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21일 법륜스님의 하루(청주, 제천, 원주)

어제 일기예보에 목, 금요일 중부지역에 눈이 온다기에 약간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맑은 하늘이라 안심을 했습니다. 그 대신 기온이 떨어져서 쌀쌀했습니다.

오늘 오전은 청주정토회에서 법회가 있었습니다. 각 법당마다 정초에 한 번 오시는 스님을 맞이하느라
꼭 잔치집 같이 들뜬 분위기들입니다. 점심식사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입구에선 오는 분들에게 인사하느라,
주차돕느라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청주정토회는 몇 년전만 하더라도 활동가들이 나이가 많고, 사람이 많지 않아 약간 썰렁한 느낌이 많았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차고, 법당게시판도 갖가지 모양으로
예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청주에서도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한 분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저는 공무원하다가 퇴직했습니다. 어머님이 88세이신데 치매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농사지으면서 저희들을 키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생활도 잘 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어머니를 잘 모신다고 했고, 주위에서는 어머니도 모시고 며느리도 착하다는 그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제는 퇴직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치매니까, 이성적으로는 잘 모신다고 생각하는데,
감정적으로는 귀찮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런 마음이 드는 제 자신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열심히 천배하고 정진하면 그런 마음이 없어질까요?”

“그것은 자연스러움이예요.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 들어보셨죠? 효자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특히 육체적인 질환은 간호할 때 보람을 느껴요. 그런데 정신적인 질환은 육체가 멀쩡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 눈에 안 보여요. ‘정신만 좀 차리면 될텐데...’하는 생각이 드니까 힘이 듭니다. 정신적인 질환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자꾸 하잖습니까? ‘니가 내 밥에다가 독 탔지-’ 이런 말을 하니까 환자라는 생각이 들어도
못 견디는 거예요. 간호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그럴 준비가 덜 되어 있거든요.

치매 노인도 마찬가지예요. 딴소리를 하거든요. 치매라는 것은 뇌세포에 이상이 있어서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거예요. 무의식으로 깊이 들여다보면 어릴 때의 상처입은 것이 계속 나옵니다.
지금 나를 욕하거나 불만을 토로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릴 때 상처가 저렇게 있었구나’, 가만히 지켜보면서,
‘어머니가 어릴 때는, 결혼생활할 때는 저런 어려움이 있었구나’하며 재미로 보면 됩니다.
연구하는 마음으로 하면 됩니다. 기도를 할 때 그런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 자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죠.

지금 잘 하고 계십니다. 이것이 정떼는 거예요. 노인들이 자는 듯이 죽는 것이 소원이잖아요?
그러면 자식들이 너무 너무 섭섭해 해요. 죽을 때는 자는 듯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고달프지만
좀 아프다가 죽어야 해요. 갑자기 죽으면 남은 사람들이 제정신을 못 차려요.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정을 떼고 있다는 거예요. 나고 죽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없는 거예요. 자연의 순리에 내버려 두세요.
나는 간호만 할 뿐입니다. 여기서 불법이라는 것은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도 나는 행복할 수가 있다는 것,
이것이 불법입니다. 정성을 다해서 모시면 됩니다.”

 

청주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제천으로 향했습니다. 제천정토법당은 두어 번 와 본적이 있습니다.
자그마한 제천법당에도 신발장에 신발이 다 들어가지 않아, 바깥에 쭉 늘어놓았습니다.

스님께서 법문을 시작하시면서 2013년은 진실한 불자가 되어 보자고 하셨습니다.

“신년은 참불자가 되겠다, 진실한 불자가 되겠다고 원을 세워봅시다. 참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불법을 올바로 믿고,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실천하고, 올바로 증득해야 합니다.
이것을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고 합니다. 불법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대학이나 경전반에 다니고,
불교를 바르게 행하기 위해서는 백일기도에 입재해서 한 번도 안 빠지고 기도를 한 번 해 보는 겁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불법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문제가 참 많이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매일 정진하는 생활까지 할 수 있으면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3년은 불교대학과 천일기도로 한 번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천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자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분, 결혼생활 25년동안 부인과 의논하지 않고
큰 돈을 빌리고 사용하는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분,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남편과 이제는
이혼하고 싶다는 분의 사연을 들으면서 가정생활을 힘들게 해 나가고 있는 분들의 삶의 힘겨움이
그대로 전해져서 같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느 상황에서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하시면서, 질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남자가 돈버는 기계냐며 꾸지람도 하시고,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도 해 주시면서 법의 이치에 대해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권위적인 남자들이 돈까지 못 벌면 가정 속에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도 못 벌고 있다가 아프면 간호도 해야 하잖아요?”하는 말에
조금은 씁쓸해지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은 경제개념을 넘어서는 공동체라며, 이혼을 하더라도
아이의 아빠가 아프면 당연히 간호를 하고 보살펴야 된다며 스님께서 조금은 야단치듯이,
조금은 어르듯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천에서 원주는 1시간정도의 거리였습니다. 원주에서 저녁식사 준비가 어렵다고 해서
오늘 저녁은 스님께서 원주에서 막국수를 사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천에서 저녁 식사준비를 해 주셔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며 어정쩡하게 있다가 준비한 음식을 받았습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스님께서
“저녁에 막국수를 먹기로 했으면 음식을 준비해 주시더라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해서 안 받아야지.”
하셨습니다. “싸온 밥을 먹을래? 막국수 먹을래?” 저희들에게 선택권을 주셔서 “막국수요.”해서,
도시락은 내일 아침 문경 내려가면서 먹기로 하고 저녁으로는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저는 특히, 이럴 때 사람 관계가 더 우선시 되어서 단호하게 일을 처리하는 부분이 참 잘 안 됩니다.
또 한번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막국수를 맛있게 먹고, 원주정토법당으로 향했습니다. 원주정토법당은 오피스텔 사무실 같은 곳을
법당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통영법당보다는 조금 더 큰 것 같았습니다.
“오늘 60여명 정도 온다고 했습니다.”해서 60명이 과연 들어갈까 싶었는데, 그 좁은 공간에 70여명이 참가해서
거룩하게 법회가 봉행되었습니다.

