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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JTS 해외활동가 워크숍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오전 8시부터 속개된 프로그램에서 스님께서는 JTS 활동가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와 생활 원칙에 대하여 자세히 일러주셨습니다.
“JTS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수행자들이 가난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에는 종교, 민족, 이념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도움 받는 사람도 사상, 이념, 종교, 민족, 성별에 의해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에서 반드시 전제되는 것이 자기수행이라는 부분입니다. 즉 구호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그 자신이 수행자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생활면에서는 적게 입고 적게 먹으며 검소하게 살아간다는 정토회 기본 원칙에 따라 생활하며, 현지 사람들과 동일하게 사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가 주민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주민들과 비슷한 삶을 유지해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처럼 살자는 것은 한국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전세계 사람중에서 중간층 이상으로는 우리 생활의 질을 높이지 말자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그래서 현재 JTS는 전체 예산에서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가 안 됩니다. 후원금의 90% 이상이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직접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후에도 각 사업장 별로 사업 수행 시 어려웠던 점이나 하루 1달러 생활비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등 진지한 사업 이야기서부터 소소한 생활 이야기까지 스님께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마을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토회 지역 법당과 연계해서 법당 별로 현지마을 한가구에 소를 1마리씩 지원하거나 현지에 농업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것 등 스님의 다양한 사업 제안에 활동가들의 가슴을 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후 12시 회향식을 끝으로 워크숍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회향 법문에서 스님께서는 JTS 활동가들을 위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지금 활동가들 중에 2-30대가 많은데,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문제죠. 인생이라는 것은 지금 좋다, 지금 행복하다 하는 것이 지나놓고 보면 안좋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때는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참 좋다 하는 것이 있고, 그때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나서도 별로 안 좋았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JTS 활동을 하다보면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면 어떠냐 하는 것이지요. 주민들이 자원봉사 참여를 잘 하고 모든 것이 순조롭기만 하면 좋긴한데, 여러분한테 남는 건 건물밖에 없어요. 건물 개수로만 학교 몇 개 지었다 이렇게 남는단 말이에요. 근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그때는 힘들었는데 내 능력이 커져 있지요.
캘커타에서 일이 잘 안 되었지만 그 인연으로 훨썬 더 어려운 불가촉천민 마을 둥게스와리로 사업장을 옮기게 되었으니 결국은 잘된 것이죠. 비온 뒤 땅 굳는다는 속담처럼 돌아보면 사고가 난 후에 사업이 발전해왔습니다. 둥게스와리에서 동네 사람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양민들이 학교 내놔라 하면서 들이닥치자 천민동네 사람들이 다시 우리 편이 되는 일도 있었죠. 학교에 강도가 들어서 설성봉 거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모든 사람들이 다 저 사람들 자기나라로 돌아가겠거니, 죽도록 일하고 사람까지 죽었는데 당연히 철수하겠거니 했지만 우리가 학교 문도 한번 닫지 않고 계속해서 학교를 운영하자 사람들이 완전히 우리를 믿게 됐어요. 그 후로 사업이 술술 진행된 부분이 있지요.
건물이 남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남아서 여러분 스스로가 성숙되는 것입니다. 일이 순조롭게만 진행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고가 생기고 어려운 일이 생기는 것을 절대 안 좋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을 통해서 답을 찾아내면 자기 인생의 성장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인도 사업에서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사업이 잘 되었을 때의 이야기보다 처음 가서 고생했을 때 이야기예요. 거지나 다름없는 동네주민들과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결국 그들로 하여금 학교 부지를 보시하게 만들었던 일, 동네 주민 염소집을 치우고 거기서 살며 수자타 아카데미의 터를 닦았던 일, 이런 일들이 이야깃거리가 되지요.
아프가니스탄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을 고생을 하고 찾아간 곳, 예를 들어 칸다하르 난민촌에 간 것은 지금도 사소한 부분까지 다 기억이 나요. 그때 네 개 난민촌을 둘러봤는데 무엇이 필요하냐 물으니 하나같이 식량과 의료품이 필요하다는 말 뿐 학교가 필요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저는 학교지으러 갔는데 아무도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주위에 학교가 하나도 없는데 학교가 필요하지는 않아요, 하고 묻자 한 부모가 옆에 있던 자기 아이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내 아이의 발이 저렇게 허물어져서 치료도 못하고 신발도 신기지 못하는 상황에 어떻게 우리가 학교가 필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가난하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나처럼 살지 않으려면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형편에 어떻게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은 저에게도 굉장한 충격이고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런 환경에서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면 지금은 어렵지만 미래의 희망을 볼 수 있지 않겠느냐, 주민들과 합심하여 학교를 만들기로 하고 큰 텐트를 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을 구하려니 그 수천 명의 난민 중에 글자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거예요. 난민촌 주위 마을을 가보니 4학년까지 나온 청년이 하나 있었어요. 왜 학교를 그만 뒀냐 물으니 학비하고 문구류 살 돈이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했대요. 그래서 난민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다음 학년을 다닐 수 있도록 문구류와 학비를 지원하겠다 하면서 학교를 열게 됐어요. 처음에 유엔 기구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이렇게 방법을 찾아서 일을 하자 나중에는 인정해줬지요.
