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스님이 54일간의 부탄과 인도 방문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어제저녁 8시에 비행기를 타고 델리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새 이동하여 오늘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앉은 채로 쪽잠을 잤습니다.
인천공항을 나와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정토회 공동체 지부 대중들이 양쪽으로 도열을 하여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스님,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대중들이 환호를 하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갑자기 왜 안 하던 행동들을 해요?”
“너무 오랜만에 한국에 오셔서 반가워서 그럽니다.”
스님은 공동체 지부 대중들과 인사를 나눈 후 법당을 먼저 참배했습니다.
이어서 공동체 지부 대중들이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도 대중들을 향해 삼배를 하며 같이 인사를 했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대중이 한 말씀을 청하자 스님은 부탄과 인도를 방문하고 온 소감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몸이 좀 아파서 겨우 버티며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목소리가 잘 안 나옵니다. 총기가 없어지고 흐릿해진 기분입니다. (웃음)
200개의 마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시작하려면
이번에 부탄 답사를 통해 대충 규모는 파악했는데,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가장 큰 일입니다. 현재 부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가 한 명인데,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려면 실무자가 최소한 10명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트롱사와 젬강, 두 개의 군 전체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지어야 할 집이 250채나 되고, 집안을 수리해야 할 집이 1,000채 정도가 되었습니다. 각 집을 직접 방문해서 상태를 확인하고, 이 집에는 선반만 필요하다든지, 부엌이 필요하다든지, 기둥까지 싹 바꿔야 한다든지, 새로 지어야 한다든지, 이런 것을 전부 조사하고 나서 예산을 책정해야 하니까 일이 엄청나게 많아요. 주민들이 직접 집을 짓고 수리를 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JTS에서 샘플은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집을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주민들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부엌이 어떻게 생겼는지 샘플을 만들어서 보여줘야 주민들이 그것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개발해야 할 치옥이 65개이고, 한 개의 치옥에 보통 3개 내지 4개의 마을이 있으니까 거의 200개의 마을을 개발해야 합니다. 200개 마을마다 수리할 집의 샘플을 하나씩 만들고, 동네 사람들이 이를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사전 조사를 해야 하고, 답사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 승인한 후 예산을 세우고, 예산이 적정한지 검토를 해야 합니다. 검토가 끝나면 자재를 구입해서 배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원봉사자가 직접 샘플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이를 보고 집을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에 연장이 없기 때문에 연장도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초반이 가장 어려울 것 같은데, 일단 시동이 걸리면 주민들도 점차 배워서 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부탄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을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우선 여러분 중에 실무자 두 명을 추가로 배치해서 현장에 파견을 보내든, 한국에서 지원을 하든, 당장이라도 지원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은 목수예요. 그리고 설계, 인테리어, 보수 작업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불교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인도
인도 성지 순례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인도 경제가 점점 더 좋아지니까 이동할 때 도로 상황도 굉장히 좋아졌고, 전반적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아쇼카 대왕의 후예라고 하는 모리아족 5만 명이 모인 법회에 참석하여 법문을 하고 왔는데, 모리아족이 오히려 석가족보다 규모가 더 컸습니다. 그리고 델리에 있는 진달대학교와 국립 공과대학(NIT)에서 강연을 했는데, 인도 델리의 분위기는 우리나라 1980년대의 근대화 과정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인도 대학생들도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있었고, 한국의 청년들처럼 정신적 갈등을 많이 겪고 있었어요.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 제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청년들이 가족에 대한 부담도 느끼고 정신적 혼란을 많이 겪고 있었습니다. 인도의 인구는 14억이나 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신적인 혼란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일생을 정리한 책을 빨리 제작해서 인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다른 일에 우선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머지는 나중에 자리를 만들어서 함께 얘기해 보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몸이 많이 피곤해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여독을 풀고 휴식을 한 후 오늘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빠를 증오하는 엄마, 중간에서 저는 어떡하죠?
“부모님께서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다투셨습니다. 아빠는 술을 좋아하셨고 엄마는 그걸 싫어하셨어요. 저는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 아빠를 미워하기도 하며, 엄마의 감정을 받아내면서 자랐습니다. 결혼 후에도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그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습니다. 엄마는 변하지 않는 아빠를 증오하는 악심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헤어지라고 얘기해 보지만, 엄마는 복수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십니다. 가족들이 엄마에게 등을 돌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저는 엄마와 아빠를 무척 사랑합니다. 엄마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질문자가 너무 과도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질문자가 볼 때는 부모가 서로 싸우고 원수같이 지내는 것 같지만, 좋은 점도 있기 때문에 한집에서 오래 사는 겁니다. 나쁜 점만 있다면 그렇게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 말을 그냥 귓등으로 듣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고, 그러셨어요?’, ‘아빠 때문에 참 힘드셨죠?’ 이러고 말아야 해요.
