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0월 11일 법륜스님의 하루(마산mbc, 거창)

점점 가을이 깊어갑니다. 하늘은 높고 더 없이 파랗습니다. 황금들녘은 언제 봐도 정겹습니다.
고속도로 너머로 보이는 들판과 하늘과 집들이 한 장의 가을 수채화가 되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오전에는 마산mbc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대전정토회에서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마산으로 향했습니다.
마산mbc 앞에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안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습니다. 800여명이 참가를 했습니다.
오전이라 역시 주부들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스님의 말씀에 웃음을 터뜨리며 즐겁게 강연을 듣습니다.

 

오늘의 첫 질문입니다.

스님. 죄송하지만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서서 이야기하면 공황증세가 있어서 앉아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

스님은 서 있는데, 자기는 앉아서 하겠다는 거예요?(웃음) 그래도 서서 한 번 해 봐요.”

저는 가톨릭신자입니다. 소문을 듣고 두 번 뵙고, 팬이 되어 다시 왔습니다.
공개적으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대신 편지 읽기를 요청하였으나, 직접 하라고 해서
이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 20년동안 병원을 다니고 있고, 그래서인지 건강 염려증도 있고,
죽음에 대한 공포, 공황장애,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했습니다.

올 해는 신경과 항우울제를 끊는 것을 목표로 약을 끊었습니다.
남편은 10여년동안 취미생활 등으로 가정을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매사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느긋하지 못한데 성격을 바꿀 수가 있을까요
? 또 친정엄마의 삶이 제 삶에 대물림되는 듯합니다.
 
제 삶이 딸에게 대물림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마이크 쥐고 스님 말에 대답하는 것이 서서도 돼요? 안돼요?
스님이 왜 서서 해보라고 했을까요?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자기 합리화하지 말고,
일단 시도를 한 번 해 보고 쓰러진다면 그 때 스님이 앉아서 하라고 하겠죠?
스님이 서서 해 보라고 하니까 되잖아요? 오늘의 경험을 생각해서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문제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보세요.

그런 남편을 두고도 행복하기, 그런 딸을 두고도 행복하기,
비행기도 가까운 제주도행 한 번 타보고, 만약 쓰러지면 그냥 일어나서 돌아오는 비행기
한 번 더 타 보기
, 갈 때 쓰러졌다고 올 때는 못 간다 하지말고, 1차 실험에서 안 되면
2차 실험에서 한다는 마음으로 시도해 보세요. 극복해야 됩니다.

스님은 나이도 들고 몸도 신통찮은데 100미터를 10초에 달리겠다고 하면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이 10초에 달리는 것을 보고, 5년간 연습을 한다고 해도 될 수 없습니다.
지금 25초라면, 20초로 달리는 계획을 세우면 됩니다. 되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완전히 정상인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말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세요.
전에는 와서 듣기만 했는데 오늘은 질문을 쪽지로 써 왔어요. 앉아서 하려고 했는데 서서 했어요.
 
발전한 거죠?

부모님의 불안 증세가 딸에게 전이되고, 딸 또한 자기 딸에게 전이 됩니다.
내가 부모로부터 씨앗을 물려 받았지만, 정진해서 내가 나아져야 딸도 힘들지만 대물림되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10초로 기준을 두지는 못하지만 20초를 기준으로 두면,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습니다.
너무 목표를 앞으로 잡으면 영원히 환자로 살아야 합니다. 기도할 때
마리아님, 감사합니다. 저를 그나마 이렇게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은혜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하세요
. 이미 은총을 받았습니다.“

오늘 마산에서는 스님께서 질문자들에게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질문하신 분들만이 아니라, 함께 강연에 참가했던 분들도 많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서 가셨을 것 같습니다.
특히, 2년 반전에 큰 사고로 수십차례 수술을 하고, 아직도 치료중인데,
12
월에 있을 수술이 두렵다는 울먹이는 젊은 아가씨에게도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기뻐게 생활할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책 사인회를 야외에서 했는데 복잡하지 않아서도 좋았지만,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 아래서 길게 줄을 선 사람들과, 환하게 웃음을 선물하시는
스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

점심식사는 마산정토회에 가서 먹었습니다. 김밥과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1
시간 가량 휴식한 후 다음 강연장인 거창으로 이동하면서 봉림사지에 들렀습니다.
봉림사지는 2천년전 가야에 불교가 처음으로 전해질 때 세워진 가야정사터이며
통일신라시대에는 구산선문의 하나인 봉림사로 번창했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억새와 텃밭으로 지난 역사를 모르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도 법륜스님의 스승이신 불심도문큰스님께서 이미 오래전에
복원을 위해 땅을 구입해 놓으셨다고 합니다
. 한 바퀴 둘러보고 거창으로 향했습니다.

 

거창에 도착하자 평화리더쉽아카데미 졸업생 한 분이 스님을 반갑게 맞이하며 저녁식사를 대접했습니다.
늘 김밥을 먹다가 오늘은 앉아서 편안히 식사를 했습니다.
오늘 거창 강연장에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학생들도 많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지
도시같은 분위기였습니다
. 질문하는 사람도 많아 보통 때보다 30분 더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강연장 분위기가 밝고, 사람들의 집중도도 높았습니다.

특히, 2시간이 지나갈 즈음에 여고생이 복지가 무엇인지 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께서 고등학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정치 민주화와 경제민주화의 개념, 양극화와 통일,
 
복지의 개념, 그 속에서 현재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하고도 쉽게 설명을 해 주셨는데,
강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스님의 목소리에 모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참 쉽게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는 모습에서
질문을 한 학생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그리고 남편이 질문을 했는데 질문을 듣고는 부인이 힘들겠다고 하시며,
옆에 앉아있던 교회다니는 부인에게 하신 말씀 중에
교회에만 하느님이 계신 것이 아니라 내 옆에도 하느님이 계시니까,
주님 섬기듯이 남편을 섬기세요.”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있는 남편을 엄마처럼 돌봐주라는 말씀도 많이 다가왔습니다.

 

강연을 마치면 자원봉사를 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자원봉사하면서 일어났던 마음에 대해서
마음나누기를 합니다
. 오늘은 3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나누기를 했는데,
모두들 강연을 듣고 감동스러워 하며 기뻐했습니다.



오늘은 강연이 2개라 조금은 여유가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3강이라 열심히 달려야 하겠습니다. 충북 단양, 경북 봉화와 구미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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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경 진실행

들국화님! 고맙습니다.<br />복습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br />봉림사지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2012-10-19 09:24:02

자유로이

국어사랑님의 말씀 감사합니다. 힘들겠지만 되도록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비난하지 않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 되물리다는 북한어로 '되물다(도로 물거나 다시 물다)'의 피동사라고 사전에 나와 있네요.. 아울러 들국화님께 항상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0-13 11:24:57

^^^^

국어사랑님..지적 좋으신데요~들국화님께서 몰라서 되물림이라 쓰신건 아니시겠죠..매일을 스님과 함께하시는 바쁜 일정가운데에도,매일매일 이렇게 소식 올려준다는게 정말 보통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거의 초인적 힘이라고 봅니다..오타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네요..우리가 되새김할때도,되 하는 의미가 있듯,시대와 세대를 내려가는 대물림도 좋지만,적당히 이해해주시죠^^여기에서는 세대가 아니라,다시 물린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2012-10-13 10: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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