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9.23. 워싱턴DC 미팅 및 아메리칸 대학교 강연

어제 비교적 일찍 잠이 든 관계로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여 함께 천일결사 기도도 하고 오전에는 스님의 하루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오전 9시30분부터 바로 국무부 (State Department)에서 미팅이 있고, Amnesty International 워싱턴지부에서 미팅이 있기 때문에 아침공양을 하고 8시에 워싱턴DC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오전 9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점심도 거르고 국무부에서 부서를 달리하면서 3개의 미팅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현재 미국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체크를 해보았습니다. 시리아 문제 및 중동 문제가 우선인 것 같았고, 북한 문제는 비교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먼저 북한 식량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시면서 여전히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필요함을 말씀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 미국 정부와 미국에서의 반응에 대해서 여쭤 보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이곳에서는 최근에 왜 북한이 킹대사의 방문을 전격 취소했는지, 그리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왜 연기했는지에 대해서 스님께 질문하였고, 스님께서는 이에 대한 스님의 견해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북미관계개선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고 말씀하시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문제는 멀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북한은 체제유지와 경제개발을 원합니다. 북한은 이 둘을 동시에 하고자 합니다.
체제유지를 위해서 북한은 핵에 집착을 할 것이고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끌면 북한에서 핵물질은 증대되고 핵기술은 늘어날 것 입니다. 북한을 제제하면 북한은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붕괴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핵개발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핵폐기를 목표로 하지만 우선 핵개발을 멈추게 하는 핵확산방지에 촛점을 두고 출발해야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핵무기 제거이지만, 우선 핵무기 개발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핵제거가 가능하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신속한 회담을 통하여 핵무기 개발, 핵무기의 이전 및 핵실험을 멈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은 핵폐기에만 너무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넓은 틀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장기적인 목표가 핵폐기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라고 북핵문제에 대한 스님의 의견을 말씀하였습니다.
 



국무부에서 미팅을 마친 후에 다음 미팅장소 근처인 이스턴마켓 근처로 가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2시30분에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워싱턴지부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는 의회에서 오랜동안 근무하면서 외교적으로 북한문제를 다루고자 했으며, 여전히 북한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프랭크쟈뉴찌씨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분은 서로 반갑게 포옹하면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께서 날씨가 너무 좋다고 하니, 쟈뉴찌씨가 ‘스님께서 좋은 가을 날씨를 가져 왔습니다.’ 라고 하시니, 스님께서는 ‘그런 능력이 내게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제가 벌써 해결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분이 ‘스님께서는 션사인(햇볕)을 한반도에 반드시 내릴 것입니다’ 라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니 이분도 스님에 대한 신뢰가 참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도 스님께서는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 얘기했으며, 또한 현재 엠네스티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곳이 어디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시리아문제를 제일 크게 보고 있고, 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의 시민참여제약에 대해 국제사회에 알리려 하고 있고, 또한 북한의 인권문제도 다루고 있으며, 쿠바 관타나모 기지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 내에서 인권침해문제등을 다루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도 많은 얘기를 서로 주고 받았지만, 만약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북한 내에서 저질러진 반인류적인 범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정의를 추구하고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화해와 협력의 부분을 어떻게 균형 잡을 것인지 조심스럽게 스님께 질문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이것은 이상과 현실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진보적이기 때문에 이상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독교인은 예수님의 삶에서 답을 찾을 수 있고, 예수님이 말한 하나님은 사랑, 용서의 하나님이지 징벌의 하나님이 아닙니다. 이 범죄를 끝내는 것이 중요하지 징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저는 인도주의라는 데서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중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부상을 당하여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 상태라면 비록 적이라 하더라도 상대를 치료해 주고, 포로가 되었더라도 죽이지 않고 전쟁이 끝난 후에 돌려보내 주고 있습니다. 통일이 된 후 이미 그들이 권력을 잃어버린 상태라면 굳이 징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면 격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불의한 방법으로 취득한 돈이나 지위는 돌려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징벌과는 다릅니다. 군인등이 그들의 법에 따라 행동했다면 굳이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그 당시 그 사회에서의 적당한 방법에 따라 행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의 법을 어겨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람을 벌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인 것은 파괴할 때는 유용하지만 건설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항상 감정이 앞서면 인권의 침해가 꼭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니 원칙적으로 예수님의 사랑으로 보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용서하고 포용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의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무시하는 처사가 될 것입니다. 국제법을 어기거나 자국법을 어긴 경우에는 고위 간부들은 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형집행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화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라고 얘기하니, 쟈뉴찌씨는 위와 같은 주제에 대해 국가적인 토론이 있을 때 스님께서 참여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프랭크 쟈뉴찌씨와의 미팅을 마지막으로 오늘 워싱턴DC 일정을 마친 스님께서는 이번 북미주 순회강연 중 세번째 영어 즉문즉설이 진행될 아메리칸 대학교로 이동했습니다. 비교적 길이 막히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여 강연시간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하여 학교도 둘러보고 나서 행사장에 올라가니, 간단한 저녁식사를 준비해서 참가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워싱턴DC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교, 조지워싱턴 대학교,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등은 다 방문해 보았지만 아메리칸 대학교는 처음 방문했습니다. 아메리칸 대학교는 워싱턴DC 북서쪽에 학교캠퍼스가 위치해 있습니다. 아메리칸 대학교의 즉문즉설 강연은 이 대학 철학/종교학과 교수이자 동양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박진영 교수님께서 스님을 초청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교수님은 정토회 및 법륜스님 관련하여 영문자료들을 미리 요청하여 수업 시간에 정토회 및 법륜스님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참여한 학생들은 질문도 많았고 스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호응도 참 좋았습니다. 총 140여명의 청중이 모였고,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반인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두시간 동안 무려 25명의 질문자가 질문을 하겠다고 줄을 섰습니다. 처음에는 4명 정도가 질문을 하겠다고 줄을 섰는데, 즉문즉설이 진행되면서 점점 늘어나서 질문자석에 길게 줄을 서 있기도 해서, 스님께서 너무 많으니 꼭 하지 않을 사람은 들어가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고 제이슨은 스님의 말씀을 바로바로 영어로 잘 전달해주었습니다.

