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 제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하는 날입니다.
어느덧 백일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백일은 법륜스님의 백일법문이 함께 진행되어 많은 분들이 더욱 기대감을 갖고 입재식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는 아침 일찍부터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봉사자들이 북적거렸습니다. 스님도 아침 9시 30분에 행사가 열리는 지하 대강당에 자리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사회자 김병조 선생님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2차 만일결사가 벌써 700일이 지나고 800일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내외에서 8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큰 박수와 함께 입재식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1-7차 백일기도 회향식
먼저 7차 백일기도 회향식을 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인사말에 이어서 지난 100일간의 발자취를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펼쳐진 많은 활동들이 15분의 영상 속에 담겼습니다.
다음은 지난 백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수행해 온 강원경기동부지부 경기광주지회 김영란 님의 수행 사례담을 들어보았습니다.
“저는 1남 3녀 중 장녀입니다. 부모님은 경제적 기반이 없어 사는 게 어려웠고 자주 다투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습니다. 그게 참 싫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 상대자는 돈이나 권력이 없어도 그저 나를 편안하게 해 줄 사람, 나를 웃게 해 줄 사람이면 되었고, 그렇게 남편을 만났습니다. 친정에서는 문제만 생기면 제게 연락했습니다. 전화벨 소리도 듣기 싫었고 핸드폰에 '엄마'라는 단어만 떠도 숨이 막혔습니다. 또 무슨 일인가 불안했고, 전화받기가 두려웠습니다. 어린 자식이 있었지만 죽고 싶다는 마음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TV에서 정토회를 접하고, 2010년 9월 천일결사 백일기도에 입재했습니다. 이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했고, 경전대학에 진학할 무렵 경기도 광주 지역 도반이 함께 법회를 꾸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흔쾌히 경기도 광주로 가서 활동했습니다. ‘내 업을 자식까지 물려주지 말고 내 대에서 끝내자.’라는 굳은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녁부 책임자를 맡으면서 퇴근을 집이 아닌 법당으로 했습니다. 일주일에 사나흘을 늦게 귀가하니 시아버님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저를 보셨고, 그로 인해 남편과 갈등이 커졌습니다. 그때 저는 수행자로 잘하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정일사 정진 때 ‘겉으로 싸우지 않는다고 싸우지 않는 게 아니다. 마음속으로 싸우는 것도 싸우는 것이다.'라는 점검을 받고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는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라며 수행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저 또한 부모님과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매번 싸우는 부모님을 보면서 '아직도 저러고 사나?'라는 비난의 마음 밑에 나는 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내 눈에 대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고 뭐라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남편에게 고개가 숙여지고 겸손해졌습니다. 또한, 부모님을 좀 더 이해하는 마음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침기도 중에 저보다 어린 20대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살면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어린 자식들을 잘 키워야 하는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 기도 방석이 다 젖었습니다. ‘부모님도 항상 불안하고 무서웠구나.’ 엄마, 아버지를 부모님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난치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화는커녕 그림자처럼 대했던 아버지의 손을 처음 잡고 병원에 갔습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을 함께 다닌 8개월이 제겐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침기도의 돌이킴이 없었으면 영원히 아버지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며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처음 정토회 활동을 시작할 무렵에는 오프라인 시절로 일주일에 서너 번 법당에 갔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밤 11시가 다 되었습니다. 가족 중 남편의 반대가 가장 심했습니다. 남편은 법당에 불을 지르겠다고 화를 내기도 했고, 현관문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일부러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 밖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어머니는 “왜 이렇게 늦게 다니니?”라며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절에 다닌다고 하니 집안을 위해 기도하러 다니는 줄 알고 저를 늘 지원해 주셨습니다. 한번은 남편이 “엄마는 저 사람한테 속고 있어요. 저 사람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해요.”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시어머님은 “그 속에 우리도 있잖니?”라며 제 편을 들어주셨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남편이 언제부터 ‘이 사람은 정토회 아니면 답이 없나 보다’ 싶었는지 마음을 조금씩 열었습니다. 제 앞에서는 "예전이랑 똑같다."라고 말하지만, 친구들에게는 “내 마누라지만 나는 마누라 존경해.”라고 말하곤 합니다.
