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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는 어제 하루 일정으로 중국에 다녀 오셨습니다. 오늘 새벽 1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하셨습니다.
공항에서 스님을 모시고, 바로 울산 두북으로 내려오니 시계가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운전한 분과 저는 바로 휴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차타고 오면서 주무셨다며 아침부터 주변 정리를 하셨습니다.
9시경에 눈을 부비며 일어나 보니 스님께서는 일찍 아침식사를 하시고, 감나무에 남아있던 감도 다 따고,
이곳 저곳에 날려 다니며 지저분한 감나무 잎들을 갈퀴로 긁어모아 담벼락 아래 단정히 모아 두었습니다.
봉숭아 줄기며 시든 호박넝쿨, 콩 줄기 등 가을이 지나도 정리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시골에서 자라 가을이 지나도 정리하지 못한 넝쿨들이며 꽃대들이
마음에 걸렸었는데도 시간이 없어서 계속 정리를 못하고 있었는데, 저희들이 잠자는 사이에 스님께서
말끔히 정리를 다 해 놓으셨습니다.
늦게 일어난 저희들이 늦은 아침을 먹은 후, 다같이 경주 남산에 갔습니다. 남산 삼불사 옆의 작은 연못인
태진지를 지나 포석정 뒤쪽으로 가볍게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했습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이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남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스님을 보고 우연한 만남에
기뻐서 환히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한 시간 산책을 하고 목욕탕에 가서 목욕까지 하고 나오니 몸도 가볍고 기분도 상쾌했습니다.
오늘 스님의 점심 식사는 삶은 고구마와 생 밤, 사과였습니다.
부산으로 가는 차안에서 간식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부산 벡스코 강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30분 전에 벡스코에 도착해서 오늘도 강연장을 찾아주신 청학동 김봉곤 훈장님과 인사도 나누고,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에게 인사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 강연장에 들어가니 화이트 폭스가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인근의 스님 강연 때마다
재능기부를 해 주고 있는 화이트 폭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화이트 폭스팀을 이어서
김해정토회 이지영 님이 노래 2곡을 소프라노로 해 주었습니다. 특히 뒷곡이었던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들으니 가지 못하는 금강산이 더 그리워졌습니다. 통일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다음으로 남자분 한 분이 법륜스님의 유투브 동영상을 본 순간 인생이 180도 달라진 이야기를
담담하게 읽어 나갔습니다. 8년 결혼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한 것이 부인의 책임이라며 부인만 원망하다가
스님의 법문을 접하고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게 되면서 부인에 대한 원망은 사라지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 이런 것이 기적이구나...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악받쳐 있던 마음을 희망과 감사함으로 바꾸는 힘, 이것이 진실한 부처님의 법이구나 싶었습니다.
즉문즉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벡스코 오디토리움 1, 2층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3000여명이 스님을 환영하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6명의 질문을 받았는데, 앞의 세 가지 질문이 부부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자는 남편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했습니다. 특히, 첫 번째 분은
결혼 30년동안 알콜중독자인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살아오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해서 안타깝기도 했지만,
또한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온갖 어려움을 다 겪어내고 있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다단계에 빠져서 아이와 가정을 내팽개치듯 하는 아내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남편의 사연이었습니다. 질문자들의 처해져 있는 현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을 스님께서는
제시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답변이 참 좋았습니다.
네 번째 질문은 대선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질문도 좋았고, 답변도 좋았습니다.
“(50대 여자) 저는 시간날 때마다 스님의 강연과 책 등을 자주 접하다 보니까, 개인적인 문제는 많이 풀렸어요.
자연스럽게 지금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주부로서는 서민경제에 관심이 많이 갔어요.
그것을 잘 할 수 잇는 후보를 정해서 그 후보를 지지하는 팬이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 정책을 설명도 해 주고, 대변도 해 주고,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보가 사퇴를 했어요.
그래서 저는 힘이 쭉 빠지고 희망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후보 역시 얼마나 힘이 들고, 고뇌하고 그랬겠지만,
저처럼 지지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님의 위로의 말을 듣고 싶고,
이 시점에서 어떤 사람에게 5년을 맡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첫째, 이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될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그것이 된다고 꼭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 두가지만 알면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지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그것이 안 되었을 때 그만두는 방식도 있고, 연구해서 더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보다는 다시 할 때
더 잘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열심히 했는데, 중간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수행자로 돌아와야 합니다. 결혼 잘못한 것, 가게 잘못낸 것도
다 같은 것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가 중도 사퇴를 했더라도 자기가 최선을 다한 것만 생각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힘은 들었지만 행복했어요, 안 행복했어요?”
“행복하고 재미 있었어요.”
“그러면 됐습니다. 자식을 키워서 꼭 자식이 잘 되어야 성공이 아니라, 자식을 낳고 키우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삶이어야 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다시는 이런 일은 안 하는 것이
좋겠다고 포기하는 방법이 있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서 나중에는 더 성공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이런 것을 통해서 배움이 있었고,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도울 수가 있습니다.
실패가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는 거예요. 세상보는 눈이 열리고, 정책을 보는 눈이 열렸지요?
자기 나름대로 배움이 있었고 다음에 또 이렇게 도울 일이 있다면 이 경험으로 더 잘할 수 있겠죠.