“오늘 이곳 날씨가 꼭 한국 가을 날씨 같네요.” 라는 인사로 스님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워싱턴DC에서는 북한 전문가로, 동남아에서는 구호활동가로, 한국에서는 상담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농사를 짓는 농부이고 싶습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은 것 같습니다. ‘이거다’ 라고 한가지로 정할 수 없고, 물질현상, 생명현상, 정신작용이 모두 우리의 삶이기 때문에 그 세 가지에 대해 모두 잘 알아야 합니다. 환경, 평화, 평등, 행복 등 주제를 가리지 말고 대화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라는 말씀과 함께 본격적인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1. 나를 완전히 버리고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사랑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2, 우리 인류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3.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까?
4. 학부생인데, 학업, 성적, 취업, 성공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5. 어른 세대가 젊은 세대들에 대해 못마땅하게 인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7.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8. 가족 중에 10년간 투병중인 암환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이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생각해봤자 도움이 안되는 걸 알지만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9. 친구가 자살시도를 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10. 명상을 하면서 계속 집중하고 맑은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1.환경을 보존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과 함께 갈 수 있을까요? 인류 발전을 위해 개발을 하면 환경이 파괴되고, 환경을 보존하려다 보면 인류 문명의 발전이 없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12.저는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고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13.몸 (건강)을 잘 돌보는 것과 몸에 집착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요?
14.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신을 용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5.불교는 다른 종교와 상호 배타적인가요? 아니면 깨달음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가지가 있나요?
16.행복은 나로부터 온다고 하셨는데요,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그들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겠습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어려운 조건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은 당신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말씀하시나요?)
17.삶의 목표,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스님께서는 어떤 말씀을 하시나요?
18.다른 이들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느끼고 싶습니다. 고독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9.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논리와 감정이 구분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둘은 어떻게 구분이 되나요? 사랑이나 자비심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하나요?
20.저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제가 제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21.저는 이민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갔고, 처음으로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족들이 저에게 거는 기대에 부담을 느낍니다. 제가 원하는 것과 가족들이 제게 바라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고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요?
22.최근 친구가 부모님 두 분을 한꺼번에 사고로 잃었습니다. 부모님과 참 가까웠기 때문에 너무 허전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깊은 허전함 속에서도 건강하게 자기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많은 참석자들이 나와서 스님께 질문하고 스님께서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곳에서의 학생들과의 대화는 스님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대부분이 스님과 학생들이 서로 문답을 주고받는 대화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10번째와 11번째 질문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자 : "마음의 평안을 찾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진전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잡념이 더 많아졌고 더 이상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잃은 것 같습니다. 다시 집중하고 계속 맑은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법륜스님 : "명상을 할 때는 생각이 편안해지기를 기대하면 처음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갈수록 명상을 하는 30분 중에 처음 5분만 편안하고 나머지 25분 동안 생각이 더 많아집니다. 100일을 한다면 처음 5일은 좋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하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방 안에 먼지가 많지만 평소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햇살이 들어오면 우리 눈에 먼지가 많이 보이게 됩니다. 이 때 이 먼지를 없애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늘어납니다. 이럴 때는 먼지를 가만히 내버려둬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그것을 자각하지도 못합니다. 명상을 하다보면 그게 보이게 될 뿐입니다. 계속 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맑아집니다. 명상을 할 때는 생각이 많은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 때, 머리가 맑아질수록 더 많은 생각이 보이고,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것처럼 생각이 됩니다. 이 때 이 생각들을 머리속에서 없애려고 하지도 말고 그 생각들을 따라가지도 않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가만히 둬야 합니다. 이렇게 가만히 두려고 해도, 우리의 사고는 가만히 두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할 때는 한군데 집중을 합니다. 예를 들어 호흡에 집중을 한다면, 오직 마음을 코 끝에 집중합니다. 숨이 나올 때 나오는 줄을 알고, 숨이 들어갈 때 들어가는 줄을 압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을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됩니다. 이 때 호흡을 놓친 줄 알아차리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항상 우리 생각이 바깥으로 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온갖 생각이 지나가도 호흡을 지켜보는 연습을 합니다. 무의식 세계에 있던 어린시절 기억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마치 물이 증발하듯이 나의 업식 (카르마)이 조금씩 소멸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명상을 할 때는 다만 할 뿐이어야 합니다. 잘 된다, 잘 안 된다 하는 건 없습니다.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습니다. 졸음이 오고 온갖 생각이 일어나면 명상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고요해지기도 합니다. 명상이 잘되나? 생각하면 다음 번에 또 머리 속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후퇴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계속 벗겨져 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조언을 한다면, 다만 할 뿐이어야 합니다."

