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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오전 9시30분, 서울 정토회관에서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열리는 용인시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용인시청 에이스홀은 강연시작 30분 전부터 이미 객석이 다 들어찼고, 10시30분에 강연이 시작하고도 계속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무대 위까지 사람들이 앉아야 했습니다. 객석은 600석이었는데 9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하였습니다. 질문을 신청한 사람은 총 11명이었습니다.
남편이 올해 죽고 시어머니랑 합쳐서 살고 있는데 시어머니 모시는 게 너무 힘들다며 묻는 분, 4살 딸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많은데 어떻게 화를 다스려야 하는지 묻는 분, 주말 부부를 한지 6개월이 되었는데 사춘기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들고 남편도 외로워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둘째 아이를 조산하고 지금 우울증도 겪고 있어서 여행도 하고 쉬고 싶은데 주위에서 반대를 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분, 장애인 학교에서 1급 장애인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을 계속 도와주기만 해야 할 지 힘들어도 혼자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지 묻는 분, 여동생이 조울증이 심해져 자살을 했는데 상실감이 크고 엄마와 함께 있으면 더 힘들어지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분, 선천성 심장질환 혈관 수술을 했는데 전생의 인연과보 때문에 이런 병을 앓게 된 것인지 묻는 분, 결혼한 지 10년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랑이 좋아지고 있는데 만약 신랑이 없으면 혼자서 결정도 못하고 의지하게 되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분, 시어머니가 큰 애를 너무 애지중지해서 버릇이 없어졌는데 기고만장한 큰 애와 시어머니한테는 꼼짝도 못하는 자신이 걱정된다며 묻는 분까지 정말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중 첫 번째로 질문한 한 학생의 질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교우 관계도 좋지 못했고, 아버지가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라서 주눅이 잘 들고 말도 적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제가 말과 행동이 느려서 눈치가 없다 보니까 욕을 많이 먹습니다. 그런 게 자주 되다 보니까 조금만 힘든 상황이 와도 살기 싫다,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현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서 억지로 하고 있는데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될까요?”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아주 힘드시겠는데, 달리 방법은 없어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육체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정신 작용에 고장이 생겨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죽고 싶다는 것은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서 항상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합니다. 언제든지 죽고 싶다는 생각이 싹 올라오면 약을 바로 복용을 해야 합니다. 죽고 싶다고 해서 죽는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정신 질환이 일어나면 확 창문에서 뛰어 내려 버리거나 기차에 뛰어들어버리는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몸에 호르몬 분비나 안 그러면 정신적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겨서 자기 컨트롤이 안 된다는 겁니다.
자기는 엄마가 그런 아빠와 같이 살면서 너무너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엄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요. 자기는 자기 컨트롤이 자기 의지로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닌데 자기는 못 견딜 정도로 힘들다는 거예요. 자기가 자기 컨트롤이 안 된다는 것을 우선 알아야 됩니다.
아버지 탓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간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약간 불편한 것이지 열등한 건 아닙니다. 불편한 것은 다른 것으로 보완을 해서 극복하면 됩니다. 장애를 무조건 고치려고 하는 건 욕심입니다. 보완을 하려고 해야 합니다.
