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2일 법륜스님의 하루(정토회, 평화재단 시무식)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지난 번 왔던 눈들이 녹지 않고 얼어붙어 해가 들지 않는 길들은
모두 빙판길이 되었습니다. 모두 조심 조심 다니고, 차 옆에도 바로 붙어서 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조찬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10시경에는 안과와 안경점,
이비인후과에 다녀오셨습니다. 지난 번 눈에 실핏줄이 터져 정토회관 가까운 안과에 갔었는데,
원장님이 그렇잖아도 존경하는 스님을 기회가 되면 눈을 전체적으로 검사를 해 주고 싶었는데
잘 됐다며 검사를 다해 주셨습니다. 오늘 한 번 더 오라고 해서 가서 마지막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감기가 아직 딱 떨어지지 않아 이비인후과에까지 다녀오셨습니다.

병원 다녀오셔서도 약속이 있어 계속 재단에서 일정을 하시다가, 오후 2시 정토회와 평화재단
전체 시무식이 있어 정토법당으로 오셨습니다.

시무식에는 실무자들과 중앙사무처와 서울정토회 활동가들이 참가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에 이어
서울정토회 상임법사님이신 자재법사님의 인사말씀으로 2013년 시무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이신 윤여준 님께서도 함께 자리를 하셔서 더 좋았습니다.

“저도 스님뵌지 5년 되는데 그 뒤부터 편하게 사는 것 포기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스님이 하도 열심히 하시길래 스님을 절반따라 가려다가 병원에 여러 번 갔습니다.
그 때 반성한 게, 흉내낼 수 없는 걸 흉내내다가 당한 벌이다, 그래서 올해는 아무리 스님이 열심히 하셔도
저는 잘 거 다 자고 해야겠습니다. 계사년 올해에도 저는 스님 모시고 여러분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원장님의 인사말씀을 들으며 많이 웃었습니다. 언제나 가까이에 계셔 주셔서 든든하고 포근한 원장님이십니다.

 

스님께서 시무식 법문을 해 주시면서 새해 인사도 겸하여 해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2013년도 계사년 새해 첫인사를 드립니다. 본래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마는
또 우리는 이렇게 시작과 끝을 만들어 놓고 한해를 보내고 또 한해를 맞습니다.
한 생각 일으켜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 일이라는 것이 너무나 복잡합니다. 그러나 한 생각 쉬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보면 이 세상에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애인이나 부부관계더라도, 또 사랑하는 부모자식관계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절친한 친구관계라 하더라도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하면서 자기 생각에 빠져서 살펴보면
많은 차이가 있고, 도저히 함께 못할 많은 이유들이 있고, 또 아무리 해결하려해도 해결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관계가 생겨납니다.

그런데 한 생각 놓아버리면 철천지 원수인 사람도 사실은 아무 문제가 없고, 사람과 산천초목까지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쉬면, 다만 들숨과 날숨만 있고
이 천지 우주간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자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사실은 이 텅 빈 자리가 본래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 곳을 고향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것이 자기 본래 자리입니다.
그런 곳에서는 나도 없고 너도 없고 내 것도 없고 네 것도 없고, 내가 옳다 네가 옳다 할 것도 없습니다.
그 곳에는 중생도 없고 부처도 없고 사람과 사람 아닌 것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옛 스승들은 그런 자리를 부처라 불렀다,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텅 빈 자리에 앉아 있어보면 사실은 한국이니 미국이니 하는, 또 한국 안에서도 서울법당이니 문경이니
부산이니 하는 이런 것도 다 구분이 없어집니다. 그러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옳은 것도 아니고 그른 것도 아닌 그런 자리에 우리가 설 때, 안온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한 해동안 우리가 세상에 나가서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만가지 몸을 나투었습니다.
무슨 팜플렛을 안돌려보나, 플랭카드를 안붙이나, 포스터를 안붙이나, 전국 시군구 강당을 빌려서
야단법석을 안 벌리나,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 이런 혼탁한 세상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맑은 기운을
만들어 볼까해서 우리에게 똥물튀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 거닐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 사람과의 다른 점은 바로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와서, 텅빈 자리로 돌아와서
본래 자기모습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고요적정속에 있다가 또 필요하면 세상에 만가지 모양을
나툴 줄을 알아야 합니다.”

스님 법문을 듣고 다같이 잠시 명상을 하면서, 오늘 들은 법문을 올 한 해동안 명심해서 살아가리라
다짐을 했습니다.

스님 법문 뒤에는 각 부서별로 나와서 올 한 해를 다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올 해는 신나게 놀면서 ‘놀자정신’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몰빵정신, 춤박정신, 피라미드정신,
도발정신 등을 내세우며 올 한 해 열심히 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스님께서도 끝까지 자리에 함께 하며 활동가들의 재롱을 즐겁게 봐 주셨습니다.

 

시무식을 마치고도 스님은 평화재단에서 계속 회의와 약속이 이어져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늦은 시간에 돌아오셨습니다.

내일부터는 인도성지순례를 떠납니다. 성지순례는 15박 16일이고,
스님께서는 성지순례 후에도 인도석가족 수계식, 수자타아카데미 스텝 수련 및 회의, 방콕 법회 등의
일정이 있어 1월 29일 귀국하셨다가 바로 당일날 필리핀 학교 준공식 참석차 필리핀으로 떠나실 예정입니다.

저도 스님과 인도 일정에 동행할 예정입니다.
인도 인터넷 사정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스님의 인도의 하루를 올려서 공유하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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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빵

몰빵 정신으로 아자! ^^

2013-01-14 09:59:21

유영선

신도분들의 새해 결심, 각오 들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올 한해도 기대됩니다.

2013-01-07 11:14:37

보리

&quot;사실은 이 텅 빈 자리가 본래의 모습입니다.&quot;라는 말씀이 와닿네요.<br />텅 빈 자리로 항상 돌아오겠습니다.<br />

2013-01-07 11: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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