저는 결혼 후 25년 동안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고, 두 분 장례까지 제가 다 마무리했습니다. 그 고마움 때문인지 남편이 말했습니다. "그동안은 정토회 활동을 마음껏 못했는데, 이제는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 그런 남편이 고맙습니다. 지금은 남편의 지지에 힘입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마음의 잡초를 뽑고 가볍고 행복하게 살고자 오늘도 꾸준히 정진을 이어 갑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객석 곳곳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수행이란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2024년을 빛낸 자랑스러운 정토행자상 시상식을 했습니다. 정토행자상은 한 해 동안 각 부분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신 분이나 단체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정진상은 활동 속에서도 무엇보다 정진을 가장 우선에 두고 꾸준히 300배 정진을 해왔으며, 행복시민들의 행복수행 프로그램 개발에도 열과 성을 다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행복시민들의 성장과 확산에도 크게 기여한 이미정 님이 받았습니다.
통일상은 북한이탈주민 일상 방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통일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좋은 이웃되기 활동으로 남북한 새벗합창단, 북한김장잔치 등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온 조민경 님이 받았습니다.
복지상은 필리핀 JTS대표 소임을 맡아 2024년 한 해 동안 필리핀 민다나오에 10개의 장애인 학교와 원주민 학교를 짓는데 현지 군청 및 교육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마을주민들과 소통하여 헌신적 자세와 의지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학교 건축을 마무리해 낸 노재국 님이 받았습니다.
환경상은 일상에서 늘 환경실천을 하며 검소한 삶을 살아왔고 매주마다 주변 쓰레기를 줍고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환경실천을 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제안하여 사각지대를 깨끗이 하고 자원순환이 되도록 정책변화를 이끌어 낸 김태권 님이 받았습니다.
포교상은 2011년 밴쿠버법당 개척부터 지역 전법의 중심역할을 해왔으며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회원들과 화합하고 협력하여 홈페이지, 법륜닷컴, 구글애즈, 정토포럼, 뉴스레터 등 다양한 언어로 세계 곳곳에 정토회를 알렸으며 에듀 플랫폼 등 제반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원하며 묵묵히 세계전법에 기여해 온 박은선 님이 받았습니다.
특별상은 평생 동안 검소한 삶을 실천해 왔으며 어려운 살림살이와 불편한 몸으로 살아가면서도 늘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며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바라는 바 없이 청정한 마음으로 보시해 온 이상숙 님과 이은순 님이 받았습니다.
보시상은 2003년 천일결사 입재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방송, 영화, 연극 예술인들이 마음공부와 봉사활동으로 삶이 행복해지는 길벗모임을 이끌어오는 한편, 한결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보시, 봉사하며 베푸는 삶을 실천하여 온 노희경 작가님이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행, 보시, 봉사의 모든 면에서 정토행자의 귀감이 되는 분에게 드리는 정토행자 대상은 국제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지현 님이 받았습니다. 사회자가 수상 이유를 낭독했습니다.
“위 사람은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인다는 서원을 세운 정토행자로서, 2008년 해외포교팀 봉사를 시작으로 해외 전법에 원을 세워 17년째 꾸준히 수행정진 해왔고, 2023년 국제특별지부 지부장 소임을 하면서 외국인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 봉사자들과 함께 영어불교대 과정을 추가로 개발하는 한편, 해외 곳곳에서 법륜스님 영어통역봉사를 하는 등 밤낮없이 헌신하며, 세계전법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정토행자들의 귀감이 되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상을 드립니다.”
