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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바캉스라는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보통 여름휴가 기간에 피서나 휴양을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의미했는데요, 이 바캉스는 ‘비우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바캉스의 새로운 개념으로 정토회에서는 일반인 대상 명상 체험 프로그램 ‘도심 속 절캉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중입니다.
2025년 9월 11일 오전 10시, 맑은 가을빛 하늘 아래 참가자들은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기 위한 여행에 발걸음을 들였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앞마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하얀 연등이었습니다. 도심의 회색 건물 사이에 천장을 가득 메운 연등들은 바람결에 하얀 물결을 치며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아, 내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왔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의 형상이 보였고, 참가자들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입구에서 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긴장된 듯 조심스럽게 들어섰습니다. 5층 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도심의 분주한 소리는 점차 멀어지고 고요한 숨결이 회관을 맴돌았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오전 10시 –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정토회가 마련한 이번 절캉스는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명상과 실천 활동, 공양까지 삶 전반을 수행으로 이어가는 체험의 장이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라는 가르침이 말이 아니라 행동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에서, 도시인들에게 새로운 휴식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진행자의 안내로 절캉스의 문이 열립니다. 좌복에 앉은 참가자들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은 채 숨결을 고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가느다란 어깨가 들썩이며 긴장이 풀리는 순간 바닥에 깔린 좌복 위로 고요가 내려앉았습니다. 불교 의식에 따라 부처님과 법, 승가에 귀의하는 삼귀의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호흡 정리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입정에 들어갔습니다.
눈앞에 절제가 찾아옵니다. 저물어가는 빛처럼 서서히 스며듭니다. 저문다는 것은 정신이 뜨겁게 타오르지 못하고, 멍한 듯 가라앉는 상태입니다. 이 멍함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온갖 생각에 흔들리던 마음이 멈칫하며 가라앉습니다. 그렇게 멍해지고 편안해지면서 마음은 한곳에 모입니다. 고요 속에서 집중이 생겨납니다. 법륜 스님의 명상 안내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고요하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환해 나아갑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괴로움이 잠시 불이 꺼지듯 잦아드는 순간 또한 좋은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괴로움이 찾아온다 해도 그것은 떨어지는 꽃잎처럼 하나의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수행의 목표는 열반과 해탈을 체험하는 참된 깨달음에 있습니다.
호흡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곧 감각을 알아차린다는 것입니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미세한 자극이 코끝이나 윗입술에 닿을 때, 우리는 공기의 흐름을 통해 호흡을 느낍니다. 그렇게 감각을 따라 호흡을 알아차리면 어느 순간 알아차림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때 부정적인 마음이나 느낌이 일어난다 해도 곧바로 알아차림으로 되돌아가고, 부정적인 상태가 사라진 맑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세 또한 중요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면 졸음이 올 수도 있지만 괜찮습니다. 그 또한 지나가는 현상일 뿐입니다. 수행의 핵심은 오직 하나,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호흡, 들고 나는 숨결 뿐입니다. 그 숨결 속에서 진실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들고 눈은 깊이 감습니다. 두 손은 편안히 앞에 모으고, 숨결을 따라갑니다. 몸과 마음을 고요히 놓아 편안함을 지니십시오.”
스님의 명상 법문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은 명상으로 들어갔습니다.
참가자들이 좌복 위에 단정히 앉아 화면 앞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환한 빛이 들어오지만 분위기는 차분하고 고요합니다. 스크린에 ‘명상 중’이라는 글자가 지금 이 순간 모두가 호흡을 바라보고 마음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뒷모습이 마치 작은 파도처럼 고요히 이어져 있고, 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방석들은 수행의 질서를 보여줍니다.
10분 명상하고 5분 포행, 30분 명상으로 이어갔습니다. 이번 절캉스의 참가자는 대부분 명상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이었습니다. 낯설고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안내에 따라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순간, 법당 안은 고요가 번져갔습니다. 짧은 명상 시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은 명상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임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명상을 마친 참가자들은 서로의 소감을 나누며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이름과 사는 곳, 참가 동기와 더불어 “호흡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왼쪽 골반이 뻐근했다.”, “30분 명상에서는 집중보다 생각이 더 많았다.”라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나누기의 끝에는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 입니다.” 명심문 세 번으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좌복을 정리하고, 참가자들을 맞이하고 틈틈이 다음 활동을 준비하는 손길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명상하는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고, 마음 나누기도 함께 하면서도 원만한 흐름으로 프로그램이 연결되도록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봉사자들입니다.
