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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내 동작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맞춰야 하니 내 고집을 부릴 수 없습니다. 자연히 나를 내려놓게 됩니다. 공연 연습이 곧 수행이었습니다."
경남지부는 공동체지부에 이어 이번 입재식의 2부 공연을 맡았습니다. 공연 준비에만 3개월이 걸렸습니다. 고민인 것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였습니다.
지난 6월 14일, 공연꼭지 예술감독 정영주 님과 고능석 님, 그리고 섭외 담당 이영주 님으로 기획단이 구성되었습니다. 총 4번의 온라인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았습니다.
공연 꼭지인 정영주님은 2023년 인도 성지 순례에서 받은 깊은 감동을 설명했습니다.
"용성조사 님의 유훈대로 부처님 성지가 잘 관리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석가족이 정토회와 스님의 도움으로 부처님 법을 배우고 이어가려는 노력에 놀랐습니다. 또 멀고 험한 오지의 부탄 사업, 전 세계를 순회하는 스님의 모습이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세계 전법의 길로 나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공연에 담고 싶습니다."
기획단은 '초발심을 낸 어린 수행자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진정한 수행자로 거듭나 세계 전법에 나서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을 주제로 확정했습니다. 이 대담한 기획을 실현하려면 전법회원 역할 1명 외에 14명이 더 필요했습니다. 곧 4개 지회에서 어린 수행자 7명과 세계시민 7명이 공연팀원으로 섭외되었습니다.
어린 수행자가 자라나 세계 시민과 손을 잡으며 하나가 되는 이야기는 정토회의 현재 모습과 닮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반드시 매일 갈고 닦는 수행과 연습, 회원 간의 호흡과 무수한 눈 맞춤이 담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공연 취재를 위해 진주에 있는 극단 '현장'을 찾았습니다. 8월 중순이라, 밖은 피부에 닿는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더웠습니다. 하지만 극단 문을 여는 순간, 바깥보다 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흘러내리는 땀이 자꾸 눈에 들어가 이마에 수건을 두른 회원, 진작에 목이 쉬어버려 이제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제 목소리 같다는 회원이 있었습니다.
지칠만한데 지치지 않는 도반님들의 밝은 표정은 보는 사람을 오히려 편안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7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약 한 달간 연습이 이어졌습니다. 부족한 연습은 온라인으로 시간을 정해 추가 했습니다. 계속되는 연습에도 몸과 마음은 오히려 새롭게 피어났습니다. 연습할수록 더 힘이 났습니다.
응원하러 방문한 경남지부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응원팀과 함께 온 간식들이 공연팀에 힘을 더해주었습니다.
8분 30초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동작을 다 외워야 하고, 결국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맞춰보고 또 맞춰보고, 안 되는 동작은 따로 지도를 받았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팀에는 두 명의 남자 회원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창원지회 김현준 님과 거제지회 김철규 님입니다.
"어떤 역할이든 공연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춤이라는 것이 내 동작을 관찰해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나' 라는 것을 내려놓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맞춰야 하니 내 고집을 부릴 수 없어서 자연히 나를 내려놓게 됩니다. 공연 연습이 곧 수행 같습니다. 연습도 지금부터 100번은 더 할 수 있습니다" (김현준 님)
"지난번 대구지회에서 공연하시는 남자 회원님을 보며 '나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 많은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함께 하니 너무 재미있습니다. 자존감을 되찾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철규 님)
젊은 시절 호랑이처럼 산을 넘고 물을 건넜을 두 남자는, 세월이 데려다 놓은 연습실에서 단단히 굳은 몸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입재식을 하루 앞두고 드디어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리허설을 해야 하기에 다른 회원들보다 하루 일찍 출발했습니다. 연습은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실수하면 어쩌나' 불안하지만, 팀을 믿고 나를 믿습니다.
함께 버스에 오르고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그저 재미있습니다.
도반과 함께한다는 게 새삼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감이 막 솟아납니다.
서울입니다. 유튜브에서만 보던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유수 스님을 만나 공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복도에서 몸을 풀고 리허설을 진행합니다. 리허설 무대에 오르니 진짜 배우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 이런 내 모습, 게을러 보이고 나약해 보이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소임을 품고서 나는 다시 태어나도 수행자,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드넓은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우린 수행자니까 당당하게 힘을 내. 당당하게! (질풍가도, 개사)
저녁은 공양간에서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함께 다독이며 잠을 청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무대에 오릅니다.
2025년 9월 7일,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3층 대강당. 벌써 많은 회원의 웃음소리와 활기가 가득합니다. 공동체지부의 공연을 들으며 거울에 나를 비추어 봅니다.
나보다 큰 장애물이 없음을 인정하는 그대, 내가 옳다고 고집하면 변화는 오지 않아. (We Will Rock You, 개사)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합을 맞춰 봅니다. 3개월을 준비한 무대입니다. 수백 번 듣고, 수백 번 움직였습니다.
자, 나를 넘어설 시간입니다.
공연 노래는 'We Will Rock You', '여행을 떠나요', '질풍가도' 3곡을 개사했습니다. 가사는 우리들의 수행 이야기입니다. 귀에 익은 멜로디에 관객들이 크게 호응합니다.
그 옛날 아제아제바라아제, 위대하신 붓다의 말씀처럼 세상으로 전법을 떠나요.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 (여행을 떠나요, 개사)
무대 화면에는 부처님의 일생과 정토회 수행자들의 홍보 캠페인, 명상 수련, 깨달음의 장, 인도 성지 순례 등의 활동 영상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졌습니다.
지구 환경 오염으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와 산불, 전쟁 등의 영상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덜컹했습니다. 문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이렇게 실감 나는 영상을 만들어 준 회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고맙습니다.
어느덧 공연은 막바지로 치닫고, 어린 수행자들도 세계시민과 함께 달려갑니다. 그런데 마지막 무대, 아래에서 함께 달리는 회원들이 보입니다.
관객의 호응을 이끌고, 무대 위 공연팀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경남지부 무대 아래 공연팀'입니다. 입재식을 10일 앞두고 공연 연습을 보러 온 회원들이 "음악과 동작이 너무 신나서 우리도 같이 일어나 춤추고 싶다. 아예 우리도 공연팀을 하나 꾸리자." 라고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무대 아래 공연팀은 그렇게 마지막 1분 20초를 위해 따로 만나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 이날 공연의 세 번째 주인공입니다.
덕분에 관객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무대 위 공연팀과 무대 아래 공연팀이 하나가 되고, 관객석과 공연팀이 하나가 되고, 국내외 정토회원들이 하나가 되어 정토회 제2-1차 천일결사, 제10차 백일기도 입재식 공연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공연팀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정토회원이라면 돌아보기를 잘 마쳐야 비로소 잘 돌아갈 수 있습니다. 2025년 9월 13일 새벽 6시, 공연팀이 온라인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꼭지였던 정영주 님은 발표 자료를 화면에 띄워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래 가지 않아 결국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공연 연습 중에도 열심히 따라와 주시는 도반님들 보고 감동해서 울었습니다. 오늘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리니 감사함에 눈물이 또 납니다."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연습까지 병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해냈을 때,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온라인에서 펼쳐진 경남지부 공연팀의 '닫는 공연'을 보며 리포터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로가 기억하는 한, 이 공연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글_김미정(진주지회)
사진_서은주(창원지회), 박정현(김해지회)
지원_오미경(양천지회), 조문순(성동지회), 최민지(성남지회)
편집_이승준(전주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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