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행자가 되고 인생의 봄을 맞이하다
천일을 하루같이 기도해온 황소연 님 수행담

8차 천일결사 회향을 하며 천일을 하루같이 기도해온 방콕정토회 황소연 님과 이제 막 백일기도를 마친 새내기 수행자들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수행하기 딱 좋아!

황소연 (방콕정토회) 오늘도 정토 행자 수행법 108배 정진을 시작으로 하루를 엽니다. 너무 힘들어서 어쩔 줄 몰랐던 시간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지난 8차 천일결사 기간은 제게 수행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3년 전 갑자기 방콕경기가 안 좋아지며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는 사람들이 생기며 8차연도 총무 소임을 맡아서 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남편의 지방 근무로 주 중에는 지방에서 지내고 주말 저녁에 방콕에 오는 삶을 살아야 했기에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제가 총무 소임을 맡아주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마침 법륜스님께서 방콕에 오시게 되어 뵙고 전 이러저러해서 못하는데 도와주세요 하소연을 드렸는데 스님께서 “그럼 수행법회만 책임지고 해라. 다른 건 다른 사람들한테 맡겨라” 하셔서, 스승님의 말씀을 거역하기도 어렵고 다른 사람들도 한 말이 있으니 알아서 봉사하겠지 하는 마음에 총무 소임을 맡았습니다. 스님 빽 믿고 시작한 총무 소임, 그런데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나는 이래서 못 한다, 저래서 못한다 하니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법회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방콕으로 왔다 갔다 하며 세 집 살림하듯 하는데 화가 나서 숨도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갔습니다.

천일을 하루같이 기도해온 방콕정토회 황소연 님
▲ 천일을 하루같이 기도해온 방콕정토회 황소연 님

3년을 하루같이 해온 기도의 힘

7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 입재식 때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도 한번 놓치지 말고 꾸준히 기도 해보자 마음을 먹고 기도를 해오고 있었기에 그나마 기도를 하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고 다시 힘이 났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기도는 내 목숨 줄이다. 살기 위해, 숨쉬기 위해 기도에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하루, 한 달, 일 년을 하다 보니 제 삶이 다시 평화로워지고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상황은 여전히 같고 일은 더 많아졌지만 제 마음에 일던 태풍은 어느새 큰 파도로, 큰 파도에서 다시 잔잔한 파도로 잦아져 3년 회향을 한 지금은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행복합니다. 법륜스님께서 백 일이면 자기 꼬락서니를 알고, 천 일이면 자기 변화가 온다고 하셨는데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냥 매일 아침 정토 행자 수행법에 맞춰 108배 기도를 했을 뿐인데… 살고 싶고, 숨 쉬고 싶어서 했던 그 기도가 정말 저를 살렸습니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천일기도 후 선물 받은 책
▲ 천일기도 후 선물 받은 책

예전에는 ‘총무 소임이 수행하기 딱 좋은 자리’라던 수행담에 공감하며 그 덕에 내가 이 행복을 누리고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회향식에 ‘소임이 복이다’ 하는 정토 행자 대상을 타신 분의 소감문을 들으며 난 기도를 참 치열하게 했는데… 이 분은 정말 기쁘고 즐겁게 놀이처럼 하셨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젠 저도 수행, 보시, 봉사를 놀이 삼아 하면서 제 인생을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제 삶을 행복과 희망으로 바꿔준 108배, 이젠 절대 놓치지도 다른 어떤 것과 바꾸지도 않고 삶이 다 할 때까지 부지런히 해야겠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저의 든든한 빽은 지도법사님이 아닌 바로 저 자신임을 알았습니다. 아직도 일어나기 힘들 때도 많고 수행하기 싫은 날도 있지만, 우리 '행복 찾기' 밴드 도반님들 덕에 매일 새롭게 시작합니다. ‘도반은 수행의 전부’임을 온 마음으로 느낍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감추고 싶은 모습을 다 보여주며 서로 ‘좋아요’ 눌러가며 무언의 토닥토닥… 우리 동남아시아 도반들께 뜨거운 하트 날려요~ ♥♥♥

새내기 도반들의 내 꼬락서니 보기

김경필 (하노이 열린법회) 평소에 불안하고 두려움이 많은 성격이라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불안과 두려움이 많다 보니, 비난받기 두려워서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매일 수행을 하면서 이런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어릴 때 저는 몸이 약해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마음이 컸는데 가족들은 제가 집안의 장손으로서 더 활달하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가족들이 모이면 모두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웅변을 해보라고 시켰습니다.

