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에서 수행하는 청년들

2012년 11월 컬럼비아 대학 근처에서 개원했던 맨하탄법당이 4년 만인 2016년 11월에 새로운 곳으로 위치를 옮겼습니다.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는 맨하탄 지역의 법당인 만큼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퀸즈와 브루클린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East Village 북쪽 Stuyves Town 근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법당을 이전하면서 수행법회도 주 2회로 늘려 목요일 늦은 7시, 일요일 오전 11시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맨하탄에서 청년들이 모여 수행을 한다고 하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바쁘다는 맨하탄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수행하는지 소개해 드리고 이전한 법당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맨하탄법당은 부총무인 임금이 님을 중심으로 8명의 청년들이 월례회의를 통해 법당의 대소사를 꾸려나가는데요, 이 중 정기 수행법회를 진행하는 진행자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017년 3월 19일 일요일 아침 9시. 11시부터 법회를 진행하는 김민선 님을 Union Square (한국으로 치면 강남역 같은 번화가입니다)에서 만나 법당까지 걸어가며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민선 님은 작년에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올 1월부터 수행법회 진행을 갓 시작한 새내기 진행자입니다.

“맨하탄법당은 어떻게 알고 다니게 되셨어요?”

이 질문은 맨하탄법당의 도반들끼리도 서로 자주 주고받는 질문입니다. 이 번잡한 도시인 뉴욕에서 본인 말고도 정토회를 찾아낸 뉴요커들이 또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3년 만에 예전 직장 동료를 만났는데 얼굴이 너무 좋아졌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정토회에 다니며 108배를 한다고 해서 그 길로 불교대학에 등록했지요. 그 동료가 바로 맨하탄법당의 안지현 님입니다.”

두 분이 함께 불교대학에 다니고 졸업까지 했다니 나의 수행이 곧 전법의 시작임을 새삼 깨달으며 저도 평소에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다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5분 남짓 담소를 나누며 걷다 보니 법당 건물 앞에 도착했습니다. 새 법당은 예전보다 더 번화하고 좋은 동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법당 앞 도로. 번화가입니다~
▲ 법당 앞 도로. 번화가입니다~

법당을 이전한 후 법회에 나오는 분들이 더욱 다양해졌답니다. 예전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학생/직장인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주부나 중년 남성분들도 한두 분씩 참여해서 나누기 시간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직장 상사나 연애에 대한 고민이 주된 주제였다면 이제는 직장 부하나 아이, 남편 이야기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직업도 디자이너, 경영 컨설턴트, 번역가, 연구조교, 아티스트, TV 프로그램 프로듀서, 국제 NGO 직원, 한인타운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 등 다양해서 작은 맨하탄법당 안에도 뉴욕의 다양성이 그대로 숨쉬고 있습니다.

김민선 님은 맨하탄법당에서도 손에 꼽히게 정진을 열심히 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입재 이후 지금까지 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이어가는지 궁금했습니다.

비어있던 법당 안을 김민선 님이 방석과 촛불로 채워줍니다.
▲ 비어있던 법당 안을 김민선 님이 방석과 촛불로 채워줍니다.

"저는 기도 시간이 너무 기다려져요. 절하고 빨리 제 마음을 보고 싶어서요. 천일결사 입재가 처음에는 카톨릭 신자인 저에게는 너무 종교적인 행위이자 사이비 같이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권해준 임금이 님을 보며 나도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한달 간 기도를 해봤지요. 그러고 나니까 그만둘 수가 없는 거예요.

내가 하루 종일 했던 생각들과 나를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어제도 마음이 불편한 일이 있어서 그 생각이 아침까지 제 머릿속을 지배했어요. 절을 하고 나니까 제 마음이 보였고 그제야 마음이 편해지면서 창 밖의 새소리가 들리고 날씨가 좋은 게 눈에 들어왔어요. 기도를 통해서 주변에 감사한 부분들을 지나치지 않을 수 있게 된 거죠. 이 기쁨 때문에 절을 그만 둘 수가 없더라고요.

나를 좀 사랑해주자!

