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0월 9일 법륜스님의 하루(성북구, 동대문구, 노원구, 서일대)

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맑은 가을날입니다. 오늘은 강연이 4개나 있는 날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강연하는 곳이 모두 강북쪽으로 모여 있어서 이동거리가 많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아침에 조찬으로 몇 년째 해 오고 있는 전문가 모임에 참석했다가, 강연시간에 맞춰
성북구민회관으로 출발하셨습니다
.

성북구민회관은 전에도 강연을 했던 적이 있는 곳입니다.
구청장님과도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구청장님은 새로운 100을 스님께 선물받자마자 바로 다 읽었다며,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강연에 들어가셨습니다
.

 

500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강연을 들으러 오셨습니다. 어렵게 질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 문제 해결의 시작점에 서 있다던 스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

딸이 결혼하려고 만나는 남자가 직장이나 학벌은 좋은데, 언청이 수술을 했던 사람이라
이빨도 시원치가 않고
, 또 손자에게 유전이 될까봐 걱정된다는 아주머니에게
스님께서 큰 과제를 주셨습니다
.

말씀하신 뜻은 직장과 학벌은 좋은데, 언청이는 싫다, 또 언청이는 싫은데
직장과 학벌은 너무 좋다 이런 경우라면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갈 가능성이 90%입니다. 
결혼을 하면 잘못했다고 후회합니다. 또 결혼 안 하면 괜찮은 사람을 놓쳤다고 후회합니다.
결혼을 해도, 안 해도 후회가 되는 수에 걸렸습니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는 외통수에 걸렸습니다.
왜냐하면 욕심으로 사람을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학벌을 보거나, 육체를 보고 판단을 하는 이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욕심에 걸려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하면 헛다리 짚는 경우가 되고,
안 하면 괜찮은 사람을 놓쳐 버린 경우가 되어 버립니다.
결혼한다, 안 한다 둘 다 내려놓고, 100일동안 욕심을 내려놓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면 상대가 문제가 있더라도 수용을 하든지,
학벌이나 지위가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결론이 나든지,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든지
저절로 교통정리가 됩니다
. 내 마음이 정리되든, 상대 마음이 정리되든, 상황이 바뀌든
정리가 될 것입니다
.
기독교 같으면 주의 뜻대로 하소서.’, 불교 같으면 인연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는 것입니다.
놓아버려야 이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안 그러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과보가 따릅니다.
욕심내려 놓고 기도하세요.”

상대에게 분노가 생기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분노가 많다는 여자분이
분노를 어떻게 표출해야 하는지
, 분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스님같이 아픈데를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28
개월, 70일된 아이 둘 키우기가 너무 힘들고, 남편만 보면 짜증나고 싫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우울증 초기 증세의
31살 젊은 엄마,
노래교실에서 계속 태클을 걸고 시비하는 동료때문에 힘들다는 적극적인 성격의 할머니,
아이 둘 있는 남자와 결혼이야기가 오가다가, 자기가 남자분의 큰 아이를 너무 싫어해
거의 헤어진 상탠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약간 불안해 보이는 여자분 이야기 등
마칠 때까지 깊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 참 소중한 자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외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북악 팔각정 휴게소의 원두막에 앉아
김밥을 먹었습니다
. 멀리 보이는 북한산,
점심시간에 휴식차 나온 듯한 여유로워 보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3시에는 동대문구 예그리나 명사 특강으로 스님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예그리나란 말이 낯설어서 사전에 찾아보니 서로 사이좋은 사이란 뜻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 구청 강당에 사람들이 꽉 찼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이 곳에서도 험난한 인생사가 터져 나오고 스님을 애타게 바라보는 눈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의처증이 있는 남편과 35년을 살다가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의심하는 할머니 이야기,
사회복지사로 일했었는데 지금은 조울증으로 집에서 쉬고 있어 올바른 가장, 올바른 아빠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상심하고 있는 젊은 남자분
,
30
년정도 직장생활을 하고 명예퇴직을 했는데 잘 늙어 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묻는 여자분,
한국에 온 지 2년된 새터민인데 남북이 다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왜 아직도 통일이 안 되고 있는 것인지 묻는 여자분
.
스님의 답변은 진지하되 가볍고, 간결하나 시원했습니다. 큰 박수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저녁 강연은 청년대학생들을 위한 희망콘서트였습니다. 노원구민회관에서 있었는데, 처음 시작할 때 약간 자리가 비었다가 강연시작한 후 얼마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꽉 찼습니다.

