고를 넓혀야 합니다. 일본과 갈등이 있지만, 한일관계는 협력이 필요하며 통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잘 풀어야하고 중국과도 잘 풀어야합니다. 나쁜 점이 있다고 그것만 생각하면 안 되고 여러모로 관찰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통일에 관한 질문이 나오니 스님께서는 열정적으로 지금의 미중 관계에 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지금이 얼마나 통일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인지 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마무리 말씀을 하시면서 세월호 침몰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하셨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얼마나 가슴 아파요? 30년 전에 삼풍 사건 났을 때 정신 차려서 우리가 너무 돈돈하지 말고 사람, 생명, 안전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바꿨으면 이번 사건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똑같은 사건이 났더라도 희생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부터 무방비 상태입니다. 비행기 타도 안전훈련 안 듣고, 차 안전띠 안 매고, 소방훈련 건성으로 하고, 자격증 적당하게 안따고 요행을 바라고, 얼렁뚱땅 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도처에 지뢰가 묻혀 있습니다. 수치로 성장만 따지지 말고, 참말로 후손을 위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 바로 민족호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지금 약간 위험국면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지혜롭게 잘 풀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스님의 마무리 당부말씀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이미 수차례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무시하고 넘겼었구나. 그래서 이번에 또 세월호 사고를 맞이했구나, 싶어 참회가 많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즉문즉설을 마치고 바로 두북으로 이동하셨습니다.

     

두북으로 오는 길에 수박, 참외 모종, 그리고 갖가지 봄꽃들도 사 들고 왔습니다. 먼저 그동안 돌보지 못한 마당에 난 풀도 뽑고 난 후 사 가지고 온 봄 꽃들과 수박, 참외모종을 심었습니다.

 

웃자란 나무 가지도 쳐 내고 주변 정비를 하였습니다. 지난달에 심었던 상추, 열무들을 속아서 저녁 공양을 먹었습니다. 우리가 심은 채소를 밭에서 바로 따서 먹으니 따로 보약이 없고 이 음식 자체가 보약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창원, 부산 강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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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마음을 청정히 맑게 가지는 사람은 누구나 괴로움에서 벗어나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살아있는 밝은 삶 길을 걸어갈수있도록 법문을 하여주시는것 같습니다..생생한 살아있는 실천법문 감사합니다.

2014-04-29 20:07:02

봄선

어제 아침에는 경주에서 청년들과 함께 하셨고, 오후에는 서울 종로에서 저녁 늦게까지 ‘세월호 아픔과 함께하는 추모 연등행렬’에 참석하셨고, 오늘 아침부터 문경에서 저희와 함께 하셨으니 말입니다. 홍길동 같은 스님 덕분에 불교대생들에게는 무척 뜻 깊은 특강수련이었습니다..._()_...

2014-04-29 11:43:18

충화니

잘 봤습니다. ^^

2014-04-29 11: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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