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백일법문을 시작한 지 33일째가 되었습니다.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 3분의 1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춘분이 지나고 날씨가 점점 포근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이제 개나리꽃이 노랗게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봉사자들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100여 명의 대중들이 자리한 가운데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생중계에는 32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청중들과 시청자들을 향해 즉문즉설 강연의 취지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음에 괴로움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또한 세상의 많은 것들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괴로움이 있을 때 그것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나누면 우리는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의문이 있다면 탐구를 해서 의문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즉문즉설은 마음에 괴로움이 있거나 의문이 있을 때, 그것을 드러내 대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질문을 하려고 일부러 준비할 필요도 없고, 의문이 없거나 괴로움이 없으면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괴로움이나 의문이 있는 사람은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조리 있게 말할 필요도 없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됩니다. 질문의 주제나 대화의 내용에 제한은 없습니다. 편안하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여섯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에서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퇴사를 고민 중이라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퇴사를 고민 중입니다
“4년 전쯤 입사한 30대 초반 직장인입니다. 직장 생활 초반 2년은 인간관계와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이후 2년은 인간관계는 편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퇴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사를 해도 관심 있는 일이 딱히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 올해 말에는 무조건 퇴사를 할 생각인데, 그 이후에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요?”
“그냥 다니세요. 그 정도 수준이면 그냥 다니는 게 제일 나아요.” (웃음)
스님은 웃으며 가볍게 대답한 후 그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직을 고려할 수 있는 조건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 옮기고자 하는 직장이 월급이나 대우가 나을 뿐만 아니라 이직할 수 있는 가능성도 분명하다면 옮겨도 됩니다. 둘째, 직장을 옮기면 월급도 적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일이 꼭 하고 싶은 일이라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옮겨도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뭘 해야 될지도 분명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서 내일 당장이라도 오라고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니고, 막연히 직장이 싫어서 옮기겠다는 거잖아요.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직장을 옮길 조건이 안 됩니다.
108배 절을 해본 적 있어요? 절을 할 때는 절을 하고 싶을 때도 하고, 하기 싫을 때도 그냥 하잖아요. 그러나 절이 끝나고 나면 중간에 절이 하고 싶었는지 하기 싫었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처럼 직장 역시 다니고 싶기도 하고 다니기 싫기도 하다가 어느새 퇴직할 때가 오는 거예요. 누군가 직장을 옮기라고 분명하게 요청하거나, 본인이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도 사실 이직하는 것은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 다시 정착하는 데에 또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무엇도 뚜렷한 게 없어요. 그래서 그냥 다니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현재의 직장을 계속 다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뭔가 뚜렷한 이직 조건이 있으면 그때 가서 확실하게 점검하고 직장을 옮기라는 것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직장에 다니기 싫어서 그만두면 백수가 되기 쉽습니다. 퇴사하고 몇 년 지나면 가진 돈을 다 까먹게 돼요. 새로운 직장도 없고, 다니던 직장에 돌아갈 수도 없고, 결국 ‘그냥 다닐 걸’ 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뚜렷한 것을 찾지 못하면 그냥 다녀도 되겠지만, 저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회사를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뚜렷한 것을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뚜렷한 것은 찾는 게 아니라 살다 보면 나타납니다. 안 나타나면 그냥 살면 됩니다. 예를 들면, 스님이 될까 말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출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가 있습니다. 또 살다 보면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같이 지내다 보면 아이가 생겨서 함께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내 선택이 불분명할 때는 이렇게 역으로 인생이 선택되어질 가능성도 많습니다. 이것도 선택입니다.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이 될 때도 기도를 하는 동안 저절로 결정이 될 때가 많습니다. 여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겨서 가버리든지, 나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든지, 이런 식으로 저절로 결정이 됩니다. 아니면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서 결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꼭 본인이 결정을 해야 되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결정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그냥 살아가다 보면 교통정리가 자연스럽게 됩니다.