모두가 큰 박수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미국 워싱턴 D.C. 에 살고 있는 김지현 님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수상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오늘 이 상은 저 한 사람이 아닌 어려운 조건 속에서 수행 정진하고 활동하는 해외에 계신 모든 도반들, 그리고 국내외 곳곳에서 세계전법을 개척하고 있는 모든 도반들에게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도반들과 이 기쁨과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 한 해는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부처님 법을 믿고 행하면 자유와 행복으로 간다는 것을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었고, 저절로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난 덕분에 지난 19년간 많이 단단해지고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졌습니다. 앞으로도 잘 놀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은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을 모시고 제1차 천일결사 제7차 백일기도 회향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7차 백일기도를 회향하는 날입니다. 돌아보면 지난 백일 간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와 혼란이 있었고, 동시에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사건이 바로 대통령 비상계엄 발표와 해제, 탄핵 국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희생자를 낸 항공기 사고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또한 미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국제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역시 서민경제와 자영업자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그러다 보니 환율이 폭등해서 한국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지난 백일 동안 꾸준히 정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제8차 백일기도 동안은 특별 정진 기간으로 정해서 더욱더 정진에 박차를 가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재난을 피했기에 그 은혜에 보답하는 백일
지난 한 해에는 결과적으로 전쟁이 없었지만 전쟁의 위험 수위는 매우 높았습니다. 저는 일찍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도 매우 크다고 말해 왔습니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 두 전쟁에 비할 바 없이 큰 피해와 고통이 따랐을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꿈과 희망인 ‘평화적 통일’을 얘기할 상황이 아닙니다. 전쟁의 위험과 손실을 막아내는 ‘평화’가 우선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상을 감동시켜 하늘을 움직이기 위해 6.13만인대법회를 열어 우리의 정성을 모았습니다. 용성 조사님 탄생 160주년이 되는 해에 만인이 모여서 평화를 위한 선언과 기도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해가 가기도 전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선출되었습니다. 한국 내 정치적 변화로 인해 전쟁의 위험도 많이 불식되었습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해 밝혀진 정황을 보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인화물질이 많은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성냥이 그어지지 않아 불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별일이 없으면 사람들은 ‘에이, 별일도 아닌 걸로 소란을 피웠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복 받은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전쟁이 일어났다면 생겼을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요행히 피했기에 우리는 그것을 회향해야 합니다. 백분의 일이라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세계평화를 위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는 사전에 재난을 막기 위해서도 정성을 기울이고 베풀어야 하지만, 다행히 재난을 피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또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백일법문을 열게 된 것입니다.
지난 백일 동안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습니다. 항공기 사고뿐만 아니라 여러 사고가 특별히 더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런 중에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우리가 함께 위로해야 합니다. 사고가 안 일어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노력한다면 줄일 수가 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파이프 하나를 빼먹는다든지, 시멘트를 덜 섞는다든지, 주의 없이 되는대로 함부로 행동한다든지, 사고가 안 나면 그저 다행이라는 식으로 행동하게 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뉘우치고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2600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이유
왜 우리는 똑같은 잘못을 계속 되풀이할까요? 바로 어리석어서 그렇습니다. 한 번은 잘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잘못한 후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서 보완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10번 사고가 났다면 다음에는 8번, 그다음에는 6번 이렇게 잘못을 줄여가야 합니다. 잘못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성을 기울이지 않아서입니다. 집중하지 않고 잘 살피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수행적으로 말하면, 깨어있지 못해서입니다. 우리는 늘 깨어있어서 백 명 중의 한 명의 눈 뜬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자고 있을 때 눈을 뜨고 있고, 남이 어리석을 때 지혜를 갖추고 주위를 살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나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의 불행까지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배고픈 사람을 위해 베풀어야 하고, 우리가 건강할 때 아픈 사람을 위해 베풀어야 하고, 우리가 잘 살 때 어려운 사람을 생각해서 베풀어야 합니다. 지금의 삶이 복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그 복을 나눌 줄 모르기 때문에 결국은 쪽박을 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감사한 마음으로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보살필 수 있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복이 줄지 않고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2600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부처님 가르침 속에 그러한 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혜가 있으면 지금의 행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고 함부로 행하지 않고 유의합니다. 또 닥쳐온 일이 과거의 어떤 인연의 결과인지 알기에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항상 지금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을 살피고 있기에 괴로움이 없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말과 행동, 생각 중에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적습니다. 모든 것이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행해집니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 의식적으로 페달을 밟지만, 익숙해지면 곧 몸이 알아서 무의식적으로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그것처럼 ‘무의식적’이라는 것은 지난 세월 내가 살아온 것들의 응축된 결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인 것보다 무의식적인 것이 자기 삶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이성적인 것보다 감성적인 것이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이 무의식적이고 감성적인 것은 잘 살피지 않으면 거의 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똑같은 일을 반복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발을 내딛을 때도, 말 한 번 내뱉을 때도 늘 살피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동작이 핵심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에 굴림을 당하는지를 알아차리기 위함입니다. 