오늘은 청춘멘토링인데, 왜 이렇게 아주머니들이 많이 오셨어요?
, 청년대학생들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없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많네요.
청년대학생들이 먼저 질문을 하고, 그 후 나이든 청춘들 질문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20, 30대 젊은이들이 질문은 역시 연애, 진로에 대한 것이 많았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옛날 사람처럼 끈적끈적 붙는 엿처럼 연애하지 말고 바싹바싹 하는 쌀과자처럼
 연애하세요
. 내가 너 좋아하는 것은 내 자유지만 그렇다고 너도 나 좋아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강요고 독재입니다.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가 망설여지고 참 어려운데
그것 또한 나를 좋아한다는 답을 얻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쉬워요.
그런데 너도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해라, 이러니까 망설여지는 거예요.
그래서 말도 못하고 시간 보내고 혼자 끙끙 앓습니다.
상대가 내 요구대로 안 되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미워합니다. 그럼 자기 인생만 손해잖아요.
이것은 민주 질서를 어귀는 거예요. 완전히 독재적 사랑을 하는 겁니다.

남이 나를 좋아하든 말든, 그건 남의 인생이니 상관할 바가 없어요.
바다에 가서 , 바다 좋다.’ 이런 말은 그냥 쑥 나오잖아요. 아무 대가도 안 바라니까요.
그것처럼, ‘, 너 좋다.’ 하고 그냥 말하면 되는 거예요.
상대도 좋다고 하면 되는 거고, 상대가 싫다고 하면 그만 두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내가 좋다면 싫어하는 사람을 좋게 만들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 해요.
막연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선물도 하고 정성을 기울여야 해요. 좋고 싫은 감정은 개인의 자유예요.
나를 좋아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어요. 그 사람의 자유니까요.
그렇게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면 내가 사귄 사람을 전부 친구로 둘 수 있어요.”
스님은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 사람들과 사귀는 법을 알려주십니다.

잠시 강연장을 나왔는데, 남자 고등학생 두 명이 복도로 급하게 뛰어 들어옵니다.
, 빨리 와라. 법륜스님 강의 끝나겠다. 스님 봐야 된다.”
이 고등학생들이 학원수업을 마치고 스스로 이렇게 스님을 찾아오는 이유가 뭘까?
스님께서 젊은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같이 호흡을 해 주고,
방황하는 삶의 방향을 잡아주시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녁 강연까지 마치고 나니까, 동행했던 저희들도 눈이 감기는데, 스님은 더 피곤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강연이 하나 더 남아 있어, 노원구민회관에서 강연을 마치자마자
서일대학교로 이동했습니다
.

일정이 안되는데도 계속 강연 요청을 해서,
스님께서 일정표까지 보여주며 시간이 없다고, 1030분 외에는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그 시간에도 해 달라고 해서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늦은 시간이라 강연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300
명이 모여있다고 강의 요청을 했는데 가봤더니 6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그런데도 스님께서는 인원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500명 앞에서 강연 하시듯이,
통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강연을 하셨습니다. 회관에 들어오니 새벽 1시가 다 되어 갑니다.

오늘 하루는 완전 풀타임이었습니다.
강연을 하는 것은 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로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매일 할 수 있다던
스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 그렇구나, 그렇구나... 스님의 일상 모습 속에서 하나 하나 배워갑니다.

내일은 2012년 가을 강좌가 대전정토회에서 시작됩니다. 내일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5

0/200

이형숙

저도 성북구민회관에 있었는데 스님을 뵌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이었습니다<br />살인적인 스케줄이라고 들었는데 부디 모시고 다니시는분들이 스님건강을 꼭 챙겨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가까이서 뵌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0-21 14:45:29

박혜선

존경스럽습니다. 스님.

2012-10-12 10:14:02

혜향

사람수가 다는 아니지만 300명 모엿다고 강연 요청해놓고 60명만 참석을 했다니...<br />그것도 없는 시간 쪼개서 한밤중에. 제가 다 화가날려하네요. 경계에 걸린건가요? ㅎㅎ<br />스님은 그래도 구애받지 않고 열정적으로 강연하시겠지만, 스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_()

2012-10-10 21:22:3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