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1월 1일 법륜스님의 하루(해돋이, 현대자동차 농성장)

새벽에 일찍 일어나 다같이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그 후 오늘도 따끈한 김치국밥 한 그릇을 먹고는
2013년 첫 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경주 양남면 해변가로 서둘러 이동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이동해서 바닷가에 내리는 순간, 해가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이 맑아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고 환하게 해가 솟아 올랐습니다. 함성을 지를 시간도 없이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붉게 온 바다를 물들이며 당당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파도와 물안개가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새해 떠오르는 첫 햇님을 보면서
다같이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다같이 둘러서서 이번 대통령님이 말씀하셨던
“잘 살아보세”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며 정말 잘 난 사람, 못난 사람,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배운 사람, 못 배운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잘 살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생각하며
크게 만세 삼창도 하고, 가슴 절절하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불러 보았습니다.

 

스님과 함께, 도반과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구름 한 점 없이 밝고 환하게 뜬 일출과 어울려
새해 첫 아침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스님과 개인적인 사진도 찍고, 부서별 사진도 찍었습니다.
서울팀, 문경팀, 법사단, 행자팀-하며 각 묶음 이름들을 만들어 스님과 이리도 찍고 저리도 찍었습니다.
새해를 맞이 하는 기분이 상쾌하고 즐거웠습니다.

 

해가 한참 떠오른 것을 보고 울산 현대자동차공장으로 향했습니다.
2013년 첫 날, 철탑 위에서 아침을 맞이한 노동자들의 마음을 어떠할까? 울산현대자동차 송전탑에서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격려 방문하였습니다. 농성장 앞은 천막만 쳐져 있고, 조용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천막을 돌아가니, 송전탑 앞에 노조 관계자분들이 여러분 계시고,
송전탑 농성장과 연결하는 크레인도 와 있었습니다.

“와! 즉문즉설 법륜스님이시네요. 저기 올라가 있는 동지 두 명이 다 불교 신자들입니다. 그렇잖아도
왜 연말연시인데 불교계쪽에서는 한 분도 안 오시나 하며 기다리는 마음이 있었는데,
새해 첫 날부터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하면서 관계자가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저 높은 곳의 농성장을 향해 “어이, 즉문즉설 법륜스님이야. 질문 준비해!”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경향신문 특별 취재팀이 취재와서 크레인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임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운이 좋아 크레인을 타고 스님께서는 철탑 위의 농성하는 두 분과 직접 만나서 악수도 하고,
격려의 말씀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통해서 봤지만, 두 분의 표정이 밝고 환해서 좋았습니다.

 

송전탑 위에서 농성중인 두 분과 크레인을 타고 올라갔던 사람들이 오늘 떠오른 해처럼 환하게 웃으며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송전탑의 두 노동자는 대법원에서 판결난대로 비정규직 파견근무 2년 후에는
정식 채용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업주부터 법을 제대로 지켜달라는 절규였습니다.
오늘로서 77일째 고공 농성을 하시는 분들.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비정규직이 얼마나 됩니까?”하고 스님께서 노조위원장님께 물었습니다.
“하청업체 빼고 울산자동차에만 8천여명이 됩니다.”하였습니다.
스님께서 언젠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유럽처럼 직업이 안정되지 않는 비정규직이
모든 혜택을 받는 정규직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아야 한다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근 10년째 비정규직 관련 투쟁을 한다는 노조 임원들.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 속에서
참으로 어렵고 힘들겠구나 싶었습니다.

스님께서 인사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절에 가서 부처님께 인사를 하려고 하다가
살아있는 부처님인 이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첫 예배를 올리는 마음으로 이 곳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뭔가 변화가 있으면 희망이 생기지 않겠나 생각했을텐데 그것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약간 절망적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곳곳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고 고통을 받고 있는 이런 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되어야
100% 대한민국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물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서, 이런 아픔을 해소하는 정치가 새해에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오늘 아침 밝은 해가 떠오르듯이 여러분들에게 그런 밝은 희망의 해가
떠오르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세상사가 다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인생은 뜻대로 안 된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이 여러분들의 이런 어려움에 충분히 함께 동참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새해에는 여러분과 함께
좋은 희망의 한 해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

 

이 분들에게 2013년 첫 날 아침, 법륜스님의 방문이 또 하나의 힘이 된 것 같습니다.
하루속히 이런 풀리지도 않고 매듭지어지지도 않는,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힘겨운,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도 힘겨운 이런 싸움이 없는 세상, 함께 상생하는 세상을 꿈꿔 봅니다.

크레인 위의 두 노동자를 향해 “힘내세요. 와---”하고 큰 함성을 보내며 인사를 하고 농성장을 나오는데,
농성장 앞에 경찰차가 서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차창을 열고 경찰 관계자들에게 수고 많으시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두 사람이 달려와 스님께 꾸뻑 인사를 합니다.
스님께서도 차에서 내려 “얼른 문제가 풀려서 서로 고생을 안 하도록 해야 될텐데, 수고가 많습니다.”하면서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스님께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되냐며 스마트폰을 들고 겸연쩍게 웃는 모습이
꼭 초등학생들 같았습니다.

 

철탑 위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 철탑 아래에서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 농성장 밖의 경찰들 모두가
수고로움을 벗어나서 서로가 잘 살려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3년 첫 날, 어려움 속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방문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중간에 폭설이 내리고, 7중 충돌사고도 있었습니다. 조심조심하며 서울로 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쌍용자동차에도 들렸다가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되네.”하고 아쉬워하시면서
다음 약속이 잡힌 서울 평화재단으로 이동을 하셨습니다.

곧 해외 나가시는 일정이라 각 단위별 회의와 만남들이 쭉 잡혀 있어서, 오늘 밤 늦게 들어오셨습니다.
내일도 계속 회의와 만남 일정이 있습니다. 오후 2시에는 정토회 본부와 서울지역 시무식에 참가하실 예정입니다.
내일은 시무식 소식 간단히 올리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9

0/200

김치국밥

김치국밥은 진짜 먹어본 사람만 안다.

참기름 동동 띄워서 먹으면 맛이 일품

2024-02-25 14:28:48

박백현

너무 감동이라서 눈물이 나네요. ~~<br />약자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푸시는 법륜스님.....<br />존경 합니다.

2013-01-09 16:32:50

행자

스님 감동입니다 감동입니다 감동입니다

2013-01-07 11:38:3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