이어 환경실천활동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삼베 수세미와 뒷물 수건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입니다. 진행자는 “잘하려 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손끝의 감각을 따라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연습을 하세요.”라고 안내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바늘과 실을 들고 손을 움직였습니다. 작은 바느질 동작 하나에도 수행의 마음이 깃들어, 일상의 실천이 곧 수행임을 체험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진행자가 참가자들에게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도록 당부했습니다. “그럼 한 코 한 코 실을 엮고, 바느질을 하면서 지금 내 마음은 어떤 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
낯설게 느껴지는 바늘과 실이었지만, 학창 시절 가정 시간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속에서도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봉사자가 참가자의 뒤에서 어깨를 감싸 안듯이 다가와 코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엄마와 같은 자애로움을 느끼며 관세음보살이 저절로 입안에서 맴돌았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는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습니다. 다소 불편하게 느꼈지만, 이 작은 결핍이 오히려 마음을 크게 움직이는 성찰을 불러왔습니다. 무심코 쓰던 일회용품과 과한 소비가 얼마나 많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뒷물 수건을 챙겨 다녀가겠다며 일상 속 습관을 바꾸려는 실천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절캉스는 이렇게 작은 불편을 통해 소박한 삶의 지혜와 절제의 기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저는 정토회 회원이지만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처음 방문했고, 봉사 경험도 없는 초보로서 이번 절캉스를 취재했습니다. 묵묵히 봉사를 하는 모습에서 수행자의 진정한 자세를 느꼈습니다.
실천활동을 마치고 공양시간을 안내하는 진행자의 멘트가 들렸습니다.
“지금부터는 빈 그릇 공양을 하겠습니다. 정토회에서는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공양 후 접시는 깨끗이 닦아 먹고, 3단 설거지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영상화면의 공양 게송을 함께 낭독하고 지하 1층 공양 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분들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겠습니다. “공양을 마친 참가자들은 무짠지를 이용해 그릇을 닦아낸 물까지 마셨습니다. 저 역시 그 앞에 앉아 함께 했지만 왠지 꺼림직 해서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사실 회원들은 이미 이러한 실천을 일상처럼 해내고 있지만, 저는 그릇을 이렇게까지 닦아 먹어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 제 안에서 참회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공양 간에서의 먹는 행위를 통해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와 절제를 배우게 하는 수행임을 알아차렸습니다.
강독 시간에는 두 개의 주제를 이어 읽고 나누었습니다. “참회가 안 될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매일매일 기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에서는 기도를 매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도시 생활은 몸을 쓰는 일이 적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듯, 마음의 건강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농부가 밭을 갈고 나무를 돌보듯, 우리는 매일의 기도로 마음을 가꾸어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는 습관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내 마음을 정화하는 훈련입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삶의 무게를 자유롭고 행복한 길을 열어 주는 것이 기도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의 강독은 “있는 그대로”와 “매일”이라는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도가 잘되지 않는 날도, 참회가 막히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것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매일 자리를 지킬 때 수행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갑니다.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법사님과의 대화 시간에서 참가자들은 일상에서 느낀 의문과 궁금증을 자유롭게 묻고, 법사님은 일상과 수행을 연결할 수 있는 지혜를 들려주셨습니다.
“오늘 새벽과는 달리 날씨가 유난히 맑고 아름답습니다. 풍경은 더욱 빛나고 밤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설레게 합니다. 가려지지 않는 빛처럼 숨길 수 없는 마음의 일들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관계의 순간마다 소름 돋는 감각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사회적 관계만으로 엮여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도 인연은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신호를 놓치고 인연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실수도 하고 그 실수 속에서 배우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과정인 듯합니다.”
법사님의 인사말에 이어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습니다. 이 질문과 답변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Q. 명상은 매일 하는 게 좋다고 하셨는데, 하루에 어느 정도 시간을 하면 좋을까요?
-법사님: 숨은 저절로 쉬는 것입니다. 숨만 쉬고 있는 것이 곧 쉬는 것입니다. 숨을 쉬는 데는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습니다. 꿈을 꾸고 자는 것보다도 적게 씁니다. 그러니 억지로 시간을 정해 애쓰지 말로 숨을 바라보는 순간순간이 명상이고 쉼입니다.
Q. 평정심을 깨는 상황에서 관계도 지키고 내 마음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법사님: 두 가지를 다 갖고 싶다면 욕심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떼일 수도 있고, 안 빌려주면 욕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감수해야 합니다.
Q. 전화해서 하소연만 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사님: 돈을 꿔달라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네 그러셨군요’하고 들어만 주십시오. 그것이 곧 경청의 연습이 됩니다. 답답할 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분에게는 큰 위안이 됩니다.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닫는 자리에서는 ‘쿨하게 받아들이기’라는 짧은 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아이가 “엄마, 나 20점 맞았어”라고 말하자, 엄마는 “어 그래”하고 답합니다. 이어서 “엄마, 좀 놀다 갈게”하는 말에도 “응, 그래”하고 응답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놀란 친구가 “너희 엄마는 화 안 내?”라고 묻자 아이는 대답합니다. “응, 우리 엄마는 정토불교대학 다니셔.” 아이의 친구는 말합니다. “우리 엄마도 데리고 가요.”