내가 세상에 굴림을 당할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알고 뭐든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원망도 없고, 억울함도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처님의 법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이 사회와 역사 속에서 살아가신 분이라는 사실을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스스로 괴로움이 없이 세상의 문제를 평화롭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신 분입니다.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이 지금 세계에는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리가 전법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토회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괴로운 사람이 괴로움이 없어지도록 하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좀 더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전법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선구자적인 자부심을 여러분들이 갖기를 바랍니다. 지난 백일 동안 꾸준히 정진하고 봉사한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회향 법문을 마음속에 새기며 20분간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백일을 시작하며 예비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했습니다. 기존 천일결사자들은 수행자의 길로 동참하게 된 예비 천일결사자들을 힘찬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1-8차 백일기도 입재식
다음은 8차 백일기도를 시작하며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제1차 천일결사 8차 백일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입재한다 하는 것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간다는 것은 뭔가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에게는 지금 내 조건이 좋은지 나쁜지보다 앞으로 희망이 있는지 없는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이유
과거의 젊은이들은 가난한 조건에 있었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가족을 살리고 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 연구하면서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예전에 비해 좋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동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젊은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부모 세대가 보기에 한심해 보일 수 있습니다. ‘왜 넌 조건이 다 갖추어졌는데도 아무것도 안 하니?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했다’ 이렇게 말하지만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는 어려운 조건에 있었지만, 결혼할 희망이 있고, 집을 구할 희망도 있고, 취직해서 돈 벌 희망도 있었습니다. 의사가 되거나 직장에서 높은 직책을 구할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젊은이들은 그러한 가능성이 닫혀있다고 생각해서 좌절과 절망이 큽니다. 자칫 자살하거나 방에서 안 나오거나, 어떤 일도 꾸준히 하지 못해서 ‘이거 한다고 뭐가 되나?’, ‘해봤자 뭐가 되나?’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만일결사를 한다는 것은 어떤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1차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는 ‘2600년 전에 부처님은 혼자서 시작하신 일을 오늘날 우리는 더 좋은 환경에서 하기 때문에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30년을 꾸준히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모였습니다. 무엇이 문제라는 말보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목표만큼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어 가는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빈곤퇴치의 희망을 주고, 분쟁 지역에 평화의 희망을 주고, 기후 위기 시대에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희망을 주는 삶의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 보자는 생각으로 2차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희망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별로 크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1퍼센트라도 있다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복권은 가능성이 1퍼센트도 안 되는데 왜 사나요? 우리가 노력하면 될 확률이 그래도 복권보다는 높아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우리가 희망을 품어야 합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꼭 된다는 보장도 없고, 지금 당장 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우리는 그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길을 모르는 사람을 나무란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그렇게 살더라도, 눈을 뜬 사람은 눈을 감은 사람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너는 눈을 감았으니깐 죽든지 말든지 모르겠다’라고 하면 안 됩니다. 내가 눈을 떴다고 해서 나만 살려고 도망가서는 안 됩니다. 내가 눈을 떴기 때문에 아직 눈을 감은 사람들의 위험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속에 내 아이의 미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그 속에 내 재산과 내 가족의 안전도 있는 것입니다.
2025년을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워나가는 해로
우선 내가 괴로움 없이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우리 이웃에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환경을 위해 근검절약하고 남은 것은 보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남을 위한 일 같지만, 곧 나를 위한 일입니다. 나를 위한 일이라는 말은 다른 말로 ‘복을 짓는 일이다’ 하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번 8차 백일기도를 맞아 2025년에는 조금 더 마음을 새롭게 내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희망을 품자!’ 이렇게 말만으로는 희망이 잘 가져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용성 조사님께서 2025년부터는 대한민국이 세상에 희망을 주는 새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을 해놓으셨습니다. 과거의 일제 식민지 시대에 억압받던 나라가 세상에 희망을 주는 새로운 나라로 출발한다고 이미 말씀하신 것이 있습니다. 그 예언대로 과거에는 세상으로부터 얻어먹고 빚을 지고 사는 불쌍한 나라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자립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에 희망을 주고 도움을 주는 나라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입니다. 용성 조사님의 말이 맞는지 안 맞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안 그래도 희망이 필요한 시점에 희망이 되는 이야기가 이미 있잖아요. 그리고 증명도 되었습니다. 작년같이 암울한 시기를 보내다가 한 해를 다 보내기도 전에 이렇게 변화가 일어났잖아요. 그런 긍정적인 희망을 굳이 사실인지 아닌지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에는 어느 지역 관광을 가더라도 그 지역만의 스토리 텔링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우리가 지어내거나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이미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2025년에는 희망을 품고 넓혀서 주위로 확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기도하고 활동하고, 저는 희망을 확산하도록 발로 뛰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8차 백일기도는 지금까지의 백일기도에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담아서 전법과 봉사에 조금 더 힘을 실어 보기 바랍니다. 일이 가중된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받은 복을 나눈다는 관점에서 기쁨을 가지고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백일 동안 부지런히 정진합시다.”
