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4.13.정토불교대학 영남지역 저녁반 경주남산순례

오늘은 영남권 저녁반 정토불교대학 경주남산순례가 있는 날입니다. 불교대학 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남산 순례길을 6개 코스로 나누어서 법사님들과 행자님들이 기본 안내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불교대생들이 가는 6개 코스외에 또 다른 코스를 개척하기 위해 남산을 올랐습니다. 스님께서도 오늘 남산의 남쪽 골짜기인 새갓골로 오르면서 열암곡 마애여래좌상을 보는 코스는 처음이라며 답사를 해보자고 하시면서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 새벽부터 비가 왔었지만, 산을 오를 때는 잦아들면서 부슬부슬 약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스님과 수행팀, 관음팀 행자2분이 함께 오르는 길에는 진달래, 연달래, 산 벚꽃 그리고 이름모를 꽃들과 새싹들이 각각의 모습으로 온 산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중 산 벚꽃은 연두색으로 덮여가는 나뭇잎 속에서 은색을 반짝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 진달래꽃을 좋아하시는 스님께서는 진달래가 져 가고 연달래가 활짝 핀 모습에도 계속해서 와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셨습니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갖가지 꽃구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오르니 열암곡 석가여래좌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정비중인 것 같은 곳에 크지 않은 부처님이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는 표지판에 있는대로 그 부처님만 보며 참배하고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여기저기 둘러보시더니 더 멋진 부처님이 여기 검은 그물천막에 있다고 하셔서 모두 뭘까하고 움직였습니다. 그 안에는 마애여래입상의 부처님이 엎드린 채로 있었습니다.

최근에 발견되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기도 하지만, 80톤이나 되는 거대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무너져 내려 엎어져 있었기에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겠다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우리 대신 남산기슭에서 온 몸으로 부처님께서 직접 참회를 하고 계시네요.” 



 

     

엎드려 있는 부처님은 옆에서 본 모습은 별로 손상은 없는 듯해서 그나마 다행스러웠습니다. 보통 넘어지면 코가 깨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 부처님은 코도 그대로고 얼굴이나 상체는 크게 손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 부처님을 참배하고 다시 산길을 올랐습니다. 봉화대를 지나 산 정상의 바위에 앉아 잠시 목을 축이고 주변 경치를 보다 다시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니 밑으로 칠불암이 보이고 그 곳으로 올라온 사람들의 염불소리도 들렸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중간에 여러 갈래 길이 나오면 스님께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들에게도 어디로 가면 좋을지 물으면서 내려왔습니다. 일을 해 나갈 때 함께하는 사람들과 의논해서 하는 모습을 몸으로 보여주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이번 남산순례 봉사자들이 단 표지판이 잘 못된 것도 다시 고쳐 달아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스님과 일행들은 용장계지곡 모전석탑을 보고 이영재로 해서 통일전쪽으로 향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모이기로 한 장소에는 아직 한 팀도 오지 않았습니다. 먼저 도착하신 스님께서는 장소를 다시 돌아보며 1천여명이 다 앉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먼저 점심공양을 드신 후 솔숲 입구에서 산을 내려오는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도착하고 공양을 마친 후 스님께서 직접 나서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셨습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노래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한 보살이 노래를 멋들어지게 하니 한 거사가 지폐를 내어 놓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노래를 하면 5만 원 권, 1만 원 권 등 지폐를 스님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모든 문화 프로그램이 끝난 후 모아진 돈은 보이며 스님께서는 북한돕기에 쓰겠다고 하시면서 함께 참석한 JTS 박지나 대표에게 직접 전달하셨습니다.

     

이어 스님께서는 불교에 대한 짧은 강연을 하셨습니다. “불교가 한쪽은 너무 기복적 민간신앙으로 치우치고 동국대학 같은 곳은 너무 학문적, 지식적으로만 흐르고 있고, 일부 종단은 권위주의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겪는 갈등과 고뇌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탈과 열반에 이르는 길을 벗어나 있습니다.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으로 돌아가 보자는 것이 정토회 설립취지입니다.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면 누구나 성불할 수 있습니다.

 

정토회를 보면서 불교신자는 불교적 의식이 너무 없다고 불만이고, 천주교나 개신교 신자는 불교적 의식이 많아 불편하다고 불만입니다. 그러나 정토회도 따지고 보면 현실에서는 불교에 속하니 불교의식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불편하더라도 그대로 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불교대학 교과과정은 최소한 알아야 될 것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가 기본입니다. 그걸 기초로 불교의 유명 경전을 공부해 보는 게 경전반입니다.” 이렇게 정토회 불교대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설명을 잠깐 하시고 경주에 있는 특징적인 탑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시기도 하셨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이 진행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불교대학을 공부하면서 의문이 나는 점을 질문하라고 하셨고 모두 4분이 질문하였습니다.