어릴 때처럼 엄마 얘기만 듣고 아빠를 미워하거나, 또 아빠한테 전화해서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 하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안 돼요. 그건 부모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힘드니까 어릴 때부터 늘 하소연해 온 딸에게 또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냥 들어주면 되지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이렇게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질문자는 내가 해결해 줄 능력이 없다면 ‘안 듣는 게 낫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또 엄마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하려면 ‘내 말을 들어라’ 하는 자기 주장이 있는 겁니다. 이런 문제는 해결이 될 수가 없는 일이에요. 또 해결이 안 돼도 괜찮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싸우면서도 아직 안 헤어지고 살잖아요. 질문자는 형제가 몇이에요?”
“여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은 자식 둘을 낳고 키워서 결혼까지 시켰잖아요. 또 손자도 둘이나 있는 아주 훌륭한 부모예요. 훌륭한 할머니이고, 훌륭한 할아버지입니다. 젊을 때도 서로 다투면서 안 헤어지고 살았는데, 손자 손녀까지 있는데 지금 헤어지겠어요? 물론 황혼 이혼이란 것이 있어서 헤어질 수는 있지만, 이제는 ‘이게 일상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커피 마시는 습관처럼 부모님은 그냥 욕을 하면서 사는 게 이미 습관화되어 버렸어요. 그걸 질문자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전화가 오면 ‘어머니, 힘드시죠?’ 이렇게 받아주고 끊으면 됩니다. 질문자가 자꾸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전화하지 말라’ 하는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있어서 지금 괴로운 겁니다.
어머니는 전화할 데가 딸밖에 없잖아요. 질문자와 어릴 때부터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부끄러울 것도 없습니다. 지금 새삼스럽게 남한테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하려면 힘들어요. 남한테는 그렇게 싸우는 척도 안 합니다. 그런데 자기는 어릴 때부터 한집에 살았으니까 숨길 것이 없는 겁니다. 어머니는 질문자한테 하소연을 좀 하면 감정이 풀리는 거예요. '앞으로 절대 같이 안 산다' 이러면서 지금 30년을 더 살았잖아요. (웃음)
그런데 아직도 질문자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요? 첫째, 그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둘째, 해결이 안 되어도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부모님은 해결을 안 하고도 지금까지 잘 살았어요. 그러니 그냥 하나의 사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제가 상담한 사람 중에 남편과 진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서로 하면서도 계속 같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그 부인한테 이런 얘기를 들었어요. 남편이 어디 가고 없어서 혼자 자야 하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혼자서는 못 자겠더랍니다. 그래서 제가 '같이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 후에는 그분이 아무리 힘들다고 하거나 동네를 시끄럽게 해도 그냥 웃으면서 듣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욕을 하시면 안 됩니다’ 하면서 남편 분한테 가서 말하고, 아내 분한테도 ‘그렇다고 해서 욕을 너무 하지 마세요’ 이렇게 주제넘은 얘기를 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다시 돌아보니까 '남의 집 살림에 내가 쓸데없는 간섭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은 그냥 하소연을 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그냥 들어주세요. 해결을 안 해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해결을 안 하고도 지금까지 40년을 잘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걸 왜 새삼스럽게 해결하려고 해요? 그냥 두면 됩니다. 오히려 부모님을 위해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스님이 노인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한 동영상을 몇 개 찾아서 보내주는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기본적으로는 질문자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시는 게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마음의 짐을 많이 던 것 같아요.”
“그래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싸우면서도 잘 살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면서 벌써 40년을 살았기 때문에 20년을 더 사는 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니 그냥 가볍게 들으면 됩니다. 자꾸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문제는 해결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렇게 싸우시면서도 나를 공부시켜 주고 시집 보내주고 다 했잖아요. 그러니 나는 그것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하면 되지 자기들끼리 싸우는 건 내가 시비할 필요가 없어요.”
“잘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정토회 제2차 만일결사 중 1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한 후 오후에는 백일법문 입재식과 광주전라지부 회원 간담회를 하고, 저녁에는 정토경전대학 학생들을 위해 생방송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3
박시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참고로 저는 30년전 스님께서 데모하신 절인 강남 봉은사 "박시후 비출가 스님"입니다.그 당시에 발령스님과 인연 "이미" 맺었었습니다,스님.
2025-02-19 21:47:49
CACTUS
아무리 뭐라해도 부부는 부부 만이 알고 통하는 것 같아요. 그저 귓등으로 흘려들으시라는 말씀 지당하십니다.
감사합니다.
2025-02-19 07:21:34
자재왕
백 년 사는 사람들보다 스님은 천 년 동안 사는 삶을 사시는 것 깉아요. 스님, 건강하시기를 축원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