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0월 28일 법륜스님의 하루(경주평지순례, 포항 강연)

어젯밤, 서울에서 울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오랫동안 문경정토수련원에서 행자원 반장으로 소임을 맡아서 일을 했던 길상 최동호 법우가 인도로 발령받아,
내일 아침 인도로 떠나기 전 스님께 인사를 드리는 전화였습니다.

내가 시간을 좀 내서 한 번 본다는 게 바빠서 시간을 못 냈네. 잘 다녀오고.”

길상 법우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가야 하는지 묻는 것 같습니다.

처음 가서 3개월간은 아무런 의견내지 말고, 먼저 현지에 적응해야 합니다. 현재 그 곳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황 파악을 하는 게 필요해요
. 처음 가면 제대로 안 된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오고,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많이 생길 거예요.
그러나 나중에 보면 그것이 대부분 내 분별심인 경우가 많아요. 항상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매너리즘에 빠져서
현지의 문제점들이 잘 안 보이게 되고
, 또 처음 가는 사람은 현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런저런
문제점만 보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예요
.

그러니까 가서 문제점이 보이더라도 말을 하지 말고, 다 적어 두었다가 3개월이 지난 뒤에 다시 보면
그 중 대부분이 내가 분별한 것이고 몇 개만 쓸만한 게 나오지
. 그 때는 그것을 개선해야 돼요.

외국에 떨어져 혼자 있게 되면 외로울 때가 많아요. 외롭게 되면 인간관계가 공적으로 흐르기보다
사적으로 흐르기가 쉽지요
. 그래서 자꾸 정에 끄달리게 됩니다. 마음을 밖에 두지 말고, 안으로 잘 챙겨야
경계에 끄달리지 않게 되지
, 항상 수행하는 마음으로 정진하세요. 2개월 후면 인도성지순례 때 내가 가니까
그 때까지 현지에 잘 적응하고 있고
, 그 때 가서 이야기 나눕시다.”
하나 하나 짚어주시고 살펴 주시는 스님의 모습에서 따뜻한 아버지같은 느낌과
길을 알려 주시는 스승님으로서의 느낌이 함께 느껴집니다
.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자고
, 아침 일찍 밥을 해 먹고, 경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경주 평지 순례가 있는 날입니다. 전국에서 불대생이 660여명 참가했습니다.
어제까지 비가 와서 날이 흐리지 않을까, 너무 춥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바람은 좀 많이 불었지만
하늘도 맑고 기온도 그리 내려 가지 않아 가을 여행하기에 좋았습니다
.

 

봄에는 남산성지순례를 하고, 가을에는 경주 평지순례를 합니다.
오늘은 불국사, 사천왕사지, 선덕여왕릉, 능지탑, 황복사지, 황룡사지를 지나 분황사에서 마무리 회향을 하는
일정입니다
. 불교대학생들이라 거의 처음 보는 얼굴들입니다. 불교대학 학장인 스님을 매주 영상으로 만나다가
오늘은 직접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다들 틈만 나면 스님 옆에 따라붙거나
무슨 기자회견장처럼 스마트폰 세례를 쏟아붓곤
합니다.

먼저 불국사 입구에서 입재식을 하고 불국사 경내를 돌아보았습니다.
불국사에 대해서 상세하고 자세하게 스님께서 설명을 해 주십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불국사 축대에 대한 말씀을 하실 때면 항상 감동을 받습니다.

 

, 정면을 보시고 축대를 한 번 보세요. 기둥이 있고 중간에 돌들이 있고 또 기둥이 있죠?
기둥이 돌들을 받쳐 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둥 사이의 돌은 다 다듬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석을 편편한 면만 바깥으로 보이도록 배치해서 잘 맞췄습니다. 하나 하나는 부족하지만 서로 끼워지면
다듬은 돌과 같습니다
. 그러나 한 면은 편편해야 합니다. 다른 면들은 울퉁불퉁하더라도, 한 면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 그 한 면이 바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면입니다. 불국토에 사는 중생은 완전한 인격체는
안되더라도 적어도 한 가지 정도는 부처님을 닮아야 합니다
.

5000만이 다 깨우치지는 못해도 1%50만명만 깨우치면 불국토가 됩니다.
, , 동 단위로 아침마다 수행하는 정토법당이 있어서 이 사람들이 정진, 보시하고 환경, 통일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 , , 동에 100명이면 한 시군에 2000명 정도가 됩니다.
이 사람들이 수행, 보시, 봉사하면 시 행정이 똑바로 됩니다.

기둥사이에 있는 자연석이 개개인이라면 즉 중생이라면, 기둥은 보리샤트바, 즉 보살입니다.
이 원리를 가지고 정토행자의 서원을 만들었습니다.”

스님의 설명에 따라 칠보교, 연화교를 보고, 다보탑, 석가탑, 대웅전을 지나 무설전, 비로전, 관음전으로
쭉 돌아봤습니다
. 문화적으로 뛰어나고 정교한 불국사를 보면서 중국의 황하문명보다 1천년은 앞선
 우리의 배달문명
, 요하문명이 계승되어서 그렇다며 자랑스럽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불국사 참배 후 사천왕사지로 갔습니다. 발굴작업이 한창인 사천왕사지를 바라보며 낭산 입구에 앉아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천왕사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신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

선덕여왕릉에서는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노래자랑도 했습니다.
봄 남산순례 때 신나게 노래자랑을 했던 적이 있어 사람들이 모이자 손뼉부터 치게 됩니다.
신나게 웃고 신나게 노래불렀습니다.

