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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눈이 많이 왔습니다. 계속 내린 눈 위로 또 소복히 눈이 쌓였습니다.
대중들과 함께 새벽기도를 마친 스님께서는 운동화를 신고 새벽산책을 나서십니다.
저희도 부리나케 따라 나섰습니다. 정토회관 가까이에 우면산이 있습니다.
우면산이 하얀 눈세상이 되어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300강을 마치고, 오늘로 꼭 8일째 매일 산책을 하고 계십니다. 매일 10km 가량을 걷다가
어제는 3.5km, 오늘은 5km를 걸었습니다. 새벽 그믐달빛에 의지해 움푹 움푹 발이 들어가는 눈 속으로
걸었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져 능선이에서 바람을 맞을 때는 볼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지만,
걸으니까 땀이 나고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산에 다녀오자마자 바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부터 전국 정토법당 특별 순회법회가 잡혔습니다.
오늘 오전은 대전 부사정토법당, 오후는 청주정토법당에서 법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대전부사정토법당에 가니 익숙한 공간이 반가웠습니다.
가정법회를 하다가 처음으로 이 곳에 정토법당을 개원하고 오랫동안 대전지역 포교를 담당했던 곳입니다.
새로 이사한 대전정토회에 비하면 비록 작지만 아담한 공간에서 그동안 희망세상만들기 자원봉사를 했던
분들과 함께 법회를 하니 가족같이 따뜻하고 편안했습니다.
특별법회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스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지난 1년동안 희망세상만들기 300강 준비한다고 여러분들께서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대전정토회는
대전, 충남, 전북 등 3개 자치지역 40개 시군구를 전담해서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늘 홍보하고 강연 준비한다고 우리 회원들은 법문도 못 듣고 일만 했습니다. 일반법회하면 여러분은
사람들 안내해야 하고 밥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자원봉사한 회원들끼리만 모여서 법회를 하자,
그래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지만 특히 활동하면서의 어려움, 홍보하면서의 어려움, 그런 것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해 보자 해서 특별법회 마련했습니다.
2월6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면서 매년 하던 정초법회도 올해는 못하고 강연 준비만 했습니다.
올해도 봄, 가을 강좌를 대전정토회에서 했지만 나머지 시군구 강연은 모두 일반 강연장에서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법회 시작하는 삼귀의, 반야심경도 하지 못하고 청법가도 하지 못하고
사홍서원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삼보에 귀의하고 자기를 잘 점검하면서 1년을 마무리하는
송년 법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님께서 300강 하신 것만으로도 힘드셨을텐데 곧이어 전국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는 시간까지 내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며 싱글거리는 보살님들.
아마 그 마음은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의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대중이 많아져 멀리서만 바라보다가, 예전처럼 가까이서 얼굴을 마주보며 스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것 같았습니다. 집안 잔치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스님께서 수고하신 자원봉사자분들께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수고하신 것은 말로 한다고 다 위로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말 지난 1년 동안 남이 보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할만한 일들을 했습니다.
법륜스님은 얼굴 역할을 했고 여러분들은 손발 역할을 했습니다.
일은 손발이 열심히 하고 생색은 얼굴이 냅니다.
그러나 손발과 얼굴은 한 몸입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손발 역할을 해 주었기에 이런 기적같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300강 준비한다고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어려운 사람 위로해주고, 답답한 의문을 풀어주었습니다.
또 요즘같이 젊은이들이 자살하고 어려운데 누구 하나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는데
청춘콘서트를 열어서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세상만들기를 해서 지역마다 찾아가서 사람들을 위로했습니다.
저도 이번에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어려운 삶의 이야기 듣는 것도 그렇고, 지자체에 가서시장, 구청장, 군수 등
자치단체장을 만나다 보니 행정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또 지방에 가보니 옛날에 비해 대한민국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과잉투자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난개발도 많이 되고 있구나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보는 것도 많고 듣는 것도 많다 보니 배우는 것도 많았습니다.
1년 누워있어도 지나고 보면 1년이고, 바쁘게 다녀도 지나고 보면 1년입니다.
눈 붙일 여가없이 바쁘게,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도 지나고 보면 지나간 1년에 불과합니다.
역시 남는 것은 부지런히 일했을 때, 최선을 다해서 했을 때입니다.”
스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을 깊이 새겨 들었습니다.
김민아 총무님은 스님께서 부사정토법당에 오신 것만으로도 내내 싱글벙글합니다.
음식도 어제부터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정읍, 전주, 예산, 홍성에서 활동한 분들도 함께 모였습니다.
내년에는 전주, 예산, 홍성에도 센타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활동하면서의 어려웠던 점, 지금 풀어가야 할 과제들, 개인적인 고민까지 활동가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즉문즉설 법회를 마치고, 보살님들이 스님께 꽃다발을 선물하셨습니다.
