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0월 23일 법륜스님의 하루(태안, 보령, 천안)

새벽 일찍 울산에서 출발해서 태안으로 향했습니다. 4시간 30분 가량 걸렸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아침에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차안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태안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스님은 강연장 주변의 산을 한 바퀴 돌아보고 강연장으로 들어가셨습니다.
태안은 정토회 회원이 없어서 3개월 전에 태안으로 이사온 희망지기 중심으로 주변 지역에서 도와주면서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무작정 아무 곳에나 열심히 홍보를 해서,
이제 태안 사람들을 다 아는 것 같다고 합니다.
강연을 마치고 강연장 입구에서 나가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합니다.
오늘 오신 분 한 분 한 분이 다 너무 고마운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막 인사를 하게 됩니다.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았습니다.

 

요즘은 지방으로 가도 질문없는 지역이 없습니다. 처음 손을 들 때는 보통 3명부터 시작해서 강연 끝날 때까지
계속 질문이 이어집니다
.

오늘도 여러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1년 반 전에 혈액암으로 6개월간 투병을 하던 청소년 아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엄마가 삶의 의미가 없다고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 이런 저런 계획했던 것들도 아무런 의미가 없고
뭔가 이루어져도
이 것 해서 뭐 하나하는 회의가 드는데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담담하게
스님께 물었습니다
.

스님께서는 이미 간 아들을 두고 보고싶다고 울고불고 하면 돌아올래야 돌아올 수도 없고,
떠날래야 떠날수도 없기 때문에 무주고혼이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정말 아들을 위한다면 잘 가라 안녕하고 가볍게 보내야 합니다. 이렇게 가볍게 보내는 것을
천도라고 합니다
.
이렇게 가볍게 보내주면 아들에게도 좋고 살아있는 나도 좋고 남편과 남아있는 자식들에게도 좋습니다.
모두 좋은 길을 가야지 모두에게 나쁜 길을 갈 필요는 없습니다.”하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한 아주머니는 44살인 이혼한 아들과 애증관계로 매여사는 이 괴로운 삶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묻습니다
.

그래도 당신 아들은 살아있잖아요? 먼저 질문하신 분은 애를 먹이더라도 아들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당신의 처지를 부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괴로워하지 마시고 이런 경우에도
우리 아들은 살아있지 않느냐하고 좋게 생각해야 합니다. 다만 계속 엄마가 아들을 미워했다가 돌봤다가 하면
나도 힘들고 자식도 힘이 듭니다
. 그러니 정을 끊고 자식을 미워하지도 말고 돌보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나도 편하고 자식도 편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대중들 앞에서 질문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내 문제를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문제를 통해서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태안에서 강연을 마치고 다음 강연이 있는 보령으로 향했습니다. 태안까지 와서 태안반도도 못 가보고 간다며
안타까워하자
, 스님께서 지도를 보시고 태안반도는 못가더라도 안면도는 가는 길이니까 가 볼수 있겠다고 하시며
길을 안내해 주십니다
.

저는 동해와 남해를 많이 보고 커서인지 서해와 만나게 되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듯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안면도에 들어서서 해봉해수욕장 앞에 섰습니다. 물이 빠져서 그런지 해변이 해운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습니다
.
물이 빠져서 바닷물까지 100m도 더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바다까지 달렸습니다.
100m
달리기를 했습니다. 바닷가에 선 스님을 바다와 함께 한 컷 담아보았습니다.


파도랑 은빛 햇살이랑 바람, 넓은 해변과 더 넓은 바다를 눈에 가득 담아왔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바다 끝에 점만 콕 찍고 다시 달려와서 봉고를 타고 보령으로 달렸습니다.
전에는 길가 좋은 장소나 휴게소에서 식사를 할 때도 많았는데 요즘은 하루 세 번 강연을 하다보니
 거의 차안에서 먹게 됩니다
. 어제, 오늘 같은 경우는 식사를 챙겨먹기조차 쉽지 않은 일정입니다.

보령으로 가는 중에 현대가 개발한 서산 간척지의 넓은 들판을 보았습니다. 스님께서 정주영 회장이
간척지를 만들 때 있었던 일화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모르고 스치고 지나갔으면
그냥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구나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

보령에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보령 지역에 계신 스님 몇 분이 스님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보령도 강연 분위기가 밝았습니다.

 

제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 뒀습니다. 그런데 아이만 키우면서 지내다보니까
제 자신을 모르겠어요
.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요즘 아이를 낳는 젊은 여성들 중 많은 여성들이 가지는 고민인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다보면 직장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인생이 뒤쳐져지고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젊은 엄마들의 질문이 많습니다
.

나를 내세우지 마세요. 그럼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요. 나를 찾으면서 애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 나중에 애는 엄마의 사랑이 고플 거예요. 허전함이 생기기 때문에 심리가 불안하게 됩니다.
엄마의 심리상태가 좋아야 합니다. 아기에게 엄마는 신입니다. 엄마는 태산과 같습니다.
남편이 행패를 피우더라도 아기가 없을 때 싸워야 됩니다. 아기가 있을 땐 일체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아기가 있는 엄마는 태산이 되어야 합니다. 눈도 깜짝 안해야 됩니다. 마음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몇 살이예요?”

