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일자리가 넉넉한 보리수 놀이터

상수도 기술자인 노기선 님은 문경수련원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셨을 뿐만 아니라, 정토사회문화회관이 지어진 이후에는 1기 보리수 봉사자로서 활동하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토사회문화회관의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위해 활동하시고, 부탄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로 부탄까지 방문한 모습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듭니다. 지금은 업무상 포항에 계셔서 보리수 소임을 잠시 내려놓으셨다는 소식을 함께 전합니다.

야심 찬 건물 관리 시작

2017년 경북 안동 법당 경전대학 학생이면서 불교대학 진행자 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주 남산 순례를 갔는데, ‘깨달음의 장’ 안내자인 자광 법사님이 유수 스님에게 인사를 시키면서 “거사님이 상수도 기술자로 문경수련원의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실 겁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물을 찾아 삼만리, 수련원을 품고 있는 뇌정산 정상까지 올라가고, 이어서 선유동 연수원 리모델링, 오수처리시설 개선 등에 참여하며 불사 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2020년 5월 공사 중이던 정토사회문화회관 인수전담반에 합류하여 ‘모든 일은 봉사자들이 한다’라는 정토회 이념에 따라 건물 운영 및 관리를 야심 차게 시작했습니다. 건설사가 떠난 후 다소 불안한 운영 상태였고 전문가들 대부분이 불가한 일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실 방재실에 근무하는 날은 소방 수신기에 경보가 울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였고, 경보가 울리기라도 하면 혼비백산할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노기선 님
▲ 노기선 님

전국으로 날아간 보리수 홀씨

2021년 10월부터 1년 동안 전문회사에 관리 위탁을 해본 후 ‘우리가 지킨다’라는 마음을 모아 봉사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자체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민도연 불사 팀장의 아이디어로 ‘보리수 100일 정진’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유수 스님과 많은 법사님의 지도하에 토의와 시행을 반복하며 수정, 보완을 여러 차례 하였습니다.

정토회 시스템과 이념에 익숙하지 않은 도반들과 의견 충돌이 있으면서 일과 수행의 통일이 쉽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법륜 스님의 사자후를 고대하는 간절한 마음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2년 6개월이 지나 정토사회문화회관 관리팀 봉사자로 110여 명이 활동하면서 점차 자라난 보리수는 각 지역 으뜸절에 홀씨가 되어 심어졌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여 2023년 9월 전국 보리수로 확장되었고 현재 9기 봉사자 모집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후에도 놓지 못한 봉사활동의 쏠쏠한 재미

불법을 공부하는 학생에서 봉사자로, 정토회 전법회원 및 정토사회문화회관 소임을 맡아 바쁘게 지나오는 동안, 10년간 관찰 중이던 심장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라는 지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22년 초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10월 개관식 생각밖에 없었고, 왜소한 체구에 몸무게는 줄고 이완기 혈압은 40~45mmHg까지 떨어졌습니다.

2022년 10월 1일 개관식을 무사히 마치고, 10월 18일 대동맥판막을 기계 판막으로 교체하는 개흉 수술을 했습니다. 매일 하는 기도와 명상 덕분에 통증을 하나의 감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의료진의 정성이 더해져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울먹이는 아내를 달래고 수술실 앞에서 기도해주신 선광 법사님과 의료진, 이 땅에 태어나 살고 있음에 거듭 감사했습니다.

배움의 재미가 있는 봉사활동에다 도반들과 나누는 기쁨으로 쉴 새 없이 정토회만 바라보고 달리는 제 옆에 애를 태우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아픈 몸에도 마냥 좋아서 회관 일과 회의로 일관하는 남편, 은둔형 외톨이와 이혼 중인 두 아이 문제로 매우 힘들었을 아내에게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건강과 집안일에 자유롭지 않아 개관식이 끝나면 모든 소임을 내려놓으려는 마음이었는데, 3개월 병가 후 회사와 정토사회문화회관 현장에 다시 복귀하였습니다. 그 후 바쁜 일정으로 회복에 무리가 와서 3개월 휴가를 보낸 뒤 현재까지 안전관리자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불가능이 실현되는 과정을 보며 쏠쏠한 재미를 느낍니다.

