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1월 13일 법륜스님의 하루(합천, 울산 대강연)

오늘 오전은 합천 강연이었습니다. 합천은 5만여명의 인구가 있는 군소재진데,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로 인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지명일 것 같습니다
. 저도 해인사를 여러 번 다녀봐서
합천이 가깝게 느껴지는 지명이었습니다
.

합천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주황색티를 입고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모두 합천에 사는, 이번 강연을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열심히 홍보도 하고,
자원봉사를 한 분들끼리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320석 강연장에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몇몇 분들은 서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350여분이 참가를 했는데,
50-60
대 아주머니들과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스님들도 많이 오셨습니다.
어제 진주 강연에는 30대 주부들이 많이 왔었는데, 오늘은 어제와 참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하하하, 깔깔깔 하며 웃는 젊은 분위기였다면, 오늘은 역사깊은 해인사가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강연분위기가 참 젊잖은 느낌이었습니다.

 

20살 대학생이 되어서, 평소 생각했던 장기기증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엄마가 반대를 한다는 여대생,
수업시간에 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폰을 뺏겨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다며 아들을 걱정하는 고2 아들을 둔 엄마,
일을 할 때 의지와 근성이 부족해서 일을 그르친다는 공익요원,
27
살 딸아이가 시험쳐도 안되고, 취업을 해도 안된다며 걱정하는 엄마 등 여러 사연들을
오늘도 만났습니다
.

86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60대 가량의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스님께 손을 번쩍 들고 씩씩하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

저의 시어머니가 86센데, 옛날 것을 고집하십니다. 초등학교 친구를 찾아간다고 하고,
친정아버지 산소에 찾아간다고 하고, 3-4일전부터는 우유나 과자는 드시는데 밥을 안 드실려고 합니다.
어떨 때는 답답하기도 하고-해서 스님 뵌 김에 여쭤볼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돌아가실려고 하는 것 같네요.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 산소에 왜 가시려고 하냐고 물으니까 가고싶은데 어쩌냐고 하십니다.
아무도 없을 때는 빛을 싫어 하셔서, 방의 커턴을 닫고 지냅니다.”

본인이 생각할 때 갈 때가 다 되어간다고 생각하고 있고, 의식이 희미해지고 무의식이 조금씩 올라옵니다.
치매끼가 조금씩 올라오는 증세예요.”

금방 속을 뒤집어 놨다가 정상이 되기도 하고..”

그 분은 자기 이야기만 할 뿐이지, 질문자 속을 뒤집지는 않습니다.”

어머니가 제 속을 뒤집지는 않는데, 스님 법문을 들으면 그렇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질문하신 분도 불교TV 스님 법문을 내내 듣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이성적인 의식이 없어지고,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어릴 때 이야기를 계속 하는 거예요.
의식이 꿈 속을 헤매는 거예요. 잘 때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납니다.
친구가 보고싶다구요? , , 친구에게 연락 한 번 해 볼까요? 하면 됩니다. 그냥 받아주시면 됩니다.”

친구를 만나보고 오셔도 며칠 있으면 또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칠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안 고쳐져요. 꿈처럼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고칠 수가 없어요.”

잠깐 잠깐 그렇고, 그냥 이야기할 때는 평상시와 같거든요.”

그런 것이 심해지면 치매라고 하는 거예요. 일일이 다 따지면 안 된다 이 말이예요.”

요즘은 말씀을 하셔도 아무 말도 댓구 안 하고 내버려 두거든요.”

그러면 안돼요. 서운해 하세요.”

답변을 안 하면 서운해 하고, 그렇다고 계속 말을 할 수도 없어서 답답해요.”

친구가 보고싶다고 하면 아, , 어머니 친구가 보고싶으세요? 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됩니다.
산소에 가고 싶다고 하면 녜, 산소에 가고 싶으세요? 하고 받아주면 됩니다. 따지지 말고
그냥 받아만 드리면 됩니다
. 모시고 갈 필요도 없어요. 이야기를 다 따를 필요도 없어요.
아버지가 보고싶으신가 보죠? 어릴 때 아버님이 좋으셨어요? 하고 물으면 됩니다.
마음이 열살로 무의식세계로 돌아가서, 어릴 때로 돌아간 꿈 속에서 이야기 하고 있어요. 다시 이야기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린 애가 된다는 것은 의식이 희미해지고 무의식 세계로 빠져든다는 말이예요.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냥 받아 주시면 됩니다.”

 

오늘 자원봉사하신 분들 중에는 가족이 함께 봉사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처음 봉사를 한 분들인데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합니다
. 스님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강연장을 떠났습니다.

오후가 울산이라 시간적 여유가 약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합천에서 밀양, 언양으로 국도를 따라 가면서
마지막 가을 구경을 했습니다
.