 

오십대 중반은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일어나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요, 17일날 충주 입재식에 못 갔습니다. 입재식에 간다고 하니까, 부인이 “여보, 그런데 가지마.”해서 안 갔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일까요?
두 번째는, 법륜스님과 관련해서 걱정이 되어서 말씀드립니다. 3년 전의 스님 존안과 요즘 존안이
너무 차이가 납니다. 스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살펴보니 스님 얼굴이 너무 피곤해 보입니다.
일정 좀 줄이시고, 오래 사셔서, 법문을 더 오래 전해 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저의 생활이
스님 중심으로 되어 있는데 오래 사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세 번째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하루종일 듣고도 또 듣고 싶은데, 활동이 너무 화려해서 ‘난 뭐야’ 하는
비교의식이 생기곤 합니다.” 질문을 하는데 듣는 사람들이 즐거워서 신나게 웃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스님께서도 웃으면서 질문에 답을 하셨습니다.

“세 번째 것부터 답을 하죠. “난, 나야” 하면서 사시구요. 저는 3년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촛불인데,
날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밝아보이고, 날이 밝으면 밝을수록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시대가 어려워지나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조금 어려울 때 강합니다.
시절이 어려워지다보니 더 쓰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치도 잘 되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텐데
어려우니까 찾게 되고, 남북관계도 복잡하니까 묻는 일이 생깁니다. 여러분들 가정이 행복하면
나에게 물을 일이 있겠어요? ‘엄마수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스님의 주례사’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결혼생활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바깥 밝기에 따라서 드러나기도 하고, 전혀 드러나지 않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몸이 피곤한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 갔다가 들어왔는데 시차 극복이 좀 어렵습니다.
항상 미국갈 때는 비행기에서 푹 자고 내려서 깔끔한데,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잠이 안 와
영화도 한 편 보고 그래요. 시차극복이 어려운데, 바로 정토회 35곳을 다니다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무리를 했으니까 여기까지 와 봤잖아요. 인상은 좀 안 좋더라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잖아요. 멀리 보면서 얼굴 좋은 것을 볼 때도 있고, 화면은 좀 안 좋아도 가까이 보는 재미가
또 있습니다.

그리고 부인에 대한 것인데, 저는 남편이 못 가게 하는 것과 부인이 못 가게 하는 것과는 어려움은 비슷한데,
남편 쪽은 좀더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권위주의다’ 하는 것은 위에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다가 뭘 내걸어서 제압을 하려고 하는 것이 권위주의입니다.
말이 딸리면 ‘스님 앞에서 신도가 어디!’한다든지, ‘여자가!’, 혹은 ‘어디 아버지한테!’ 하면서 누릅니다.
자기 힘이 아닌 다른 힘을 빌려와서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는 것이 권위주의인데, 그러면 상대가 승복이 안 되고
억압이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폭발을 하게 되지요. 부부간에, 자식에게 권위로 대하면 나중에 버림받게 됩니다.
권위로 누르지 마세요. ‘우리 남편이 너무 종교에 빠지지 않나?’하는 걱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문제도 권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토론을 하면서 풀어보세요.”

오늘은 서울에서 약속이 있어 9시 30분에는 마쳐야 했는데, 거의 10시 되어서 마쳤습니다.
질문자가 꼭 질문을 해야 되겠다고 하면 스님도 잘 끊지를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이구. 질문하겠다고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하십니다.

서울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스님께서는 평화재단으로 가셨습니다. 약속을 마치고 오시면 스님의 오늘밤은
또 짧을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 7시부터는 또 평화재단 이사회가 있습니다.
그리고 금, 토, 일은 문경정토수련원에서 전국대의원대회가 있습니다.
문경의 차가운 공기와 쏟아지는 하늘의 별들이 갑자기 그리워집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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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원

통영 법당에 오셨을때 저도 그렇게 느껴었는데~
살아계신 이땅의 부처님 부디건강 하시어 법을 전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2013-02-24 19:43:33

백기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가슴 뭉클합니다
고맙습니다

2013-02-24 10:13:10

^^

자신을 드러내기위해 분주한 세상과 다르게 변함없는 스승님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글에 눈시울이 붉어 지는 것 같습니다.. 스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13-02-23 13: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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