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9.25. 워싱턴 DC 미팅

오늘은 INSA에서 오찬을 겸한 미팅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오전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전에 식사를 하고, 스님께서는 근처의 공원으로 한시간 정도 산책을 다녀오시고, 저희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하였지만, 저희는 다른 밀린 업무를 본다고 스님과 함께 산책을 가지 못했습니다. 산책을 다녀오신 후에 정리를 하고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11시에 회관을 떠났습니다.  

미팅장소에 도착하니, 디트라니 대사님과 인턴 한 명이 건물 앞까지 마중을 나와 계시고 두분은 정말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올라가면서 대사님은 계속 오랜만에 스님을 만나뵈서 참 반갑고 좋다며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오랜 친구 두 분이 만나 서로 반가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스님께서는 919 협의문을 이끌어 낸 지 8주년이 되었다고 하면서 그때 스님께서 얼마나 기뻤는지를 대사님께 얘기하니 두분은 잠시 이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께서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도 둘러보셨습니다. INSA (The Intelligence National Security Alliance: 정보 및 국가 안보 연합)는 민, 관, 학계의 정보 및 안보 전문가들이 모인 비영리, 비정파적인 단체입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든 직원들이 다 모였습니다. 디트라디 대사님, 부회장님, 임원들과 직원, 인턴들까지 약 15명이 모였고, 외부에서 오신 손님 두 분도 함께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인턴들은 대부분 워싱턴 DC 주변의 대학에서 국가안보나 공공정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스님에 대한 디트라니 전 대사님의 소개와 함께 스님은 북한내의 경제정책의 변화, 농업정책 및 농업상황, 식량상황 등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20여분 간의 브리핑을 마치고 샐러드와 파스타 등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스님의 희망강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23일간 25개 도시에서 25회에 걸쳐 강연을 하셨다고 하니 엄청난 일정에 다들 많이 놀라워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희망강연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셨고, 참여한 사람들은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스님의 다른 면을 알게 되어 흥미로워 했습니다.  

다음은 북한 관련해서 스님께 질문한 내용들입니다. 

「추석이 얼마전 이었습니다. 올해 북한 농사상황과 생산량은 어떻습니까? 간부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하셨는데요, 교체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최근 북한의 불법행위가 언론에서 잘 등장하지 않고, 북한 인권 관련 전문가들은 정치범 수용소의 규모가 적어진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사실입니까? 사실이라면 어떤 배경이 있습니까? 북한 식량과 농업상황이 점점 나아지는 추세입니까? 아니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까? 북한은 비핵화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보십니까? (핵을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보십니까?) 핵 확산이 항상 우려의 대상입니다. 북한이 핵 관련한 기술이나 물질을 다른 나라에 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미국 내에서 지난 20년간 북-미 관계를 경험하면서 북한문제에 대한 피로감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은 의사소통 하기 참 어려운 상대입니다.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는 민족이자 가장 큰 위협은 남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하고만 대화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이 이산가족상봉을 막판에 취소한 것은 너무 심했던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데니스 로드맨의 영향은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자세히 답변해 주시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시면서, 스님께서 확인한 내용만을 말씀하셨습니다.



11번째 질문으로 디트라니 대사님께서는 다시한번 미국 순회강연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미국 전역을 돌아보신 소감, 미국에 대한 인식과 인상을 여쭤보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기분나빠할 지도 모르겠는데.. 허허’ 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먼저, 미국이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점점 불편해 진다고 느꼈습니다. 이번에 비행기를 많이 탔는데 공항에 갈 때마다 나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느낌이 불편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봐도 미국만큼 보안절차가 복잡한 곳이 없습니다.  

세 번째, 미국은 세계 경제 최강대국이고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미국 사람들은 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이것은 모순입니다.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나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문제를 너무 경제적으로 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인생의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좀 더 행복해지는 다른 방법들이 있고, 그것들을 연구해보면 좋겠습니다.  

네번째, 낭비가 너무 많습니다. 사무실도 너무 춥게 해서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화장실에서는 손닦는 종이를 한 번에 한 장만 써도 되는데 여러장을 씁니다.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냅킨을 줄 때 한 뭉텅이를 줍니다. 인식하지 못하지만 생활습관이 낭비적인 면이 많습니다. 세계 다른 나라의 실태를 생각해볼 때, 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되는 나라입니다. 보안 문제에 있어서도 이렇게 꼭꼭 잠궈야만 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봐도 식민지를 많이 갖고 있는 강성한 나라였지만, 나중에는 그 식민지를 지키느라 보안 경비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갔고, 결국은 유럽 선진국에서 물러나게 되고 가장 후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미국은 보안과 안보에 너무 경비가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에 저항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복이나 처벌 보다는, 조금은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 보복과 처벌은 더 광범위한 테러와 적을 만들 뿐입니다. 아주 작은 위협을 막기 위해 너무 많은 돈과 에너지가 쓰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자칫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얘기들이었지만, 청중들은 스님의 말씀을 경청했고 디트라니 대사님은 스님의 의견에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열두번째 마지막 질문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을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지지하는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정권에 대한 지지가 약하다면 이것을 외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는 낮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면 북한이 바깥세상으로 열려야 합니다. 북한 정권은 인권 탄압하는 이유를 국가보안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이것을 좀 풀어줘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민족주의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비록 북한정권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정부는 국가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내세워 국민을 통제합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국가주의로 가지 못하도록 체제 위기의식을 약간 풀어줘야 합니다. 주민들의 저항이 국가를 멸망시키지는 않는다고 확신이 들고 안심이 되어야 그제서야 비로소 주민들이 정부에 저항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만이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한, 남한이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 정부가 설사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살 수 있는 안전한 국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서 민심을 잡아야 합니다. 중산층에게는 중국산보다 한국산 제품이 낫다는 것을 알게 하고, 지배층은 통일을 해도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안심을 시켜줘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홍콩처럼 정치 문제는 일정 기간 보장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남북한이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으면 국민들도 적대적인 관계가 됩니다. 현재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이 중국에 점점 의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자꾸 북한이 중국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 지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저항하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그들에게 저항이란 곧 죽음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북한에 관심 있는 것은 오직 핵 뿐인 것 같습니다. 누구도 주민들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연구하지 않습니다. 핵보다는 북한문제에 대해 넓게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서 핵 문제를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약 2시간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스님께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이후에 디트라니 대사님과 개인적인 미팅시간을 잠시 가지셨고, 미팅을 마치자마자 워싱턴 DC 안에 있는 WFP(세계식량 프로그램)으로 향했습니다. 미팅이 약간 늦은 데다 가는 길에 도로 공사를 하고 있어서 길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다음 미팅 시간에 15분 정도 늦었습니다.



