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3월 22일 법륜스님의 하루(부산 중구, 거제시)

새벽 1시 30분경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잠을 자고 5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오늘 오전 강연이 있는 부산 중구청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부산에 와서 부산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차담이 있어 중구청장실에 들어가니 떠들썩했습니다. 스님께서 들어가니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스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중구청장님이 오늘 스님 강연이 있다고 부산지역 여고 동창회장님들
전체 모임을 했다고 합니다. 구청장님이 여장부처럼 성격이 시원시원해 보였습니다.
“강연장이 크질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은 모두 모니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1층엔 따로 모니터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오늘 우리 구에 큰스님이 오셔서 정말 영광입니다.”하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300석 강연장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가득 차서 무대 위, 복도에까지 앉아 강연을 들었습니다. 구청장님과
부산지역 여고 동창회장님들도 끝까지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강연장이 그리 크지 않아서 오히려
오붓한 맛이 있었습니다.

오늘 질문하신 분들 중 한 아저씨의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스님. 저는 55살이고 경주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대중 앞에서 사생활을 공개하기가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질문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 의무를 마치고 와서 경주에서 옷 가게 하다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 큰 슈퍼를 인수하여 5년을 했는데 또 문을 닫게 되었고, 그 다음으로 식품 대리점도 했는데 5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이어서 운수업을 했습니다. 그것도 5년 하다가 잘 안되어서 양계농장을 인수했는데
태풍 때문에 쫄딱 망해서 2억 5천만원을 빚졌습니다. 가족이 모두 월세집으로 이사 와서
일당직 운수업을 했는데 그것마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정직과 성실을 기본으로 살아왔습니다. 본인의 양심을 벗어나는 것을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도 다 하고 경전반에 입학하여 정진하고 있습니다.

스님. 저는 왜 하는 일마다 5-6년이 되면 실패를 하는 걸까요? 하기 싫어서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왜 그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지, 저에게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왜 하는 일마다 실패가 반복되는지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몇 살이예요?”

“55살입니다.”

“건강은요?”

“이루 말할 수 없이 건강합니다.”

“아이들은요?”

“1남 2녀입니다. 큰 애는 홍대 미대 다니다가 사업에 실패하는 바람에 3학년에서 그만 뒀습니다. 둘째는
대구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셋째는 자기가 알아서 살겠다고 하사계급 따서 군대에 있습니다.”

“자, 한 번 보세요. 이 분은 하는 일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했어요, 큰 가게를 했어요? (큰 가게요.)
대형 슈퍼 하다가 양계장도 큰 것을 해서 2억 5천만원이나 빚졌죠? 그것을 하다가 중단하고 중간에
몇 번 바꿨다는 것 빼고는 그만 그만한 사업을 계속 해 왔고, 아이들도 다 컸죠? 이 정도면 한국 사회에서
평균 이상은 되죠? 아이들은 이미 스무살이 넘었잖아요? 자기 할 일 다 했어요. 저는 고등학교 다니다가
그만 뒀는데 큰 아이는 대학 다니다가 그만 뒀잖아요.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따져 보면 큰 걱정이 아니예요.
둘째도 아르바이트 해서 학교 다니면 되고, 셋째는 그렇게 살면 되고, 자기 건강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큰 문제 아니죠?”

“제가 제일 고민하는 것이 집 한 칸 없이 월세 산다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

“월세 얼마 줘요?”

“월 30만원 나갑니다.”

“월 100만원 벌면 월세 30만원 주면 되잖아요. 부인이 불만이예요?”

“그렇지 않습니다.”

“운전 잘 해요?”

“베테랑입니다.”(하하하)

“자기는 아무 문제도 없어요. 잘 살았고 성실하게 살았어요. 자기가 자기 자신을 거름이라 보지 않고
오물이라고 보니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 저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맨날 실패합니까?’
이렇게 하지 말고 ‘부처님. 감사합니다. 제가 지은 공덕이 없는데 부처님 믿은 공덕으로 몸 건강하고,
결혼생활 원만하고, 아이들 다 잘 키웠습니다. 재능이 부족한데 잘 살도록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면서
기도를 하면 상황이 바뀔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오전 강연을 마친 후, 지방분권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을하고 계시는 부산대학교 황한식 교수님과
점심 식사를 하셨습니다. 평소에는 식사 초대를 받거나 따로 식사를 하시지 않는데 이번에 교수님이
퇴임을 하게 되었는데 찾아 뵙지를 못해서 죄송하시다며 교수님과 따로 식사 약속을 잡으셨습니다.
그런데 식당 사장님이 스님께서 본인의 식당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저희들 식사비까지 일체를 다
보시해 주셨습니다. 스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오늘 아이를 낳았다는 사장님의 딸에게 ‘엄마 수업’ 책을 사인해서
선물을 드렸습니다.

부산에서 거제로 가는 길에 잠시 을숙도에 들렀습니다. 남쪽이라 가는 길에 동백꽃이 허드러지고,
노란 개나리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아직 3월인데도 벚꽃이 핀 곳도 있고 꽃 필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을숙도 공원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햇볕만 나면 따뜻하고, 햇볕이 숨으면 아직 쌀쌀했습니다.

 

을숙도를 잠시 들린 후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로 향했습니다. 점심을 외식을 해서 배가 고프지 않다 하시며
스님께선 저녁 식사를 안 하시고 강의에 들어가셨습니다. 강연장이 404석인데 500여명이 와서 복도에도
사람들이 앉았습니다. 거제는 삼성, 대우 중공업 등이 있어서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과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들도 많이 참가했습니다.