 

나와서 노래부른 사람 중에 오늘은 남자분들이 주로 많았고, 그 중에서 해운대 불대생들이 특별히 많았습니다.
스님 앞에서 남자, 여자 상관없이 모두들 사랑한다며 사랑고백을 합니다.

 

다시 능지탑으로, 황복사지 석탑으로 이동해서 너른 황룡사에 도착했습니다.
황룡사에서는 호국사찰로서의 황룡사의 역사와 황룡사 9층 목탑, 그리고 금당과 금당의 장육존불상,
솔거의 금당벽화, 원효스님에 대한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실감나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학창시절 이야기도 같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천년 전의 신라의 숨결을 느끼며 다같이 명상을 하는 시간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스님께서 출가하신 분황사에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오늘 장을 마무리 했습니다.

 

4시에 경주성지순례 일정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마치고 분황사를 나와 잠시 스님의 모교인 경주중교등학교에 들렸습니다.
스님 중고등학생 때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었습니다.

 

포항 강연은 7시라, 중간 틈에 조금의 시간이 있어서 경주정토법당에 가서 1시간 넘게 휴식을 한 후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 경주에서 포항은 4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강연장에 들어서니 980석 좌석이 꽉 차고, 오는 사람들은 무대 앞 바닥과 통로 중간중간에 앉고 있었습니다.
1230
여명이 참가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방황해도 괜찮아북콘서트로 청년들을 위한 강연으로 포항 청년정토회에서 책임을 맡고,
포항정토회에서 지원을 한 행사였습니다. 강연장의 뜨거운 열기가 얼마나 청년들이 열심히 준비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

 

청년을 위한 강연인데 마음이 젊은 늙은 청년들이 더 많이 온 것 같았습니다. 분위가가 밝고 좋았습니다.

질문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열 명이나 되어서 바로 즉문즉설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특이한 점은 군인들 20여명이 참가해서 4명이 군대생활을 어떻게 잘 할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한 것입니다
. 그러자 스님께서,
이렇게 군인들이 많이 올 줄 알았으면 내가 군대에 가서 강연을 할 걸 그랬네요?”해서 많이 웃었습니다.
오늘도 문답이 오가는 중간중간에 계속 박수가 터졌습니다.

강연 중간에는 스님 강연 찾아온 청학동 훈장 김봉곤씨에게 스님께서 마이크를 넘기셔서,
나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잠시 이야기하셨고, 이어서 심청전 중 뺑덕어멈에 대한 판소리를 해 주셔서
관객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

 

오늘은 군인들의 질문이 많아 그 중 군생활을 어떻게 하면 보람되고 잘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나눠봅니다.

 

학교 다닐 때 한 번 보세요. 영어 선생이 잘 못 가르친다고 영어수업시간에 책상 밑에 수학책 넣어 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 아무리 선생이 잘 못 가르쳐도 영어시간에는 영어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그처럼 군대 있을 때는 군인에 충실하는 게 좋아요. 군인으로 잘 할 수 있는게 뭘까요?
첫째,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훈련 있는 날은 훈련하고, 훈련 없는 날은 나 혼자 뛰면서
체력 단련을 하면 군인으로서 칭찬받는 일이잖아요
.
둘째, 요즘 자식이 한 둘이라서 공동생활이 서툴잖아요. 어차피 사회 나가도 생활하려면 그것도
조직생활입니다
. 군대 있을 때 조직생활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상사가 시키면 무조건 해 보는 것입니다. 비굴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내려놓는 하심하는 마음으로
해 봅니다
. 그러면 수행이 많이 됩니다.
넷째, 돈만 재산이 아니라 사람이 재산입니다. 부하들 대할 때 직위로 대하지 마세요.
군대의 질서상 필요한 것은 그렇게 대하더라도 평상시에는 사람과 사람으로 대하세요.
그 안에서 인간관계라고 하는 큰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군대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군대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군대안에서 눈치보면서 할려고 하면 맞지도 않고 나도 힘들고
또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 제대 얼마 남았어요?”

“500일 넘게 남았습니다.”(대중들 폭소) 갓 입대한 군인이었습니다.
제대할 때까지 스님 말씀따라 군생활 잘 하시길 기원해 봅니다.

오늘은 경주에서 천년 신라의 역사와 함께 가을에 흠뻑 취하고, 포항에서 천 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인생이야기를 나누며 재밌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
하룻동안의 일들이지만, 적을 것들이 많아 항상 줄이고 줄여서 쓰는데도 어떤 날은 글이 길어지곤 합니다.
오늘 하루도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목포와 광주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 사는 전라도에서 만나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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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스님을 가까이에서 뵐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br />스님을 하루를 정리해주시는 들국화님도 뵐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어떤 분이실까 참 궁금했었습니다.<br />평지순례 정말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합니다.

2012-11-01 19:37:26

보리화

경주 부근에 살면서 먹거리, 나들이만 찾아 다녔는데 2년 전 불대를 다니면서 함께한 경주 순례길에서야 소중한 경주를 만났습니다.스님과 도반들이 함께했던 감동이 지금도 전해집니다.글과 사진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br />

2012-10-31 17:06:24

노원불대생

생생한 글과 사진으로 그날을 전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분황사 일정을 마치고 차에 오르자 대부분 잠들 정도로 몸이 고단했는데 스님께서는 포항에서 강연까지 하셨다니,너무나 놀랍습니다.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사진에 저도 나왔는데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최근 들어 가장 예쁘게 보이네요.^^ 이또한 정토회 덕분입니다. 다른 분들도 꼭 경주 순례 다녀오세요.

2012-10-31 12: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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