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26일 법륜스님의 하루(포항, 안동, 경주)

오늘은 경상북도를 돌았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에서 새벽에 출발해서 포항으로 갔습니다.
시간에 맞춰 포항정토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입구에 젊은 청년들 여럿이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포항 청년들이구나?”하며 웃으며 물으시자, 청년들이 “녜-”하면서 싱글벙글하며 큰 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포항은 작은 정토법당인데도 작년에 청년회가 결성되어서 300강을 할 때도
자원봉사를 많이 했습니다. 포항법당도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법당을 돌면서 법문을 하니까 질문이 정말 많습니다. 활동하면서, 기도하면서 생기는 어려운 점들,
개인사들을 질문을 많이 하는데, 포항에서는 5개 질문을 받고 2개는 시간이 부족해서 받질 못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시간이 되는데만큼 끝까지 질문을 받으시고, 저희는 시간을 보며 스님 점심식사 상 차린 것을
다시 도시락으로 바꿔서 담고, 스님 마치자마자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여러 질문들 중 질문하면서부터 울면서 질문한 젊은 여자분의 사연을 올려 봅니다.

“(울면서) 제 고민은 신랑이 재작년부터 눈에 복시현상이 생기면서 아프기 시작해서 그 때부터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더니, 지금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명한 병원을 다 다녀봐도 병명이 없다고 합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스님께
좋은 말씀 들으려고 왔습니다.”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러나 이런 남편을 둔 아내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기 있어요?”

“예. 3살이예요.”

“엄마가 매일 우는 것이 아기에게 좋을까요?”

“아니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내가 웃을 수 있을까요? 남편이 내가 병들어라 해서 병들었나요?”

“제가 소홀해서 남편의 병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남편이 이렇게 된 데는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남편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내가 돈 아끼려고 치료를 안하는 것도 아니고, 또 병원에서는 현대의학으로
어쩔 수 없다잖아요? 그런 남편을 보고 내가 매일 울어야 아기에게 좋을까요, 웃어야 남편에게도 좋고,
아이에게도 좋을까요?”

“웃어야 좋겠죠.”

“남편의 병이 치유가 되고 안 되고, 살고 죽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고, 치료하는 것은 의사가 하는 일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설령 남편이 돌아가신다고 해도 울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섭섭하죠. 그러나 그 정도로 마음이
딱 잡혀야 합니다.

자기가 할 수 없는 남편 문제를 가지고 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아기를 잘 키우는 일이 중요한 것입니다. 엄마가 웃어야 아기가 잘 컵니다. 지금처럼 엄마가 자꾸 울면
아기 마음에 슬픔이 형성됩니다. 그래서 아기 키우는 엄마는 울면 안됩니다. 생글생글 웃어야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내와 엄마 중 엄마가 더 중요합니다. 엄마의 책임을 방치하면 안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엄마는 아기를 보호해야 합니다. ‘좋은 엄마가 되겠습니다. 웃는 엄마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그래야 남편 병도 더 좋아집니다. 남편의 치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병원에만 모시고 갔다가 왔다가 하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음 장소가 안동이라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빠듯해서 더 질문을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질문이 남은 두 사람은 안동이나 경주로 오시면 어때요? 지금은 도저히 더 받기가 어려운데요. 미안합니다.
명상 중에 먼저 나가겠습니다. 제가 먼저 나가더라도 따라 나오지 마시고, 아직 공지사항과 몇 가지가
남아 있으니 끝까지 듣고 나오세요, 아셨죠?”하면서 명상이 시작되자 조용히 나오셨습니다.

바로 차를 타고 안동으로 향하면서 차에서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안동으로 가는 길은 국도로 갔습니다.
매일 고속도로로 다니다가 국도로 가니까 정겹고 좋았습니다.

3시부터 안동정토법당에서 법회가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이며 주변 정리가 말끔히 되어 있었습니다.

“스님 오신다고 일요일부터 옥상 청소, 계단 물청소까지 하고, 내내 정리했어요.”하던 안동거사님 이야기처럼,
시설은 다른 법당들보다 덜 되어 있는데, 노력한 손길이 보이는 것 같아 스님을 맞아하는 지역 법당
보살님, 거사님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안동에서도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 그 중에 마음에 남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남편과 교회에서 만나
결혼을 한 후 남편이 박사학위 받을 때까지 뒷바라지를 했는데, 나름대로 성공한 남편으로부터도 무시받고,
시댁으로부터도 핍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매주 가서 일을 도와도 아들을 낳지 못해서 대를 끊는다고
욕을 해서 시댁에도 발을 끊었고, 남편은 처음부터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같이 살기 힘들다고 해서 현재는 별거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잘 해서 남편과도 같이 살고,
시댁에도 다닐 수 있기를 꿈꾸고 있는 여자분이었습니다.

“지금 몇 살이예요?”

“마흔 여섯 살입니다.”

“아이는 있어요? 몇 살이예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스무살입니다.”

“직업은요? 밥 먹고 살 수 있어요?”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데 밥 먹고 살만은 합니다.”

“남편하고 같이 안 살아요?”

“아이 보러 가끔 집에 옵니다. 대화도 안 합니다. 제가 말을 걸면 너와 이야기하기 싫다고 합니다.”

“남편 직업은요?”

“공무원입니다.”

“배심원 여러분. 이 여자분 이야기 들었죠? 이 분 이야기를 100% 다 믿으면 안 돼요. 상대편 남자 입장에서도
생각을 하셔야 됩니다. 아셨죠? 이 여자분이 이혼하는 것이 좋겠어요? 안하는 것이 좋겠어요?”

“(대중들) 이혼하는 것이요.”

“자, 그럼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사람들이 이혼하는 쪽에 손을 우루루 들었습니다.