질문자 : "감사합니다." 

마지막 부분에 제이슨이 스님의 ‘다만 할 뿐이어야 합니다’란 말씀을 ‘Just meditate.’ 이라고 통역했더니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Just Do It (그냥 해) 이 연상되는지 질문자와 청중은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다음은 환경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자 : "저는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환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까 스님께서 어떤 조건에서 좋은 것이 다른 조건이 되면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환경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은데요, 환경을 위해 좋은 것과 인류를 위해 좋은 것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사람들을 위해 병원을 지으면 환경이 나빠질 수도 있잖아요." 

법륜스님 : "네. 좋은 질문이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좋은 것이 환경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환경에 꼭 나쁜 것도 아닙니다.  

먼저 자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떤 연못이 있다고 할 때, 거기엔 많은 플랑크톤이 있고, 그것을 먹고 사는 물벌레, 그 물벌레를 먹고 사는 개구리, 그 개구리를 먹고 사는 뱀이 있습니다. 개구리의 입장에서 볼 때, 물벌레는 양식이니까 좋은 겁니다. 그러나 뱀은 개구리를 해치므로 나쁜 것이 됩니다. 개구리는 뱀만 없다면 번영을 누릴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구리들이 신에게 부탁하든 힘을 합쳐서 하든, 뱀을 없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정기간 동안에는 개구리에게 번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구리 숫자가 늘어나면 무한하게 느껴졌던 물벌레 수가 줄어들고, 개구리는 어느 순간에 전멸하게 됩니다. 이 때 개구리가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지속적 생존을 위해서는 물벌레만 필요한 게 아니라 뱀까지도 필요하다.’ 이것이 자연의 원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무조건 그대로 놔두는 것만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는 것도 자연이 환경을 복원해 내는 범위 안에서라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정도를 넘어가는 것은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간단한 질병을 고치고,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소비하는 것을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설사 그 지역에 어느 정도 자연의 파괴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빈곤퇴치는 환경파괴보다 우선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생활하는 방식은 바꿔야 합니다. 에어컨을 지나치게 틀어놓고 벌벌 떨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은 확실히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빈곤을 퇴치하는 것과 환경운동하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그러나 빈곤을 퇴치한다는 이름으로 개발이 지나치다면, 이제는 우리는 유의해야 합니다. 그들을 돕는다고 하면서 우리의 삶을 본받도록 하는 것은 조금 유의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지원하는 것이 욕구를 지나치게 급격하게 키워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유의해야 합니다."

