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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잘 보내셨나요? 올 해는 달도 휘영청 밝게 떠서,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었습니다.
오늘은 한가위 강정마을 큰잔치가 있었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서 평화재단 실무자들은 지난 금요일 배편으로 제주도에 도착해서,
한 팀은 토요일날 오후, 강정마을 집집마다 이번 행사 선물인 장우산을 돌렸습니다.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드리고, 행사 참여도 요청했습니다. 직접 한 집 한 집 돌아보면서,
소수이기는 하지만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분들을 만나고, 또 반대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추석날인 어제는 오전에는 4.3 평화공원에 다녀왔습니다.
가슴아픈 4.3 제주 민주항쟁을 보면서 실무자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3만여명의 죽은 자들은 말이 없지만, 이 나라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들이 남긴 역사의 과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오후에는 강정마을 큰잔치 사전 준비를 했습니다.
행사장에 만국기를 달고, 음향기기를 들여놓고, 무대설치를 도왔습니다.
식사팀들은 강정마을 부녀회 회원들과 함께 내일 먹을 국수 고명을 준비하고, 그릇을 미리 챙겼습니다.
그리고,저녁 식사 후에는 스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이틀동안 내내 금강경 원고를 보셨습니다. 원고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새벽 기도를 마치고, 일찍 밥을 먹은 후 강정마을로 향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눠서, 강정의례회관에서 음식 준비를 하는 팀과 행사장 팀으로 나눠서 준비를 했습니다.
이번 행사 음식은 강정마을 부녀회에서 수고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점심으로는 국수와 돼지고기, 김치와 양파절임, 떡과 포도, 사과와 막걸리가 나가고,
행사 마칠 때쯤에는 돼지고기와 도토리묵, 바나나, 귤과 함께 막걸리를 준비했습니다.
부녀회에서도 함께 음식 배식할 준비를 해 주셨습니다.
10시 40분경부터 마을 어르신들이 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스님도 일찍 오셔서 일하는 분들에게 수고한다며 인사를 하시고, 일찍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인사를 드렸습니다. 문정현 신부님과도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제주 정토회에선 20여명이나 와서 하루종일 일을 실컷 했습니다.
스님이 같은 공간에 있어서 좋아서 그런지 밝은 모습으로 설거지, 배식, 음식 준비, 주변 정리까지 해
주셨습니다. 참 든든했습니다.
스님께서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제주정토회 회원분들과 사진 한 컷 찍었습니다.
오늘 행사는 3부까지 진행이 되었습니다.
1부는 ‘나눔과 공감의 장’으로 강동균 마을 회장님 인사말, 인명진 목사님, 김홍신 작가님의 격려사,
법륜스님의 ‘위로와 화합의 말씀’, 강정마을 주민 이야기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2부는 ‘화합의 문화마당Ⅰ’으로 제주도말로 노래하는 뚜럼브라더스의 공연, 김제동 토크콘서트,
제주민요패 소리왓 마당극, 김미린씨의 노래로 이어졌고,
3부는 ‘화합의 문화마당Ⅱ’로 마을 주민장기자랑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칠 때까지 햇살 뜨거운 축구장에 앉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하던
스님의 모습도 주민들에게 인상깊게 다가간 것 같습니다.
인명진 목사님, 김홍신 작가님, 정동영 전의원님, 이강래 전의원님이 어려운 걸음을 해 주셨습니다.
김제동씨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힘들었던 강정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즐거움을 선물했습니다. 사람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김제동씨도 재능기부를 해 주셨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늘은 참으로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강정마을에 조용히 울려퍼진 스님의 말씀은 여태껏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했고,
강한 여운을 남긴 것 같습니다.
“야당이고 시민단체고 다 해군기지 반대만 이야기했지, 오늘 스님처럼 말씀하시는 분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오늘 스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희망이 생기는 것 같고, 방향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꼭 스님이 중재를 해 주십시오. ”
“그동안 주민들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 오늘 하루 맘놓고 실컷 놀아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합니다.”
