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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여성 INEB 정토회 스터디 투어를 시작한 지 2일째 되는 날입니다. 어제 한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환영식을 한 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정토회 견학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간 서울, 문경, 경주, 남원을 오가며 실천 불교에 대해 체험하고 배울 예정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조찬을 마친 후 지하 3층과 2층에서 열리고 있는 JTS 32주년 기념 사진전을 전문가들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스님이 32년 전 인도의 불가촉천민 마을에 수자타 아카데미를 세울 때의 모습부터 북한의 식량난을 접하고 100만 인 서명 운동을 시작할 때의 모습,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학교를 짓기 시작한 이야기, 세계 곳곳의 재난 현장에서 긴급 구호 활동을 한 모습 등, 사진 속에는 지난 32년간 JTS가 펼쳐온 활동의 흔적이 차분히 담겨 있었습니다. 인도와 필리핀, 북한, 미얀마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행해 온 교육과 구호 현장의 모습들이, JTS가 어떤 마음으로 일해 왔는지를 말없이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사진전 관람을 마치고 평화재단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북한의 물가 동향, 북한 내 경제 상황과 시장 정책, 환율 변화 등을 파악하고, 경주에서 열리는 APEC 기간 내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전망한 후 오전 9시 30분이 되어 모임을 마쳤습니다.
전문가 분들을 배웅한 후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았습니다. 12시에는 전문가 한 분이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3시에는 JTS 32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한 인도 JTS 사무국장 보광 법사님과 필리핀 JTS 사무국장 향훈 법사님을 만났습니다.

인도 JTS와 필리핀 JTS의 하반기 사업 계획을 점검한 후 내일모레 세미나에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어떤 일정을 가질지 등을 이야기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오후 3시 30분부터는 정토회를 견학하러 온 여성 INEB(국제참여불교연대) 참가자들을 만났습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다크, 캄보디아에서 비구니 스님과 여성 활동가 등 10명이 참가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참가자 모두에게 한국에 머무는 동안 쓸 수 있게 용돈을 주었습니다.

“Thank you.”
여성 INEB 참가자들은 어제 환영식을 가진 후 오늘은 무변심 법사님으로부터 ‘정토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주제로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변심 법사님은 정토불교대학, 경전대학, 행복학교 등 정토회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면서 본인은 정토회를 만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은 조용히 앉아 대화하는 내용을 경청하면서 법사님의 답변 중에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질의응답을 마치고 오후 5시 30분에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봉사자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각자 먹을 만큼 음식을 덜어 접시에 담은 뒤, 간단히 감사 기도를 올리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 30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테라바다(Theravāda) 식으로 예불을 했습니다.

“나모 다사 바가와또 아라하또 삼마삼붓다사.”
(Namo tassa bhagavato arahato sammā-sambuddhassa.)
예불을 마친 후 작년에 JTS가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 학교를 지어준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난 후 스님이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여성 INEB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아서 질문할 내용이 없을 것 같은데요. 저와 대화하는 시간을 너무 일찍 잡은 듯합니다. 그래도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앞서 ‘정토회 교육’에 대해 배운 내용 중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분은 정토회가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면서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했습니다.