연습 많이 했습니다, 안목이 키워졌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이 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동학혁명, 3.1운동, 4.19혁명은 어때요? 당시에는 다 실패했죠. 그런데 역사의 큰 흐름에서 본다면
이런 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어떻게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겠어요. 그러한 운동이 역사를 변화시켰고,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으로 희생을 치렀지만 3.1운동이 없었다면 오늘날 어떻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었겠어요.
실패했지만 이런 운동이 있어서 더 큰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씨앗을 뿌리면 다음에는 반드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생각하세요. 자기가 지은 인연이 좋다면 좋은 과보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것은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은 이렇습니다. 세상에는 4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최선, 차선, 최악, 차악의 선택이 있습니다. 제일 좋은 게 최선,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됩니다.
만약 차선도 없다면 포기해야할까요? 그래도 최악을 피하는 차악을 선택해야 돼요.
우리는 늘 감정에 치우쳐서 포기를 해버리지요. 저 사람도 마음에 안들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기권은 민주시민으로서 좋은 건 아니에요. 지난번처럼 총선 투표율이 50%밖에 안되는 것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거예요.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최악을 피하는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된다.
그런 말씀드리고 싶어요.”
안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투박해보이는 키 큰 남자분이
일어나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어릴 때 우울하고 힘든 마음에 손목에 자해를 해서 흉터가 남아있습니다. 남들이 이것을 보고 뭐라고 할까봐
아직도 힘듭니다. 수술이 안된다고 합니다.”
“나도 손가락에 흉터가 있어요. 어릴 때 풀 자르는 작두에 잘렸는데 붙여서 지금 이렇게 흉터가 있어요.
손목이나 손가락이나 마찬가지죠. 지난간 일이예요. 사람들이 그 흉터에 대해서 자기한테 묻는 사람 있어요?
몇 명이나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자기한테 그렇게 관심없어요. 마누라가 자꾸 물어요?”
“아내는 왜 그런 지 알고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누가 물어보면 어릴 때 다쳐서 그렇다고 하면 하면 되잖아요. 지금도 우울증이 있어요? 잠은 잘자요?
건강도 괜찮고요?”
“없습니다. 잠도 잘 자고 건강합니다.”
“어릴 때는 방황, 우울증 증상이 있을 때도 있고 그래요.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너무 생각하지 마세요.
자기 죽을 때까지 그 흉터에 대해서 물어볼 사람 10명도 안될 거예요. 아주 절친한 관계일 경우에는
죽을려고 한번 잘라봤다 하고 그냥 말하면 되잖아요. 지난번 울산에서 보니까 여자인데
죽을려고 천장에 줄을 맸는데 키가 커서 발이 땅에 닿아서 못죽었다고 해요.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백합자살이 있는데 500만원이 들어 돈이 없어서 못죽었대요. 그분은 나한테 돈 좀 안들고
쉽게 죽는 방법을 물었는데, 지금 자기는 그것도 아니잖아요. 어릴 때 힘들었어요?”
“예. 친엄마는 돌아가시고, 새엄마는 동생만 낳고 나가버리시고 지금 세 번째 어머니와 아버지 계십니다.”
“복도 많네. 엄마가 3명이나 되니까. 감사의 절을 하세요. 그러면 상처가 좀 덜 드러나게 돼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재발하게 되니까, 미연에 막으려면 상처를 치료해야 돼요.
이렇게 절을 하면 상처가 치유돼요.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고 절을 하세요.
어머니가 그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나를 키워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내세요.
매일 아침 일어나서 부모님께 108배 절을 하면서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하세요.”
강연을 마치고 300번째 강연장에 들어온 사람이 300회 강연을 축하하며 스님께 꽃다발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과 노래를 부르며 대단위의 막을 내렸습니다.
책사인과 사진 촬영 후, 로비에서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의 만남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수고했던 많은 분들을 소개하고, 인사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습니다.
참 따뜻하고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과 김제동의 콘서트, 청춘 콘서트 등 지난 해와 올 해 한 것을 보면
사람이 할 일이 아닙니다. 기적입니다. 그렇게 했다는 것은 누군가 엄청난 노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그리고 직장에서 욕 듣고도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누구든 사심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희망, 평화의 씨앗을 뿌린 것입니다. 지은 인연의 과보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남아 있습니다. 이런 공덕이 쌓여서 세상이 희망세상으로 갈 것입니다.
이런 공덕으로 남북 통일이 될 것입니다.” 스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이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스님을 바라보는 1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눈빛도, 자원봉사자 한 분 한 분을 바라보는 스님의 눈빛도
참 따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나에 대한 사랑이 있고, 서로에 대한 믿음 있고, 세상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스님도, 자원봉사자들도 이 일을 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수고많으셨습니다.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통일을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이어서, 누군가 ‘스승의 은혜’를 선창했습니다. 괴로움에서 헤매일 때 손을 잡아주신 스님,
세상의 아픔에 먼저 눈물 흘리시는 스님의 모습은 언제나 눈물겹도록 감사했습니다.
다같이 한마음으로 ‘스승의 은혜’를 불렀습니다.
내일은 오전은 고흥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전라도 마지막 강연입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대구경북지역을 마무리하는 대구대강연이 있습니다.
겨울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많이 추워진다고 하네요. 옷 따뜻하게 입고 강연장 오시기 바랍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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