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0월 8일 법륜스님의 하루(경북 영덕, 영양, 울진)

오늘은 경북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대게가 유명한 영덕에서 오전 강연이 있었고,
오후 230분에는 고추가 유명한 영양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에는 망향정이 있는 울진에서 마지막 강연이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영덕으로 향했습니다. 4시간 가량 걸렸는데,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완연한 가을이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노오란 들판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파란 하늘에는 비늘 구름 흘러 다니고,
파란 호수엔 산그림자 내려 앉아 우리들을 반깁니다.
우리들이 맘껏 산천을 눈요기할 때, 스님은 차에서 곤히 휴식을 하셨습니다.
스님께서 푹 쉴 수 있는 장거리 여행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덕에 도착하기 10분전 강연장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현재 100여명 정도 왔는데, 질문자는 없습니다.’
가을에 농촌에 강연이 많이 잡혀 있는데, 실제 농사일 하는 분들이 강연장 오시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질문자들이 없는 것도 당연한 것 같습니다.
강연장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들이 강연장에 오시는 분들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고 살펴 보니, 아저씨들은 거의 없고, 50대 중 후반, 60대 초반의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 더 연세드신 분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질문을 받기 전
모두 강연을 한 시간 가량 하셨습니다
.
곱게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예쁘다.”고 하시면서 늙어서 좋은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젊다는 것, 늙었다는 것은 어떤 것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지만, 젊었을 때는 젊어서 좋고,
늙어서는 늙어서 좋은 원리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법의 이치, 삶의 이치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음의 작용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내가 좋아집니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못 받아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지 않아서 불행한 것입니다.
마음의 성질이 그렇습니다. 이해 못하면 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내가 상대를 이해 못해서 그렇습니다. 이것이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이해받으려고 하지 말고 이해하세요.”

 

50대 후반의 아주머니들이 스님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합니다.
스님은 역시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10분 전에 100여명이라 걱정을 하더니,
강연이 시작되고도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오더니 250여명이 강연장을 가득 채우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영덕에 왔는데, 영덕게도 못 먹어보고 가네요.”하며 저희들끼리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영덕에서 영양으로 떠났습니다
. 하루 강연이 3개 있을 때는 주변 돌아볼 시간이 없습니다.
강연 마치면 바로 다음 강연장으로 이동하고, 차 안에서 김밥이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일정들입니다
.

영양은 고추가 많이 나는 지역입니다.
가로등마다 빨간 고추 모양이 두 개씩 달려 있습니다. 고추가 특산물임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영덕, 울진과 달리 영양은 내륙으로 들어와 있는 지역입니다.
인구도 18천명으로 조그마한 군()입니다.
380
석의 강연장에 사람들이 얼마 안 앉아 있어서 강연장이 약간 썰렁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180명이 넘게 참가를 했으니, 인구의 1%가 넘는 인원이 참가한 것입니다.
고추가 막바지라 일손이 바쁘다고 하는데, 그리고
길 양옆으로 주렁주렁 달린 사과도 수확철이라 일손이 바쁜데 많은 분들이 참가해 주신 것입니다
.
감사드립니다.



영양에서 울진으로 넘어가는 길도 아름다웠습니다
.
절벽을 붉게 타고 오르는 담쟁이의 향연은 탄성을 지르게 했습니다.
20
년 후면 물맑고 공기좋고 먹거리 안전한 이 곳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영양 강연에서 스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 시원한 가을 공기도 좋고,
계곡의 물도 면경같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울진으로 넘어가는 길은 스님께서 지도를 보고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산길을 알려 주셨는데,
아직 도로 포장이 다 되지 않아서 비포장도로로 아슬 아슬 울진으로 넘어갔습니다.

아이구, 큰 일 날 뻔 했네. 잘못 했으면 강연에도 못 갈 뻔 했네.”하시며 웃으셨습니다.
비포장도로로 재를 넘어 멀리 높은 산꼭대기 너머로 파란 바다가 보입니다.
- 바다다! 꼭 바다를 처음보는 사람들처럼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강연시간보다 30분 일찍 울진에 도착해서 바닷가로 갔습니다.
배들이 파도에 흔들리고, 얕은 어둠 속에 파도는 더욱 하얗게 부딪혀 쓰러집니다.
멀리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수평선 너머에 환한 도시 하나가 숨은 것처럼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서서 김밥과 먹을 것들을 든든히 먹고 다시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울진은 6만의 제법 큰 군이라서 그런지, 강연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450
명이 참가해서 강연을 들었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질문도 많았고, 대중들의 분위기도 밝았습니다.”