또한 성격이 바뀌기를 바라는 부모님에 이끌려 태권도, 웅변, 피아노 학원 등 여러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이 제게는 힘들기만 했고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노래나 웅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를 부추기기 위해 어른들이 내뱉은 "남자 녀석이 변변치 못하게…", "사내자식이 그것도 못하고…"라는 얘기들에 상처를 받고,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거부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집안 행사나 명절 때마다 반복되면서 저는 더욱 내성적이고 의기소침해졌습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저를 도와주지 않았던 어머니를 원망했습니다. 어머니와 통화할 때마다 짜증을 내며 화를 내는 저를 보았습니다. 새벽 수행을 하면서 어머니도 그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저를 돌봐주셨고, 없는 시골 살림에 학원을 보내 주셨구나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커서 잘 사는 것도 어머니의 사랑 덕이었음을, 그것도 모르고 남 탓만 하고 있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 후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살아 계셔서 함께 얘기 나눌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부모님에 대한 미운 감정, 현재 제 모습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줄었습니다. 어머니는 바뀌지 않으셨고, 제 추억도 바뀐 게 없지만, 관점이 바뀌면서 더는 괴롭지 않게 되었습니다. 부정적인 마음과 두려움이 아직도 올라오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힘이 조금 생겼습니다. 수행을 꾸준히 해서 이 업식이 녹아내리도록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노이 도반들 - 왼쪽부터 김경필, 고명주, 최소연 님
▲ 하노이 도반들 - 왼쪽부터 김경필, 고명주, 최소연 님

최소연 (하노이 열린법회) 불교대학을 다니다가 지난 7월경, 14일 수행 맛보기를 통해 생전 처음 108배를 해봤습니다. 14일이 끝나고 백일 입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정말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해보니까 수행으로 하루를 여는 것에 대해 안정감을 느끼고, 또 보왕삼매론을 읽으며 긍정적인 인생관이 생겨 좋긴 했습니다. 분명 좋은 줄은 알겠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함께하는 도반들이 계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어느 날은 졸면서 겨우 절을 하다 이런 일을 시키는 스님을 원망하기도 했고 밴드에 올라오는 나누기 글이 빨리 수행하라고 다그치는 잔소리처럼 여겨져서 귀찮고, 도반들마저 미워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마다 독송하는 수행문처럼 이 모든 게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이 차츰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내 감정이 나로 인한 것임을 정말 몰랐습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화가 나는 것이고 상대가 이렇게 말하니까 기분이 나쁜 것이고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슬프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일 중독이라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늘 그것을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분명 남편이 바꿔야 하는 부분이고 그래야만 아이들이 잘 자랄 거라고 믿었습니다. 만약 아이들의 마음에 허한 부분이 생긴다면 모두가 남편 때문일 거로 생각하면서 아직 아이들이 잘못되지도 않았는데 미리 속상해하고 서러워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108배를 하면서 이 모든 게 내 마음에서 비롯되었구나 하고 돌아보니 남편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남편에게 내가 원하는 아빠 상을 기대하고 내 기대대로 안 해준다고 원망하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욕심과 내 바람과 내 기대 때문에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했습니다. 남편은 그냥 성실하고 책임감이 크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어려운, 집중력이 좋은 사람일 뿐입니다. 누군가 제게 집착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무심한 듯한 남편을 좋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자상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제가 얼마나 모순적인 사람이었는지 돌아봐 졌습니다. 한 사람에게 상반되는 두 가지 모습을 한꺼번에 바라면서도 이게 제 욕심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참회하고 참회하면서 남편한테 많이 미안했고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니 모든 게 고맙기만 했습니다.