삶을 괴롭게 살아가는 정신적 장애는 부모의 욕심과 무지가 만들어내는 겁니다. 엄마가 그런 아빠와 같이 살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자기는 태어남에 의해서 이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민감하게 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선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가졌음에도 자기에게는 다른 좋은 점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몸은 건강하죠. 눈도 잘 보이죠. 얼굴도 그만하면 되었지요. 다만 정신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애가 있을 뿐입니다. 열등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고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빠가 폭력적이어서 자기가 두려움이 생긴 것도 한 원인이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아빠가 폭력적인데 따른 어머니의 두려움과 어머니의 저항이 더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아빠가 술을 먹고 주정을 하면 엄마가 조그마한 애를 앉혀 놓고 ‘아이고, 네 아빠 때문에 못살겠다’ 이러면 애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런데 남편이 술을 먹고 주정을 해도 엄마가 남편 등을 두드려 주면서 ‘아이고, 한잔 하셨네. 또 보약 드셨구나. 양말 벗겨 드릴까요. 뉘집 아들이 이렇게 술을 먹고 왔노’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아이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이렇게 할 수준이 안 되면 애기는 안 키워야 돼요. 왜냐하면 엄마가 애기를 온전하게 보호할 역량이 안 되니까. 그런 사람은 가능하면 저처럼 혼자 살아야 됩니다. (청중 웃음)
엄마를 탓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기네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다 그래요. 아빠도 따지고 들어가 보면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 할 수가 없었어요. 자기는 이런 까르마를 물려받았지만 자기가 만약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자기 자식한테는 안 물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현재 반응하는 걸로 봐서는 물려 받은대로 자식한테 물려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걸 치료할 때까지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를 안 가져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아기를 갖게 되면 바로 입양을 시켜야 해요. 왜냐하면 내가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내가 못 키우면 나보다 더 잘 키울 사람에게 엄마의 자리를 물려 주는 게 엄마의 사랑입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내 조건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면에서 태생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누구와 얘기할 때 ‘쟤 때문에’ 이러면 안 되고 ‘이건 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로부터 오는 것이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어 버려요. 너 때문에 이러면 확 뒤집어져서 눈이 안 보여요. 짜증이 나고 내가 컨트롤이 안 됩니다.
그래서 첫째,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만약에 심할 때는 항상 약을 먹는다. 약을 항상 보관하고 있다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탁 먹어야 합니다. 그러면 금방 안정이 됩니다. 정신만 차리면 된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안 그러면 자기는 자살할 확률이 높아요. 이것을 일단 막아야 됩니다.
둘째, 스트레스를 받으면 약간의 병이다 생각하고 남을 탓하지 말고 ‘내 까르마다’ 이렇게 자기 쪽으로 돌려야 합니다. 부모님에 대해서는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항상 고맙게 생각해야 됩니다.
셋째, 자기에게로 돌리는 힘만 있으면 주눅이 들 때마다 피하지 말고 자꾸 연습을 해야 해요. 습관을 바꾸려면 노력을 해야 하듯이, 자기가 소극적이라면 항상 적극적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조그마한 애들한테도 “안녕” 하면서 말을 먼저 걸어 보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 절을 하면서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사시는데 얼마나 힘들었어요? 그런 힘든 가운데도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부모님들도 그 어려움 속에서 나를 낳고 길러주었어요. 그것도 모르고 내가 원망하고 미워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참회기도를 하면 자기 치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청중들도 질문자를 응원하며 큰 박수를 함께 보내주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책 사인회가 열렸고, 수고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도 함께 했습니다. 기념사진 촬영을 마치고나서 스님께서는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격려의 말씀과 더불어 강연 진행 시 유의 사항 등 몇 가지 당부 말씀도 함께 전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는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 공연장에서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방황해도 괜찮아” 즉문즉설 강연이 있었습니다. 총 420명이 참석하였는데, 앞서 강연에 비해 20대 대학생들의 참석이 정말 많았습니다. 인디밴드 요술당나귀의 신나는 노래 공연으로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총 9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사명감 없이 일하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교사, 사는 것이 즐겁지 않고 삶에 대한 의욕이 없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 청년, 직장을 다니며 얻는 행복과 아이를 보며 얻는 행복을 다 얻을 수 있는 지 묻는 4살 아이의 어머니,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우울해 하지 않는 법을 묻는 사회 초년생, 취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싫은 사람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묻는 취업준비생, 연로하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오랜 습관을 자식이 고치려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묻는 중년 남성분, 공부가 귀찮고 지루한데 꼭 해야 하느냐고 묻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질문들을 스님께 해주었습니다.
그 중 한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무 살의 대학생이 두 가지 고민이 있다며 스님께 질문하였습니다.