“배심원 판결이 이혼하는 것이 좋겠대요.”

“저는 이혼 안하고 맞춰서 대화를 해서 풀었으면 좋겠는데, 그 방법을 잘 몰라서요. 제가 이야기를 잘 해도
남편은 너에게 안 돌아갈 것이라고 하면서 화내서 말합니다.”

“남편이 개과천선해서 반성을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되잖아요. 그런데 남자가 안 그러면 어떻게 할래요?
남자 바라보고 사는 인생이 내 인생 내가 사는 거예요? 노예처럼 사는 거예요? 노예처럼 살기 싫으면
이제는 마음에서는 끝을 내세요. 더 이상 기대를 하지 마세요. 아이가 20살이 넘어 성인이 되었기때문에
엄마로서의 책임을 다했으므로 이제은 남편과 일대일로 단판만 하면 돼요. 내가 이 남자가 싫어서
헤어지는 것이면 참회를 하고 같이 살면 되지만, 상대가 싫다고 하는 것이라 상대가 변해야 해결이 되는 겁니다.

결혼해서 남편 뒷바라지해서 성공 시켰고 아이도 하나 키워 봤잖아요. 헤어진다고 해서 손해볼 것이
뭐가 있어요? 왜? 이혼해 봐야 별 소득이 없어요?(예) 그러면 이혼은 하지 말고, 마음 정리를 하고
내 인생 열심히 살면 됩니다. 상대가 변해서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상대를 고치자는 것이므로
수행이 아니예요. ‘절 열심히 하면 상대가 언제가 돌아오겠지’ 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라 기복이예요.”

“사실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바보지요. 그렇게 살지 말고,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잖아요? 내가 도와줬다느니, 시댁에 가고 싶다느니
하는 생각을 끊으세요. ‘내 할 일은 다 했다’하고 자기가 먼저 독립을 하면 됩니다. 자기는 지금 하는 태도는
비굴한 것입니다. 남편 환심을 어떻게 사 볼까?하는 거예요. 비굴하게 살기 때문에 억울한 것이
안 없어지는 겁니다. 마음에서 끝을 내야 해요. 그래야 자기가 두 발로 설 수 있어요.
뭐가 좋아서 그래요? 공부시킨 것이 아까워서 그래요? 그 남자가 좋아요?”

“아이 아빠니까요. 가정을 깨기 싫으니까요.”

“그렇게 비굴하게 구니까 남자에게 천대받는 거예요. 엿처럼 붙어서 안 떨어지니까 천대받는 겁니다.
참고 사는 것이 잘 한 것이 아니예요. 자기 마음 씀씀이가 굉장히 비굴한 것이예요. 이 세상에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예요? 내가 라면을 끓여 먹고 살아도 비굴하게 살 필요없어요. 여기서 마음을 딱 정리해서
그 남자에게 비굴하게 굴지 마세요. 당당해야 합니다. 인생 잘 못 산 것입니다. 나는 이런 남자 만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당당하게 사세요. 지금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노예근성같은 것입니다. 대한민국 여자를 창피주고 있어요. 당당하게 살아보세요.”

사람들 살아가는 사연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은 법당간 간격이 멀어서 이동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안동에서 바로 경주로 이동했습니다.
경주법당에서 저녁식사를 정성껏 준비해 놓아서, 스님과 수행팀, 촬영팀, 영남사무국까지 다 같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경주법당에도 사연이 많았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29살 여자분은 회사와 노조간의 갈등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당하게 되었는데, 비정규직 없애라고 하니까 회사가 비정규직 중 대부분을 해고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재미있던 회사생활을 접게 되면서 ‘내가 일회용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생의 허무함에 죽고 싶다고 했습니다.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질문하지 않았으면 자살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법문을 마칠 즈음에
스님께서 그 여자분 얼굴을 보며 “아까 곧 죽을 듯이 축 쳐져 있더니, 이제 환하게 웃네. 괜찮아요.”
스님 말씀에 저희도 같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법당 앞에 개소주집이 있어서 왔던 사람이 다시 안 오기도 해서 마음이 위축되기도 한다는
불교대학 담당자의 질문도 있었습니다.

“개소주집이 있는 것이 문제인가요? 개소주집 위에라도 법당이 있는 것이 좋은 것인가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 저것 따지면 고마운 것 없이 다 문제입니다.
개소주집 위에라도 법당이 있어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해도 고마운 것입니다.”

 

경주법당 활동가들은 법당이 시장통 안에 있어 사람들이 찾기가 어려운데다, 이제 문틀도 일어나고
화장실도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참에 법당 이전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 이 곳 저 곳 법당 자리를
물색하고 있었나 봅니다. 법회를 마치고, 경주정토회 대표님이 스님을 모시고, 큰 대로변에 있는
물색한 장소 한 곳을 보여주며 이런 저런 경주정토회의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인사를 하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일산, 서대문, 인천에서 법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스님은 조찬 모임이 있어서, 오늘 밤새 서울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사연을 접했던 하루였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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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행자

네~~
스님코스가 좀 무리하게 잡혔네요
서울에서 출발해서 다시 서울로 오시는 일정이면
설사 경주법당이 꼭 저녁에 해야 한다고 해도
안동을 거쳐 포항 그리고 경주로 잡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드네요...ㅋ

2013-03-03 13:54:56

길벗

감사합니다..<br />노에근성으로 살지 않겠습니다.<br />내인생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겠습니다...^^^^^

2013-02-28 17:04:11

도기말

포항, 경주, 안동으로 일정을 잡으면 스님이 덜 피곤하실텐데 혹 질문 못하신분이 몰릴까봐 그러시나! 가끔씩 궁금증이 드네요!

2013-02-28 16: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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