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0.24. 서초구청 초청 강연, 여성 INEB 3일째, 행복한 대화(5) 대구
“남편이 제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해 자꾸 싸움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초구청 초청 강연을 한 후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하여 여성 INEB 참가자들과 대화 시간을 갖고, 대구에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다섯 번째 강연을 이어 갔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 30분에 서초구청으로 향했습니다. 서초구청에서는 ‘행복 서초 토크 박스’라는 이름으로 서초구청 공무원들을 위해 강연을 해 달라고 오래전부터 요청을 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이 서초구에 있기 때문에 고생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스님도 특별히 시간을 내었습니다.

스님이 서초구청에 도착하자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악수를 나누고 구청장실로 이동하여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전성수 구청장이 시간을 내어 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바쁘신데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스님 강연이 구청 직원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서초구에 살고 있는데 당연히 와야죠. 저는 군대, 경찰, 공무원처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요청하는 강연은 대부분 흔쾌히 응하고 있습니다. 선물이 될지는 강연을 해봐야 알죠. 저한테 야단 맞고 삐칠 수도 있어요. 아기 키우기 힘들다고 하면 제가 ‘다람쥐도 새끼를 낳아 잘 키우는데, 당신은 다람쥐보다 못합니까?’ 하고 야단을 치거든요.”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 주시는 거죠.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청년 페스타 행사를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연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창옥 씨, 조인성 씨, 김제동 씨, 이런 분들을 어떻게 다 섭외하셨습니까? 스님의 법력도 대단하십니다.”

“다들 재능 기부로 출연해 주기로 했어요. 전부 자기들이 어려울 때 저한테 덕을 좀 본 게 있어서 부탁을 하면 들어줍니다. 그래서 제가 청년들을 위해 재능 기부를 좀 해 달라고 했죠. 저는 항상 무료로 상담하고, 무료로 강연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무료가 아니라 후불제예요. 법문을 듣고 도움을 받았다면 당신도 세상을 위해서 나누라고 하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구청장님과 함께 구청 공무원들이 모여 있는 2층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이 대강당에 입장하자 환호가 쏟아졌습니다. 사회자가 스님을 소개하자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에 자리했습니다. 스님은 인사말을 건네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주제에는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어떤 주제든 질문하지 말아야 할 금지 사항은 없습니다. 다만 이곳은 공공의 장소니까 언어 사용에 혐오성 발언이나 욕설은 삼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게 대화하시기를 바랍니다. 자, 누구든지 손들고 먼저 이야기해 보세요.”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자유롭게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일곱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아이를 키우며 자율성과 통제 사이에서 어느 정도 선을 잡아야 할지 고민됩니다. 아이를 스스로 두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부모가 방향을 잡아주는 게 좋을까요?

  • 주변 사람들은 빠르게 앞서가는데 제 삶의 속도는 느려서 조바심이 납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제 속도를 유지하며 사는 법은 무엇일까요?

  •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결혼할 수 있을까요?

  • 요즘 정치, 종교, 남녀 등 사회적 갈등이 심해져 사람들이 더 나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갈등을 줄이고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부처님, 원효대사님, 법륜스님의 깨달음은 같은 본질을 가진 것일까요? 깨달음을 얻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과 행동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 공무원은 박봉인데 최근에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 거래 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강연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저도 서초구에 살고 있음에도 구청장님이나 구청 직원 여러분들한테 이바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늘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저도 구민으로서 작은 이바지를 하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필요하다면 일 년에 한 번은 시간을 내어서 여러분과 대화를 하겠습니다.”

서초구청 직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기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성수 서초구청장이 마무리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서초구청 가족들의 여러 고민들에 대해 부처님의 지혜와 광명으로 답해 주시고, 우리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신 법륜스님께 세상에서 제일 힘찬 박수를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법륜스님도 우리 서초구에서 생활하는 구민이라고 하시니까 서초구가 더욱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열강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무대 위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서초구청을 나왔습니다.

전성수 구청장이 현관까지 배웅을 나와서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전 9시 40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곧바로 문경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문경 정토수련원에서는 여성 INEB 참가자들이 수련원을 투어한 후 참가자 활동 소개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후부터는 정토회의 수련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차로 2시간 30분을 이동하여 12시 10분에 문경 정토수련원 명상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도착하자 여성 INEB 참가자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시부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서 진행되는 깨달음의장, 나눔의장, 명상 수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수련 담당 법사님에게 궁금한 점을 여쭈며 답변을 들었습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오후 3시부터는 스님에게 직접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캄보디아에서 온 참가자들은 캄보디아와 태국 간의 분쟁 상황 속에서 퍼지는 가짜 뉴스의 위험성과, 태국인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스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캄보디아 바탐방 불교대학에서 온 스레이 마오 님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 주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죽기 전에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우리가 죽기 전에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까요? 돈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전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질문자는 우선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뭘 남길까?’보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기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붓다의 가르침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인 니르바나(nirvān 열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나만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면 더 좋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결과적으로 세상에 무엇인가 유용한 것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뭔가 남기겠다.’ 하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첫째, 기후 위기의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즉, 소비를 줄이고 검소하게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붓다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행동입니다. 둘째,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야 합니다. 산스크리트어로 ‘다나 바라밀다(Dāna pāramitā)’라고 하죠.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바로 자비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와 다른 타인의 믿음과 의견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존중’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믿을 수도 있고, 그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다.’ 하고 이해해 보는 겁니다.”

