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20일 법륜스님의 하루(석가족 수련)

새벽 5시, 마을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저희 숙소에서 수련장소까지는 500m 가량 되었습니다.
걸어서 수련장으로 가는 새벽길. 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공기는 시원했습니다.
수련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인사를 하시고, 바로 명상으로 오늘 하루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고요한 새벽 명상. 사람들이 스님께서 안내하는대로 조용히 앉아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 후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7시에 바로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수련은 신해행증(信解行證)대한 스님의 법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첫째, 담마를 믿는다는 것은 인연과를 믿는다는 것이고,
둘째 담마를 알아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연기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며,
셋째, 담마를 행해야 한다는 것은 계율을 지키고 선정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고,
넷째, 담마를 증득한다는 것은 반야와 열반을 증득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각각에 대해서 예를 들어가며 듣는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깊이, 자세하고 상세하게,
그러나 알아듣기 쉽게 하나 하나 짚어가면서 법문을 해 주셨습니다.

오전 법문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뿌리와 사부지, 달과 파파야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제일 먼저 스님께 음식을 드리고, 저희 일행이 먹었습니다. 남자들이 식사를 안 하고 있어서
왜 식사를 안 하냐고 물으니, 접시가 부족해서 여자들이 먼저 식사한 후에 남자들이 먹는다고 했습니다.

수련이 모두 스님께서 진행하는 것이라, 오전 내내 쉬지 않고 법문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점심시간에 잠시 휴식을 하시고, 오후 내내 다시 법문을 하셨습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어제는 150여명이 참가를 했었는데, 오늘은 300명이 넘게 참가를 했습니다.

 

오후에 다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후 법문은 벽에 걸려 있는 벽화 중에 제따바나를 기증한 수닷타장자에 대한 이야기로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3시경이 되니까 UP주 주의원이 인사차 찾아왔습니다.
인도는 연방 국회의원(MP)이 있고, 주의회 의원(MLA)이 있다고 합니다.
MLA 의원이 행사에 참가하기는 쉽지가 않은데 와 주었다고 합니다. MLA는 스님께 예를 올리고,
어제 찾아오려고 했는데 델리에 있어서 오지 못하고 오늘 와서 미안하다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잠시 수련 휴식시간을 갖고, 휴식시간에 국회의원과 스님께서 잠시 차담을 하셨습니다.
이 분은 작년 선거 중에 스님께 찾아와 인사를 드렸는데, 당선되었다고 좋아하면서 스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 분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스님께서 축원 좀 해 주십시오.”해서
다 같이 웃었습니다.

 

그 후에는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생활상에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물어보라고 했을 때 남자 한 분이 일어서서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스님께서 예를 들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인도분들이 참 즐거워했습니다.
가정사 문제는 한국이나 인도나 별 차이가 안나나 봅니다.

 

첫 질문에 이어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갈수록 농사짓는 것이 손해를 보게 되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는데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이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왜 남한과 북한은 사이가 안 좋은지, 인도와 파키스탄이 사이가 안 좋은 것과 같은 문제인지
묻기도 했습니다.

오후 법문을 마치고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낮에 시장에서 산 완두콩과 감자를 삶아서 먹었습니다.
이 곳 야채들이 참 싱싱하고 맛있습니다. 당근도 단맛이 강하고, 과일도 맛있습니다.

저녁에는 스님께서 벽화 중에 라훌라 출가 장면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대중들이 참 진지하게 듣습니다.
그리고 재미있어 합니다. 이렇게 법이 전해지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젊은 청년들도 많이 참가했습니다.