“One thing that is very important and interesting to me is that so many people volunteer in Jungto Society. I’m curious what the connecting link is. What is the key element that brings all these people together and inspires them to volunteer?”
(제게 매우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점은 정토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연결 고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원봉사를 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되는 핵심 요인은 ‘수행’입니다. 수행을 통해 스스로의 괴로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감사한 마음으로 무엇이든 보탬이 되고자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어려웠던 시절에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곤 합니다. 바로 그런 마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자원봉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자 구체적인 수행 방법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I would like to know how to teach people not to merely recite or memorize the Buddha Dhamma, but to truly practice it from the heart.”
(사람들이 담마를 암송하거나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실천하도록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붓다 담마(Buddha Dhamma)는 단순히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이 괴로움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먼저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봅시다. 만약 스트레스를 받으며 괴롭게 살고 있다면,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는 욕심을 부리거나, 자신의 성질대로 하려 하거나, 잘 모르는 무지 속에서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괴롭게 살고 싶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괴롭지 않게 살고 싶어합니다. 괴롭지 않게 살기 위해서는 무지를 깨닫고,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누구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집멸도(苦集滅道)’라 불리는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성제가 고집멸도다.’라는 내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교 용어를 많이 아는 것보다, 붓다의 가르침인 그 원리를 스스로의 삶 속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고집멸도의 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먼저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면 됩니다. 만약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다면, 그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대체로 집착 때문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은가?’라는 물음이 생깁니다. ‘아니다’라고 답한다면,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괴롭지 않게 살고 싶다면 집착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집착이 내려놓아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 저는 ‘그렇다면 괴롭게 사십시오.’ 하고 답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집착하며 괴롭게 살지 집착을 놓고 편안하게 살지, 선택은 결국 자신에게 있습니다. 어떤 길이 옳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삶의 방향은 언제나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대화가 점점 깊어져 갔습니다. 한 분은 스님이 30년 동안 정토회를 성장시켜 왔다는 것에 감동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Jungto Society has been propagating the Dharma for over 30 years. It’s been a long and challenging journey, as life itself is not always stable. During this long journey, when you faced difficulties and disappointments, how did you overcome them?”
(정토회는 30년 넘게 법을 전해오며 긴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인생이 늘 순탄하지는 않기에 쉽지 않은 길이었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실망에 직면했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한국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묻습니다.
‘그 추운 겨울을 어떻게 이겨냈나요?’
‘그 더운 여름은 어떻게 견뎠나요?’
하지만 이런 질문이 꼭 필요할까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추우면 옷을 더 입고, 더우면 옷을 가볍게 입으면 됩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처럼 무슨 일이든 해보다가 안 되면 다시 하고, 또 안 되면 다시 시도하고, 그래도 안 되면 내려놓으면 됩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큰 건물을 짓고 싶지만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 수 있는 만큼, 형편에 맞게 시작하면 됩니다. 제가 인도에서 수자타 아카데미를 세울 때도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짚을 엮어 임시로 학교를 지어 주었고, 그다음에는 벽돌로 네 칸짜리 교실 건물을 세웠습니다.
그 벽돌조차 살 돈이 없을 때 저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인도 성지 순례를 직접 안내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순례자들에게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제가 안내는 잘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호텔은 이용하지 맙시다. 인도 사람들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는데, 우리만 좋은 음식을 먹을 수는 없잖아요. 순례 기간 동안은 간단한 음식을 직접 해 먹고, 검소하게 생활합시다. 그렇게 아낀 비용을 아이들 학교 짓는 데 보탭시다.’
이 제안에 많은 분들이 동의했습니다. 30명 정도가 함께 참여했는데, 호텔비와 식비를 절약하니 한 사람당 몇백 달러가 남았습니다. 그 돈으로 학교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형편이 닿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시작하면 됩니다.