큰 박수와 함께 새로운 백일을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다음은 이번 백일 동안 천일결사자 모두가 다 함께 실천해야 할 약속을 발표했습니다. 백일 동안 법륜 스님의 백일법문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널리 확산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이어서 축하 공연을 보았습니다. 올해 입재식 첫 공연은 광주전라지부에서 준비했습니다. 소품에서 의상까지 손수 제작하며 큰 감동과 웃음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에 둥근 박이 터지자 ‘2025년 희망세상 만들기’라고 적힌 현수막이 폭죽과 함께 펼쳐져 나왔습니다. 2025년에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을 함께 염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사단 단장의 닫는 인사를 듣고 다음 입재식인 6월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 함께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힘차게 불렀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현장에 참석한 광주전라지부 회원들은 도반들과 함께 삼삼오오 흩어져서 각자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김홍신 작가님, 김병조 선생님, 민병덕 의원님, 박지나 JTS 대표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2층 카페에서 노희경 작가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내빈들과 차담을 나누다가 다시 지하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법륜스님 백일법문 입재식
오후 2시부터는 백일법문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특별정진위원회 위원장인 유수 스님의 인사말에 이어 오는 2월 17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되는 백일법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음은 정토사회문화회관 관리 봉사를 하고 있는 보리수 팀 거사님들이 합창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청산에 살리라’ 노래를 힘차게 불러주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다음은 법륜스님을 모시고 백일법문 입재식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전체적으로 예측이 조금 어렵습니다. 돌발 사건이 많고, 기존 질서가 변화하거나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예측이 어렵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혼란스럽다’ 하고 표현합니다.
특별 정진을 하는 이유
이런 시대에 특별 정진을 하는 이유는 첫째, 우리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이러한 불확실한 미래에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결과 현재 한국 사회의 혼란을 잠재우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미래 사회에 닥칠 기후 위기와 같은 여러 재난과 전쟁, 난민 문제를 좀 안정시킬 수 있는 우리의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특별 정진의 목표입니다.
이 특별 정진 기간 안에 안에 한국 사회에서는 아마 현재의 불확실한 요소들이 대부분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가 더 나빠지는 해결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과가 더 좋아지는 해결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일단 탄핵이 인용되면 탄핵 문제가 해소는 되겠지만 여전히 사회는 혼란스러울 겁니다. 또 만약 탄핵이 기각되면 사회가 엄청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이 혼란을 극복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하야를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혼란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당신이 나쁘니까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나라를 위해서 하야를 하는 게 좋은 일이라는 겁니다. 선거를 치르면서 다시 혼란스러워지겠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사회가 다시 안정을 찾아갈 것입니다. 물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선한다든지 몇 가지 제도 개선이 선행되고 선거를 치르면 더욱 안정적인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혼란한 사회를 개선하는 일은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서 세상이 좋은 쪽으로 향하도록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가 혼란스럽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남녀 차별이 심할 때 그것을 개선하려면 사회가 조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약간 혼란스러운 상태여야 개선이 가능할까요? 혼란이라고 무조건 나쁜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혼란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될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 이런 정치적인 혼란이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더 좋아지는 결과가 올 수 있는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역행보살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나쁜 사람이 한 사람 있는데 그로 인해서 세상이 더 좋은 쪽으로 간다면, 불교에서는 이런 사람을 ‘역행보살’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더러움을 뒤집어쓰고 세상에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이 그런 정도의 원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 사람을 역행보살로 만들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미워해서 보복하고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역행보살이라고 하는 새로운 역할로 만들어 내는 거예요.