“3살입니다.”

부부 관계는 어때요?”

부부 관계는 이상 없어요. 친구는 일하고 저는 아기를 보고 있으니까, 그런 제모습을 보니까 비교가 되더라구요.”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이 한 아이를 잘 키우는 거예요. 그건 천금하고도 바꿀 수 없고,
임금자리랑도 바꿀 수 없는 거예요. 내 아이를,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세요
, 아시겠죠? 아이랑 책도 같이 읽고,
아이를 업고 뭘 해도 좋습니다. 장사를 해도 되고, 자원봉사를 해도 되고, 무슨 일을 해도 됩니다.
애를 버리지 말고 업고 다니면서 등산도 하세요.
활동적인 것은 좋습니다. 내 직장을 위해 아이를 버리면 안됩니다. 남에게 맡기면 안됩니다. 밝게 사세요.

종교가 있어요? (절에 다닙니다.) 그러면 절을 좀 많이 해야 합니다.
자기 심리에 빠져 우울해지니까 하루 300배 절을 하세요. 할 수 있겠죠? 한 시간정도 걸리니까,
자기가 제일 편한 시간을 정해서 하루에 300배 절을 하세요. 꾸준히 해 나가면 다 잘 될 겁니다.”

, 감사합니다.”

보령 강연을 마치고, 바로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세 군데가 다 충청남도인데도 왜 이래 바쁘지? 충청남도가 엄청나게 큰 것 같네?”
하시면서 스님도 웃으십니다.

천안 강연장에는 30분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주차장 차안에서 점심 때 먹다남은 도시락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사전 오프닝 공연으로 조성훈 님의 피리연주가 있었습니다. 피리로 비틀즈의 ‘Let it be’를 연주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각 지역에서도 여력이 된다면 문화공연이 하나쯤 강연전에 있어면 분위기가 더 좋겠다 싶었습니다.
 
스님께서도 눈을 감고 감상을 하셨습니다.

 

오프닝 공연이 있어서인지, 강연을 시작하는 영상과 음악이 나오자 강연장에 앉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치며 스님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 천안은 큰 도시인데 비해서 오늘 참가인원이 390여명이라
 참가자가 적은 것에 대해서 자원봉사자들이 못내 아쉬워했습니다
.



천안도 질문이 많아
2시간 넘게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젊은 남자분이 일어나 질문을 합니다. 취업 준비생인데 첫 인상이 안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 앞에도 쉬 나서지를 못하는 것 같아서 노력을 많이 해서 어디든지 찾아가고 해외 봉사도 다녀오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회장같은 역할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

스님께서
, 한 번 돌아보세요, 이 청년이 인상이 어때요? 좋아요? 안 좋아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한 번 들어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손을 듭니다. 말도 참 잘 했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호감을 느끼는 형은 아니지만 말 잘 하고, 건강하고, 키도 그만하면 됐는데
스스로 자신을 너무 높이 설정한 데서 오는 현실의 자기에 대한 위축감이 클 뿐입니다
.
현실의 자기를 높이 설정해 놓은 이상에다 맞추려 하지 말고 이상의 자기를 버려 버리고 현실의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신에 만족하게 됩니다
. 이 젊은이는 이대로 좋아요. 고칠 것도 없습니다.
노력할 것도 없고 그냥 사세요.” 하자 사람들이 또 와-하며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자기에게 불만족스러우니까 얼굴이 어둡습니다. 마음은 항상 가볍게 가져야 됩니다. 어디 가서
앞에 서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 삶에 편안하게 접근하면 항상 얼굴이 밝아요.
마음이 편안하면 저절로 호감이 있게 됩니다.” 사람들이 다시 박수를 치면서 청년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충청남도 3개 지역을 다녔는데도 시간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없는 시간 속에서도 넓은 서해의 바다를 잠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태안, 보령, 천안에서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반가운 얼굴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일은 대전정토회 가을강좌가 있는 날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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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정말 은빛바다군요. 장관입니다!!! 잠시 본 서해바다를 이렇듯 보여주시니 보는사람도 참좋습니다. 하늘에서 서광까지 비치는것 같군요. 스님께선 잠에서 막 깨어나 찍으신 듯도하고 ㅎ ㅎ<br />오늘따라 얼굴이 아기같아 보입니다^^

2012-10-25 14:02:45

^^^^

100미터 달리기..아름답습니다..

2012-10-24 23:12:39

혜향

바다를 배경으로 서 계신 스님의 환한 모습이 좋습니다. 그런데 모자와 목도리를 하셨는데 옷이 좀 얇은지 조금은 추워보이시네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셨네요.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_()_

2012-10-24 17: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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