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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라오스로 가는 날입니다.
스님께서는 JTS대표들과 캄보디아 JTS 사업진행 및 재정지출이 적정한 지에 대한 현지확인과 서류를 통하여
감사를 진행한 김기진 감사님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8시부터 11시 45분까지 회의를 진행하셨습니다.
점심공양 후 스님께서는 이곳 JTS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지병인 간암이 악화되어 작년 11월 작고하신
쁘띠의 유가족을 위로하러 가셨습니다. 쁘띠의 미망인은 이 곳 시장에서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는데
스님께서 가신다는 연락을 받고 잠시 집으로 왔습니다.
미망인보다는 스님께서 먼저 도착하셨는데 쁘띠의 집은 잘 정돈되어 있고 마당에 화초도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생각보다 가난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미망인이 곧 와서
쁘띠의 영정이 모셔진 대청으로 스님을 안내하자 스님께서는 쁘띠의 영정 앞에 합장하고 해탈주를 독송하신 후
미망인을 위로하고 조위금을 드렸습니다. 밝게 웃는 미망인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오후 1시, 스님과 서울에서 온 일행 그리고 캄보디아 JTS 정철상 대표님과 책임자 박병수 법우,
캄보디아 JTS 실무자로 새로 파견된 문태훈 법우 이렇게 8명이 라오스를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온가족이 외국여행을 간다고 하셔서 우리는 한바탕 또 웃었습니다.
라오스로 가는 길은 황량하기만 했습니다. 고무나무 숲도 없고 가꾸지 않아 멋대로 자라고 쓰러진 나무와
불에 탄 나무가 뒤섞인 황무지가 지평선 끝까지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라오스국경에 도착한 4시 35분까지
스님께서는 서울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이메일로 받은 서류를 검토하시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캄보디아 출국수속과 라오스 입국수속, 세관 통과까지 1시간 10여분이 걸렸습니다.
국경을 지나자 도로변이 끝없이 평평한 것과 가옥 형태는 캄보디아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제법 경지정리가 된 논이 이어지는 것이 이채로웠고 캄보디아보다는 정돈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지에 끝이 없을 듯 직선으로 이어진 도로를 달리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렸습니다. 얼마나 달려왔을까요?
7시 50분 쯤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고 어둠속에서 한 여인이 다가와 다급한 소리로 창문을 두드리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10여m 전방에 오토바이와 사람이 나뒹굴고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다!’
우리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환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라오스 현지인으로 보이는
몸집이 작은 한 남자가 머리와 다리에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채로 오토바이 옆에 버둥거리고 있었고,
길 건너편에 자지러지는 듯한 아이울음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니 네댓 살 되어 보이는 어린이가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어떤 여인에게 안겨 울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상처가 무척 커 보였고
전문의사의 응급조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해 보였습니다. 정철상 대표님이 수건을 꺼내다가
상처 주변의 피를 닦다보니 두개골이 보였다고 했으니까요. 우선 병원의 위치를 알아보고 병원으로
후송하는 일이 급한데 둘러서 있던 주민들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 사람인 우리 차의 기사가
주민들에게 말을 시켜보았지만 역시 서로 알아듣지를 못했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오늘밤 묵을 팍세라는 도시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미리 와 있는 통역사 김수연 씨와
전화 연락이 닿았습니다. 주변에 둘러섰던 한 주민과 이중 통화를 해서 겨우 병원이 20여km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 대표께서 수건으로 아이를 감싸 안고 차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오토바이 옆에
쓰러진 남자는 정신이 조금 들었고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상은 아닌 듯 했습니다.
박병수 법우와 문태훈 법우가 그 남자를 끈질기게 주무르고 남자를 부축해서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정 대표님 옆에 태웠습니다. 연고자를 함께 태우고 가려 했지만 누가 연고자인지 알 수도 없고
아무도 나서질 않아 환자들과 우리들만 출발하였습니다.
이 남자가 차에 타자 차안에 술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정신은 조금 들었지만 축 늘어진 남자와 아이가
대화하는 것을 보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은 부자지간이었습니다. 쯧쯧쯧, 어쩌자고…….
참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만취한 채로 어린 아들을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아이가 튕겨져 나가 도로바닥에 부딪혀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잠들지 않도록 말을 걸고 달래는
정 대표님의 모습은 정말 천사 같았습니다. 남자는 아이를 부르기도 하고 물을 달라는 시늉을 하며 소리쳤습니다.
외상이 있고 아직 어디를 다쳤는지 모르는 환자가 물을 달란다고 주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물을 안 주기도 참 안타까워서 조금만 물을 주었습니다. 더 달라고 소리치던 이 남자는
고개를 문 쪽으로 돌린 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웩! 정말로 술을 많이 마셨나 봅니다.
우리 나라에서 자동차로 20km 거리라면 지척인데, 인적도 없는 외국에서 생판 모르는 긴급 환자를 태우고 가는
밤길은 정말 어둡고 멀었습니다. 아이는 자꾸만 울고 마음은 다급한데 혹여 길을 잘못 들까봐 여러 번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팍세 시내 어느 큰 호텔에 들어가 영어가 조금 되는 듯한 호텔직원에게 동승을 요청해서
8시 45분 팍세병원에 도착했습니다. 통역 김수연씨가 먼저 와서 응급병상을 준비해 놓아서 아이와 남자를 눕혀
수술실로 들여보내고야 마음을 좀 놓았습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가 이 환자들을 치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겠다고 예견은 한 일이었는데요,
환자를 병원에 내려놓자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9시 10분 쯤 온 경찰은 차의 둘레와
그 남자가 토해놓은 곳까지 다 살펴본 후 웃으면서 우리에게 가도 좋다고 말하였습니다.
9시 반에야 숙소에 갈 수가 있었는데 저녁을 먹으려니 웬만한 식당은 다 문을 닫고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에는
우리가 주문하는 음식은 다 떨어져서 식당에서 주는 대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스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복을 많이 지을 뻔 했는데 우리가 사고현장 사진을 찍어놓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쳤다,
좋은 일을 하고도 누명을 써서 비난을 받고 감옥에 가고 벌금을 문다면 이는 지옥에 갈 죄가 소멸되는
큰 복을 갖는 것이 되는데 오늘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누명을 쓰지 않아서 큰 복 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 속에서 우리는 만약 오늘 같은 경우 누명을 썼다면 후회하면서 억울해했을텐데
그럴 경우에도 가볍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새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라오스에서 첫밤이 깊어갑니다.
내일은 아타푸주 교육청을 방문하고 열악한 교육현장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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