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1월 12일 법륜스님의 하루(진주, 김제동의 어깨동무)

오늘 오전은 진주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아침 6시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천리길 진주로 달려갔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진주 문화권에서 살았던 저에게는 거리를 지나가는데도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진주 강연장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강연시간이 임박해지자 사람들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갑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습니다.
720
석을 깔았는데,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복도에도 앉고 벽에 기대고 서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2시간 강연이 너무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소개하고 싶은 구체적인 질문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중 대를 이어 이어지는 업식에 대한 질문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올해 결혼 29년차 주부입니다. 남편이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너무 강합니다. 참으면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큰아들이 26살에 결혼을 해서 결혼 3년찬데 며느리하고 싸워서 안 산다는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덜컹하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며느리한테 불만을 물어보니 아들이 카드값을 어디에 썼는지 답도 없고 차를 사든 오디오를 사든
의논없이 산다고 합니다
. 며느리가 울고 있으면 잘못했다고도 안하고 위로도 안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크게 싸웠다고 합니다
. 큰 손자는 2살이고, 태중 5개월 아이는 이번에 안 산다고 낙태를 했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

이 집 남자들이 아내를 무시하고 권위적입니다. 자기하고 싶은 것은 다 해야 됩니다.
빚을 내어서 해외에도 72번인가 다녀왔습니다. 시장본 것 차에 실어 준다든가 하는 것은 꿈도 못 꿉니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는 줄 압니다. 시아버지도 그랬고, 남편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아들도 똑같이 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새벽기도를 15년간 하면서 참고 참으며 살아왔는데, 큰 아들 가정이 무너진다니 가슴이 아픕니다.”

 

자기는 옛날이라 그렇게 참고 살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이면 그냥 살았겠어요? 못 살았겠죠?
그러니 며느리한테 아이고,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남자와 어떻게 사냐? 나라도 못 살겠다하면서
격려를 해 주세요
. 자기 딸이라면 계속 살아라고 하겠어요?”

저는 기도를 해서라도 아들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자기가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 깨달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요즘같은 세상에 그런 남자하고
 살 여자가 어디 있어요
?”

낙태를 하러 갈 적에도 며느리가 아들한테 한 번 더 물어봤대요. ‘아이 지워도 되나?’ 하니까,
병원 가려면 가라이랬나 봐요.”

경상도 남자는 주로 그래요.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 오너라하면 , 갈께하면 될텐데, ‘가면 뭐 주노?’ 하고,
늦게 가면, ‘내 니 죽은 줄 알았다합니다. 말투가 그래요.
제가 중이 된 것도 제가 그런 인간인 줄 알고 여자 속썩이지 않을려고 혼자 사는 거예요.
나는 그래도 내 꼬라지는 알지요?(하하하)

질문자는 자기가 그런 남자를 겪어보면서 그렇게까지 참고 살 필요가 없겠다 생각하면 며느리에게
내가 살아보니까 죽을 때까지 그 인간 버러장머리 안 고쳐지더라. 그러니 너는 미리 관 둬라.
애기는 니가 키우면 생활비는 내가 도와줄께.’하고, 손자 만 3살 때까지는 시어머니가 돈을 보내서 도와주고,
3
살이 지나면 며느리에게 돈 벌게 하고 손자 좀 봐주세요. 이것은 집안 내력이기 때문에 잘 안 고쳐집니다.
또 며느리가 속 끓이고 살면 손자가 똑 같아집니다.

그러니 우선은 이혼은 아직 시키지 말고, 별거하겠다면 별거를 시켜주세요. 숨겨둔 돈이 있으면
며느리 줘서 도와주고
, 아들 만나서 내 아들이지만 남편 닮아가고 있으니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욕을 해 주세요.
이 놈아, 니가 니 아버지를 닮아서 벼르장머리가 어째 이리 똑 같노. 요즘 어느 똑똑한 여자가 니랑 같이 살겠노.”
하면서 아들을 원수보듯이 야단을 쳐 줘야 합니다. 그러면 고칠 방법이 없는 거냐?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고칠려면 내가 인연을 바꿔야 합니다. 그럴려면 내가 남편에게 엎드려서 절을 해야 돼요.
남편이 저래서 아들이 저렇게 된 것이 아니고 남편이 저런 것을 내가 못 받아냈기 때문에
아들이 저렇게 된 거예요
. 남편의 영상이 나를 통해 아들에게 가는 거예요.

