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4월 8일 안양, 길벗 강연

오늘은 아침 10시 반, 안양시청에서의 강연으로 스님의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미리 약속은 없으셨지만 강연이 시작되기 전 안양시 시의원 두 분이 오셔서 스님께 반가운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오늘 안양 강연에는 봉사자를 포함해서 약 900여명이 참석해서 자리를 꽉 메웠습니다. 스님께서는 모두발언에서 봄이 오는 가운데 활짝 핀 꽃들과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니 눈이 내린 산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았다고 하시면서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수행을 하면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올라가고 수행을 하지 않으면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내려갑니다. 인연과보라는 말 들어봤죠.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나쁜 일을 하면 나쁜일이 생깁니다. 그런데 금방 좋은 일이 생기거나 금방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낮의 길이가 제일 긴 하지가 제일 더울거 같지만 그로부터 1달뒤에 제일 더워집니다. 12월 21일인 동짓날 제일 추워야 하는데 실지로 제일 추울때는 1월말이 제일 춥습니다.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으니 즉시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고 한달 뒤에 나타날 수도, 몇 년뒤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 생에 지은 게 다음 생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게 금방 안 나타나니까 복지어봐야 소용없더라. 나쁜짓을해도 뭐 괜찮네 이러면서 자꾸 어리석어집니다. 우리가 자연을 보면서도 늘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서 수행을 하면 반드시 인생이 행복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엊그제 저는 청년들을 데리고 경주 역사기행을 다녀왔는데 토요일 날 비가 많이 왔습니다. 역사기행을 하는데 우산 쓰고 비 맞고 다니면 기분이 안 좋죠. 근데 안 좋은 면만 있을까요? 농부 입장에서 보면 봄날에 비가 오는 것은 엄청난 혜택입니다. 봄날에 가뭄이 들면 걱정이니 비오면 비 맞으면서 일하게 됩니다. 근데 비 맞으면서 노는 게 쉽겠어요? 일 하는 게 쉽겠어요? 또, 비 맞으면서 놀 필요까지 있겠나싶으면 안 놀면 됩니다. 4월엔 경주는 벚꽃구경으로 차가 막혀서 제대로 구경을 못합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부터 비가 오니 구경 온 사람들이 적어서 우리끼리 구경하고 도로도 막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가 와서 좋은 면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양면을 동시에 보면 비가 와도 괜찮고, 맑아도 괜찮습니다. 감정기복이 좀 덜하게 됩니다. 누구나 다 좋고 싫은 게 있지만 그 폭이 덜하게 됩니다. 그럼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즉문즉설은 여러분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를 발견하게 해줍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구애받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내가 내 업식을 극복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자기를 이기는 자를 더 큰 영웅이라고 합니다.” 라며 청중들을 다독이는 말씀으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안양 강연을 마치자마자 바로 이동하시면서 차안에서 김밥을 드시고 약속장소로 향하셨습니다. 2시에 경남대학교 총장님과 약속이 잡혀 있었습니다. 현재 고조되어 가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 속에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좋은 의견을 들으시고 방안도 모색해보는 뜻깊은 만남이었습니다. 이어서 오후 4시에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실무자와 간담회가 있었는데, 평화재단 실무자들도 함께 해서 지역 균형발전, 분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지방분권이란 개념이 우리처럼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균형발전 얘기도 많이 하는데 어떻게 다른지 구분이 힘들기도 합니다.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다 같이 발전시키자는 것은 ‘균형발전’이고, 지방분권은 서울도 하나의 지방이므로 중앙정부에 편중되어 있는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서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강화하자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은 곧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공감이 갔습니다. 주인의식이 없으면서 권한만 가져가면 잘 운영되지 않겠지요.

 스님께서는 설명을 들으신 뒤 이런 현안도 중요한 과제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현재 논의에 통일의 시각이 빠져 있으므로, 통일과 지방분권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연구해서 국가 장기 비전을 마련해가야 한다고 지적해주셨습니다. 앞으로 통일 시대를 상정한 지방분권 논의가 우리 사회에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저녁 7시에는 여의도 사학연금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정토회 방송인모임인 길벗모임에서 주최한 강연회가 여의도 사학연금재단에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길벗모임은 매달 1회 정기적으로 법회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길벗모임이 주최한 강연에 앞서 노희경 작가, 이금림 작가, 배우 정우성씨 등과 인사를 나누시고 간단히 환담을 주고 받으셨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길벗모임을 이끌고 있으면서 이번 강연을 준비해 오신 분입니다. 스님께서는 오랜만에 노희경 작가를 만나 반가움을 전하시면서, 요즘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시청률이 높았다고 들었다시며 축하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이날 길벗모임 강연회에는 약 350여 명의 대중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청중들이 주로 방송인들이다보니,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민을 사회자 최문경님이 대표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그분들에게도 무척 공감이 가는 말씀이지만,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한 말씀이셔서 다소 길지만 인용해보겠습니다.

