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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전 강연이 없고, 오후에 부산KBS공개홀에서 대강연이 있습니다.
어젯밤 전북 부안에서 울산 두북까지 오느라 늦은 밤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뒷정리하다보니
평소 일어날 시간에야 다들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는 휴식도 하고 빨래도 하며 개인 정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의 휴식은 저희들처럼 푹 퍼져서 실컷 잠을 잔다거나 비디오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산책을 하면서 산이나 길을 걷거나 밭에서 일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스님은 일찍 일어나셔서 마당에 있는 잡초 제거 작업을 하셨습니다.
“이제 풀이 더 자라지는 않을테지만, 풀에 씨가 맺혀 있어서 씨가 떨어지기 전에
이 풀을 뽑아줘야 돼.” 하시면서 씨앗이 맺힌 풀들을 뽑으십니다.
스님은 일을 하고 계시고,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는 이유로 저희들은 쉬었습니다.
스님께서 작은 텃밭에서 아침 찬거리로 준비하신 상추, 풋고추, 가지, 호박잎 등으로
아침겸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이동하는 차안에서 잠시 휴식을 하셨습니다.
부산KBS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무리지어서 공개홀로 들어갑니다. 오늘도 사람이 많겠구나 싶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아직 30분 전인데도 1층은 모두 차고 2, 3층도 반 이상 사람들이 앉았습니다.
화이트 폭스의 사전 공연이 장내를 흔들어 놓습니다. 사람들이 같이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화이트 폭스는 스님의 KBS강연 때마다 와서 재능기부를 해 주고 있습니다.
화이트 폭스의 최고 언니인 노유정씨가 서점에서 ‘스님의 주례사’를 읽은 것이 인연이 되어,
스님이 가는 곳이면 마다않고 재능기부를 해 주고 있습니다.
“‘스님의 주례사’를 읽고 제가 해운대정토회로 찾아갔었죠. 스님을 뵙고 너무 행복했어요.
북한어린이돕기 5월 캠페인에도 매년 재능기부를 하고 있어요. 벌써 4회가 지났어요.
여기와서 재능기부가 뭔지도 알게 되었죠.” 진하게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와 푹 파진 옷을 입은
화이트 폭스 멤버들이 처음 정토회 행사에서 공연을 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발랄하고 신난 공연 중에도 스님에 대한 존경심이 그대로 느껴지는데, 그래도 그 옷 차림새와
춤이 익숙하지 않아 약간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면서 빙그레 웃음이 나옵니다.
벌써 인연이 5년이나 된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무대 뒤에서 화이트 폭스 공연을 한참 바라보시다가,
공연이 끝나고 나온 멤버들을 격려해 주시고 함께 사진도 한 컷 찍었습니다.
사전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 질문이 15개,
도저히 남편 때문에 질문을 할 수 없어서 서면 질문을 한다는 한 분까지 질문이 16개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다 답변을 하시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3시, 강연을 시작할 시간입니다. 1, 2, 3층에 사람들이 꽉 찼습니다.
1층 양옆에 깐 임시의자에도 사람들이 다 앉고 무대앞 바닥에도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좌석이 2880석인데 4000명이 참가했습니다.
스님이 무대로 나오니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스님을 맞이합니다.
오늘도 다양한 인생사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인생의 이런 그림, 저런 그림들이 스님을 향해 좀 봐 달라고, 어떻게든 어려움을 좀 해결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스님은 빙긋이 웃으시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들을 정성껏 맞이해 주셨습니다.
첫 질문을 하신 아주머니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혼을 한 뒤 그 억울함과 아이들 문제로
자기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당신 스스로 설움에 북받쳐서 울먹이면서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다시 아주머니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합니다.
스님과 아주머니 사이에 여러 차례 문답이 오고 갑니다.
그러다가 “자, 봐요. 특별히 억울할 것도 없는데, 뭐가 그리 억울해요?” 하고 시원하게
한 마디 탁 던지시는 스님. 분명히 아주머니 사연을 들을 때는 마음이 아파서
같이 눈시울도 약간 붉어졌었는데, 스님 말씀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시원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구렁텅이에서 헤매다가 쑥 빠져 나온 느낌이 듭니다.
“자꾸 옛날 생각하면서 고통스럽게 살겠어요? 아니면 희망이 있는 새로운 길로 가겠어요?”
“자, 그러면 앞으로 바보같은 짓 하지 않겠다는 증표로 노래 한 곡 해 보세요. 확실히 풀어 버려요.
신나는 노래 한 곡 해 봐요.”
아주머니는 노래 못 한다고 망설이다가, 스님의 재촉에
“낮에도 좋아, 밤에도 좋아, 언제라도 달려갈게...”하며 ‘무조건’이라는 노래를 중간부터 불렀습니다.
4000명의 대중들이 박수를 치면서 같이 노래를 불러주고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처음 질문할 때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로 반전이 되었습니다.
“아이고. 노래 가사를 들어보니 남편에 대한 정을 반밖에 못 끊겠다. 그래서 되겠어요?”
강연장이 와-하면서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질문자의 눈 앞에 가려져 있는 꺼풀 하나를 벗겨 주시고는, 자, 눈을 뜨고 세상을 봐라-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깊은 속내까지 드러내며 질문을 했습니다.
역시 구체적인 질문은 대중들과도 공감이 쉽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추상적인 질문이 나오면, 대중들은 쉬 지루해하고, 빨리 마치고 다음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질문이 많아서 6시까지 강연을 했는데도 사람들의 질문을 다 받지는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는 스님께 깊이있는 자기 문제를 드러내놓고 상담을 합니다.
그만큼 스님에 대한 믿음, 신뢰가 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4000명이 있다하더라도,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큰 바램으로
질문을 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도움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질문을 해 주신 많은 분들로 인해, 가만 듣고 있었던 사람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한 일상생활 속의 어려움을 풀어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얻었을 것입니다.
강연을 마치자 한바탕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님의 사인하는 장소에는 책을 산 사람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몇 겹으로 길다랗게 줄을 서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들이 스님 앞쪽에서 장사진을 이루며 사진을 찍습니다.
“스님은 꼬박 3시간이나 서서 강연을 하셨는데, 마치고 나서도 저 많은 사람들 사인해 주느라 또 손까지 고생을 시키네. 어짜노?” 강연장을 나가던 분이 스님 모습이 안타까운 듯 한 마디 던지고 갑니다.
강연 후에는 오랜 지인인 부산대학교 대학원장 황한식 교수님과 만나 1시간 가량 말씀을
나누셨습니다. 교수님은 평생 지방 분권에 대한 연구를 하셨고,
스님은 통일에 대한 연구를 하셨는데 통일과 분권에 대한 주제로 세미나를 한 번 열기로 하였습니다.
교수님과 헤어져 다시 두북으로 들어와 한참이나 늦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내일은 전남 강진과 장흥에서 강연이 있습니다. 내일은 전라남도의 날이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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