3시간 30분의 프로그램을 마무리한 이 영상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그 배움이 일상 속 태도와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번 체험의 핵심이 응축된 메시지였습니다. 작은 변화가 결국 더 큰 수행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법사님과의 대화에서 “전화해서 하소연하는 사람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은 저의 큰 괴로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저는 고독한 쪽을 선택했고, 남들이 뭐라 하든 만족을 느껴왔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고독을 택했지만 이 대화를 통해 삶을 마주하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취재 중 문자 한통이 왔습니다. 하소연의 전화입니다. “정토회 절캉스 취재 왔어”라고 답장을 보냈더니 상대는 부럽다고 했습니다. 저는 신이 나서 행복학교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나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어.” 예전 같으면 무시하거나 괴로울 일이 홀가분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점은 봉사가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준비 단계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역할이 세세하게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자료 출력, 물품 대여와 세팅, 진행자와 법사, 영상 담당뿐 아니라 청소와 보고서 제출까지 각자의 담당이 정해져 있어 체계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조명과 에어컨 조절, 차담 진행, 청소 안내와 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봉사자가 맡아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었습니다.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가 명시되어 있어 누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분명했고 개인의 책임과 함께 전체가 해야 하는 봉사의 구분이 잘 드러났습니다. 진행이 끝난 뒤에도 물품 반납, 세탁 건조, 보고서 제출까지 철저히 이어져 공동체적인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봉사의 모습은 인터뷰에서 만나본 봉사자들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하게 했습니다.
오늘 절캉스는 바깥 세상을 잊고 온전히 이 자리에 머무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안일이나 외부의 걱정은 내려놓고 3~4시간 동안 프로그램에 몰입하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참가자들 중에는 처음 정토회를 접한 분들도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불교 대학에 관심을 보이고 리플렛을 챙겨 가시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 얼굴이 밝아 보인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그 변화가 불교 대학 공부 덕분임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또 뜨개질을 하며 즐거움을 느낀 한 참가자는 “수행하러 왔는데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라는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저는 뜨개질을 하니 내마음이 즐겁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곧 수행임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순간 한결 밝아지는 참가자를 보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오늘 하루는 개인적으로도 충만했고 참가자들이 새로운 인연을 맺고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처음에 백일 법문 안내 봉사로 시작했습니다. 안내를 하면서도 오롯이 법문을 다 들을 수 있었는데, 그 경험이 소중했습니다. 그때 함께 봉사하던 분의 권유로 절캉스 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정토회에서 봉사를 해보면 할까 말까 고민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참 잘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합니다. 명상, 경전 읽기, 나누기 같은 프로그램들이 알차게 이어지고 다른 분들의 나누기를 들으면서 제 마음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때는 느끼기 어려웠던 공동체의 소속감을 현장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봉사가 남을 돕는 일에서 수행과 삶을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집을 나서 봉사하러 오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습니다.
처음 봉사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어렵지 않고, 오히려 제 자신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정신이 산만하고 찝찝할 대 봉사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백일 법문 때 내부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법사님이 안내해 주신 절캉스 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정도 봉사를 해보니 제가 얻어 가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단순히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제게 힐링이 되고 수행의 한 부분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봉사이자 동시에 제 수행이고 너무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사는 것, 정토회에 와서 그냥 사는 것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시간이 될 때 남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습니다. 이곳에 와서 아프지 않은 것이 곧 건강이고, 괴롭지 않은 것이 행복임을 배웠습니다.
정토회에 다니다가 잠시 쉼을 가졌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오히려 제 마음이 더 위안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곳이 제게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봉사를 함께하고 마음을 나눌 때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봉사를 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질문했는데 모두 한결 같은 답변이 봉사이자 수행이었다고 합니다.
절캉스 프로그램은 명상에 처음 발을 들인 참가자들과의 만나는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낯선 자리에 온 분들에게 따뜻한 미소로 다가가고,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챙겨낸 봉사자들의 수고가 있었습니다. 좌복을 나르고, 공양을 함께 하고, 뒷정리를 맡았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절캉스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초보 리포터로서 현장을 지켜보며 이 글이 봉사자들의 헌신을 다 담아내지 못할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봉사가 수행 그 자체임을 공유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법문에서 들었던 “마음이 괴로울 때는 봉사활동을 해보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봉사활동 경험이 많지 않은 자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봉사자들의 인터뷰에서 봉사가 오히려 힐링이 되었다는 건 봉사의 참뜻인듯합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봉사는 자의식 과잉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이타심으로 전환시키는 행위와도 같다고 합니다. 자기 안에서만 머물던 시선을 다른 사람을 향해 열 때 마음은 자연스럽게 가벼워지고 확장되는 것이겠지요. 이는 자기와 타자를 연결하는 깊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기록이 봉사자들의 노고에 작은 보답이 되고 앞으로 더 많은 초심자들에게 정토회의 길을 안내하는 다리가 되길 바랍니다.
글과 사진_박미경(강원경기동부지부 수원지회)
지원_장수린(인천경기서부지부 인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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