질문자가 스스로 퇴사를 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부도나면 저절로 퇴사를 하게 됩니다. 사표를 안내도 저절로 정리가 됩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이 일이 나에게 딱 맞다’ 하고 선택하는 사람은 열에 한둘도 안 됩니다.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대학 전공하고는 상관없는 직장에 다닙니다.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것도 둘이 좋아서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못해 사는 경우도 많아요. 뚜렷이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저히 못 살 정도는 아니고, 약간 불만이기는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그냥 사는 거예요. 아이를 다 키우고 나면 내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거울을 보면 머리가 희끗해져 있습니다. 그러면 또 뚜렷한 선택지가 없으니까 그냥 삽니다. 사는 게 원래 그렇습니다. (웃음)
여러분은 가슴 뛰는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렇게 두근거림이 오래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나이 80살이 되어서도 눈에 번쩍 띄는 일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선택하면 됩니다. 그런데 일부러 눈에 번쩍 띄는 일을 찾으려고 하면 평생 찾아다녀도 못 찾습니다. 그러나 살다가 눈에 번쩍 띄는 뚜렷한 일이 생기면 결단을 하면 되고, 그런 게 없으면 그냥 살면 됩니다. 인생이 대단한 것 같지만 별것 아닙니다. 이 사람하고 사나 저 사람하고 사나, 스님이 되나 안 되나, 죽을 때가 되면 다 비슷합니다. 모두 한여름 밤의 꿈입니다. 유명했든 아니든, 돈을 벌었든 못 벌었든, 큰 차이가 없습니다. 숨 넘어가서 죽는 건 다 똑같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삶이 피곤한 거예요. 그냥 인생이란 길옆에 핀 작은 풀 한 포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편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 다니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말라니까요! (웃음) 최선을 다하지 말고 그냥 ‘회사에 가면 밥값만큼만 일하고 오자’ 이렇게 생각해야 됩니다. 밥값보다 적게 일하면 빚을 지게 되니까 밥값만큼은 일해야 됩니다. 밥값보다 못하면 회사에서 잘릴 수도 있고요. 반대로 밥값보다 더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대우가 이것밖에 안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회사에 불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일 좋은 것은 딱 밥값만큼만 하는 겁니다. 최선은 무슨 최선이에요. 쫓겨나지 않을 만큼만 설렁설렁하면 됩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하고 싶은 일이 생깁니다. 사람에게 통 관심이 없다가도 살다 보면 누군가를 쫓아다니게 되고, 하고 싶은 일도 생깁니다. 수행이란 그럴 때 오히려 조심하는 것입니다. 뜨거운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수행입니다. 뜨겁지 않은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인생이 뜨뜻미지근한 것은 아주 좋은 거예요. 오히려 뜨거운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마음이 뜨거우면 사고 칠 위험이 높습니다. 마음이 뜨거운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눈에 뭐가 씌어서 쥐가 쥐약을 먹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쥐가 매일 쓰레기장을 뒤져서 음식을 찾을 때는 사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접시에 딱 얹어진 음식을 보았을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번듯한 접시 위에 담긴 음식에 독이 들어 있지 버려진 음식에는 독이 없습니다. 그것처럼 눈에 번쩍 뜨이는 일을 조심해야 합니다. 누가 이자를 많이 준다고 투자를 하라든가, 갑자기 귀인이 나타난다든가, 그럴 때 오히려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쥐약을 먹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네, 설렁설렁 다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렁설렁 다니라는 게 게으르고 나태해지라는 말이 아닙니다. 주어진 일을 꾸준하게 해 나가면 되지, 너무 부담 가질 필요도 없고,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저절로 잘하게 됩니다. 맡은 바 책임을 안 하는 게 문제이지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설렁설렁 꾸준히 하되, 적어도 월급 받은 만큼은 일을 해야 됩니다.
부부 간에도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부담이 되어서 결국 지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놀기 삼아 해야 됩니다. 그렇다고 게으르면 안 됩니다. 최소한의 아내 역할, 남편 역할, 부모 역할은 해야 됩니다. 자식에게도 너무 잘하려고 하면 지칩니다. 밥만 굶지 않게 해 주고, 춥지 않게 옷만 입혀주면 됩니다. 이 정도로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에게 너무 잘하려고 하면 부모도 지치고 아이도 어긋나기 쉽습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인생을 가볍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심신 미약으로 약 복용을 하다 멈춘 시기에 저의 잘못으로 약식명령 법적 처벌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과거의 기록 때문에 사회생활에 발목이 잡힐까 봐 걱정이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법질서가 무너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행자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나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읽어 보면 태어날 때 힘들게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도 불효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제가 아이를 힘들게 낳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정말로 불효를 할까요?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음에도 남편이 어리광을 부립니다. 아이 같은 남편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할까요?