저는 23살 대학생인데 살아오면서 어려운 점이 크게 없었습니다.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도 잘 사귀는데, 요즘 와서 가끔 삶이 무거력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저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많이 느낍니다.
친구도 많고 성격도 밝던 20대가 어느날 변사체가 되어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20대의 지나가는 열병인 것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왜 사는지는 애매합니다.
친구도 많고 재미있는 일도 많은데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람쥐나 토끼가 왜 사는지를 알고 살까요, 그냥 살까요?”

그냥 산다고 생각합니다.”

왜 사느냐를 자꾸 생각하면 종착역은 자살입니다. 왜냐면 삶에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으니까 자살을 합니다.
삶의 의미를 묻기전에 이미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삶이 먼저 있는데 왜 사냐고 물으니까 답이 안나옵니다.
사는 것은 그냥 사는 것입니다. 삶에 대해서는 가 아니라 어떻게가 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사는데 즐겁게 살래요, 괴롭게 살래요? 속박받고 살래요, 자유롭게 살래요?

현대사회에서 20대들이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잖습니까?”

첫째, 자기 삶에 대한 생태적 삶의 자세가 안 갖춰졌기 때문에 그렇게 갈 수 있습니다.
20
살이 넘자마자, 제 먹고 사는 것을 제가 책임지고 살면 자살할 확률이 푹 떨어집니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희생위에 얹혀서 살기 때문에 몸은 성인인데,
정신이 미성숙해서 생기는 부조화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20
살이 넘으면 부모는 무조건 자식을 내어보내고, 20대 자신도 딱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지면
자살이 줄어듭니다
. 삶이 생태적이지 못합니다. 그것은 토끼든, 다람쥐든 산에서 키우면
엄마에게서 독립을 하는데
, 집에서 키웠다가 자연에 풀어놓으면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자연에 있는 생명은 병이 안 들지만, 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병이 듭니다.
인간이 생태적인 것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만약 자기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살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삶의 방식이 잘못되어서 그렇습니다. 사회구조적인 잘못입니다. 이것이 환경적 조건입니다.

둘째, 심리적 조건은 심리불안입니다. 부부지간에 싸워서 엄마가 심리가 불안한 상태에서
애를 낳아서 키웠기 때문에 자아가 불안합니다
. 그래서 장애에 부딪혔을 때 못 이겨냅니다.
그래서 발병합니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대학생을 조사해 보면 13%가 정신적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불안심리로 인해서 형성된 자아가 억압적인 상황에 부딪힐 때 뚫고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

삶의 환경이 야생적 태도를 가지면 자살은 굉장히 떨어집니다.
그 다음 사회적 대응은, 심리적 불안요인은 조기 치료하면 됩니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자살률이 현재의 1/3, 1/5로 떨어질 것입니다. ”

20대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튼튼하고 건강한 구성원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울진 강연을 마치고 어두운 밤을 가르며 다시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하루 3강 하느라
바쁘게 다녔는데 내일은 밤
1030분에도 강의가 있어 4개의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 강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오전 1030분에는 성북구민회관에서, 3시에는 동대문구청에서, 7시에는 노원구민회관에서,
10
30분에는 서일대학교 대강당에서 있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은 참가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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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quot;사는 것은 그냥 사는 것입니다. 삶에 대해서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되어야 합니다. &quot;<br />이 말씀이 마음에 너무 와 닿네요<br />오늘도 왜라는 마음보다 어떻게 살까를 생각하며 열심히 보내겠습니다<br />

2012-10-11 09:29:09

큰바다

스님, 감사합니다...

2012-10-09 23:42:19

혜향

법륜스님의 백분의 일이라도 흉내내고 살면 휼륭한 삶을 살앗다고 할 수 있겠죠.<br />읽는내내 너무 고단하고 힘들텐데 생각이 듭니다. <br />그래도 우리 같은 중생을 일깨우는 보람된 일을 <br />해주시는 스님이 게셔서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_()_

2012-10-09 15: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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