     

용장골, 삼릉골의 불상에 시꺼먼 이끼가 많이 끼었는데 처마를 해서 비 안 맞게 보존할 방법이 없는지, 아들한테 바라는 마음이 커서 아들이 미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분, 반야심경을 외우다보면 자꾸 주기도문이 생각나 외워지질 않는다는 분, 천생연분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등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불교대 공부하면서 생긴 질문보다는 개인이 가진 고민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중에서 천생연분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답변을 함께 나누어 보겠습니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노부부가 나와서 낱말 맞히기를 하는데 천생연분이라는 단어를  영감이 설명할 방법이 없어 당신하고 나의 관계라고 했더니 부인이 원수라고 답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영감이 두 글자 말고 네 글자 했더니 평생 원수라고 대답했습니다.천생연분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면 원수인지 아닌지 알면 알 수 있습니다. 원수면 천생연분입니다.”라고 스님께서 이야기로 풀어주자 참가자들도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부인은 남편과 아들한테 원수덩어리라 표현합니다. 부부나 부모자식 간에는 갈등이 많습니다. 갈등이 많은 이유를 모르니 중국에서는 궁합이 안좋아 그렇다고 하고, 인도에서는 전생에 원수여서 그렇다고 하는 속설이 생긴 것이지 실지로 그런 건 없습니다. 기대가 크기 때문에 갈등이 많습니다. 내 기대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기대는 득 보려는 것입니다.  



 

     

말로는 상대방이 잘되라고 그런다고 하지만, 무의식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자기 득 보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내 성질대로 하려는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득 보려는 마음은 탐심이고, 화 내고, 짜증내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득 보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길 가다가 만난 사람과도 웃으며 잘 살 수 있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나와 일치하기를 바라므로 가족한테는 더 짜증내게 되고 또, 의식을 놓고 방심하기 때문에 무의식에 있던 원래 습관이 나오게 됩니다. , 자신은 별 욕심 아니라 하지만 잘 살펴보면 다 욕심입니다. 이래서 삶이 피곤해 지는 것입니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높게 잡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은 모습을 생각하며 연습해야 합니다. 작은 목표를 세워 성취하고 자신감을 높여야 합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자기가 자신을 못 믿게 됩니다. 무의식 속에서 자신에 대해 너 또 못할 거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워낙 실패 경험이 많으니까 자기에 대해 과잉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입니다.

     

입재식 때 항상 말씀드리는 것이 기도를 백일동안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만 한다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하루 하고, 또 하루 하고, 또 하루 하면서 내일 한 번만 더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긍정, 성공사례를 계속 만들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욕심 때문에 남 기 죽이고, 나도 기 죽으면 삶이 피곤해집니다. 작은 성공을 자꾸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적절하게 긍정해주고 격려해주면서 작은 것들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부는 서로 오해를 묻어두지 말고 또, 너무 참지 말고 불평이 있으면 드러내야 합니다. 떨어져 있으면 멀어지고, 가까이 있으면 가까워지는 게 인간의 속성입니다. 인간은 늘 관계 맺으면서 살아가고 의식도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은 나쁜 존재도 아니고 특별히 선한 존재도 아니고 늘 변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세상사람들은 나한테 조금 손해가 되거나 조금 이득이 되는 사람들 일뿐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살면 지금보다는 조금 낫게 살 수 있습니다. 지금도 괜찮다며 현실을 인정하고 살면 조금 더 나은 쪽으로 옮겨가는 건 가능합니다.

     

그러다 방심하면 뒷걸음치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앞으로 나아가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공부를 하다보면 부처님의 법의 가피, 진리의 가피를 입었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자기 경험에 비추어 마음공부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스님이 없어도 되고 독립해도 됩니다. 그렇게 공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라며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관계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별 의미 없는 질문 같은데도 부처님 법에 비추어 말씀을 해주시면서 우리에게 웃음과 지혜를 주셨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염불사로 이동하였습니다. 염불사지에 있는 탑을 보며 염불정진을 하였습니다. 탑 앞에 9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염불을 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고 감동이었습니다.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며 감동으로 목이 메어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정진 후 스님께서는 멀리서 온 제자들을 지역별로 소개하시고, 또 오늘 봉사를 해주신 봉사자들과 오늘 하루 안내를 해주신 법사님들과 행자님들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회향식을 가졌습니다. 스님께서는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이 행복과 불행, 진실로 내가 만드는 것이네.’를 따라 하라고 하시면서 모두가 어떤 것이든 책임지고 행복해라고 당부하시면서 마무리 하셨습니다.

     

오늘 6개 코스로 나누어 순례를 하니 앞으로 다섯 번은 더 와야 남산을 다 훑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남산순례를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드신 후 법사님, 행자님들과 함께 남산 순례 평가를 가졌습니다. 먼저 소감 나누기를 한 후, 오늘 진행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점, 보완할 점등을 함께 논의하며 내일을 기약했습니다.

     

내일은 수도권 주간반 경주남산순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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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목소리
환하게 보조개 패여 웃는 모습
기품있게 지긋이 바라보는 눈매
스님의하루는 정말 재미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2014-04-15 20:29:29

원승

스님의 하루를 매일 기다리며 설래는마음으로 읽고있어요? 하루하루 우리들에게 행복한삶을 살 수있는 방법을 부처님 법으로 가르쳐주심에. 얼마나감사하고 고맙고. 짜증나는순간도 얼른알아차리고빨리 긍정으로 돌리면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오는 자신을보면 참으로 수행의힘이느껴집니다 ?행복하게 웃으며 살 수있도록 깨우쳐주시는 큰스승님! 시님 부디 건강하시길. 간절한마음으로합장올립니다

2014-04-15 20:00:09

불대생

법륜스님, 소탈하시고 친근한 모습이어서 더욱 좋습니다. ^^ 경주 남산 순례 뜻깊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4-15 16: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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