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2월 20일 법륜스님의 하루(진주, 목포, 광주)

오늘은 서부경남인 진주에서 오전에 법회를 하고, 오후 3시에 목포, 저녁 7시 30분에 광주에서 법회가
있었습니다.

진주에서 3년 산 적이 있어서 진주법당은 위치가 어디쯤일까?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관심이 갔었는데, 
오늘 가 보니 생각보다 넓었습니다. 부엌도 넓고 방도 넓고 공간도 환해서 좋았습니다.
부엌에서는 점심 공양을 준비를 하고 있고, 오늘 오실 분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전체가 다 분주했습니다.

법회를 시작하면서 뒤에 올 사람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바짝 당겨 앉았습니다.

 

첫 질문자는 음식물 남기는 것에 대해 너무 예민해서, 남김없이 먹다보면 위가 찢어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위가 찢어져서 일찍 죽을 것 같다며 남긴 음식물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내가 채식하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술을 안 먹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남이 술먹는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고 권유할 수는 있습니다. 내가 불교를 믿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음식물 남기지 않는다고, 음식물 남기는 남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권유는 할 수 있습니다.
짜증이 있거나 원망하거나 남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처음부터 이 운동은 적게 만들고
적게 먹자는 운동이었습니다. 많이 만들어서 다 먹자는 운동은 아닙니다. 그러나 남기지 않기 위해서
과식을 하면 안 됩니다. 남긴 것을 싸와서 나중에 집에서 먹으면 됩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소식이 좋습니다.

일단, 음식을 적게 만들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배가 고프니까 많이 해서 남아야 좋은 잔치였습니다.
요즘은 음식이 넘치기 때문에 단체로 할 때 소식을 시켜줘야 합니다. 100명이면 80명 먹을 정도로 해서
부족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어 봅시다. 지금은 과영양 때문에 몸이 안 좋습니다.
배고플 때의 문화가 배 부를 때의 문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채식을 할수록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고기를 안 먹어도 외식을 하기 때문에
어디에 들어있어도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이 들어 있습니다. 일부러 고기를 안 먹어도 됩니다.
음식을 적게 만들고 덜어 와서는 남기지 않고 먹으면, 자원도 아끼고 재정적으로도 좋고, 환경적으로도
좋습니다. 쓰레기 대란도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좋다고 안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보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하면 되고, 밖에는 알림은 할 수 있지만,
왜 많이 시키고 왜 남기느냐고 화를 내면 안 됩니다. 문화는 쉽게 안 바뀝니다. 꾸준히 노력해 가야 합니다.”

음식물 남기지 않는다고 짜장면집 간장까지 다 마셔서 속이 탈이나 병원에 갔던 후배 생각이 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안 남기기 위해서 과식을 하거나, 어쩔 수 없이 남겨서 마음이 찝찝했던 많은 경험들이
떠올랐습니다. 스님 말씀 들으면서 빈그릇운동 한참 할 때에 비해서 나도 많이 해이해져 있구나 하며
돌아봐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6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일어나서 질문을 했습니다.

“집 고칠 때 화장실을 함부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던데예.”

“함부로 고치지 말고 정성껏 고치세요.”

“어떻게예?”

“함부로 고치지 말고, 정성껏 고치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더.”

사람들이 다같이 웃었습니다. 여태껏 문답 중 가장 짧은 문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법회가 목포라서 일찍 마쳐야 되는데 계속 질문자가 있어서 12시쯤에 마쳤습니다.
점심먹을 시간이 없어서, 법회 마치자마자 바로 출발했습니다. 스님 오신다고 점심식사를 정성껏 준비했는데,
스님께서 드시지 못하고 바로 출발을 해서 진주법당 신도님들께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점심은 목포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우동 한 그릇 후딱 먹고 이동했습니다.

목포법당은 인테리어는 다른 법당들과 비슷한데, 정면 바탕색깔만 다른 것 같았습니다.
목포에도 사람이 꽉 찼습니다. 경상도는 불교인이 많지만 전라도는 적기 때문에 목포에도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 생각지 못했는데, 법당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어제까지는 영남지역 국장님과 담당자들이
같이 다녔는데, 오늘은 중부권 국장님과 담당자들이 함께 자리를 하고 있어서, 지역이 바뀌었구나 싶었습니다.

 

목포는 법(法)에 대한 질문보다는 불교 일반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습니다. 목포에서도 오지에 살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그 곳에서 혼자 불교를 믿고 있는데, 기독교는 농사도 잘 되게 해주고 모든 것을 다 이뤄준다는데
불교는 마음만 닦아라고 한다면서, 혼자 108배도 하고 관세음보살 보문품 강독도 많이 하는데 잘 안된다며
스님께 투정하듯이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일어나서 불교의 신관(神觀)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서
죽음 후의 내세관에 대해서, 증산도의 후천 개벽에 대해서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아이 세 명이 있는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잘 키울 수 있는지 물었고, 또 한 분은 친정할아버지와
친정할머니의 제사를 합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순박해 보였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하나 하나를 조용히 귀담아 들으며 수긍을 해 나갔습니다.
스님께서도 질문한 분의 근기에 맞게 자세하고 자상하게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때론 다같이 웃기도 하고,
때론 조용히 귀를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법회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진지하면서도
가벼운 분위기였습니다.