남편이 잘 해서 참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남편을 내가 시비했기 때문에 아들이 그렇게 되었다는 거예요.
남편의 방황을 못 받아내고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한 나를 반성해라 이 말예요.
사실은 남편도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예요 시어머니의 원망과 미움을 받아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런 업을 받았기에 그렇게 사는 겁니다. 남편도 이러면 안되는데-하고 생각하면서도 또 그렇게 살아갑니다.
미안 마음이 있어도 말이 안 나온단 말이예요.

그러니 이렇게 기도하세요. ‘제가 당신 마음을 못 헤아려서 당신을 미워했습니다하고 남편에게 엎드려서
절을 해야 합니다
. 내가 변하면 아들에게 조금 영향이 갈 거예요. 혹시 며느리가 이혼을 하더라도
손자부터는 안 그럴 거예요
. 며느리를 다독거려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아들은 야단치고
나는 기도해서 고치고
, 이렇게 해서 해결해야 돼요.”

그런데요, 저도 남편하고 안 살고 싶거든요. 그동안 무시당하고 살았고, 이제 아들도 그러니 무서울 것도 없어요.”
이 말에 대중들이 빵 터졌습니다. 며느리는 이혼이 안 된다고 하고는 시어머니는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 며느리랑 둘이 살면 되겠네요. 지금 남편과 자기랑 두 사람만 생각하면 이혼해도 괜찮아요.
그러면 손자가 또 닮습니다. 이혼을 하더라도 참회해서 이 업을 소멸하고 미운 마음을 없애고 난 뒤에
이혼해야 돼요
. 그러니 우선은 3년은 기도하세요.
3
년 더 살아라고 하는 것은 결혼했으니까 살아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풀고 이혼을 하더라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이왕 29년 참고 살았는데 3년 더 못 살겠어요? 참고 살면 안 돼요.
참회해서 풀어야 돼요. 남편이 진짜 불쌍한 사람이구나. 이렇게 미움을 풀고 헤어져도 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손자에게 그 업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자기는 15년동안 기도해도 부처를 밖에서 찾았기 때문에 도망 안 가고 산 영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인연의 씨앗을 소멸하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남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당신을 미워한 것이 정말 어리석었습니다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물론 하다보면 내가 왜 저 인간에게 참회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 업을 안 물려줘야지
- 하는 마음으로 며느리를 감싸면 손자에게 업이 안 내려 갑니다.”

. 그리고 낙태한 아이를 위해 49재를 하는 것이 좋은지 여쭙습니다.”

유아사망의 처지에 있는 100여명의 아이들을 살린다고 생각하고, 북한이나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해 보시하세요.”

 

스님과 시어머니의 대화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시어머니, 며느리의 아픔도 이해가 되고,
시아버지와 아들의 소리없는 괴로움도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웃고, 박수를 치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업식이 대를 이어 내려가는 것이 끔찍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업식.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질문자는 이 업식을 스스로 끊고자 쉼없이 정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폭행하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아버지가 거동을 못해서 할머니가 똥기저귀 갈고 뒷바라지 하고 있고,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폭행하는 것을 봤는데 어머니가 니는 아버지 닮았다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결혼하고 싶은데 아버지처럼 나중에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폭행할까 봐 두렵습니다
. 그래서 스님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영상은 다 보고 수백 번도 더 봤습니다.
그 업을 끊고 싶어 매일 108배를 드리고,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업을 끊는거라 생각해서 독립해서
살고 있습니다
. 한번씩 아버지를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제 꼬라지를 알다보니
사랑하는 여자와 살다보면 악업을 물려주지 않을까 두려움이 들어 어찌 해야할까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

자기도 결혼하면 할아버지처럼, 아버지처럼 여자 때릴 거예요. 결혼을 안하면 됩니다. 안하면 수행할 것도 없어요.
업은 무의식세계에 잠재된 것입니다. 어릴 때 형성된 것이예요. 어릴 때 의식은 나는 절대 술 안 먹어야지,
부인 때리지 말아야지 하지만 습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도 화가 나면, 술을 먹게 되고,
부인을 때리게 됩니다. 부모가 이혼하게 되면 자식들도 이혼할 확률 높습니다. 이혼 안한 집안의 아이는
성질이 나서 머리는 이혼해야지 하면서 마음은 못합니다
. 부모가 이혼하는 것을 보고자란 사람은
생각은 안해야지 하는데 현실은 하는 쪽으로 되어 버립니다
.