또 주위 동네 학교에 가봤더니 학교가 많이 낡았어요. 그래서 그 동네 선생님에게 난민촌 학생을 가르쳐주는 대신 JTS가 학교 보수할 자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난민촌 사람들이 학교를 수리하는데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했지요. 이러면 동네 사람도 좋고 JTS도 좋고 난민들도 좋은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우리 나름의 방식을 찾아서 일을 해나가는 것이 곧 자신의 역량을 강화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2000년대에 사업지 답사하느라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닐때 베트남에도 며칠 머문 적이 있어요. 그때 1달러가 12000동 정도였는데, 시장에 들어가서 국수를 사먹으면 한 그릇에 2000동이어서 1달러로 6끼를 먹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비록 비행기값은 써야했지만 식비로는 하루에 1달러도 쓰지 않았습니다. 박지나 대표같이 그때 같이 다녔던 사람들 고생했겠지만, 사실 그게 고생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필리핀 정토회 분들이 우리 필리핀 민다나오 사업장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도 처음에 답사할 때 스님이랑 같이 몇 시간씩 산을 타고 고생을 하면서 애정이 깃들었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삶이라는 게 묘한 거예요. 그렇게 고생하면서 역사가 쓰이는 것이지 편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원칙을 지키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지 마세요. 원칙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게 이 삶에서 굉장히 소중한 거예요. 나태하게 현실에 안주하면 시간만 경과되지 자기 성장은 되지 않아요. 고생하면서 아이들 교육시키고 마을에서 무언가 해보는 것이 여러분에게 굉장한 자산이 되고 우리가 그것을 함께 나누면 JTS에도 크나큰 자산으로 남게 됩니다. 누가 도와줘서 쉽게 해결한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어려움에 봉착한 것도 꼭 손실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수행이에요.
삶에 대한 기본 관점이 중요합니다. 기본 관점이 딱 잡히면 본부에서나 현장에서나 갈등이 되지 않아요. 사실 여러분이 자기 일로 혼자 온다면 생활비며 모든 걸 내가 다 해결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JTS로 오면 사업만 해도 되잖아요.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본부에 있는 사람들도 내가 현장에 가서 해야 하는데, 활동가들이 내 손발이 되어 대신 해주니 얼마나 고마우냐, 이런 마음으로 소통하면 서로가 감사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저는 이 일이 여러분들 개인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이 일이 시간 낭비, 인생 낭비가 아니라 젊은 시절에 삼년이든 오년이든 해봤다는 건 늙어죽을 때까지 한때를 적극적으로 산 보람된 인생이 되지요. 게으르게 살면 인생에 축적이 안 일어납니다. 여러분이 해외에서 일하는 몇 년이 인생의 낭비가 아니라, 젊은 시절에 몇 년을 그렇게 일했다는 것이 나중에까지 보람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활동가 여러분들이 자신의 인생부터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필요하고, 함께 일하는 활동가들과 이야기하고 경험을 나누는 게 굉장히 좋다는 거예요. 저는 처음 사업을 추진하면서 경험을 나눌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다른 단체와 사업방식이 달랐고 공유할 것이 많지 않았지요. 그런 상황에서도 했거든요.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도 처음부터 한국 사람이 운영한 게 아니에요. 현지 사람들이 돈 관리를 잘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회계는 한국사람이 책임져야겠구나, 이렇게 된 거죠. 그 과정에서 제가 얻은 경험은 돈을 함부로 맡기는 것이 쉽지가 않구나, 그러니 현지 사람 중에 돈 맡겨도 되는 사람 하나 구하면 완전 보물을 얻는 거죠. 사람을 찾는 것, 찾아나가는 것 그것도 중요한 사업이에요. 지금 필리핀에서 우리와 협력하는 다물록 시장님같은 분 만난 것이 다 복이잖아요. 좋은 목수 하나 찾는 것 그게 우리의 재산이에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그 지역에 가서 살면서 일꾼하나 아무도 발굴 못한다면 산에 가서 금광을 못 찾고 잡석만 찾는 것과 같아요.
대한민국도 이제 먹고 살 만하니까 젊은이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지, 몇십 년 전에는 외국의 도움만 받았는데 지금 태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나라에 와서 남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마음을 가볍게 가지시고 어렵다 말하지 말고 장애물이 생겨야 능력이 생긴다는 마음으로 사세요. 장애물이 없으면 능력이 안 생겨요. 여러분들은 인력이 부족해서 어렵다하지만 제가 처음 JTS 시작할 때 제일 어려운 건 돈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우리는 돈은 있잖아요. 인력이 부족하면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거나 지역 주민들을 JTS와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로 만들어 보세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잖아요. 내가 어떤 일을 간절히 원하면 눈만 껌뻑해도 어떻게든 동조자를 구할 수 있어요. 세상 어디가나 만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여러분이 신심을 가질 때 건강해지고 열의가 생기고 가능성이 생겨요.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려운 난관을 복이라고 생각하세요.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일을 전환시키는 계기에는 항상 자발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러다 해결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저는 해결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수십 년 수백 년 그렇게 살아온 걸 내가 해결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다만 겸손한 자세,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실패가 꼭 나쁜 것도 아니에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격려 말씀드립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여러분 고생하는 것 다 잘 알지만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며 뛰어넘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젊을 때 하는 고생, 인생의 장애라는 게 다 복이거든요. 그걸 극복해낼 때 여러분 인생에 성장이 오는 거죠.”
스님의 회향 법문을 끝으로 제1차 JTS 해외활동가 워크숍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다시 한번 JTS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먼 곳까지 오셔서 활동가들 한 명 한 명의 고충을 듣고 헤아려 주신 법륜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워크숍 기간 내내 정성껏 푸짐한 공양을 지어주신 방콕 정토회 신도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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