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24일 법륜스님의 하루(서원정토행자대회)

어제와 오늘, 금요일부터 있었던 전국대의원회의에 이어서 1박 2일 동안 서원정토행자대회가 있었습니다. 전국의 서원행자들이 문경정토수련원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면 뒷정리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수련원에
수련을 하러 갈 때는 꼭 챙겨가는 물품들이 있습니다. 제일 큰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침낭입니다.
몇 백명의 침구는 사전에 준비하기도 힘들고, 뒷정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개인이 자기 침낭을 들고 옵니다.
그 다음 준비물은 식기와 수저입니다. 수련원에서는 밥과 국과 찬만 해줍니다. 음식을 먹은 후 식기와 수저는
식사시간에 주어지는 청수와 숭늉으로 설거지를 합니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시간도 많이 줄어들고
설거지할 일거리도 줄어듭니다. 이번 수련에는 개인이 밑반찬까지 들고 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식사시간에 갖가지 종류의 밑반찬들을 맛 볼 수 있어서 식사시간이 더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수련원에서는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는 비누와 치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죽염만 공급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한꺼번에 씻으면 물 소비도 만만치 않고, 비누와 치약을 한꺼번에 쓰면
물도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서원행자들이 반가움에 서로 인사도 나누고, 오랜만에 온 마음의 고향인
문경정토수련원의 공기도 한껏 들이마셔 봅니다. 오후 5시, 입재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입재법문으로 행사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입재법문에서 정토회의 역사 속에서 지금의 회원제도로까지 오게 된 배경, 발심· 서원행자의
역할 및 중요성을 말씀해 주시면서 서원행자들에 대한 격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와 함께 정토행자의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셨습니다.

“정토행자는 제일 중요한 것이 첫째, 수행자로서의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수행적 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수행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것을 가지고 이 세상이 행복해지는 데 기여를 해야 합니다.
전법을 해야 합니다. 정토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여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좀 더 나은 사회로 바뀌어 나가게 해야 합니다. 갈등이 있으면 화해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자기 수행을 기초로 사회활동을 해 나가야 합니다.

정토회는 개인의 고뇌를 극복하는데 부처님의 법이 양약(良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 우리 인류의
인간성 상실, 공동체 붕괴, 자연환경 파괴를 해결하는데도 부처님 법이 양약(良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토행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함께 하는 대승불교의 길을 추구합니다.
이것을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고 합니다.”

스님 법문을 듣고 다시 한 번 발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새로 영입된 서원행자님들의 발원시간을 가진 후, 각 지역별로 나와서 한 명 한 명 소개하고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좋고,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도반들입니다.
스님과 법사단이 함께 하고 있고, 함께 활동하는 도반들이 있어서 그런지, 단지 이름과 직책을 소개할 뿐인데도,
다들 까르르 까르르 웃기도 하고, 배를 잡고 웃기도 합니다.

 

스님께서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씀이 웃음이 되기도 하고, 격려가 되기도 합니다. 스님이 앞에 앉아 계셔서
떨려서 말이 헛나오기도 하고, 이름을 잊고 소개 안하기도 하고, 직책을 빼 먹기도 합니다.
소개하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다는 재치있는 사회자의 진행도 즐거움에 한 몫을 했습니다.
소개하는 시간을 끝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정월대보름을 하루 앞둔 둥근달이 은은한 달빛을 곱게 비춰주었습니다. 맑은 공기를 새근새근 들이마시며
우리는 곤한 몸을 누이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불이 켜지자 다들 일어나 침구를 챙기고, 청소 당번인 조원들은 얼른 대수련장을 쓸었습니다.
5시에 다같이 천일결사 기도를 한 후, 다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전국대의원회의에서 결정된
사업 보고가 있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온 몸과 정성으로 준비했던 전국 시군구 300강연인
‘희망세상 만들기’는 다시 돌아봐도 감동적이었습니다. 보고하는 동안에도 중간중간에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며
우리들의 작년 한 해를 자축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의원회 보고를 듣고는 서원행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정말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더 날카롭게 질문을 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새롭게 제안을 하기도 해서, 더 활발하게 회의가 진행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보고와 질의응답을 다 받은 후에 있었던 스님의 정리말씀도 좋았습니다.
스님께서 혹시 더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의견이 있으면 자유롭게 더 이야기 해 보자며 자리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미흡했던 이야기들이 더 쏟아져 나오고,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우리가 같이 채워나갈 지에 대한
의견들도 함께 내면서 대중공사(大衆公事)가 진행되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중들이 스스로 주인으로서 정토회를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보살피며
지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마무리 회향 법문을 하시면서, 다시 저희들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통일은 안됐지만 통일을 꿈꿉니다.
우리는 지구 환경이 좀더 개선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 사회가 좀더 민주화되기를 꿈꿉니다. 우리 사회가 좀더 평등해지기를 꿈꿉니다.
피부빛깔이나 남녀, 종교, 사상, 이념이나 취향 때문에 차별받고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 멀리 불빛을 보고 가는 사람은 아무리 멀어도 희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나요? 돈? 쾌락? 명예? 있다고 해도 불빛이 될 만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우리는 불빛을 보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교만이 아니라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만 있다면 먹고 자는 것이 조금 피곤한 것은 큰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자긍심이 부족하면
이럴 때 지치게 됩니다. 몸이 피곤한 것이 지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있는 괴로움도 없애려고 여기 들어와서 없는 괴로움을 만듭니다. 그런 것은 수행이라 할 수도 없고,
보살의 원(願)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괴로움이 있고 한계가 있고 모순이 있지만, 어제보다 오늘,
지난해보다 올 해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 멀리 불빛을 보고 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상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볼 때 그들의 주요 대화 내용이 뭐예요? 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개인들을 좀더 행복하게 하도록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자기 삶을 투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의 활동은 어떻게 보면 고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침대에서 자는 것과 침낭에서 자는 것은
차이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불빛을 보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올 한 해를 임해 봅시다.” 
 

 

온 몸 가득 에너지를 충전받아서 그럴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즐거움 때문일까요?
회향식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환했습니다.

오늘 행사를 마치고, 스님과 법사님들은 서원행자 신도님의 어머니가 오늘 갑자기 돌아가셔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과 기도를 하고, 늦은 시간에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정토회 산하 사단법인 단체들의 이사회와 총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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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주

불빛을 보고 가는 사람...
스님을 통해 불법을 만나
하루하루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현재의 저한테


2013-04-06 18:08:20

더운

나에게도. 불빛을 발견하여 희망찬 나날을 보내고. 있다. 늘. 법륜스님께. 감사하며

2013-03-07 10:21:33

^^^^

정토회가 워낙 일을 많이 하시니,여러방면으로 논의하시고 하는 과정도 복잡하실 듯 느껴지네요..암튼 상상하기 힘든 그 많으신 일들,어찌 헤쳐나가시는지..스님 머리가 정말로 꾀나 복잡하실 듯 느껴집니다..

2013-02-26 20: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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