목포에서 법회를 마치자마자 바로 광주로 향했습니다. 전에도 퇴근시간에 광주에 들어갔다가 차가 밀려서
혼난 적이 있어서 서둘렀습니다. 또 중간에 스님께서 만날 분이 있어서 잠시 만나고 법당으로 갔습니다.
저녁법회 때는 직장인들을 위해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곳이 많은데, 광주에 와보면 언제나 푸짐한
느낌입니다. 오늘도 과일과 떡과 두툼하게 직접 만 김밥과 반찬들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습니다.
스님 식사상에도 연초록 머위잎이 올라와 있어 봄내음이 물씬 풍겼습니다.

제가 광주법당은 워낙 여러 번 왔었는데, 와본 중에 오늘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온 것 같았습니다.
광주법당이 넓은 편인데, 법당 가득 사람이 와서 총무님도 기분이 좋은지 내내 싱글벙글 하였습니다.
스님께 청법가와 청법 삼배를 올리고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질문자도 많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질문할 사람 손들어서 7명만 질문하는 것으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화가 나면 억제가 되지 않아 지금은 아내와 7개월째 별거를 하고 있다는 분은 뭔가 바꾸고자하는 의지가
옆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아내도 같이 와서 스님께서 각각 기도문을 주고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기도 열심히 해서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도가 꾸준히 되지 않는다는 분의 질문과 스님 말씀을 옮겨 봅니다.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6차 천일결사 중 9차 백일기도 때부터 입재를 했지만 거의 백일을 채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식탐이 많습니다. 먹어도 먹고 싶고, 허기가 찹니다. 보시할 때는 처음에 마음 먹었던 수준의
1/3로 내려갑니다. 교만한 생각이 많고 남을 가르치려는 마음이 많습니다. 기도문을 받고 싶어서
일어섰습니다.”

“그냥 그렇게 사세요. 돌고 돌면서 살면 돼요. 먹고 싶다고 자꾸 먹으면 자꾸 살이 찌는 것이고,
기도 빼먹고 안하면 자기 까르마가 늘 돌고 도는 것이고.”

“법륜스님 제자로 있을 때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자라고 하는 사람들 90%는 안 변해요.”

“저는 그래도 3년 전보다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와-하며 많이 웃었습니다.

“그럼 우선 밥 먹는 것 하나를 하든지, 기도를 하나 하든지 한 개만 시도해 봐요.
하나라도 변화한 경험이 있으면 다른 것도 다 가능해져요. 한꺼번에 다 하면 힘드니까요.
아침기도를 하기로 했으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1시간 기도하겠다고 결심을 했으면 몸이 아픈 날도 하고,
손님이 오는 날도 하고, 초상난 날도 하고, 하고 싶은 날도 하고, 하기 싫은 날도 하고. 이것을 안 바꿔야 됩니다.
회사는 빼먹더라도 기도는 안 빼먹는 겁니다. 하기로 한 것은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과정에 못할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납니다. 몸이 아프다든지, ‘손님 왔는데 기도한다면 욕 듣지 않을까?’ ‘초상났는데 무슨 기도인가?’
하며 못할 핑계가 자꾸 일어나는데 이것을 마장이라고 합니다. 보통 그 때 그만두게 됩니다.

새벽기도를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하는 겁니다. 결심하고 각오할 것도 없이 하는 것입니다.
‘밥을 안 먹더라도, 잠을 안 자더라도 기도는 한다.’ 이렇게 정해서 하면 엄청난 저항이 오더라도 업이
못 이깁니다. 업을 제압하는 겁니다. 마왕을 제압하는 겁니다. 마왕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안 먹기로 했으면 안 먹는 거예요. 기도하기보다 이것이 더 어려울 겁니다.
딱 정해서 하면, 나중에는 친구들이 이해합니다. 다 해결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수요일날 무조건 절에 온다,회사에서 잘리더라도 온다고 정해서 절에 다니면 나중에는 주위 사람들이 다 조정해줍니다.
먼저 자기가 극복을 해야 바깥 세상이 바뀝니다. 기도문은 ‘하기로 했으면 그냥한다.’입니다.
이것이 해탈로 가는 출발입니다. 하나만 극복하면 다른 것은 극복하기 쉽습니다.”

 

8차 백일기도 시작한 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백일기도 동안은 스님 말씀따라
그냥, 무조건 한 번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돌아 늦은 밤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청주, 제천, 원주에서
법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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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향

&quot;하기로 했으면 그냥한다.&quot;라는 기도문을 저의 기도문으로 받아들여봅니다.<br />저에게도 절실한 기도문이네요.^^ 이것이 해탈로 가는 출발이라니 더 마음을 내어서 그냥 해보렵니다. 감사합니다._()_ 흥미진진한 질문들도 많이 올라왔네요...

2013-02-22 21:41:39

정호성

감사합니다 글 읽는 순간순간 느끼게 됩니다 ...

2013-02-22 09:40:52

있는 그대로

해탈로 가는 출발은-<br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한다......<br />아!!!<br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한다...<br />정말 어려운 숙제....(^_^)

2013-02-21 18: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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