물론 예상치 못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학교에 강도가 들어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습니다. 슬픈 일이었지요. 그러나 생각해 보면, 바로 그런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학교가 없었던 것입니다. 위험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학교가 없을 이유가 없었겠지요. 학교를 짓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그런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었어도 우리는 학교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누가 죽였느냐를 따지러 온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러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범죄 조직에 속한 집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대했습니다. 그 아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배움의 기회를 빼앗아야 합니까?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저는 그것을 ‘어려움’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겨울에 추운 날이 있고, 여름에 더운 날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욕심을 내기 때문입니다. 돈은 없는데 큰 건물을 짓고 싶어하니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건물이 없어서 어려운 게 아니라, 욕심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 중에 어떤 이는 어떻게 고통을 자비로 바꾸고, 어떤 이는 왜 타인을 해치게 될까요? 그들이 고통 속에서도 자비로운 마음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자립적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실제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자신을 비춰 주는 거울 같은 사람이 필요할 때, 자립과 관계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청년들이 불안이나 공포의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할 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소리나 자극으로 불안이 재발하는 청년들에게 어떤 접근이 효과적일까요?
스님의 일상 수행에는 선불교 전통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나요? 전통을 지키는 것과 현대적으로 적용하는 것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대화가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한 분이 수행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자비로워야 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순간적으로 화가 날 때가 있다며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I have learned that it is very important to keep our minds pure. To do so, we must practice diligently, be compassionate, and cultivate tolerance. However, while this is easy to say, it is very difficult to put into practice in daily life. Often, we become angry before we even realize it. In such situations, how should we continue our practice?”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수행 정진해야 하고, 자비로워야 하며, 관용을 베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가 인지하기 전에 이미 화가 나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하나요?)
“화가 났다면 그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화가 났으면 ‘화가 났다’, 화가 안 났으면 ‘화가 안 났다’ 이렇게,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억누르는 것은 수행이 아니라 단순히 참는 것입니다. 그것은 윤리나 도덕의 영역일 뿐, 수행이 아닙니다. 억누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화가 나면 ‘내가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만약 화를 밖으로 드러냈다면 ‘화를 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화를 냈다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것이므로, 그럴 때는 빠르게 사과해야 합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만 화가 일어난 상태라면, 아직 누구에게 해를 끼친 것은 아니므로 단지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판단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세요.
그렇다면 왜 화가 나는 걸까요? 실제로 화가 날 만한 일이 아닌데도 화가 나는 이유는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를 뿐입니다. 다름이 진실인데, ‘옳다’, ‘그르다’로 구분하려 드는 것은 무지이며 잘못된 생각입니다.
‘화’란 바로 이 무지에서 비롯된 현상입니다. 정신적으로는 일종의 착란, 즉 미친 증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순간순간 이런 미친 증상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옳다고 고집하고 있구나’, ‘이것은 미친 증상이구나’를 동시에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각했다면 이제 그 미친 증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무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근본 무지’, 또 하나는 ‘찰나 무지’입니다. 근본 무지를 깨닫는다는 것은 ‘화날 일이 없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고, 찰나 무지는 과거의 습관 때문에 순간적으로 무지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럴 때는 ‘아, 지금 내가 순간적인 무지에 빠졌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즉 ‘화가 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늘 깨어 있으면 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순간이라도 깨어 있지 못하면 화가 납니다. 그때 화를 냈다면 참회하면 되고, 그전에 알아차렸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놓으면 됩니다.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일어나는 그대로 대응하면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늘 깨어 있으면 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우리가 항상 깨어 있을 수 없기에 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깨어 있으면 다행이고, 깨어 있지 못해 화가 나면 그 순간 알아차리고 멈추면 됩니다. 이미 화를 내버렸다면, 그때는 바로 ‘죄송합니다’ 하고 참회하면 됩니다.”

“My friend says that the moment they realize 'I am angry.', their anger becomes even more amplified. What is that about?”
(제 친구는 ‘내가 화가 났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화가 더 증폭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것은 아직 그 사람이 근본 무지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화를 낼 수밖에 없는 마음의 습관이 무의식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를 알아차리기 전에 먼저 ‘이것은 미친 증상이다.’라는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그 깨달음이 있으면, 화가 일어날 때 곧바로 그것이 미친 증상임을 인식하게 되어 화를 알아차리는 즉시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친 증상이다.’라는 사실을 모르면, 화가 나는 줄 알면서도 여전히 화가 계속됩니다. 어떤 사람은 ‘화나는 게 미친 증상이라는 걸 알아요.’라고 하지만, 그것은 의식적으로 아는 것일 뿐, 무의식의 깊은 곳에는 여전히 ‘네가 잘못했잖아!’ 하는 생각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자꾸 ‘이래야 한다.’ 하고 생각하는 것은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은 결심과 각오를 반복하게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죄책감을 낳습니다. 그러면 수행으로 괴로움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집니다. 그래서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화를 내면 안 된다.’거나 ‘화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 화가 일어났을 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더 질문하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문경으로 이동해야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내일도 대화할 시간이 있고 모레도 대화할 시간이 있으니까, 질문할 것이 있으면 메모해 두었다가 질문하십시오. 정토회 법사님들이 대부분 답을 해주실 테니 거기에서도 해결이 안 되는 것만 저에게 물으면 됩니다. (웃음)
그리고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망설이거나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이든 물어야 합니다. 어떤 질문도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이라는 분은 애초에 없었던 것 아닌가요?’ 하고 물어도 됩니다. 질문에는 금기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리에 빨리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저녁 8시 30분이 되어 큰 박수와 함께 대화를 마쳤습니다. 여성 INEB 참가자들은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진 후 정토회 견학 2일째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서초구청 초청으로 공무원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한 후 오후에는 여성 INEB 3일째 프로그램에 참석하여 ‘정토회 수련’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네 번째 강연을 대구에서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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