질문자 : "그럼,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살라는 말씀이신가요? 과도한 개발이 진행됐을 때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씀인가요?"


법륜스님 :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는 생각은 지속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지구 인구의 20%가 좀 잘산다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면 나머지 80% 인구들도 이렇게 살아야합니다. 중국, 인도 모두 지금 따라오고 있습니다. 인류가 모두 이 길로 간다면 과연 지구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방식은 분명히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문명의 길에 대해 재고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주의, 소비의 중독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것은 마약과 같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내 스스로를 관찰해 봐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적게 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속도도 조금 줄이고, 불편을 좀 감수하고, 지나친 효율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또 지구 저편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하고, 미래에 태어날 후손과 함께 써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다른 문명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명상이라든지 남을 돕는 봉사활동이라든지, 물질적 소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족을 얻는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제가 여기 와서 여러분과 만나는 것도 그런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질문자 : "감사합니다."

질문자와 스님과의 대화는 짧은 것은 짧은 대로 긴 것은 긴 것대로 영어로 통역을 하여 진행했지만 재미있었고, 스님께서는 “이곳에서 즐겁기도 하고 유익한 것은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습니다.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지 말고, 지금에 너무 만족해버린 채 미래를 희생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한테만 좋고 다른 사람에겐 좋지 않은 것은 과보가 따르며 그 좋음이 지속되지 않습니다. 또, 남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나에게는 손해가 된다면, 그것은 세상에서는 훌륭하다고 할 진 몰라도 내가 그것을 지속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지속이 가능합니다.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너도 좋은 것이 바로 진리의 성질입니다. 즉, 지금 나에게 좋고, 나중에도 이익이고, 남에게도 이익이 되는 쪽으로 나아가면 삶이 더 행복해집니다. 자신에 만족하고 세상에 유익한 존재가 되어 행복이 지속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라고 마무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2시간 내내 집중된 분위기였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스님과 제이슨은 환상의 팀웍을 보여주며 아주 속도감 있게 진행하였습니다. 지난번 유니온 신학대학에서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있어서 제이슨이 말이 빠르다고 말하는 속도를 늦춰달라고 했지만, 이곳에서는 속도감이 있으니 통역을 통하여 강연이 있을 때 오는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영어로 통역되는 스님의 말씀을 바로바로 알아듣는 미국 학생들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마친 뒤 스님께서는 출입구 앞에서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돌아가는 청중들을 환한 웃음으로 배웅하셨습니다. 또한 질문한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와 스님께 인사하고 스님과 함께 사진을 찍고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도 악수하고 사진을 찍자고 하니 재미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책판매를 할 수 없다고 하여 책을 판매하지 못했는데,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 자녀들을 데리고 강연장에 온 한국 부모님들은 스님의 책을 미리 가지고 와서 스님께 사인을 받아가셨습니다. 질문자가 25명이 나와서 정말 질문자가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정확하게 1시간 50분간 제이슨이 통역하여 22명과 질의응답을 했는데 제이슨의 통역이 빛나는 날이었습니다. 박진영 교수님께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스님의 영문책을 선물로 드리고, 교수님께서도 학교밖으로 까지 나와서 스님과 저희일행을 배웅해주었습니다.

 


9시경에 회관으로 돌아오니 내일 있을 메릴랜드 강연 준비로 늦게까지 남아서 준비하고 있는 워싱턴 정토회 회원들을 스님께서 격려해주시고 스님께서는 숙소로 올라갔습니다. 저는 밀린 업무와 스님의 하루등을 정리하고 저도 비교적 이른 시간인 1시경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메릴랜드 강연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American University 강연스케치는 워싱턴 정토회 김지현 법우님이 도움 주셨습니다.

전체댓글 1

0/200

박재후

그 질문 하나하나에 대한 답하신것을 보고 싶습니다 유투브에 뜨나요?

2013-09-27 13:47:43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