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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문경정토수련원에 왔습니다. 정토수련원 떠나 서울에서 상근을 시작한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수련원에서 상근하는 자원봉사자들이나 행자님들 속엔 이제 낯선 얼굴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대수련장엔 전국 봄경전반 졸업수련이 진행중이고, 백일출가 행자님들은 그동안 백일출가했던 사람들이
모이는 행자결집이라 회향한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17기 백일출가 행자님들은 입재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서 그런지, 공양간에서 밥을 하고, 뒷정리를 하는 모습들에서 주인 됨이 조금씩
느껴집니다.
오전 8시, 대수련장에서 봄 경전반 졸업생 180여명을 대상으로 법문이 있었습니다.
반야심경과 금강경, 법성게를 공부하고 아직 육조단경 공부를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경전 공부를 하면서의 질문이나 어려운 점을 중심으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즐거움도 고(苦)고, 괴로움도 고(苦)라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공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태어났으며
왜 살아가는 것입니까? 어떤이에겐 슬픔이 힘이되어 살아가기도 하는데 불교를 공부하면 그것이 다 부질없어
보입니다. 인연따라 살아가는건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물질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제 소유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가지는 물건들이 이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상에 매이는 것이지요?”
“태평양에 떠있는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보면서 플라스틱을 쓰지 말아야겠구나 했는데 현실에서 부딪힙니다.
냉동실 정리를 하기도 어렵고, 플라스틱 용기 안 쓰기가 어렵습니다. 스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열반에 도달해야만 존재인지, 존재란 것이 무엇입니까?” 질문이 많았습니다.
스님께서 질문 하나 하나에 자상하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법문 마지막에 경전반 학생들에게 말씀하신 내용을 옮겨 봅니다.
“공부 열심히 하세요. 지식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식이 중심은 아닙니다. 책을 많이 안봤으면 고생을
많이 해서 경험적으로 습득해야 합니다. 젊을 때 고생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세요. 성과를 너무 낼려고
하면 안됩니다. 남이 안 알아주는 일을 많이 하세요. 복을 많이 지으세요. 그래야 나중에 복을 받습니다.
복을 받으려고만 하면 언젠간 부도가 납니다. 알아주지 않아도 복을 짓는 공덕이 쌓여야 합니다.
세상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면 우리가 통일을 위한 공덕을 많이 쌓아야 이것이 축적되면
예기치 못한 통일이 한순간에 옵니다. 어느 순간 기적처럼 다가옵니다.
여러분의 기도와 공덕으로 인하여 최근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된다 안된다의 개념이 아니라 좋은 징조이고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 서두르지 맙시다.
공덕을 숨기고 쌓아야 합니다. 숨겨놔야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억울함을 견디세요. 비난도 받고
오해도 좀 받으면서 견뎌야 합니다. 공덕을 많이 쌓아야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정진이라는 것은 너무 이익을 추구하면 안됩니다. 좋은 일 한다고 항상 칭찬받기를 바라지 마세요.
절도 많이 하고 공부도 착실히 해 주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애에 부딪힐 때 마음을 잘 봐야 합니다.
좋은 일 하고 욕 먹으면 오래 삽니다. 좋게 생각하세요. 그것마저 가벼이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수행하는 사람과 안하는 사람이 차이가 납니다. 조금 변했다 하는 것이 그게 큰 힘입니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합니다. 나부터 희망을 만듭시다.”
법문을 마치고, 다음 강연이 있는 안양으로 이동했습니다. 식사할 시간이 없어서,
강연장에 미리 김밥과 죽을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스님께서는 피곤하셨는지 이동하는 차안에서 주무셨습니다. 어제 강연을 한 곳의 음향 시설이 좋지 않아
오늘 아침부터 목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목이 안 좋으면 몸이 다 같이 항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안양 강연장에 강연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시고,
사전에 약속되어 있던 개그맨 조혜련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년전부터 스님 동영상을 접하게 된 이후로
스님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며, 스님의 책도 거의 읽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뭔가 좀더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다며, 스님하시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었습니다.
스님께서 “나랑 같이 하면 힘들다고 소문났을텐데?”하면서 장난스런 웃음으로 화답을 하셨습니다.
기독교인 동생도 스님의 팬이 되어 요즘 밤마다 스님 동영상 보느라고 잠을 못 잔다며 스님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합니다. 힘든 일들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강연 마지막엔 스님께서 대중들에게 조혜련씨 소개를 했습니다.
희망의 홀씨가 곳곳에 뿌려져 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양 강연분위기는 밝았습니다. 항상 그렇긴 하지만 질문에 대한 스님의 답변에 사람들이 중간중간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습니다. 강연장을 꽉 채우지는 못했지만 57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해서
의미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질문 중에 뇌경색과 암으로 재활병원에 있는 남편과 헤어져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 생각납니다.
키워야 할 아이들도 있고 남편 부양할 자신이 없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아주머니의 사연이었습니다.
“결혼해서 남편이 성격적으로 안맞다고 이혼하는 사람도 있는데 남편이 돈만 못버는 게 아니라
아프기까지 하고, 애까지 키워야 하는 여성 상황으로서 참 힘들고 고뇌할 수밖에 없겠다 생각이 듭니다.
위로의 박수 부탁합니다.”
“그러나 위로만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위로도 필요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반성도 필요합니다.
따끔하게 얘기하자면 엄마가 그런 심보로 애 키우면 아이들이 훌륭한 사람이 될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애기가 크면 아빠가 병들었는데 엄마가 아빠를 버렸다고 항의하는 일이 생깁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아빠를 버린 미움과 엄마가 자기를 키워준데 대한 고마움 사이에서 정신분열이 생겨버립니다.
자기하고 인연 없는 사람도 세상의 버림을 받으면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애기 아빠인데
내가 당신을 죽을 때까지 돌보겠다고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간호만 해야하는 게 아니고 돈도 벌어야 합니다.
애도 돌봐야 합니다. 그런데 도망가버리면, 남편이 죽으면 안쓰럽고 애들한테도 안좋아요.
일시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한 결정이 자기의 평생을 괴롭게 합니다. 똥을 싸서 뭉개고 있는 사람이 힘들까요?
그걸 치우는 사람이 힘들까요? 제 손으로 제 밥을 못 떠먹는 사람이 힘들까요? 떠먹여주는 사람이 힘들까요?
그럼 누가 짜증을 내야할까요? 누워있는 사람이 짜증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누워있는 사람의 심리가 어떤지 알아야 됩니다. 몸이 아프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나? 나는 일이 있어서
늦게 왔지만 남편은 누워있으면서 얼마나 나를 기다렸겠나 하고 생각하면 남편의 짜증에
오히려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이럴 때 아이들이 나중에 훌륭한 아이들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아빠를 버리고 아이를 아무리 대학공부까지 시켜도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병든 남편을 두고 헤어질 생각까지 했을까 싶었습니다.
스님께서 명쾌하게 정리를 해 주셔서 그 분도 입장정리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강연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스님께서 강연을 마무리 해 주셨습니다.
내일은 울산과 부산 MBC에서 강연이 있고, 그 중간에 부산대학교에서 지방분권에 대한 세미나가 있을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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