예전에는 마음이 불편하면 상대 탓을 했어요. 상대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 그가 바뀌어야 해결이 되는데 그를 고칠 수 없다는 현실이 또 다른 괴로움으로 이어졌지요. 이 괴로움을 반복하며 어두운 동굴에 갇힌 것 같이 우울하게 지냈어요. 삶에 대한 의욕이 점차 사라지면서 밤 늦게까지 먹으며 TV 보다가 자고, 오후 2시나 돼서야 일어나 또 먹고 싶은 거 먹고. 매일같이 그렇게 돼지처럼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다가 불교대학을 수강하면서 상대를 바꾸는 게 답이 아니라 내가 바뀌면 된다는 깨달음이 있었어요. 기도를 하면서는 나를 좀 사랑해주자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곤 어느새 생활패턴이 180도 바뀌었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절하고, 운동하고, 아침도 예쁘게 만들어서 먹고, 집도 싹 치우고. 이게 다 너무 재미있어요. 아침이면 오늘 하루 내가 쓰일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생각에 눈이 번쩍 떠져요. 마음 속 괴로움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 기쁨 때문에 수행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공양간에서도 공양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민선 님~
▲ 공양간에서도 공양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민선 님~

요즘 게을러졌던 저도 다시금 아침 정진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열의가 솟아오르는 듯한 메시지였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게 끝내도 되는데 김민선 님이 솔직한 고민을 몇 마디 더합니다.

“처음에 수행을 시작했을 때는 제 모습을, 제 업식을 보게 되어 기뻤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는 이것들을 고쳐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다시 괴로워지더라고요. 제 업식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계속 절하면서 숙이고 숙이다 보니 그 고비들이 넘어가졌지요. 그러다 다시 또 오고 또 넘기고.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더라고요. 이게 중생이 느끼는 수행의 재미겠죠?”

저도 책에서 보던 것처럼 법문을 들으면 한방에 해탈할 줄 알았는데 결국 수행한 만큼만 야금야금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챘던 경험이 있어 맞장구를 치며 서로의 경험담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면서 김민선 님이 수행에서 오는 답답함도 재미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크게 배웠습니다.

이번에는 맨하탄법당 개원 때부터 4년째 저녁 수행법회를 진행하고 있는 양영주 님을 만나기 위해 댁 근처인 루즈벨트 섬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연구조교로 일하고 있는 양영주 님은 직장에서 갑작스레 잡힌 월말 미팅 일정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주었습니다. 막상 만나보니 정말 고생 중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6년 법륜스님의 맨하탄 즉문즉설 강연 사회를 맡은 양영주 님
▲ 2016년 법륜스님의 맨하탄 즉문즉설 강연 사회를 맡은 양영주 님

양영주 님은 2004년 말 수능이 끝나고 어머니가 밥을 사주신다고 해서 서초법당 근처의 음식점을 방문했다가 어머니가 불러두신 대학생 정토회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정토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2005년에 필리핀 1차 선재수련에 다녀오고 불교대학, 깨달음의장, 천일결사 5-1차 입재 등을 차례로 거쳤으나 진짜 수행의 시작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유학생활 중에 맞닥뜨린 어려움 덕분이었답니다. 그 전까지는 뭔가 스스로 의지가 있어서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유학생활 중의 수행담을 몇 가지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 500배 100일 정진이 가장 인상 깊어 소개해 봅니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인종차별 의식이 있던 상사를 만나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연애에도 문제가 있었죠. 공적, 사적 모두 인간관계 때문에 괴롭다 보니 ‘내가 잘못 살고 있나?’ 하는 생각에 급격히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그때는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그냥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어떤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면 뒤처리 하는 사람에게 민폐가 되니 흔적이 없이 그냥 물방울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인어공주처럼. (하하) 정상적인 심리상태는 아니었죠.

유학생활 중 맞닦뜨린 어려움 덕에 하게 된 500배 정진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그날 하루를 사는 게 너무 막막해서 500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풀타임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대학원에 가기 위해 GRE도 5시간씩 공부하고 있었는데요, 절에만 2시간을 할애했어요. 정말 절박했기 때문에 500배를 함으로써 오늘 하루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생각하고 4시에 일어났죠. 이게 아니면 내가 왜 굳이 쓰레기를 배출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면서 살아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일었거든요.

근데 100일을 하니까 세상이 정말 달라 보이더라고요. 나를 차별대우하고 구박하던 모습만 보였던 상사 역시 해고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불안감이 보이더라고요. ‘이 사람도 불안해서 나한테 이러는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지 않았어요.

예전에는 다혈질에 감정기복이 정말 심해서 분이 폭발하면 방음이 되는 차에 들어가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그 100일 기도 이후에는 큰소리를 내면서 화낸 기억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서 울거나 했던 기억도 거의 없고요. 그 전에는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속으로 늘 ‘아, 안 되면 엎어버려.’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그런데 한번은 500배를 하는 도중에 저 생각이 저도 모르게 말로 되어 나오더라고요. 그만큼 제 깊숙이 극단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양영주 님은 ‘잘 안 되면 엎자.’는 업식을 한번 이겨내 보았기 때문에 늘 그 자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오히려 꾸준히 수행법회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나와 가장 크게 부딪히는 것들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 된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양영주 님은 “몇 달, 몇 년 만에 누군가 불쑥 찾아와도 법회가 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망을 전했습니다.

