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4.1.6. 인도성지순례 넷째날 - 가야산, 수자타아카데미, 전정각산

새벽 5,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바라나시 호텔을 나서 부처님의 성도지인 보드가야로 향합니다. 부처님은 성도 후 처음 법을 전하기 위해 이 길을 따라 보드가야에서 바라나시로 오셨고 다시 전법선언 후 사르나트에서 보드가야의 우루벨라로 가신 길입니다. 총 거리는 260km 정도. 사방이 평평해서 동서남북을 구분하기 어려운 이 길을 맨발로 천천히 걸어서 가는데 보름 정도 걸리셨다고 합니다.

순례단도 부처님이 가셨던 그 길을 따라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로 5~6시간을 버스로 이동합니다. 인도는 지금 겨울이라고 하는데 창밖 풍경은 봄날 같습니다. 유채꽃도 보이고 농가에서는 손으로 볏짚을 털어 탈곡하는 모습이 2,600년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풍경 속에 부처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잠시 정차하여 들판에서 점심을 먹고 가야산에 거의 도착할 무렵 4호차의 타이어가 펑크가 났습니다. 수리되기를 기다리자면 일정에 차질이 생길 듯하여 4호차 탑승자는 다른 차량으로 뿔뿔이 나뉘어 탔습니다. 열렬한 환호로 4호차 도반들을 맞이하여 10여 분을 더 달리니 가야산이 나옵니다.


이 산을 경전에서는 상두산이라고 합니다. 산이 코끼리 머리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코끼리 상, 머리 두자 해서 상두산입니다. 이곳 현지에서는 가야산이라고 불리고요. 부처님은 출가 후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라즈기르, 지금의 라자그라하, 왕사성에 오셔서 두 분의 스승을 찾아서 수행하시고 그 스승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것이 완전한 해탈이 아님을 아시고 스승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 때 같이 수행하던 다섯 명의 도반들이 부처님과 함께 떠났어요. 그래서 부처님은 왕사성 서문으로 나오셔서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이곳에 이르러서 먼저 이 산에 올라 주위를 쭉 둘러보셨대요. 사방을 쭉 둘러보니까 동쪽으로 네이란자라 강이 흐르고 있거든요. 그 강 건너편에 언덕이 있는데 거기가 수행하기가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그리로 건너가셨다 그래요.”

스님을 따라 2-30여 분을 올라 가야산 정상에 서니 보드가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경전에 기록된 걸 보면 당시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수행을 너무 게으르게 한다고 본 거 같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나는 용맹정진해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리라!’ 이런 원을 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고 그 적당한 장소로서는 강 건너편에 있는 지금의 마을인 둥게스와리우리 경전에는 쁘락보디힐 그러니까 전정각산이죠. 거기가 좋겠다고 보신 거 같습니다. 그곳은 계급이 낮은 가야 사람들이 죽으면 화장을 못하고 그냥 시체를 갖다 버린 곳입니다. 그 숲을 우리가 시타림이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지금의 둥게스와리는 시타림입니다.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도 바라나시 사람들의 시타림이었어요. 그런 것처럼 강을 건너서 시체를 갖다 버리니까 일반인이 접근을 잘 안 하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조용해서 수행하기에 좋겠다고 생각하시면서 동편을 내다보고 저곳에 내가 가서 정진을 해야 되겠다는 원을 세우는 장면이 경전에 나옵니다.”  

안개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아서 네이란자라 강 건너편 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그 장면을 떠올리니 마음이 비장해집니다.

 

그리고 경전에 다시 이곳이 나오는데 부처님이 사르나트로 가셨다가 60명의 제자들에게 전법선언을 하시고 부처님 홀로 이곳으로 옵니다. 여기보다 남쪽으로 좀 내려가면 우루벨라에 가섭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수행을 하고 있었어요. 부처님께서 가섭 삼형제와 그의 제자 1000명을 교화하고 설법을 하셨는데 그 설법한 장소가 이 가야산입니다. 그때 설한 설법을 불의 설법이라고 해요. 불을 섬기던 가섭형제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불을 섬기던 이전의 모든 도구들을 강에 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지만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이 바깥의 불은 껐다. 그러나 마음속에 있는 탐진치 삼독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 삼독의 불을 꺼라이런 설법이에요. 이 불의 설법을 어떤 사람들은 예수의 산상수훈과 비교합니다.”

