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108배 정진으로 여는 입재식, 낙숫물 거사님 두 분 있어 든든합니다

시애틀법당에서는 6월 5일에 제8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 회향식 및 9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새벽 6시에 모여 108배 수행 정진부터 함께 합니다. 지난 입재식에 비해 참가자가 적었습니다. 날씨가 좋아 여행을 가거나 한국을 방문한 회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개인적인 명상수행 여행을 떠난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참가인원에 상관없이 수행은 여여하게 이루어집니다.

입재식에 참석한 시애틀법당 도반들
▲ 입재식에 참석한 시애틀법당 도반들

머리에 내려앉은 노란 나비

108배 수행 정진이 끝나고 옹기종기 모여서 간단한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하고 웃음 가득한 수다를 좀 나눕니다. 식사할 때 빠질 수 없는 조미료죠? 30분 후 회향식을 시작하며 해외에서 온 분들과 전국의 법당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법당들은 각자 준비한 멘트로 호응을 했습니다. 그중 머리에 노란 나비 리본을 달고 인사를 하는 지역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찌나 다들 아름다워 보이는지 정말 나비가 내려앉은 꽃들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또 법륜스님께서 관중석으로 이동해 맞아 주시니 도반들이 더 신이 난 듯하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자리에 직접 참여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새벽정진을 마치고 회향식이 시작되었습니다.
▲ 새벽정진을 마치고 회향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수행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이어서 스님의 제8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들었습니다. 도반 중에 아침 일찍 입재식에 참석하면서 점심 먹을 자리를 찾아 선점해 놓은 분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자리를 빼앗길세라 예불에도 참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분이 있어 스님께서 혼을 내셨다고 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그 일을 법문의 주제로 삼으셨습니다. 수행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점심 먹을 좋은 자리가 보이면 자신이 먼저 앉기보다 도반들을 먼저 앉히고 자기는 저 구석 계단에서 점심을 먹더라도 편안할 수 있어야 한다 하셨습니다. 당사자들은 조금 민망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기에 스님의 법문이 참 재미있었으니 그분들의 공덕(?)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중에 그 질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저 또한 마음이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수행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수행할 때 중요한 것은 첫째 수행의 관점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기준이 아침 108배가 될 수 있다 하셨습니다. 아침기도를 하다마다 하는 것은 그 기준이 잘 잡히지 않아서라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수행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긍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하셨습니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스님의 이 법문을 통해 수행의 관점을 좀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경청하며
▲ 스님의 법문을 경청하며

청년붓다들의 공연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후, 10시부터 입재식 법문과 수행담을 듣고 축하공연을 보았습니다. 그 중 청년붓다 2기들의 공연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자식과 엄마로 분한 청년들이 소통되지 않는 부모자식 관계를 표현한 역할극이었습니다. 자식들은 자신을 이해 못하는 엄마를 답답해하고 엄마들은 말 잘 듣던 아이가 커서 문제를 일으키니 ‘내가 못 살아’를 연발합니다. 하지만 결국 서로의 색안경을 벗으면 소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연이었습니다. 처음엔 좀 어색하고 웃겼지만, 나중에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부모자식뿐 아니라 모든 갈등관계에서 색안경을 낀 나를 인정하고 벗을 수 있는 용기를 낸다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정진하는 두 거사님 이야기

스님은 입재식 법문에서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정진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고 강조하셨습니다. 너무 게으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조급하지도 않게 수행을 해나가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다 하셨습니다. 시애틀 법당에는 이런 수행을 하는 두 분이 있습니다. 저희 법당에서 대들보처럼 양쪽에서 굳건히 버텨주시는 주상휴 님과 박현수 님의 수행비결을 인터뷰하였습니다.

Q. 언제부터 백일기도를 시작했나요?

주상휴(이하 주) 시애틀로 이사 와서 정토회와 인연 맺고 약 일 년 후, 제6차 천일결사 7차 백일기도부터 입재하였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8-9차 백일기도 입재를 했으니, 기도를 약 6년 넘게 하고 있습니다.

박현수(이하 박)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제7차 천일결사 중간 즈음에 입재를 했는데 그때는 기도하다가 말다가 했습니다. 도반들의 권유로 시작은 했지만, 정토회를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왜 정진을 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불교대와 경전반을 다니고 정토회 활동도 많아지다 보니까 아내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백인입니다) 제가 정토회 나가는 걸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7차 천일결사가 끝날 때쯤 저희 총무님께서 1,000일 동안 기도를 하루도 빼먹지 않은 도반이 있는지 물으셨는데 저는 다른 사람들이 다 저 같은 줄 알고 '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웬걸요. 천일결사 회향식을 보니 그런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제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알고 '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로 기도를 다시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내와의 갈등을 풀어보자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Q. 지금까지 수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요?

처음 수행하면서 3일을 못 버티고, 며칠 건너뛰고, 또다시 시작하고 하던 때가 있었어요. 처음으로 기도라는 것을 하다 보니, 기도를 못 하게 하려는 여러 사정이 생기게 되었어요. 아침 일찍 아이 학교 행사 때문에 차 운전해 줘야 하고, 전날 늦게 자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보고서 준비해 줘야 하고 등등… 그래도 이것이 마장이라고 여기고 굳건히 하였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온전히 100일 가까이 다가갈 즈음엔 아, 이젠 이 정도면 내가 많이 했다. 내 마음이 평안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고 하는 만족감이 생겼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 기도에 매진하려는 마음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 뒤 다시 시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그래서 깨달은 것은 마장은 외부에서 기도를 못 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나 스스로 이런 만족감이나 안도감 같은 마장이 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만족감 같은 것이 마장일 거라고 꿈에도 몰랐는데, 가장 무서운 마장임을 배우게 되었어요.