기도의 공덕으로 만난 남편

양영주 님은 이 500배 기도의 공덕으로 지금의 남편도 만났다고 덧붙입니다. 남편도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취직했기 때문에 문화 차이도 있고, 양쪽 모두 영어가 외국어라 소통의 장벽도 조금 있습니다. 게다가 의사 결정을 하는 방식이나 성격도 많이 달라서 부딪힘이 많을 법도 한데 3년 연애와 1년 반의 결혼생활을 거치는 동안 큰 부딪힘이 없었다고 합니다.

“첫째로, 제가 분별심을 많이 내려놓으니까 현재 남편이 저에게 좋은 짝임을 알아 볼 수 있었어요. 이런 저런 조건 따지고 있었으면 못 알아봤을 인연이에요. 또 예전에는 내 눈에 옳아 보이는 것을 상대에게 제시하거나 많이 강요했어요. 지금은 남편이 제 눈에 최선이 아닌 방법으로 일을 해도 거기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고 존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크게 싸우고 부딪힐 일이 없어요.”

완벽주의를 앓았던 양영주 님이 수행을 통해 스스로 치유해온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병을 앓는 사람으로써 희망을 만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와 남을 괴롭히는 완벽주의가 불치병인 줄 알았는데 난치병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시행착오를 겪지만 오늘도 수행 중

그런데 이게 항상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잘 되고 있지는 않다며 양영주 님은 본인의 부족함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아직도 어려워요. 저도 모르게 업식대로 그냥 나와버려요. 특히 여동생이요. 동생이 매우 훌륭한 수행자인 덕분에 가까스로 자매애를 유지하고 있어요. 남편은 문화차이를 감안해 한숨 돌리고 이야기하게 되는데 가족들은 쉽게 저랑 동일시해서 제 생각을 강요하게 되더라고요. 남편과도 아직은 크게 부딪히지 않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상황이 달라질 것 같아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지금은 존중하고 터치하지만 않으면 되지만 아이가 생기면 합의까지 이르러야 할 일이 많아지니까요. 그래서 미리 대화로 풀어가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맨하탄 법당의 주축인 수행법회를 담당하고 있는 김민선 님과 양영주 님의 이야기. 두 도반에게 왜 수행법회 진행을 맡았냐고 물으니 마치 짠 듯이 “제가 수행법회 안 빠지고 올 수 있어서 좋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봉사하러 오지만 얻어 가는 게 더 많다는 두 분 도반 덕분에 저를 비롯한 여러 청년들이 법회에 나와 마음을 닦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새삼 고마움이 마음에 차올랐습니다.

맨하탄법당 부총무 임금이 님은 “맨하탄법당 도반들의 수행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8명~10명이 천일결사에 동참해 출근하기 전에 매일 아침 꾸준히 기도를 하고 있어요.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며 서로에게 좋은 수행 도반으로 거듭나면서 믿음이 쌓이니 갈수록 기도 나누기도 깊어지는 것 같아요”라며 기쁜 마음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맨하탄의 청년들은 이렇게 부처님의 길을 따라 어둠에서 밝음으로 한 발 한 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크지는 않아도 깨달은 만큼씩은 모두에게 회향하려고 노력하며 정진하고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수행 중인 맨하탄 청년 도반들의 이야기,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혹시 뉴욕에 오시게 되면 누구든 한번 들러주세요. 환영합니다.

글_이윤희 희망리포터 (북미동북부)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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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기사 쓴 이윤희입니다. 오늘 한 정토행자분이 이 기사를 보고 정말로 맨하탄 법당 일요법회에 놀러오셨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ㅜㅜ!!! 새로운 법당 주소 및 찾아오는 법 안내가 https://goo.gl/IT9R2z 이 페이지로 가시면 있습니다. 더 많이 놀러오세요~!!

2017-06-05 07:52:15

강은경

세계 속의 정토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하는 도반이 있어 아름다운 세상! 멀리서 응원합니다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2017-05-03 07:55:33

효명심

수행하는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느끼고 갑니다. 출근하기 전에 법당에서 함께 기도하는 맨하탄 법당 도반님들도 멋집니다. 멀리서 응원 보냅니다.^^~*

2017-05-01 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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