거제 강연장은 9시면 공간을 비워줘야 해서, 강연을 시작하면서 바로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마지막에 질문한 딸과 아버지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얼마 전에 스님 책을 보고 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보수적입니다.
제가 이제 나이가 들어 가니까 아버지 뜻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주말에 집에 가면 아버지와 조금씩 부딪히다가
얼마 전에는 크게 싸우고 집에서 쫓겨 났습니다.”

“아버지가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뭐예요?”

“아버지가 자꾸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합니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지만 참다 참다가 ‘제가 태어나서
저 줄려고 밥을 한 게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 밥상에 제 숟가락 하나 더 놓은 것이지 않냐? 아빠가 해 준 것이
뭐가 있냐?’고 해 버렸습니다.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포장마차도 하시고,
계란 장사도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가장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아버지가 벌어서 아버지 인생을 즐기세요.
금전적으로 아버지가 해 준 것이 없는데, 요즘 ‘아빠가 해 준 것이 얼만데?’ 하면 화가 납니다.
효(孝)라는 것이 뭔가요?”

“몇 살이예요? 직장 있어요?”

“24살요. 직장 있어요. 대학 다닐 때부터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있어요.”

“아버지가 없었으면 세상에 태어났어요, 안 태어났어요?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하죠? 엄마는 아버지를 원수로 여겨요, 어때요?”

“원수로 여겼다가 잘 지내다가 왔다갔다 하세요.”

“엄마가 아버지를 미워했기 때문에 자기가 아버지를 안 미워하려고 해도 저항감이 있는 거예요.
어쨌든 두 분이 싸우면서도 살잖아요. 엄마는 해 주고 아버지는 안 해줬다고 나누면 안 됩니다. 아버지께
고맙다고 100일간 108배를 해 보세요.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셔도 ‘감사합니다, 아버지 때문에 잘 자랐습니다’
하고 억지로라도 해 보세요.”

“월급 얼마나 받아요?”

“세금 떼고 140, 150만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기독교에서 십일조 하듯이 매월 월급의 1/10을 부모님께 드리세요. 그러면 해결될 거예요.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드리세요. 지금이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예요. 결혼하고 나면
못 드릴 수도 있어요. 적은 가운데 지금 자기의 처지에서 나눠 쓰는 것이 좋아요. 한꺼번에 드리지 말고
정기적으로 드리세요. 그렇게 해 보세요.

부모님이 봉투를 집어던지고 화를 내도 두고 오세요. 대문 밖으로 버리면 주워오고.(하하하)

금방 해결이 될 거예요. 스님이 시킨대로 한 번 해 보세요.

하루 기도 108배하고,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며 기도하고, 용돈도 드리고. 아셨죠?
이렇게 안 하면 나중에 남자를 만나면 아버지 같은 남자와 만납니다. 그러면 부모와 똑같이 되풀이 됩니다.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가 있을 때는 남편에게 그런 문제가 생길 때 격렬하게 내가 반응하게 됩니다.
갈등이 증폭됩니다. 어릴 때 받은 상처가 결혼생활에 큰 장애가 됩니다. 아버지 문제를 푸는 것은
아버지 관계를 넘어서서 내 결혼생활과 내 아이를 키우는 것과 연결이 됩니다. 지금 베풀어야 합니다.
아버지에게 베풀고 참회기도 해야 자기 속의 상처가 치유되어 남편 만났을 때 재발이 안됩니다. 아셨죠?”

“예. 알겠습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스님과 대화를 함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작은 깨달음으로 다시 스스로가 주인으로 설 수 있는 힘을, 방향을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연장에 참가한 사람들도 스님과의 대화를 들으면서 함께 웃고 함께 눈물도 흘리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추웠습니다. 꽃샘 추위가 마지막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연장 안에서도 발이 시렸는데,
스님께서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열강을 하셨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사인회를 하는데, 스님 손을 잡는 사람,
사진 찍고 싶어 왔다갔다 부산한 사람, 고맙다고 크게 인사하며 웃는 아줌마, 7개월된 애기를 안고
질문한 남편과 스님을 사진찍기 위해 애써는 사람 등 스님 주변으로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
분위기가 붕붕 떠 있었습니다. 스님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거제도에서 밤을 달려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오전 9시, 용인에서 평화리더쉽아카데미 입학 워크삽에 강의가 있고, 12시에 용인인보성체수도회에서
수녀님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 5시에는 조계사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서울경기지역불자청년회 초청 두런두런콘서트가 있습니다.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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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11조에서 빵 터졌네요.. 하하하..<br />기독교에서 1/10... 낸다고 해서.. 십일조(십분의 일 조세..)인걸로 아는데..<br />발음상으로는 11조랑 같군요..^^

2013-04-04 10:12:43

김홍주

딸과 아들을 둔 저도
애비역활은 고사하고 마음의 상처나
줘서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잘 자라주는 자식에
감사하며...

2013-03-30 19:51:43

따뜻한봄행복한나들이

하아....증상이 나랑 비슷한데요....나같은 사람이 많구나.....ㅎㅎㅎ 기다려봅시다..우리도 언젠간 저 도반님처럼 스님옆에서 사진찍을수 있는날이 오겠죠^^ 믿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2013-03-23 23: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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