오늘은 오히려 스님께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했다고 꽃 한 송이씩 나눠주면 더 좋았겠단 생각도 해 봤습니다.
희망세상만들기 하면서의 수행담 발표도 있었습니다. 들으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는 일찍 버스타고 강연장으로 가고, 6살 아이가 일어나 간장과 김치로 상 차려놓고 아빠를 깨웠다는 이야기,
포스터를 붙이면서 포스터 속 스님 사진을 보고 “스님. 죄송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부디 꼭 붙어 계십시오.”라고 당부하면서 홍보했다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최선을 다한 이야기들, 어려운 속에서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고 참회하게 되는 경험들이 사람을 단단하게 하고,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을 다같이 부르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공양시간이 되자 어제부터 준비했다던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스님이 오셔서 좋고, 같이 활동했던 도반들의 얼굴 다시 보니 좋고, 맛난 음식 많아서 좋고...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공양 후, 청주로 이동했습니다. 청주는 청주, 충북지역 활동가들이 모이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오후 4시부터 법회인데, 한 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청주정토회 분위기가 환했습니다.
이 곳 저 곳에서 청년들이 튀어 나오고, 사무실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몇 년전 청주 분위기와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청주 자원봉사자들과 나누기를 했을 때, 최고 나이 젊은 자원봉사자가 54세였던 기억이 나면서,
바뀐 분위기에 저도 같이 환한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청주정토법당 초기 멤버이셨던 노보살님 한 분이 스님 앞에 가서 절을 하시고는 스님 손을 잡습니다.
“저는 스님 만나서 이렇게 편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아들 둘이 사고가 나고, 힘든 일이 많았는데도
다 해결이 잘 되었습니다. 스님 만나서 공부하면서 마음이 편해지니까 다 해결이 잘 됩니다. 고맙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요즘은 스님께 이런 인사를 하십니다.
청주에는 천안, 충주, 세종시에서 활동했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했습니다. 법당이 가득 찼습니다.
스님께서 위로와 격려를 해 주시면서, 우리가 했던 일들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정토회가 한국사회에 정신적인 문제든, 사회적인 문제든, 정토회 크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불교의 사회에 대한 좋은 이미지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민주화, 환경, 인권, 노동, 여성, 농민 문제 등 사회운동은 주로 교회에서 하거나
성당에서 했고, 주도하는 사람들도 신부님이나 목사님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서는 환경운동에 불교가 나서서 주도하고 있고, 특히 정토회는 북한돕기, 빈그릇운동,
난민지원운동, 통일운동 등 사회 긍정적인 이슈에도 많은 일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해 청춘 콘서트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불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면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넓게 씨앗을 뿌린 경우입니다.
스님이 불교계에서 늘 왕따를 많이 당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지방에 가면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스님과 정토회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정토회가 적은 인원이지만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어요.
300회 강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300군데 강의를 준비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강연장 가서 제가 한 일은 2시간 강연한 것밖에 없습니다.
사실 300군데 강연장 준비하는 일들은 다 여러분들이 해 냈습니다.
전국 정토회원들 다 모아봐도 어느 큰 절 하나나 교회 하나에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습니다.
그런데 많지 않은 우리 자원활동가가 열심히 한 것이 몇 십만명 신도를 가진 절이나 교회가 한 것보다
더 사회에 끼친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발과 얼굴이 한 몸이지만 그러나 오늘은 얼굴이 손발을 칭찬해주고 싶네요.
부지런히 다닌다고 고생했고, 온갖 것 다한다고 고생했습니다.”
스님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청주에서도 스님 말씀 후에 즉문즉설 법회가 이어졌습니다.
활동하면서의 남편과 부모님과의 갈등 문제, 외국 언론에서 바라보는 한국 대선 후보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석박사과정에서의 교수와 학생간의 불합리한 관계에 대한 불편함 등을 질문하고
스님께서 자상하게 답을 해 주셨습니다.
법회 후에는 젊고 발랄한 청년들이 나와서 밝은 노래와 가벼운 율동을 하면서 법회 마무리를 했습니다.
법회 후, 청주에도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자원봉사자들끼리 같이 모여서
스님의 격려 말씀도 듣고, 스스로도 자축하는 이 시간들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대전과 청주에서 그동안 열심히 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면서, 스님께서 왜 전국 특별 법회를 잡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법당에 오시니 사람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토회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그 많은 일들을 해 왔고,
앞으로도 해 나갈 사람들입니다. 300강이나 하셨는데도, 열흘을 더 전국으로 돌면서 자원봉사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사하게 다가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대구와 울산입니다. 대구와 울산 인근 지역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내일은 어떤 사연들과 만나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내일 대구와 울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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