     가야산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 30여 분을 더 가서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이 320명이나 되는 순례단에게 일일이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열렬히 환영해 줍니다. 이런 환영을 받을 자격이 있나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20여 년간 이렇게 되기까지의 공로를 생각하니 감사함과 더불어 이것이 인도인들의 환영하는 방식인가보다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둥게스와리는 부정한 땅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머무시고 깨달음을 얻음으로 해서 이곳이 가장 성스러운 곳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불교 성지가 대부분 당시에는 부정한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땅에는 성스러움도 더러움도 없고, 결국은 사람이 부정하게 생각하면 부정한 것이 되고 성스럽게 생각하면 성스럽게 된다는 이런 의미입니다.”  

학교 내에 있는 전정각사에 들러 참배를 하고 부처님이 6년간 고행하셨던 전정각산으로 향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다른 성지와 마찬가지로 구걸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사진을 보면요, 전정각산 올라가는 길이 오솔길인데 양쪽에 빡빡하게 환영하는 인파처럼 그렇게 아이들이 앉아서 구걸을 했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구걸의 행렬은 없어지지 않는데 이건 관광객이 오기 때문에 이 동네뿐만 아니라 이웃동네에서도 몰려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 걸식은 끝이 안 나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수자타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못하도록 해서 이제 그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여기 계시는 아저씨 같은 경우는 동네 유지인데 멀쩡하신 분인데... 근데 처음엔 저도 이걸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우리가 가게를 운영하듯이 이 사람들에게도 하나의 생계수단인 거죠? 근데 그걸 우리 생각을 가지고 무조건 하라 마라하기가 그렇죠.”   

산에 오르기 전 부처님께서 수행하셨다는 유영굴에서 이곳에서 설하신 경전을 독송하기 위해 둘러앉으니 전정각산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저 산에서 부처님은 6년간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고행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분은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끝간데까지 했는데도 깨달음을 얻지 못했어요. 그때 어떤 것을 발견했느냐 하면, ‘욕망을 따라가는 것도 욕망을 억압하는 것도 근본원인은 욕망에 대한 작용이다.’ 그래서 그것을 발견하고 그분께서는 바로 다만 욕망인 줄 알아차릴 뿐이다. 다만 알아차리고 지켜볼 뿐이지 욕망을 따라가지도 않고 욕망을 억압하지도 않은 거예요. 이렇게 제3의 길을 발견하셨어요. 이것을 우리가 중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서쪽 네이란자라 강가로 가서 목욕을 하고 쓰러졌는데 수자타가 공양 올린 유미죽을 드시고 건강을 회복하여 정진을 해서 마침내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신 거죠  

스님을 따라 전정각산에 올랐습니다. 높지는 않지만 온통 삐죽삐죽한 바위로 된 험한 산능성이를 벌벌 떨면서 따라갔습니다. 스님은 치렁치렁한 가사를 입고 어찌 그리도 잘 가시는지 신기할 뿐입니다.


산에서 내려와 간단한 세면을 하고는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정성껏 준비해 주신 한국식 식사를 맛있게 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저녁예불을 하고 스님으로부터 수자타아카데미의 역사와 현황 및 과제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내일 모레가 수자타아카데미 20주년 기념일이라 학교에서는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분주했다고 합니다. 강의를 마치자 시간이 거의 10시가 되었습니다. 다들 많이 피곤한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스님께서는 성지순례단 스텝진과 함께 지금까지 진행된 성지순례의 중간평가와 이후 일정에 대해 점검을 하시고, 수자타아카데미 개교 20주년 행사 준비상황을 일일이 챙기시느라 늦은 시간까지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내일은 아침 430분에 기상해서 5시에 기도하고, 예불 후에는 걸어서 보드가야까지 가는 일정입니다.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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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연

전정각산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감동입니다 아직도 구걸은 여전하군요 ?수자타아카데미20주년개교 축하드립니다 320명의식사준비하신 스텝진 정말대단하십니다

2014-01-16 20:19:39

김 옥자

부처님의발자취함께따라걷는듯합니다감사합니다

2014-01-12 18:31:46

주행칠보

감사 합니다 _()_()_()_

2014-01-09 16: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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