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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오늘 서울 지역 첫 강연인 노원 강연에 가기 전, 7시 30분부터 평화재단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회의’ 실무모임을 가졌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9시 30분경 노원 구민회관으로 향했습니다. 750석 규모의 대강당에 1,300여명이 참석해, 통로는 물론 입구 계단까지 가득 차 많은 분들이 선채로 강연을 듣기도 했습니다. 강연시작 2시간 전에 도착한 할머님 한 분은, 이번엔 작정하고 왔다며, 영상으로만 뵙는 게 아니라 진짜로 오시는 게 맞느냐고 몇 번을 확인하시기도 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어 스님께서 무대로 오르자 참가하신 분들은 모두 환호를 하며 큰 박수로 스님을 환영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지금 바깥의 봄처럼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도록, 얼어붙고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자며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르기 때문에 누가 잘하고 잘못한 게 없어요. 그런데 ‘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까 네가 잘못한 게 되는 거예요. 서로 다른 것이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이 아닙니다. 이걸 바르게 알아버리면 네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어져 버리니까 미워할 일이 없어요. 미워할 일이 없는 게 용서입니다. 잘못한 일이 없는 걸 깨닫는 게 진짜 용서입니다. 용서할 게 없는 게 용서다 이 말입니다.”
또한 지은 인연을 알면 억울할 일이 없음도 강조하셨습니다.
“작용하는 전체를 보면 항상 원인과 결과라고 하는 것이 성립합니다. 이건 우주 질서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연이 움직이는 이치, 생명이 작동하는 이치, 우리들의 마음이 괴로움으로 나타나느냐 즐거움으로 나타나느냐 모두 이치가 있는 거예요. 갑자기 날벼락처럼 일어난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우연이란 것은 짧은 시간에 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잘 모르면 우연이라고 하고 그것을 알게 되면 필연이라고 말 할 뿐입니다.”
오늘 질문자는 총 여덟 분이셨습니다. 힘들 때마다 전화해서 하소연 하는 숙모님으로 인한 괴로움을 얘기한 임신한 새댁의 이야기, 다짐만 하고 의지를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맘에 안 들어 하는 젊은 여성분의 고민, 공부 잘했던 여동생이 사회생활이 잘 풀리지 않자 가족들을 원망하고 폭력적으로 행동해서 힘든 임산부의 고민, 한국전쟁보도연맹사건에 연루되어 현재에도 힘들게 살고 있는 가족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 하는 중년 여성의 고민,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만나 사랑하게 됐으나, 이어지지 않아 생긴 그리움과 원망으로 힘들어하는 젊은 여성의 고민, 도박으로 경제력 잃은 남편과 굴욕감을 준 시댁 식구들을 미워하면서도 죄의식으로 힘들어하는 여성분의 고민, 의처증과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으로 인해 두려움과 아이들 걱정을 하는 엄마, 우리나라 인성교육이 가능한 시기와 정토유치원 계획을 물은 엄마 등 다양한 질문을 해주셨고, 스님께서는 때로는 따뜻하고 때로는 시원하게 질문자들을 지혜의 길로 안내하셨습니다.
여러 사연 중 보도연맹사건으로 괴로워하는 가족을 둔 분이 질문하신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전쟁보도연맹사건으로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동시에 잃은 아버지와 큰아버지는 전쟁 후 60년이 흘렀지만 매일 많은 양의 술을 드십니다. 부모님은 연좌제에 대한 기억으로 자식들에게 피해 갈까봐 진상규명위원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자신들이 감당할테니 묻어둬라 하십니다. 이 아픔이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풀어내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여러 가지 불행한 일을 겪고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이런 말 못할 아픔을 간직한 분들이 많습니다. 제주 4.3사건이 예전엔 반란사건이었다가 학살사건으로, 또 항쟁사건으로 바뀌어왔습니다. 60년이 넘어서야 그 희생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올해부터는 국가 기념일로 제정이 된 것입니다.
또한 연변 지역에 가면 1920년대 봉오동, 청산리 전투가 승리했다 하지만 일본군이 독립군에게 패배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그 동네 집을 불태우는 등 양민학살을 했습니다.
그런 원한이 사무쳐서 자식이 다시 독립군에 들어가서 저항을 해왔고, 그 마음을 풀지 못한 채 남북이 분단되고 전쟁까지 일어낫서 남한에서는 좌익으로, 북한에서는 반동으로 서로가 학살을 당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이웃 동네에도 제삿날이 같은 집이 스무집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밝혀지기 쉽지 않은 이유는 피해자 자손은 억울함을 밝히고자 하지만,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가해자의 자손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남아공대통령 만델라는 인종분쟁을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해갔는데, 그 중심 내용은 진실은 철저히 밝히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가해자에 대해서 보복을 하게 되면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기 때문이었지요.