내가 선택한 남편이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이 답답합니다. 남 탓을 많이 하는 남편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질문을 하고 싶어서 손을 든 분들이 많았지만, 못다 한 질문은 저녁 강연에서 이어가기로 하고 11시 30분이 넘어서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사회인사 분과 미팅이 있어서 곧바로 외부로 나갔습니다. 시국 현안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지하 대강당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이어나갔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즉문즉설을 듣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시민들은 현장 접수를 하거나 질문 신청을 한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유튜브에 5,500여 명이 접속하고 현장에서 12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하고 나서 스님이 무대 위에 자리했습니다.
스님은 서울의 봄소식을 전하며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2월은 너무 추워서 봄이 많이 늦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에는 개나리꽃이 이미 노랗게 피었습니다. 오는 봄을 막을 동장군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봄이 오는 것처럼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여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미국에 이민을 가지 못해서 괴롭다며, 지금이라도 이민을 가는 것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미국 가서 성공한 친구들… 나도 이민 가야 할까요?
“저는 41살이고, 아기 엄마입니다. 저는 미국에 이민을 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괴롭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직장에 다니며 과로를 많이 하며 살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사는 동안 미국에 가서 정착한 친구들과 그 자식들을 보면 너무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저보다 훨씬 넓은 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펼치며 많은 보상을 받고 사는 친구들을 보면, 내 아이는 나보다 좀 덜 힘들고, 좀 더 자유롭고, 더 넓은 세상에서 뜻을 펼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이민을 가서 잘 정착해 살 수 있을까요? 지금 이대로 안주하지 않고, 또 한 번 힘을 내서 열심히 살면 우리 아이는 좀 더 좋은 곳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쥐가 쥐약을 먹으려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쥐약을 먹을 수 있는지 저에게 묻는 것처럼 들려요.”
“막상 이민을 가려고 하니까 ‘내 한 몸만 생각하면 여기 있는 게 더 편할 것 같기는 해. 여기는 부모님도 계시잖아!’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제가 20대에 이민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해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것처럼 10년 뒤에도 ‘아! 그래도 그때가 젊었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아이를 정착시켜 볼 걸’ 하고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인생이 괴롭겠어요. 질문자는 여기에 살면 반드시 10년 뒤에 후회합니다. 나이 50이 되면 ‘40대 초반이라도 그때 갈걸! 50대는 너무 늦은 것 같아!’ 이렇게 후회합니다. 그때 가서 돌아보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이민을 가야 적응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나이가 50이 되면 ‘이제는 더 이상 어렵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다시 나이 60이 되면 ‘그래도 나이 50이었을 때가 갈만했다’ 이런 생각이 또 듭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이민을 가지 않으면 후회하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이민을 가면 더욱더 후회하게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괴롭게 살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왜냐하면 사고방식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요즘 미국에 이민을 가기 쉬운가요?”
“어려워요.”
“지금 이민을 가 계신 분들도 쫓겨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민을 갈 수 있을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왜냐하면 장벽을 엄청나게 높여 놓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장벽이 1미터였다면 지금은 10미터쯤 된다고 볼 수 있어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둘째, 질문자는 지금 이민 간 친구 중에 제일 잘 된 친구들만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미국에 이민을 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중에는 잘 된 사람도 있고, 잘 안된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일반적인 통계로 보면 그중 제일 잘된 사람이 25퍼센트, 조금 잘된 사람이 25퍼센트, 조금 어려운 사람이 25퍼센트, 매우 어려운 사람이 25퍼센트쯤 될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중 제일 성공한 25퍼센트를 보며 ‘아! 미국에 가서 살면 저렇게 좋구나!’ 하며 부러워하는 겁니다. 반대로 만약 몹시 어려운 25퍼센트를 보면 ‘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안도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민을 가서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말과 비슷해요. 반대로 이민을 가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가요? 시끄러울 정도로 성공담이 주위에 알려집니다. 질문자가 후회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원리 때문에 그렇습니다. 질문자가 막상 이민을 가면 어느 부류에 속할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미국의 상황에서 이민을 가면 과거보다 중산층 이하에 속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후회가 깊어질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는 이민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가 되고, 또 막상 이민을 가면 더 후회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 이걸 깨닫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은 이민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지만, 이민을 가서 더 후회한 경험이 없습니다. 반대로 이민을 가서 후회를 하게 되면 그런 경험은 쌓이지만, 이민을 가지 않아서 더 후회한 경험이 없습니다.