이곳 WFP에는 북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USAID에서 오래 근무하고 있던 존브라우스씨가 근무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스님께서는 북한의 식량상황, 경제상황등을 말씀하시고 북한문제 전체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북한 인도적지원에 대해 말씀을 했는데, 현재 워싱턴DC에서는 시리아 및 중동문제로 인해 북한문제는 개점휴업 한 상태 같았습니다. 오늘 이곳에서는 아주 재밌는 일이 있었습니다. USAID에서 존브라우스씨가 근무할때 북한에 인도적지원을 준비하고 있으면 때로는 북한에 의해, 때로는 미국에 의해 일이 틀어질 때마다 낙담을 하고 기운이 없어할 때 스님께서는 늘 존브라우스씨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스님께서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서 분명히 대북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고, 박대통령이 미국의회에서도 인도적지원을 할 것이라고 연설을 했는데, 지금 인도적지원에 대한 문이 막혀있어 실망스럽다고 우려의 말씀을 하니 존브라우스씨가 오늘은 스님께 격려의 말씀을 하시면서 ‘누구라도 포기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있어야 합니다. 워싱턴에는 북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주 소수입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그분들을 계속해서 만나야 합니다.’ 라고 하니, 스님께서 ‘늘 제가 당신께 격려하고 지원에 대해 꾸준히 일 해 달라고 했는데 오늘은 반대로 제게 위로의 말씀을 주시네요. 우리는 같이 북한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고, 또 같은 일을 하니 서로에게 그런 얘기를 하면서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라고 하면서 두 분이 정말 오랜 신뢰의 관계에서 오는 믿음을 드러내었습니다.
 

이렇게 미팅을 마치고 존스홉킨스 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인 SAIS 한미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전에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전문위원으로 일했던 분을 이곳에서 만나기로 해서 한미연구소로 가니, 한미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구재회 박사의 방에 이분이 기다리고 있어 이곳에서 구재회 박사와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하고, 또 민주당 전 국회의원인 김부겸 의원님께서 방문학자로 와 계셔서 인사를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여 케네디센터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안숙선 명창이 공연을 하였는데, 오늘 SAIS 에서도 공연이 있다고 하면서 공연장으로 가기에 앞서 한미연구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오신 것을 보고 김덕수선생님과 안숙선 선생님께서 오셔서 스님과 함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공연장으로 잠시 가서 인사를 하고 특파원들과의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서둘러 특파원들과의 다음 미팅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스님께서 워싱턴에 오시면 늘 특파원들과의 미팅을 통하여 현재 워싱턴DC 분위기 등을 서로 교환하고 계시는데, 이번 여름에 특파원들의 교체가 있어서 새로운 분이 세분이 오셨는데 이분들은 모두 한반도 관련, 통일관련 전문가들로서 현재 워싱턴에서 한반도 문제가 개점휴업 한 상태이니 전공을 살리고 있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계속 만나고 있는 특파원들과는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먼저 특파원들도 스님께서 이번에 북미주 투어로 즉문즉설강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고, 스님의 일정을 여쭈어보더니 23일간 25개 도시에서 22번은 한국인들을 위해서, 3번은 통역을 통한 외국인 즉문즉설 강연을 했다고 하니 스님의 건강이 괜찮은지 다들 놀라워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지난 6월 19일 발표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 선언문’이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을 거쳐 각계 각층의 인사들과 협력한 결과로 소중한 결실을 맺었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선언문은 발표된 이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거쳐 7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통합 결의안’으로 통과되었습니다. 오늘 간담회에 모인 특파원들은 모두 선언문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소식이 널리 전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의아해 했습니다.

또한 스님은 특파원들과 서로 워싱턴의 분위기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시고 난후에 저녁식사에 참여한 특파원들게 ‘쟁점을 파하다’라는 책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9시 2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회관에 도착하니 10시가 되었습니다. 회관에 도착해서 내년도 해외 100회 강연을 위한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너무 피곤해서 소파에서 잠이 들고, 또 이번 행사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자축의 시간을 가지는 관계로 회의를 하지 못해서 저는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사무실로 와서 스님의 하루를 작성하고 3시에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24일간의 미국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 스님께서는 서울로 돌아갑니다.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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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실

같은 마음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어디에든 있음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2013-09-28 14:40:47

형원장

스님 내년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_()_

2013-09-28 13: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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