우리는 북한에 비해 민주주의가 확산돼 있고 자유스러운 국가니까 원한을 갖지 않으면서 진실을 규명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1,2년 만에 해결 될 거라 생각지 말고 꾸준히 도를 구하는 마음으로, 이 행위가 민족통합을 가져오고 통일을 가져온다는 자세로 하는 게 좋습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혹시 잘못돼 피해를 입을까봐 안 밝히려는 속성이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큰 안목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하면서 문제를 풀자는 것이지요. 감정대로만 대응을 하면 대를 이어서 원한으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대를 이어서 갈등을 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라는 큰 줄기에서는 정리하되 개인 차원에서는 그 아픔을 다 수용하면서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가해한 사람의 입장이 되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참회해야 합니다.”
이념을 떠나 원인을 돌아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 미래로 나아가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질문자와 더불어 많은 이들이 공감한 시간이었습니다.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강연이 진행되었지만, 비록 좌석이 없어 절반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강연을 들었으니 자리가 많이 불편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연내내 많은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고 함께 웃고 함께 마음 아파하며 서로가 이어져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노원 강연을 마치고 평화재단으로 오는 차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공양을 하신 후 2시부터 외부인사와 만남을 가진 후 4시에는 예전에 함께 활동하셨던 분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시타림을 갔다가 저녁강연이 있는 서울시 교통회관으로 이동하셨습니다.
금요일 퇴근길이라 차가 많이 막히다 보니 예정된 강연시간보다 10분정도 늦게 도착하셔서 바로 강연에 들어가셨습니다.
강연장에 함께 한 분들은 스님께서 들어오시자 뜨거운 박수로 맞이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들어오시면서 1,2층 그리고 무대 위와 아래 바닥에 앉은 청중들을 향해 각각 반가운 인사를 하셨습니다.
오늘은 모두 8분이 질문을 하셨습니다. 한 청년은 질문을 하기 위해 노원구민회관에 갔지만 시간에 쫓겨 못한 질문을 하기위해 이곳까지 왔다고 하면서 참 자아를 찾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두번째 질문자는 자신을 유튜브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하면서도 질문은 꼭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어릴 적 환경 때문에 선택한 남편에게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아 괴로운 사례였습니다.
세번째 질문자는 질문을 하기 위해 수업도 빼먹고 강원도에서 왔다는 여대생으로 현재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문과적 성향이 강하고 이과적 성향이 부족해서 공부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네 번째 질문자는 대학생 아들을 둔 엄마로써 28살 아들이 지방대 다니고 있는데, 정신질환까지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상한 아이 취급도 받고 모든 일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병원에 데려가려 하지만 거부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다섯 번째 질문자는 스님께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난관을 극복한 사례를 통해 자신도 배우고 싶다고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셨는지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여섯 번째 질문자는 아이 셋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세째 아이를 언니에게 맡겼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 육아휴직을 내었고, 3개월 후면 다시 복직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스님께 답을 구했습니다.
일곱 번째 질문자는 멀리 부산에서 오신 분으로 첫 번째 질문자처럼 노원에 갔다가 이곳에 왔다고 하면서 38살 된 아들이 2년전 아내와는 사별하고 남매와 함께 살고 있는데 돈벌이는 하지 않고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돈을 자꾸 요구하는데,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돈을 해주었고 지금도 막무가내로 돈을 내놓으라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스님께 여쭈러 왔다고 했습니다.
여덟 번째 질문자는 군제대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인 분으로 책을 읽지 않는 단점이 있다면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8명의 질문자 중에 아들의 도박 중독 때문에 고민하는 한 보살님의 사례가 가슴 아팠습니다. 강연장을 나서는 아주머니께 어떠냐고 물음에 ‘스님 말씀이 옳지만 아직은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다음에 부산에서 강연할 때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라는 말로 위로를 해드렸습니다.
오늘도 질문자들의 고민꺼리는 함께 한 분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오늘 송파 강연은 830여석의 대강당을 꽉 채우고 무대위와 아래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들었지만, 1,100여명의 청중이 질서정연하고 차분하게 그러면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강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봉사자들의 일사불란한 업무 분장과 봉사자들이 그동안 몇 번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을 찾았지만, 강연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성황리에 잘 마친 듯하여 뿌듯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강연을 마치고 내일 경주에서 청년들과 함께 하는 경주역사기행을 위해 두북으로 이동하셨습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시는 스님의 건강이 염려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노원 강연은 노원법당 민영진님이, 송파 강연은 송파법당 최은희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