질문: 방송문화 예술인의 직업은 불규칙하고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자신에게 집중된 인기가 사라지지 않을까, 대중들의 시선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늘 불안해합니다. 언제쯤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늘 조바심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자만에 빠지기도 하고 자학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 간격을 줄이지 못하면 우울증에 빠기지도 하고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감정기복이 심한 방송문화예술인들이 마음의 평정을 찾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인기라는 것이 계속 되려면 사람의 마음이 한결 같아야 됩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한결 같습니까, 자꾸 바뀝니까? 자꾸 바뀝니다. 이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런 인간을 두고 한결같이 나를 좋게 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가 올라가면 계속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욕심입니다. 만물은 늘 변하는 것입니다.

  법륜스님의 강의도 앞으로 조금 더 들으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후가 되면 정체, 내리막길로 가게 됩니다. 나는 이런 것들을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에는 스님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스님의 법문을 듣다 보니 저런 스님도 있었네 하면서 가보자고 해서 여기까지 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이 방송에 자꾸 나가고 알려지면 거품이 생기게 됩니다. 그럼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사람들이 오게 되고, 기대를 가지고 온 사람에게는 같은 이야기를 해도 기대에 못 미치게 됩니다. 하나씩 떨어지는 사람이 생기고, 나중에는 들어보니 별 것 아니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스님은 거품이 있으니 조금 가면 정체되고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 수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것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평가 되었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평가 되었으면 언제나 기회가 있습니다. 저평가가 되면 진주를 발견하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평가 되면 그것을 유지시키려면 힘들고 그래서 인기 연예인들은 정신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이미 정상에서는 도전을 받아야 하고 인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심리적으로도 힘이 듭니다. 그러나 이런 원리를 알면 자기가 거품에 빠지지도 않고 거품을 자기로 착각하지도 않습니다. 올라가면 정체되고 내려갑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적절하게 올라가다가 적절하게 내려가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돈도 지위도 아닌 인기를 자기로 삼기 때문에 힘듭니다. 인기가 많다가 없어지면 자기가 없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기가 곧 자기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저 사람들이 제 정신이 아니어서 좋아하는 구나”,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 사람들이 이제야 제정신을 차렸구나” 이러면 됩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겁니다.

  인기가 있을 때, 여러분은 공항이나 식당에 가면 귀찮아합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 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몰라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러냐 하면 또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 갔는데 아무도 몰라주면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아는 체 하면 귀찮고 몰라주면 괴로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기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기가 없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고, 인기가 있으면 내리막길로 가는 것입니다. 실력도 쌓기 전에 인기가 있으면 조기에 늙어버립니다. 젊을 때 인기가 있는 사람이 인기가 떨어지면 은둔하거나 정신질환이 심각해집니다. 몇 번 말씀드리지만, 인기를 나로 삼으면 안 됩니다.

  내가 배우라면, 작품을 하는 것을 재미로 삼고, 연기하는 것을 재미로 삼아야 하고 방송하는 것을 재미로 삼아야 합니다. 역사에서 그림, 음악 등이 그 시대에 열광했던 것중 에 명작이 몇이나 있습니까?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밥 한 그릇에 그림 그렸던 것이 100년이 지나 명작이 됩니다. 인기를 끌려고 애쓰지 말고 작품에 집중하면 인기가 오르는 것이고 안 오르면 그만이다 이렇게 인생관을 정해놓고 살면 덜 힘듭니다. 물론 사람들이 더 좋아하면 기분이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해서 너무 들뜨지도 말고, 별 인기가 없다고 해서 너무 가라앉지도 말고 진폭을 줄이면 사는 것이 조금 더 편해질 것입니다. 덜 연연하게 되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작품에 더 집중해서 깊이 있게 되기도 합니다.

  이쪽만 보면 울 일이고 저쪽만 보면 웃을 일이지만 양쪽을 다보면 울 일도 아니고 웃을 일도 아닙니다. 그냥 하나의 존재, 하나의 현상이구나 생각하면 삶이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면만 보는 오랜 습관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꾸 한 면만 보고 대응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럴 때 “아 다른 면도 있지” 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면, 감정이 안 일어 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더라도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기복이 적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자기를 아름답게 가꿔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인생을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려면 이런 존재의 법칙, 참모습을 알게 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은 작품을 쓴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방해받지는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으면 고맙다고 생각하고, 인기가 떨어지면 또 괜찮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겸손해야 된다가 아니라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도 이런 방향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 더 나아질 것입니다.”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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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래

행복한 미소가 가득 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_()_

2013-04-14 01:17:28

최선영

진정한 스승님이십니다 늘 강녕하시길바랍니다

2013-04-13 13:30:37

영미

스님 말씀은 언제나 감로입니다. 감사 합장! ^.^

2013-04-11 14: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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