이어서 스님은 정토회가 세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을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는 왜 비구니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대화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에 문경을 출발하여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대구로 향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라 왜관, 김천 부근부터 교통 체증이 아주 심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강연이 열리는 영남대학교 근처에서도 길이 많이 막혔습니다. 오늘 강연에 1,800명이 사전 접수를 했습니다. 강연장으로 가는 차들과 겹쳐 길이 더욱 막히는 듯했습니다.

3시간 가까이를 달려 6시 45분에 오늘 강연이 열리는 영남대학교 천마 아트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1800석을 보유한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 공연장입니다. 강연장 로비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강연장 옆 대기실에는 이경수 영남대학교 부총장을 비롯하여 학교 측 관계자들과 스님의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오랜만에 대구를 방문한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장소를 대여해 준 영남대학교 부총장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큰 장소를 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소 구하기가 어려워서 늘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스님께서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그랜드 홀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웃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잠시 후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국회의원이 도착하여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반갑게 안부를 주고받은 후 함께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전주대사습놀이 본선에서 심청가를 불러 대통령상을 수상한 무형문화재 주운숙 명창이 남도 민요인 성주풀이, 남원산성, 진도아리랑, 세 곡을 연창해 주었습니다.

스님과 내빈들도 공연을 함께 관람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영상이 끝나자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현장에는 1800명의 대구 시민들이 자리한 가운데 유튜브 생방송에는 70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스님이 환한 웃음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 경주에서는 APEC 정상 회의가 열린다고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번 행사가 잘 이루어져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세계 속에서 더욱 빛나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만남이 이루어질까 기대하고 있는데요. 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되면 남북 간의 대화도 시작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가 항구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좋은 가을날 경주에서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고, 연이어서 우리나라에도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과의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부터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섯 명이 먼저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현장에서도 다섯 명이 추가로 질문하여 두 시간 동안 열한 명이 스님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자신의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사소한 대화도 싸움으로 번진다며 반복되는 갈등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이 제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해 자꾸 싸움이 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짜증 나는 말투나 화나는 목소리로 말하면, 남편이 제 말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왜 짜증을 내느냐’, ‘왜 화를 내느냐’라고 합니다. 매번 말투 때문에 싸움이 되고, 서로 기분 나빠서 일주일 넘게 말을 안 하고 지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남편이 보기 싫고 미워집니다. 차라리 말을 안 하고 지내는 게 속이 편하다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스님께 조언을 구합니다.”

“질문자가 말을 안 하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하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하면 되지 무엇 때문에 극복을 해야 합니까? 그렇게 싸우고 나서 일주일간 말을 안 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요? ‘말을 안 하는 게 불편하니까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질문해야 말이 앞뒤가 맞는데, ‘말을 안 하는 게 너무 편해요. 그런데 이걸 좀 극복했으면 좋겠어요.’ 하는 질문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제가 짜증을 내면 남편이 싫어하니까 그걸 보는 게 힘듭니다.”

“찡그리는 얼굴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남편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엄마도 싫어하고, 스님도 싫어합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안 찡그리면 되지 않을까요? ‘내가 짜증을 내니까 남편이 싫어하는구나.’ 하고 알았다면, 짜증을 안 내면 됩니다. 질문자가 짜증을 내는 걸 보고 남편이 화를 낼 때, 그걸 보고 남편 탓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일은 내가 저질러 놓고 남편 탓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짜증을 내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워할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질문자는 내가 짜증을 내도 남편이 ‘당신은 짜증을 내도 예쁘네.’ 이렇게 말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겁니다.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요. 만약에 남편이 그렇게 말해 준다면, 그 남자는 뭔가 모자라는 남자가 아닐까요? 모자라는 남자가 나아요? 정상적인 남자가 나아요?”

“정상적인 남자요.”

“정상적인 남자라면 상대가 짜증을 내면 당연히 싫어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질문자는 남편이 보통 사람보다도 좀 더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좀 덜 민감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민감한 남자를 질문자가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지금에 와서 어떻게 할 거예요? 만약 남편이 와서 저에게 질문을 한다면 ‘당신이 좀 민감한 것 같은데, 아내에게 좀 덜 민감하게 대응을 해라.’ 이렇게 조언을 할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질문하지 않았는데 질문자가 스님 얘기를 듣고 집에 가서 ‘스님이 좀 덜 민감하게 반응하라고 하더라.’ 이렇게 남편에게 말하면 남편이 더 짜증을 낼 겁니다.