스님께서 일상에서 정진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한 가지는 어제부터 계속 가르쳐 주고 있는 명상법인데 하루에 30분에서 한 시간씩 하면 좋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절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 주시고, 하루 108배를 해 보면 나를 내려놓는데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대중들에게 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데 사람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스님께서 직접 시범을 보이고, 청년들과 아이들이 직접 올라와 절을 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스님께서 “이제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잘 주무시고, 내일 새벽 5시 30분부터 다시 수련을 시작하겠습니다.”
하시면서 9시 30분경에 수련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작년에도 이 행사에 참가했던 무변심 법사님이 스님께 왜 올 해는 작년보다 사람이 적은지 물었습니다.
“작년에는 큰 도시에서 해서 여러 지역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이번에는 작은 도시, 우리 읍과 같은
작은 곳에서 해서 주로 이 지역 사람들이 오다보니 사람들이 적지만, 사람들이 순박해서 좋네.” 하셨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아이들까지 가족들이 다 참가해서 스님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을 존경하고 공경하는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스님과 함께 온 저희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며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저희도 어제는 약간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하루 사이에 친한 사이되어
편안해졌습니다.

이 곳은 농산물이 풍부하고 일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수자타아카데미가 있는 둥게스와리와는 달리
깨끗하고 풍족해 보였습니다. 사람들도 순박했습니다.

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수레 가득 하얗고 긴 싱싱한 무가 실려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무가 참 좋다며 한 단 사서 내일 수자타아카데미 가서 김치를 담아 먹자고 하셨습니다.
주인에게 한 단에 얼만지 묻자 스님을 보고 웃으면서 그냥 가져 가라고 합니다.
수레에 담긴 무 전체를 다 가져 가도 되고, 수련장 옆에 밭이 있으니 내일 와서 더 가져가도 된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수레 옆으로 우루루 나와 좋은 무를 골라 주며 오히려 좋아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한 단을 얻어 왔습니다.

스님께선 이 행사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수바쓰지와는 벌써 20년전 수바쓰지가 20대 때부터 인연이 되어
오늘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바쓰지 부인과 델리와 아그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둘도 다 함께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스님께서 “수바쓰가 원래 나랑 살기로 했는데 출가를 안 했으니, 아들 둘 중 하나는 나에게 보내야지.”하자,
부인이 허락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인이 아들 둘 다 데려 가도 된다며 웃으며
흔쾌히 대답을 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스님을 존경하고 공경하고 감사해 합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웃으며 농담으로 제안을 해도
바로 흔쾌히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곳 사람들의 스님을 존경하는 태도와 수련에 진지하게 참가는 모습에서, 함께 온 우리를 가족이상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서 지난 20년동안 인도에서의 스님의 발자취가 그대로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까지 석가족 수련을 하고 오후 12시 30분에 수자타아카데미가 있는 가야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기차를 12시간 타야 한다고 합니다.

내일 소식 전하겠습니다.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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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사트바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무엇이 불교인가? 나는 바른 불교를 하고 있는가? 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열심히 수행하고 보살행을 하겠습니다. 법륜스님과 정토회 여러분들의 공덕을 수희찬탄합니다. _()_

2019-07-01 08:10:45

오선주

순차통역으로 즉문즉설이 가능하다니 큰 희망이 느껴집니다. 어서 노하우를 공유해 주셔서 미주 등 전세계 사람들이 스님법문 나눌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스님해외법회에 한국인만 모을 것이 아니라, 달라이라마님처럼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2013-02-04 14:59:15

^^^^

석가족분들의 마음을 보니 제가 늘 그리워하며 사는 잊혀진 옛정들이 그리워집니다..누가오면 옛시골 인심처럼,분주히모여 음식만들고..무 하나라도 다함께 골라주려는 모습들에서 사람사는 인정이 느껴져요..결국 우리 궁극으로 사는 목적이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싱싱한 무를 보시고 김치담가먹자는 스님..입맛이 없으신가봐요 ㅠ..늘 스님과 함께하시면 힘들거라고만 생각했는데,재미도 있을거란 생각도 듭니다..^^저렇게 귀여우시고 낭만있으시고,정이 많으신 스님이시니^^<br />아래,혜향님말씀에 동감하구요..읽었던 글 중에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이에요..^^*

2013-01-24 16: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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