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3일 법륜스님의 하루(인도성지순례 첫 날)

인도성지순례를 가는 날입니다. 새벽 3시 30분, 인도성지순례 스텝들은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참가자가 많아서 미리 공항수속 밟고, 인도에 가져갈 많은 짐들도 미리 부치고,
참가자들이 편하게 출국 수속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영하 16도를 밑도는 새벽 추위는 살을 에는 듯 했습니다. 이 시린 새벽 공기를 뚫고 전국에서
인도성지순례를 떠나기 위해 사람들이 인천공항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켈커타에서 합류할 미국, 방콕 분들을 포함해서 순례객이 207명, 스텝이 13명으로 220명이 함께
15박 16일동안 법륜스님과 함께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수속절차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떠나 방콕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방콕 공항에
오후 2시경에 도착했는데, 인도 켈커타행 비행기는 저녁 9시 55분 출발이라
방콕 공항에서의 시간이 많았습니다. 준비해온 간단한 김밥과 빵 등으로 조별로 모여앉아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고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4시부터 방콕 공항 한 쪽에서 인도성지순례 입재식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이번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 성지순례를 하면서의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면서
여행이라 생각했을 때는 힘들고 어렵겠지만, 순례라고 생각했을 때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인도성지순례를 하면서 나중에는 제일 큰 걱정이, 부처님은 온데 간데 없고, 어디서 어떻게 싸느냐,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자느냐는 것이 됩니다. 그 때 자기 마음을 보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지, 똑 같은 조건에서 밥먹고 차타고 자는데, 누군가 특별한 조건이 없는데
얼굴이 환해서 좋아죽겠다, 내년에 또 오고싶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상 팍 쓰고 다른 사람들이
웃는 것도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것이 나타날 때, 조건이 다르면 감정이 다를 수 있는데
조건이 똑 같은데 감정이 다르다고 하면 감정의 원인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자기에게 있습니다.
자기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기 업식입니다. 순례다니면서 즐거우면 한국에서도 즐거울 수 있고,
순례다니면서 불평하면 평소에 내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산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기 업식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4-5일 지나면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습니다. 머리도 못 감고, 몸도 못 씻고,
피난민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밤에 방에 들어갔는데도 습해서 축축합니다.
그러니까 이 마음이 자기 성질대로, 자기 까르마대로 가는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2시간에 걸쳐서 열강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30분 휴식을 하고, 다시 인도의 역사와 기후, 관습,
현재의 인도 상황인 종교갈등, 인종갈등, 민족갈등, 언어갈등을 포함한 인도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 후, 우리가 순례하는 길이 부처님이 다니신 순서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서 헷갈릴 수 있다며
부처님의 생애와 10대 성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서서 1시간 30분가량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 주시면서, 처음 서암큰스님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마음 가는 곳에 부처님이 있습니다. 저의 스승님이셨던 서암큰스님과 처음 인연이 되었을 때,
그 때는 그 분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둘이서 우연히 함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미국 LA에 있는 한 작은 법당에 하룻밤 묵으려고 찾아갔더니 절 주지는 외출하고 없고, 노승이 한 분 계셨어요.
먼저 왔으니 대접을 하겠다고 하며 먹던 밥으로 볶음밥을 해 주셨어요. 밥을 먹고 나서 이야기를 했어요.
그 때만 하더라도 제가 30대 열혈청춘이라 불교계에 불만이 많았어요. 이것도 고쳐야 하고
저것도 고쳐야 한다며 데모도 하고 그러던 때였어요. 불교계에 대한 불만 이야기를 두어시간 말씀을 드렸어요.
노승께서는 한 말씀도 안 하시고 다 들으셨어요. 다 듣고 나서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말이야. 논두렁 밑에 앉아서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네.
그 곳이 절이야. 이것이 불교라네.” 그랬어요.

그 때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뒷통수를 몽둥이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이론적으로는 ‘제법이 공하다’ 이런 것을 다 알죠. 그러나 현실에서 스님은 머리깎고 먹물 옷 입은 사람이다,
절은 기와집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것이 불교라고 규정짓고 이 불교가 잘못되었다, 고쳐야 한다는 입장에서 접근을 했는데, 큰 스님 말씀은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 수행자다, 수행자가 머무르는 곳이면
어떤 곳이든 절이다, 도량이다, 수행처다 이런 이야기였어요. 이것이 불교다 이런 거예요.

그런데 나는 그동안 불교 아닌 것을 불교로 삼고, 그것을 고치려고 애쓰고 안 고쳐진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어요.
선(禪)에서 마치 어리석은 자가 환화를 꺾으려는 것과 같다, 허공의 헛꽃을 꺾으려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이 때 환화라는 것은 꿈 속에서 본 환상의 꽃을 말하는데요, 그처럼 나도 또한 불교 아닌 것을 불교로 삼고
그것을 고치려고 한 헛된 노력이었습니다. 이런 스승의 지도와 작은 깨달음이 계기가 되어서,
소위 말하면 형식적인 것보다는 내용적으로 어디서든지 법담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어떤 곳이나 다
절이지 어떤 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방콕공항에서 법이 설해지니 이 곳이 또한 절이고 수행처라고 하시면서
부처님의 생애를 전반적으로 쭉 훑어 주셨습니다.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참가한 분들도
그렇게 오랫동안 앉아 있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스님과 함께 하는 역사순례라 그런지 자료집을 앞에 두고,
눈을 반짝이면서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스님 입재법문을 마치고 나니, 이번 순례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자세, 우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리가 확실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강연 후 인도성지순례 스텝들이 퀴즈를 통해 부처님 성지에 공양 올릴 조를 배정하기도 하고,
넌센스 퀴즈를 통해 순례기간동안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재미있게 놀이로 진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방콕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인도 켈커타로 들어왔습니다. 올 때보다 더 좁고 작은 비행기를 타고,
인도 켈커타의 늦은 밤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마자 매연의 매케한 냄새가 이곳이 인도구나 하는 생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짐이 많아 스텝들은 거의 모두 짐을 찾고 체크하고 정리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인도스텝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트럭에 짐을 싣고, 6호버스까지 본인이 배정된 차에 모두 올라탔습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스텝들을 만나니 반가움이 더했습니다. 잠시 눈 인사를 나눴지만,
함께 하는 도반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마웠습니다.

오늘은 숙소가 두 군데로 나눠졌습니다. 저희가 머문 곳은 세바켄드라입니다.
씻지도 못하고, 양치질만 겨우 하고 잠을 잡니다. 벌써 새벽 3시가 넘었네요.

내일은 켈커다 칼리사원과 죽음을 기다리는 집을 보고, 인디안박물관 참배를 하고,
하우라역에서 기차를 타고 밤새 무갈사라역으로 이동할 계획입니다.

내일 소식 다시 전하겠습니다.

 

전체댓글 41

0/200

달팽이

성지순례소실을 이렇게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3-01-08 21:17:57

최옥분

2011년 1월에 다녀와서 이제 조금싹 잊어가는데 들국화님이 동행하여 하루하루 여정을 설명해 주시니 앉아서 또다시 성지순례를 하는 것 같이 새롭습니다. 스님과 모든분들이 건강하시고 보람있는 성지순례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3-01-07 13:32:07

수행자

내일 소식이 기다려지네요! <br />인도 성지순례는 어떤 모습일까요?<br />소식 전해주신 분, 그리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3-01-07 10:57:39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