관리소장 역량교육을 시작하며(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노기선 님)
▲ 관리소장 역량교육을 시작하며(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노기선 님)

일자리가 보장된 나를 위한 봉사 놀이터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월광 법사님의 가르침에 따라 ‘안전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서원’을 품었고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층에서 머리를 다쳐 봉합한 일이며, 천장을 기어다니면서 여기저기 생긴 상처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을 위한 자랑스러운 흔적입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꾸준한 정진도 놓치지 않는 보리수 일원들은 모두 수행자입니다. 특히 정토사회문화회관 인수 전담반 시절부터 참여한, 마산에서 올라온 전기안전관리자 박태화 님, 소방과 기계관리자 김은주 님, 연세에도 불구하고 건물과 우리를 든든히 지켜주시는 신학철 님, 이재룡 님, 관리팀장 신숙영 님을 꼽고 싶습니다. 항상 어머니처럼 따스한 김태희 님, 김규림 님, 김성엽 님, 안전과 기술을 아우르는 유정수 님, 김원재 님 등 많은 도반님이 한마음으로 지켜내는 회관은 보리수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입니다.

으뜸절과 실천활동 장소 가꾸기, 613 대법회와 같은 행사에서 안내 및 안전, 보건관리를 책임지는 버팀목이 되어 회원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믿고 찾아주는 정토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도반님들과 함께할 과제는 넉넉하고 우리의 일자리는 보장되어 있습니다.

가족과 도반들의 보살핌으로 점차 건강이 호전되어 우리들의 놀이터에 자주 나가고 있습니다. 정토회를 알지 못했다면 알코올 중독과 심장병으로 지금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모를 나는 토목 기술자입니다. 회관 관리를 하면서 궁금한 게 많아 다른 분야 공부를 찾아서 하다 보니 기사 자격증을 두 개나 취득했습니다. 회사 건설 현장에서 감리 감독 책임자로서 유용하게 쓰여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행을 동반한 봉사는 결국 나를 위한 것임을 확실하게 깨닫는 시간입니다.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 시범사업 업무협약 체결(뒷줄 맨 오른쪽이 노기선 님)
▲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 시범사업 업무협약 체결(뒷줄 맨 오른쪽이 노기선 님)

어디에서든 잘 쓰이는 행복한 삶

너무나도 고맙게 올해 4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전문가 그룹으로 법륜 스님과 함께 일주일 동안 부탄을 방문하였습니다. 유기농 전문가, 평생 산림을 가꾼 임업 전문가, 국민 행복 포럼 교수님과 물 분야 담당으로 제가 동반했습니다.

경제지표 GDP가 아닌 국민총행복 GNH를 국가 발전의 지표로 삼고 있는 행복의 나라 부탄은 급변하는 세계화 속에서 새로운 인식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면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법륜 스님과 더불어 스님의 하루 팀, 7년 이상 필리핀과 인도에서 활동해온 두 법우님, 바쁜 와중에 통역하기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법우님 등 정토회 활동을 알게 된 전문가분들의 감탄과 칭찬에 뿌듯했습니다.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던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봉사자만으로 운영, 관리하는 우리는 법륜 스님의 가르침과 유수 스님의 지도하에 여러 법사님의 안내를 받고 부지런히 가기만 하면 됩니다. 꽃길만은 아니겠지만 행복의 길은 분명하다고 자신합니다.

수행, 보시, 봉사의 삶이 저를 기쁘고 편안하게 하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커지게 하여 모두가 편안해졌습니다. 온 세상의 은혜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어디에서든 잘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4년 10월 호에 수록된 보리수 소감문입니다.

글_노기선(보리수 1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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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2

0/200

보현

고맙습니다

2025-03-20 07:56:15

무량수

잘 물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법륜스님 말씀에 꼭 맞는 노기선님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깁니다.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고맙습니다. 건강 잘 지키시며 오래오래 정토회에서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5-03-18 21:24:00

김남수

노기선님 정말 훌륭하시고 대단 하십니다
수술을 앞둔 불편한 건강상태에도 책임 소임을 완수하시고 수술 했다는 부분은 감동으로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수술후에도 부탄으로 봉사활동과 근임없는 수행정진 하시는 모습에서는 아직 보리수봉사 를 망설이는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봉사를 놀이삼아 한다는 노기선님 존경심 마져 들게 하는군요.. 감사합니다.'

2025-03-18 14: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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