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3월 12일 법륜스님의 하루(라오스 사업 예정지 답사)

오늘은 라오스 아타푸주에서 가장 열악한 초등학교 교육 현장을 답사하기로 한 날입니다.
스님께서는 새벽 5시 40분에 팍세의 숙소를 출발하였습니다.

라오스도 우리나라 1970년대처럼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지 여기저기에 도로 공사와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우리가 가려고 한 큰길이 막혀 있어서 아직 어둑한 새벽이라 옆으로 난 작은 길로 들어섰더니 아주 큰 농산물 도매시장으로 통하는 길이었고 농산물을 가득 실은 차들이 비좁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길이 막히는 바람에 갈 길은 바쁘고 멀지만 한참 열기가 오르는 아침 시장구경을 덤으로 했습니다. 호박, 무, 양배추같이 우리나라에도 나는 야채는 물론 우리나라에는 없는 바나나꽃봉오리 같은 식품재료들이 커다란 바구니에 수북수북 쌓여있고 상인들은 활기가 넘쳐 보였습니다.

2시간 쯤 차를 달려 따엥이라는 곳에서 쌀국수로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그곳은 긴팔을 입어야 할 만큼 서늘해서 좋았습니다. 우리가 간 식당의 쌀국수 한 그릇 값은 라오스 화폐로 15,000키프(한화 약 2,500원)이고, 해물쌀국수와 돼지고기쌀국수가 있는데 둘 다 시원하고 단백한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10시 20분에 아따포교육청에 도착하여 2층에 마련된 자그마한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교육청 공무원 네 분이 나와 아타푸교육청 관내 각급 학교 현황을 설명하였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는 87개에 학생 수는 22,306명이라고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관내에 학교가 없는 마을이 있는지, 학교가 없거나 낡아서 새로 이을 필요가 있는 학교가 있는지, 학교가 낡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으시고, JTS의 설립취지와 지원하는 방식에 대하여 설명하셨습니다.

 

‘우리 단체의 이름 JTS는 Join Together Society의 약자인데 학교를 그냥 100%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과 정부와 JTS가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것, JTS가 건축자재 및 책상 칠판 등 교육자재를 제공하고 정부는 기술자를 제공하고, 마을사람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총 소요되는 비용을 비율로 얘기하면 JTS가 70%, 정부가 10%, 주민이 20%라는 것, 주민이 참여하여 주민의 자녀가 공부할 학교를 함께 지으면 교육열도 높아지고 학교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것, 주민들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고 마을 전체가 의논해서 열흘정도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 이렇게 학교를 지어서 아이들이 어릴 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 상황이 열악할수록 우선순위를 둔다는 원칙을 가지고 사업지를 선정한다는 것, JTS는 이런 방식으로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9년 동안 40개 학교를 짓고, 캄보디아 라타나끼리에서 3년 동안 9개 학교를 완성하고 3개 학교를 신축 중이라는 것, 이러한 JTS의 취지를 이해해서 몇 군데 학교를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니 공무원들도 충분히 수긍한 듯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스님께서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초등교육을 담당한다는 여자 공무원과 함께 두 군데 학교와 분교를 돌아보았습니다. 돌아본 학교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교실 상태가 열악했습니다. 땅바닥에 벽이 없는 학교도 있고, 교과서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교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교사용 교재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이장이 오셨는데 JTS의 사업방식을 얘기하자 주민들의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지난 번에도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할 때 단합이 잘 안 되었다고 했습니다. 교사도 학부형을 설득할 의욕이 없는 듯 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마을주민 29가구가 떨어져 살기 때문에 힘을 모으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여러 학교를 돌아보면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학교 건물이 낡고 교실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학생들에게 교과서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걱정하셨습니다. 교사들도 교재가 제공되지 않고 돈을 주고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학교 현장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스님께서 오늘 저녁에는 어제 밤 머물렀던 팍세까지 가지 말고 오늘 아침식사를 했던 따엥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쉬자고 하셨습니다. 팍세는 너무 습하고 더웠기 때문입니다. 9시 30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돌아본 학교 지원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평가하시는 중 주민참여에 대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참여 문제가 난관이다, 주민참여는 단순히 경비절약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가난할수록 자기 살기 바빠 공익적인 마음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공성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참여했던 주민이 학교를 준공할 때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주민이 참여했을 때 자기일이 되고 아이들 학교 보내는 데 적극적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주민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주민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파견 봉사자들의 생활 원칙, 사업의 원칙에 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학교 건물 하나 덩그렇게 짓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이를 통하여 공공의식, 참여, 정리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교육이 됩니다. JTS사람들이 까다롭긴 하지만 성공한다는 믿음을 심어 줍니다. 내 삶의 일부를 어려운 사람과 함께하여 내 일생의 새로운 목표로 정하고 경험합니다. 현지 물가에 맞고, 주민들의 생활에 맞게, 검소하게 주민의 수준으로 살아보고 수행자의 자세로 살 때 소득이 훨씬 많습니다.”

오늘 저녁 스님께서 해외봉사자들에 하신 생활원칙은 일상을 사는 우리들도 지니고 지키면 삶이 한 층 달라질 법문이었습니다.

내일은 팍세주교육청을 방문하고 그 곳 교육현장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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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지원과 교육사업이 그런식으로 진행이 되는군요..^^민다나오에 40여개의 학교라~..참 대단합니다..<<상황이 열악할수록 우선순위를 둔다는 원칙을 가지고 사업지를 선정한다는 것>>그 원칙이 바로 스님 삶의 원칙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스님도,또 파견봉사자님들도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자세하게 교육사업 설명해주시고, 잼나게 글 써주셔 고맙네요~~*

2013-03-19 00: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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