질문자가 결혼 안하면 수행할 것도 없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려면 내가 그런 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수행해서 소멸해야 합니다
. 어떻게 할 거예요? 고치고 수행하겠습니다.

그럴려면 맨 먼저 문경정토수련원의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을 다녀와서 자기 업을 봐야 합니다.
자기가 콘트롤이 안 되는 업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빠지지 말고 108배 절을 하면서
기도하세요
. 엄마가 아버지에게 당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때려 버려야 할 그 심정으로, 화가 나면 부인을 때립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없애야 합니다
. 그럴려면 아버지에 대한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엄마, 아빠가 나를 키워주고
여기까지 왔잖아요
?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없으면 부인에게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업장소멸하려면 독한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꼭 소멸하겠다고 독한 마음먹고 수행을 하면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결혼하겠습니다.”

내 업식을 알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오늘은 젊은 주부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 하고 물어보니, 이번 진주 희망봉사자들의 홍보 때문이었습니다.
3
명이서 정말 열심히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플랭카드나 포스터는 붙이면 떼고, 붙이면 떼고 해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 그래서 작전을 바꿔서 옷을 예쁘게 잘 갖춰 입고,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약국이나 미용실을 공략했다고 합니다. 주인에게 다가가서 강연 포스터 한 장
가게에 붙이자고 하면
, 언제나 고객이 될 수 있는 이 여성들에게 대부분 다 호의적이었다고 합니다.
90%
이상이 포스터 붙이는 것을 허락해서 포스터가 오랫동안 붙어 있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2
주전까지는 눈에 덜 띄었는데, 강연이 가까이 다가오니까 곳곳에 강연포스터가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홍보를 함께 하면서 너무 신심이 났다고 하네요. 신나게 하니까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그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진주 희망봉사자님들, 파이팅!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주 강연을 마치고 촉석루를 잠시 돌아보고 왔습니다. 스님께서는
진주는 여러 번 다녀봤어도 촉석루는 한 번도 안 와 봤네.”하셨습니다. 촉석루에 올라보고,
논개의 의암바위에도 가 봤습니다. 김시민 장군의 동상을 멀리 바라보며 진주를 떠났습니다.

 

오늘 저녁 강연은 원래 창원 북콘서트였는데, 장소 관계상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는 경북대에서 진행되는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격려 방문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대구로 가는 도중 창년 우포늪에 들려서 잠시 산책을 하고 다시 대구로 향했습니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평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살하고 스펙쌓기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을 위한 힐링 토크 콘서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국 40개 대학 총학생회와 협약식을 하고
현재 매주 월
, 화 매일 두 차례씩 주 4번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북대 학생이 참여해서 김제동씨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님께서도 콘서트 전에 도착해서
김제동씨와 인사를 나누고
, 한 쪽 객석에 앉아 관람을 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처음 김제동씨 콘서트할 때보다 훨씬 안정되고, 내용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진심을 가지고 하는구나 싶어서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콘서트가 1시간 20분이 지나갈 무렵, 김제동씨가 오늘 이 자리에 법륜스님께서 참가를 했다며 소개를 하자,
참가한 대학생들이 뜻밖의 스님의 등장에 환호를 하며 스님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

20여분간 대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하신 스님께서는 질문자들이 서로 질문하겠다며
손을 이쪽 저쪽에서 번쩍 번쩍 들고 있는데
, 김제동씨 무대임을 대중들에게 알려주듯이 웃으며 내려와
객석 자리에 다시 앉아 콘스트 마치고 나온 김제동씨를 안아주고 자리를 떴습니다
.
스님께서 어르신들을 모실 때 보면 정말 어르신들을 존중하고 깎듯이 공손한 자세로 당신의 자세를
낮추는 모습입니다
. 오늘 같은 날은 김제동씨가 손 아랫사람인데도 참으로 깎듯하고 겸허한 스님 모습에
저도 같이 숙연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오늘은 오랜만에 여유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는 합천에서 강연이 있고, 오후에는 울산 대강연이 있습니다.
내일은 경남에서 보내는 하루가 되겠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9

0/200

김윤경

업식을 끊도록 하겠습니다.<br />스님, 감사합니다

2012-11-17 15:07:37

이응세

진주강연내용을깊이있게 읽어읍니다 강연내용이 무척이나 진지한것같읍니다

2012-11-16 20:37:01

이응세

진주강연 정말 감명깊게 읽어읍니다 강연이 내용이 있었던거같네요..

2012-11-16 20: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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