남편을 원망하는 시간 동안 제가 아이들한테 주었던 상처도 참 많이 미안합니다. 남편이 우리 아이들한테 좋은 아빠가 아니라는 생각만 골똘히 했었는데 제가 참 부족한 엄마였다는 것이 돌아봐 집니다. 이제는 아빠가 바쁘다고 투덜대는 아이들한테 아빠가 성실한 분이어서 그렇다고 설명해줍니다. 잠깐 집에 애들 아빠가 있는 시간에는 아이들한테 아빠 쉬도록 해주자고 제안하면서 식사 메뉴든 TV 채널권이든 아빠가 우선되도록 지도합니다. 제 마음에 원망이 없어지니 아이들한테도 아빠를 원망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아빠가 최고의 아빠라는 걸 아이들한테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스님이 매일 이 닦고 세수하듯 마음도 매일 닦는 거라 하셨습니다. 주말이면 꾀가 나서 새벽 수행을 밤으로 미루기도 하고 가끔 아침에 늦게 시작해 보왕삼매론까지 외우지 못하고 명상까지만 하고 자르기도 하는 불완전한 수행자지만 빼먹지 않고 108배는 매일 꼭 하고 싶습니다. 스님 가르침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행하는 수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명주 (하노이 열린법회) 8-8차에 멋모르고 시작한 천일결사, 이제 8-10차 마무리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느덧 수행한 지 삼백일이 되었습니다. 처음 백일기도를 시작할 때 도대체 백일의 끝이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세 번째 백일이라니 이러다 보면 도무지 현실감 없는 천일도 어찌어찌 하다 보면 되겠다 싶습니다. 만일 결사 30년을 어찌하나 싶었는데, 그런 천일을 한두 번 하다 보면 또 만일이 되나 보다 싶습니다.

삼백일 수행으로 크게 바뀐 것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들쑥날쑥하던 성미가 많이 잔잔해진 것은 있습니다. 그리고 ‘편안해졌다, 맑아졌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과거에는 들어 보지 못했던 말입니다. 아마도 수행의 공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저와 너무 달라 이해할 수 없었던 유형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일 년간을 시비하면서 결국은 ‘살아만 있어 줘도 기적이고 다행이구나’ 하는 마음을 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았습니다.

수행하며 제가 얼마나 포악하고 독재적이고 이기적인지 알게 됐습니다. 제 성질을 다 드러낼 기회가 없었을 뿐, 기회와 여건이 허락되면 충분히 박근혜 대통령 보다 더한 독재자가 됐을 사람인 것을 알게 되니, 그런 죄업을 지을 수 없는 지금의 평범한 삶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싱가포르 도반들 - 맨 오른쪽에 윤은주 님
▲ 싱가포르 도반들 - 맨 오른쪽에 윤은주 님

윤은주 (싱가포르 불교대학생) 3년 전 언니의 권유로 아침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혼자 하는 기도이다 보니 주말에는 쉬기도 하고 아이들 방학에는 안 할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귀한 두 보살님을 만나 불교대학도 하고 태국, 베트남에 계신 분들과 밴드로 나누기를 하며 매일 아침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절을 하면서 전날 있었던 일들을 참회하고 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들은 대로 제 삶의 자세를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옳다 그르다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라는 스님의 말씀이,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가 아닌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면 내 마음이 평화로워져 나에게 이득이 됨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수행을 할수록 내 행동, 내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어떻게들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 얽매여 삶을 자유롭게 살고 있지 못한 저를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살피느라 정작 할 일을 깜빡깜빡하는 적도 많습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겠다고 하지만 다짐이나 결심대로 되지 않으니 자신에게 실망도 합니다. 못나면 못난 대로 창피하고, 잘나면 잘난 대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움켜쥐고 놓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깨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수행, 보시,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_황소연 희망리포터 (동남아시아 방콕정토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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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멀리서 응원합니다.

2017-01-10 22:39:06

벤쿠버 부동심

황소연보살님 이렇게 수행담으로 뵈니 반갑습니다. 여러 도반님들 수행담 읽다보니 또 큰 공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017-01-04 11:29:38

한미영

동남아도반님들 홧팅입니다
도반님들의 글에서도 힘을 얻습니다

2017-01-03 12: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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