“마을행사에 주민이 이 정도로 모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행사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던 마을 사람들도 오늘 여러 명 왔다갔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경쾌한 쾡과리 소리 울려 퍼지고,
술 한 잔 거나해진 어르신들의 어깨가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이번 잔치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화합을 위한 하나의 시작점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 강정마을의 바람 사이로 차분하게 그러나 무게있게 들렸던 스님의 말씀을 옮겨 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생각을 달리할 수가 있습니다.
의견을 달리해서 결과가 다르기도 하고 생각과 견해를 달리 해서 야당이나 여당, 진보나 보수가 되기도
합니다 마땅히 다른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정부의 해군기지 정책에 대해서도 마을주민들 사이에는 견해를 달리하고 있고,
또 달리하다보니까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우리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로 인해서
4백년 이상 살아온 마을의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또 어쩌면 대대로 살아온 마을의 일부분이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는 문제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 그로 인해서 생겨나는 우리들의 상처는 치유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 데서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이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더 안타까워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이런 마을 화합의 잔치를 마련한 것은 우선 파괴되어가는 자연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막아내고
복원할 것인가에 앞서서 사람들 사이에 생채기 나고 있는 이 상처를 어떻게 아물게 할 것인가,
파괴되고 있는 마을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먼저 인 것 같아서입니다.”
“현실은 함께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함께하지 않는다면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남북간엔 6.25 전쟁까지 겪고 철천지 원수가 되어서 지난 60여년을 지내오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 어려운 가운데서도 서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한국사회의 진보와 보수는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함께 하기 어렵습니다.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의 온갖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미래를 좀 더 낫게 만들어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정말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미래를 보면
함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데서 우리 자손들에게 물려줄 평화로운 마을,
전통이 잘 유지되는 그런 마을을 앞으로 만들어가려면 오늘 우리에게 닥친 이 어려움을
아무리 어렵더라도 극복을 해 나가야합니다.
그런데서 오늘 이 잔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하는 시작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이하 정부 관계자들, 이 문제를 추진하는 행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국방을 지켜야 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우리 해군관계자 여러분들께서
이 주민들의 아픔과 간절함을 다시 한 번 재고를 해주셔서 정말 주민들 속에 있는 이 분함과
억울함과 이 아픔을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그런 희망을 주는 정부정책을 재고해 주십사
이 자리에서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들이 정부의 잘못되거나 부족한 정책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에
여러분들도 찬성하는 분들의 소수의 아픔을 좀 이해하시고,
미워하기보다는 그분들까지도 껴안아주는 그런 아량을 베풀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드립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이 먼저 화합한다면 틀림없이 이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여러분들의 그 원이
반드시 성취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들 또한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정부를 보면 반대하는 사람들이 소수자로 억울한 느낌이었는데,
또한 마을로 돌아와서보면 찬성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소수자가 되어서
또 하나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어떤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하나 하나 짚어주시는 스님의 말씀을 강정마을 사람들도 귀담아 듣고 있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제주시로 이동했습니다.
‘제주희망만들기 콘서트’에서 스님 초청강연이 저녁 7시 30분부터 예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강연장에는 350여명이 빽빽하게 앉아 강의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100년에 대한 말씀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왜 지금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통일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인지,
통일을 준비하는 시민들은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2012년 대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스님의 강연은 통일 강연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스님 강연을 들으면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지, 왜 통일이 희망인지,
왜 통일이 새로운 백년을 위한 초석인지 이해하게 되고, 가슴 설레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일 제주도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즐겁기도 했고, 가슴아프기도 했고 또한 감사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잘 마무리하고 돌아갑니다.
내일은 남원과 부안에서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진행됩니다.
스님은 아침 비행기로 광주로 바로 이동하셔서 강연을 하실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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