“군대 갈 날이 10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마음이 잘 안 잡힙니다. 제 친구들도 한명씩 가고 하니까 내가 늦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여자 친구가 있는데 군대있는 동안 그 친구를 기다리게 하면 제가 나쁜 놈이 될까요?”
라고 물으니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주셨습니다.
“100일 후에 군대 가면 되잖아요. 군대 가면 노는데 뭐가 걱정 되요? 군대는 시험 칠 일도 없고 공부 할 일도 없고 가서 그냥 밥 주면 밥 먹고, 가라 하면 가고 오라면 오고 아무 할 일이 없기 때문에 걱정할 게 하나가 없는 곳이 군대예요.
그리고 자기가 여자 친구에게 기다리라고 한다고 그 여자 친구가 기다릴까요? (청중 웃음) 그걸 왜 자기가 걱정을 해요? 본인이 필요하면 기다릴 것이고, 필요 안하면 기다리라고 해도 다른 남자한테 갈 것이고, 그건 자기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지요. 걱정 안 해도 되요. 그건 그 여자 문제이기 때문에.
요즘 젊은여자가 2년 기다릴 사람이 어디 있어요? 가는 게 당연한 거지요. 그러니까 여자 친구한테 미안해할 것도 없어요. 자기가 군대를 가야 그 여자도 다른 남자를 사귀어 보지요. 또 자기도 걱정할 것 없어요. 이 여자가 떨어져줘야 자기도 다른 여자를 사귀어 볼 기회가 생길 수 있지요. 여자 친구 있는데 다른 여자 사귀면 욕얻어 먹잖아요. 떨어져 줘야 새 여자를 사귀어 볼 수 있지요. 그게 왜 걱정이에요? 붙어 있을까봐 걱정해야지요. 아무 것도 걱정거리가 아니에요. (청중 웃음)
군대를 가면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니고 가서 놉니다. 가면 머리 굴릴 일이 없어요. 자라 하면 자고 일어나라 하면 일어나고 밥 먹으라 하면 밥 먹고 뛰라 하면 뛰고 그것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운동 많이 하고 골치 아픈 생각 안하고 그래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다 건강해져요. 거기다가 용돈도 주지요. 끝내주는 곳입니다. 걱정 할 필요 없어요.
군대 간다고 미리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하는 것도 바보 같은 행동입니다. 군대 가기 전날 까지 일 하다가 아침에 그냥 가면 됩니다. 군대에서 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대 갔다 왔다고 따로 시간 보낼 필요 없이 다녀와서 이튿날 공부하든 직장에 가든 바로 하면 됩니다. 군대 갔다 오는 것도 일상의 삶의 한 부분으로, 잠시 주말 휴가 갔다 온다 이런 마음으로 갔다 오는 것이 제일 좋아요.
여자 친구는 떠나줄수록 더 많은 여자를 만날 수 있어서 그것도 괜찮아요. 있어도 좋고 떠나도 좋아요. 어차피 내가 있어라 해도 있을 여자가 아니고 떠나라 해도 떠날 여자가 아니에요. 요새 여자가 자기 말 듣는 줄 알아요? 다 자기 알아서 하지요. 그것도 쓸데없는 생각이에요."
스님의 명쾌한 답변에 질문자와 청중들이 한바탕 크게 웃음 지었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스님께서 학생들과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그 시절은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그 때가 좋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군대 싫어하지만 지나고 나면 술자리에서 군대 얘기하지요. 지나고 나서 좋아하는 바보가 되지 말고 그때가 좋은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부탁드립니다. 각각 자기 시절의 장점을 잘 알고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강연을 마감하셨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책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한분 한분에게 정성껏 사인을 남겨주시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시민들의 얼굴에도 함박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다음 강연이 무료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모금함에 정성을 담아 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스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먼 곳까지 와준 봉사자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일일이 묻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모든 강연을 마무리 한 후 밤 10시가 넘어 울산으로 떠났습니다.
내일은 울산 두북 정토마을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가 있습니다.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 용인 강연은 이준길님이 정리해주셨고, 인천대 강연은 임영한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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