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평가할 기준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선택하더라도 서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첫째, 이런 해결 방식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아이를 위해서 간다’라는 생각으로 이민을 가면 아이를 망치게 됩니다. 이민을 가면 그곳에 적응하느라 힘이 드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를 탓하게 돼요. ‘내가 이민만 오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텐데, 너 때문이야!’ 늘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너는 공부도 안 하니?’ 이렇게 잔소리를 자꾸 하게 돼요. 그러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게 되죠. 그래서 대부분의 이민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민을 가면 100퍼센트 그렇게 된다는 뜻이 아니고, 그럴 확률이 훨씬 높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민을 가더라도 아이를 위해서 간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이민을 간다는 마음으로 가야 합니다. 인간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한다’ 하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이민을 간다면 그저 나를 위해서 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문제가 생겨도 아이 탓을 하지 않게 되고, ‘미안하다. 엄마가 좋아서 왔더니 네가 고생이구나!’ 하고 아이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고를 쳐도 ‘미안하다. 엄마 생각만 하고 왔더니 네가 고생이구나!’ 이러면서 사과할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 왔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아이가 조금만 잘못해도 ‘너 하나 보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 고생하며 사는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하면서 자꾸 아이 탓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이민을 가면 더 후회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질문자가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 다시 묻는다면, 저는 ‘질문자 마음대로 하세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자는 이민을 가도 후회하고, 가지 않아도 후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오전 강연에서도 한 청년이 뭔가 뚜렷이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다니던 직장을 그냥 다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즘은 하고 싶은 게 뚜렷해도 막상 직장을 그만두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기회의 창을 넓혀본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질문자가 베트남이나 인도로 이민을 간다면 성공할 확률이 좀 더 높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국가들은 활력 있게 성장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이나 인도에 가서 고생을 좀 해보면 어떤 기회의 창이 보일 겁니다. 이렇게 한참 성장하는 나라에 가면 성공할 확률이 60퍼센트쯤 되고, 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가면 성공할 확률이 40퍼센트 정도로 낮아집니다.
요즘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미국에 돈이 많은 것 같나요? 없는 것 같나요? 돈이 없으니까 다른 나라를 공갈이나 협박을 해서 돈을 갈취하려고 하는 겁니다. 적대 국가에서 뺏어 오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에서 갈취하려고 하잖아요? 그래서 동맹국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어요. 질문자는 지금 그런 곳에 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지금은 미국에 이민을 가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누가 성공했다는 얘기에 우왕좌왕하지 말고요. 그건 쥐가 쥐약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현재 의사이고, 미국의 어느 병원에 취직이 되었다면, 이민을 가도 됩니다. 이렇게 뭔가 뚜렷한 게 있다면 이민을 가도 괜찮습니다. 반대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조건이어도 이민을 가는 것이 괜찮습니다. 내 몸뚱이 하나만 갖고 간다면 괜찮은 선택이에요. 왜냐하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시급이 두 배 정도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애매한 조건에서 가면 아무 장점이 없어서 실패하기가 쉽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가면 아이에게 못살게 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강박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점점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아내와 싸우기도 하고, 직장 상사에게 불이익을 당해 화도 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3년 전에 번아웃이 와서 우울증 약을 먹고 있습니다. 억울하고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밥을 혼자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그런가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월급도 좋고, 복지도 아주 좋습니다. 그렇지만 몸이 힘듭니다. 다른 사람의 불운에 빗대어 위로를 받는 것은 나쁜 마음인가요?
미장원을 하고 있는데 딸이 부끄럽다고 강남이나 분당으로 이사를 가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대강당에 모인 청중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은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정토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ᆢ여러분은 인생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삶이 피곤한 거예요. 그냥 인생이란 길옆에 핀 작은 풀 한 포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사는 게 편합니다.” ]
울며 웃으며 ᆢ넘 즐거웠습니다~스님께서 말씀을 어찌나 재미나게 하시는지^^* 이 모든것이 봉사자분들과 정토회ㆍ스님의하루팀 덕분입니다^^매일 글올려주시고ㆍ촬영해주시고 봉사해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5-03-26 22:27:46
범의수호자
스님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평소 스님 강의를 듣는것을
저는 그냥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부도 하고
제가 사랑하는 집사람이랑 그리고 두딸이랑
산책을 하고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가끔 집사람과 아이들과함께
피크닉도 갑니다.
저에게 주어진 소중한 일상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