스님께서는 새로운 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원고 수정이 밀려 있어서, 두북으로 들어와
원고수정작업을 하셨습니다
. 1시간 30분가량 원고수정작업을 하고 울산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울산은 전국 시군구 희망세상만들기 300강연 중 울산지역 마지막 강연이었습니다.
그래서 kbs홀에서 대강연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1800석에 175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해서 울산의 마지막 강연을 함께 했습니다.
요술당나귀와 자유인 벤드가 나와 축하공연을 하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던 사람들이 변화된 인생에 대해
수행담 발표를 했습니다
.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두 번째 발표한 분의 내용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에게 뭐든지 해 준 엄마와 그로 인해 숨이 막혀서 결국은 우울증으로
방에 혼자 들어앉아 있던 아들
. 엄마가 남편에 대한 참회기도를 하면서부터 아들도 좋아지고,
남편과 아들, 엄마와 아들의 관계가 풀려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런 것이 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스님께서 전국 시군구에서 희망세상만들기 300강연을 하면서 가는 곳마다 이런 작은 기적들을 끊임없이
뿌려놓고 가시는 것 같습니다
. 괴롭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그 웃음이 가족을 웃게 합니다.
희망의 홀씨가 발아해서 노랗고 빨간 꽃을 피우고, 노랗고 빨간 꽃들이 가정을 꽃밭으로 만들고,
어느새 화목해진 가정에 나비가 날아들어 평화로운 사회가 만들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수행담 이후에 스님의 즉문즉설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가 많은만큼 질문자도 많았습니다.
여러 질문자 중에 저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질문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서 동생과 자기를 앞에 사는 고모가 돌봐주고 있는데, 고모가 고등학교를
인문계 가지말고
, 실업계 가서 돈 벌어서 동생 뒷바라지를 해라고 한다며 억울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질문을 했습니다
. 저도 집이 가난해서 고등학교 원서 쓰기 전에 오빠를 위해 실업계에 가라는 말을 듣고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어서 질문하는 학생의 이야기가 더 귀에 잘 들렸던 것 같습니다
.

 

얼마전에 고모에게 들었는데, 고등학교 실업계로 가서 일을 해라고 했어요. 공부는 못하지만
하고싶은 것이 많아요
. 싫다고 말씀드렸어요. 그것 때문에 고모와 싸우기도 했어요.
동생이 공부를 잘 하는데 저는 못하니까, 동생 공부를 받쳐 주라고 하는 거예요.
동생이 군대 가 있는동안 돈을 모아서 동생 등록금을 대 주라는 거예요.
내가 너희 뒷바라지를 다 해 줬는데, 너라고 왜 동생 뒷바라지 못하냐고 이야기합니다.
몇 달전의 일인데, 자꾸 그것이 생각이 나요. ”

조금전 질문한 아주머니가 이혼했다는 이야기 들었죠? 저렇게 서로 악을 쓰면서 오래 사는 것이 나아요,
아니면 저럴 때는 빨리 이혼하는 것이 나아요?”

이혼하는 것이요.”

그런데 왜 저 아주머니가 이혼 못하고 있었을까? 자식들 때문에 그랬겠죠?
엄마는 이혼한 게 잘 했어요, 못했어요?”

잘 했어요.”

스님께서는 질문한 학생이 사회에 나오는 20여년 뒤에는 학벌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실제 얼마나
실력이 있고 능력이 있는지
, 얼마나 창조적인 지를 따지게 될 것이다, 꼭 대학에는 안가도 된다,
가고 싶으면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에 돈을 벌어서 내가 가고 싶은 대학에 가면 그 때
오히려 정말 내가 내 재능을 가지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
그리고 질문자와 동생을 돌봐 주고 있는 고모에 대한 고마움, 부모님에 대해서도 이렇게까지
키워주신 것에 대해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

학생은 스님말씀을 잘 받아들이고 처음에 울던 얼굴이 나중에는 환해졌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데 2000여명이 있는 대중앞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스님께 질문하는 것을 보면서,
이 아이는 충분히 자신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 즉문즉설이 끝나자, 울산 및 인근 지역 희망세상만들기 마지막 강연을 기념하며
청년들이 꽃다발과 함께 무대 마지막을 장식하며 노래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

 

책사인회를 하고, 자원봉사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후, 자원봉사자들이 로비 한쪽으로 스님을 모시고 갑니다.
한국전도를 넣은 케익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강연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자원봉사자들끼리 모여 조촐한 행사를 했습니다. 스님과 김용주 대표님이 케익 컷팅을 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를 다같이
부르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 우리의 마음이 한데로 모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통일이 되어서 이 겨울, 이 추위에 떨고 있을 북한동포들이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올라와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
언젠가 이뤄질 통일을 염원하며, 오늘 울산 강연도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은 대전정토회 가을강좌가 있는 날입니다. 낮시간에는 농민후계자를 위한 외부 강연도 잡혀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준비하고 있는 새 책 원고수정 때문에 아마 오늘밤을 꼬박 새실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다들 수고많으셨습니다.

내일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4

0/200

김윤경

내가 내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2012-11-17 14:59:14

^^^^

아래 글에서는,들국화님의 진주에 대한 감상이 좋았고..여기 글에선 꽃과 한반도지도가 담긴 떡케잌부분이 특히 아름다와,두 글을 제 메일에 담아두었어요..제목은,아름다운 스님의 하루1,2로..^^부끄러워하시는 마지막사진에 스님모습도 인상적이구요^^*

2012-11-15 23:21:43

불대생

오늘도 감동적입니다. 돌아가실 때가 되어 열 살 무의식의 세계를 여행하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죽음을 맞는 인간의 준비를 느꼈어요.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나고요. 민들레님이 한 두개씩 올려주시는 법문 늘 고맙게 읽고 있어요

2012-11-15 11: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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