제8차 천일결사 준비 기간 때 마음을 다잡은 이후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꾸준히 나아갔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수행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는 과정이 길었을 뿐입니다. 다만 아내와 짧게 2일, 3일 정도 캠핑을 자주 가는 편인데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게 되면 따로 조용히 기도하고 108배를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케빈(cabin)이나 유목민들의 전통 텐트를 현대적으로 개조한 유르트(yurt)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정진을 하다 보면 자기 생각에 빠져 수행의 진척이 없고 답답한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즉각 지도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좀 힘듭니다. 1년에 한 번 법사님께서 한국에서 오셔서 수련지도를 해주시지만 뭔가 더 쉬운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Q. 수행하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 3주 전에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아주 터프하게 다녔는데, 그때 아침 기도로 나의 마음을 잘 살폈던 것 같고, 아들의 그런 생활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참으로 편안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생활이 되었어요. 가족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 몰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는 게 좋아요.

기도를 하다 보니 과거의 어리석음이 보이고 그래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서요. 그 결심이 정진을 쉬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으로 다시 이어져 정진이 쉬워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할 때, 특히 아내에게 말과 행동이 부드러워지고 짜증을 덜 냅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짜증 내고 말 것을 이제는 올라오는 마음이 좀 보이고 행동으로 변하기 전에 멈칫합니다.

Q. 수행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기도하면서 그리고 4박 5일의 명상 수련을 통하여, 많은 경우 평상심을 잃지 않게 된 점입니다. 그리고 남과 이야기할 때도 수시로 나의 마음을 살피는 힘이 생긴 게 바로 수행의 공덕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가족이나 사무실에서 직원들 간에 관계가 아주 좋아짐을 느낍니다.

타인이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조건부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한 경계가 사라지면 또 다른 경계가 일어날 뿐이니까요. 그리고 법의 이치를 매일매일 되새기니 제 생각이 달라지고 언행이 달라집니다. 주위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기도를 했고 그 모습을 아내도 봐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내도 이제 저의 정토회 활동에 별로 반발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문으로 번역된 스님 책도 읽고 제가 하는 정토회 번역작업 교정도 도와줍니다.

Q. 수행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요?

처음 3년간 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동료 직원인 미국 학부형들도 “네 아들은 좀 와일드 하게 나가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맘에 들지 않게 생활하던 고교생 아들 덕분이었습니다. 지도법사님의 일요 수행 법문 시간에 아이에게 잔소리나 충고 하고 싶으면 “내 아이를 죽인다”라고 생각하라는 말씀 덕분입니다. 3년을 기도하며 지도법사님의 말씀대로 아이에게 한 마디 잔소리 없이 지냈습니다. 그리고 딸 아이가 남자 친구와 동거한다고 해도 26살이니 하라 마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3년이 지난 지금 나의 마음도 편안하고, 아들딸도 모두 그대로 잘 지냅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찾지 말고, 지도 법사님의 가르침을 100% 믿고, 그대로 다만 하는 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고, 수행자의 자세가 아닌가 합니다.

조바심을 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특히나 정토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은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때 하셨던 말씀처럼 꾸준히 해나갔으면 합니다. 기도하고 싶은 날이든 하기 싫은 날이든, 왜 기도를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드는 날이든 상관없이요.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니까 자꾸 이리저리 딴생각하게 되고 중간에 관두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리 굴리지 않고 그냥 하니까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같은 길을 함께 가는 도반들이 있기에 더 쉬웠습니다. 지름길은 없는 것 같아요.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도 이후 51년을 정진하셨는데 저희는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뒷줄 두 번째 박현수 님, 세 번째 주상휴 님
▲ 뒷줄 두 번째 박현수 님, 세 번째 주상휴 님

두 분도 처음 수행을 할 때는 많은 마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힘든 마음보다도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과 안도감이 수행의 마장이 될 수 있다는 주상휴 님의 말씀이 현재의 제게 참 많이 와 닿습니다. 선배 수행자들의 발자취를 보면서 그 발끝만이라도 쫓아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듯합니다.

글_박근애 희망리포터 (북미서북부지구)
편집_백은주 (해외지부)

문의 시애틀정토회
이메일 mjoocpa@hotmail.com
전화 1-425-268-2717
주소 14720 Macadam Rd. S.Tukwila, WA 98106, USA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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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령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좋은글, 감사합니다^^

2016-06-14 07:29:28

보리안

전세계 정토법당중에 아마 유일하게 꼭두새벽부터 입재식하는 법당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분 거사님의 수행담, 낙숫물에 패인 돌곽처럼 뭉근한 시간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리포터님~

2016-06-13 22:09:25

오선주

시애틀의 도반님들 반갑습니다.
깊은맛이 느껴지는 수행담 감사합니다. 두분 말씀 명심하고 꾸준히 하겠습니다.
_()_

2016-06-13 11: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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