내가 짜증을 내도 좋아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짜증을 내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는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서 남편이 민감하게 반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만한 일에 뭘 그래?’ 이렇게 말하지 말고 그냥 ‘죄송합니다, 여보.’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짜증을 안 내면 제일 좋지만, 이미 짜증을 내버렸을 때는 가장 먼저 사과를 해야 해요.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그럴 때는 무조건 ‘여보, 짜증 내서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러면 남편이 ‘그래도 알긴 아네.’ 하면서 그냥 넘어갈 거예요. 어떤 대응을 하지 말고 그냥 ‘죄송합니다.’ 이렇게 한번 말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외향적이고 성실한 남자는 왜 이성적으로 매력이 없다고 여겨질까요? 스님이 생각하시는 이성적으로 끌리는 남성과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요?

  • 직장에서 텃세와 배척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아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간관계 속에서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평화로워질까요?

  • 동기들이 대형 병원에 취업하는 걸 보며 비교와 자격지심에 시달립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공부도 일도 잘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남다르게 잘 살고 싶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진정 멋진 삶을 살다 갔다 할 수 있을까요?

  • 사람과 상가가 사라져 가는 지방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걱정됩니다. 소멸되어 가는 지역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 육십이 넘은 첫째 형님과 둘째 형님이 아직도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고 나서 갚지 않습니다. 그걸 간섭하니까 형님들과 원수가 되어서 고민입니다.

  •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이후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힘듭니다. 과연 시간이 해결해 줄까요?

  • 삼계탕 장사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여름이 지나면 한 달 동안 식당을 쉽니다. 손님들의 불평이 심한데 계속 이렇게 운영해도 될까요?

  • 변화하는 시대에 잘 대응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사회가 많이 시끄러운데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불교에서는 화가 나서 괴로운 것은 다 내가 짓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상에서 상대를 탓하지 않는 게 어렵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수행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죠?

어느덧 강연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부부 사이에서는 남편이든 아내든 상대를 내 뜻대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맞추면 됩니다. ‘그래요, 당신 좋을 대로 하세요.’ 이렇게 말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건 내가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반대로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세요.’라고 요구하는 건 가장 어렵습니다. 상대방을 내가 고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 중간에는 타협하는 길도 있습니다. 나도 조금 양보하고, 상대도 조금 양보해서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지요.

부부 사이, 착하게 사는 게 좋을까요? 지혜롭게 사는 게 좋을까요?

결국 방법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에게 맞추는 길, 둘째, 나에게 맞추는 길, 셋째, 타협하는 길, 넷째, 그 어느 쪽도 안 되면 따로 사는 길입니다. 이 중 어떤 방법이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형편에 맞게 선택하면 될 뿐, 무조건 타협이 좋은 길인 것은 아닙니다.

상대를 내 뜻에 맞추려면 설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설득이 되지 않으면 결국 ‘힘’이 개입하게 됩니다. 물리적인 힘으로 강압하거나, 돈이 많아 돈으로 움직이게 하거나, 지위가 높아 권력으로 압박하는 방식이지요. 세상은 대부분 이런 ‘힘’의 논리로 움직입니다. 공장에서는 사장이 돈으로 노동자를 움직이고, 정치에서는 권력으로 사람을 움직입니다. 힘도 없는 사람이 세상을 자기 뜻대로 하려 할 때 괴로움이 생깁니다. 이것을 ‘나쁘다’고 하기보다 ‘어리석다’고 해야 합니다. 세상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것이지요. 지혜로운 사람은 그 이치를 알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착하게 살아야 할까요? 지혜롭게 살아야 할까요?”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네, 지혜롭게 살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괴롭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학교를 다니고, 결혼하고, 취직하고, 아이를 낳은 것, 모두 본인의 선택이잖아요. 그런데도 ‘못 살겠다’ 하고 아우성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스님인 저를 보며 부러워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부럽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따라 하면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면서 부러워만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스님이 아무리 훌륭하고 인기 있어도 결혼은 안 해보셨죠? 결혼해 보면 얼마나 좋은데요.’

그렇게 결혼의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저도 ‘그렇게 좋다니 나도 결혼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겠죠. 저는 스님으로서, 여러분이 ‘나도 스님처럼 살아 볼까?’ 하고 느낄 만큼 스님으로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남이 나를 부러워하도록 그렇게 당당하고 기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올해 열린 즉문즉설 강연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오늘을 기념하여 1800명의 청중을 배경으로 스님이 무대 위에 앉은 채로 요즘 유행하는 인증샷을 촬영했습니다.

곧이어 로비에서 책 사인회를 이어갔습니다. 많은 대구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사인을 받고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스님 덕분에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세요.”

책 사인회를 마치고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대구 행복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대구 행복시민, 파이팅! 행복학교로 가자.”

스님은 수고한 행복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강연장을 나왔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저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 봐야 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밤 10시에 대구를 출발하여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이동하여 새벽 1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교 안보 전문가들과 미팅을 한 후, 오후에는 JTS 32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2025 청년페스타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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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고맙습니다.()()()

2025-10-27 08:23:15

김재욱

제가 선택한 스승이었고 ,
제가 많이 번민했는데...
자기모순이고, 자기부정밀까요?
그래서 괴로운건가요.....
어쩔수 없었던건 ,사실일까 ?
사실을 사실대로 안다면 , 과연 괴롭지 않을까?

2025-10-27 08:40:47

최영관

고맙습니다...

2025-10-27 08: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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