부처님은 이걸 능히 하셨습니다. 희대의 살인자 앙굴리 말라를 수행자로 만들었습니다. 부처님을 돌아가시게 한 음식을 올린 춘다를 ‘여래에게 마지막으로 공양을 올린 자의 공덕이 크다’라고 함으로써 춘다를 최고의 공양을 올린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부처님은 더러운 것을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움을 능히 정화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 불자들도 그런 관점에서 세상의 부정의에 악을 쓰고 비판하기보다는, 내가 헌신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세상을 정화하는 쪽으로 이바지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세상일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더러움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더러움을 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더러움 속에서도 자신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사람이 있고, 더러움 자체를 깨끗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더러움 자체를 깨끗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바로 사사무애법계(事事無碍法界)의 경지, 불보살의 경지입니다. 우리가 특별 정진을 하려는 이유는, 자신을 더럽히고, 희생하고, 손해를 봄으로써 세상을 이익되게 하고자 함입니다. 우리의 강렬한 수행의 원을 실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원을 세상 사람이 다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만 보고 평가하지, 자세한 내막을 다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 수행자들은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1년간 특별 정진을 하고, 100일 동안은 더더욱 마음을 내어 나를 정화하고 세상을 정화하는 활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특별 정진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정토행자와 불자 여러분 그리고 의식 있는 시민 여러분, 그냥 좌절하고 있거나 절망하지 말고 마치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이 이 땅을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정진을 함께 합시다.”
특별정진의 의미와 백일법문을 듣는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백일법문 발원문을 낭독하고, 마지막으로 백일법문을 힘차게 출발하자는 의미를 담아 축하 공연을 보았습니다. 백일법문 기간 중 백일출가를 결심한 '청년붓다' 도반들이 준비한 공연이었습니다.
백일법문을 시작하는 힘찬 에너지와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을 한 후 백일법문 입재식을 마쳤습니다.
광주전라지부 회원의 날
오후 3시 30분부터는 광주전라지부 회원의 날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광주전라지부 회원들 전체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했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격려 말씀을 들은 후 광주전라지부에서 준비한 여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통일 비빔밥을 만들어서 함께 나누어 먹는 모습을 신나는 춤과 노래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지회별 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동광주 지회, 서광주 지회, 전주 지회에서 차례대로 열띤 소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행사의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한 후 다 함께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여는 말씀에 이어서 그동안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다섯 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정토회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남편이 반대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이 쪼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하면 남편을 협력자로 만들 수 있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처럼 행동하는 남편이 쪼잔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작년 8월부터 정토불교대학 진행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와서 남편이 저한테 정토회에 너무 깊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종교 활동을 너무 깊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요. 남편의 말에 저는 좀 억울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정토회를 통해 불교를 만나서 제 가정이 매우 편안해졌고, 남편도 그런 부분을 인정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한다는 걸 제가 알거든요. 그리고 딸이 청년 불교대학에서 지금 돕는 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여보, 내가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혹시 당신한테 손해 끼친 거 있어요?’하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남편이 대답을 못 하더라고요. 남편은 제가 정토회 활동을 계속하면 자기하고 보내는 시간이 줄고, 그러다 보면 부부 관계가 멀어질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어쩜 저렇게 아이같이 말할까 싶어 남자가 쪼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남자가 쪼잔해요.”
“남편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이 같아지니까 제가 엄마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어떨 때는 남편이 너무 한심해 보여서 딸이랑 남편 험담을 할 때도 있습니다. 딸이 저한테서 배우기 때문에,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딸과는 부처님 가르침에 대해 대화하면서 밤을 샐 정도로 재밌는데, 남편은 그 자리에 끼지 못합니다. 너무 엉뚱한 소리를 하니까 MZ세대인 딸이 그 모습을 지적해요. 저를 따라 배워서 아빠한테 지적을 합니다. 이것도 제가 다 만들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행 과제로 삼아서 정진하고 있습니다. 30년 뒤 2차 만일결사까지 마치는 것이 제 꿈이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남편이 제 방해 요인이 아니라 협력자가 되도록 지혜롭게 대처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조금 어렵겠어요. 8차 백일기도 입재식에서 수행 사례담을 발표한 분이 부부 갈등이 많았는데, 그걸 극복하고 이제는 남편이 굉장히 협조적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남편이 나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시종일관 남편이 내 덕을 보고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고 오히려 방해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딸하고 뒷담화나 하면서 어떻게 남편을 다루면 내 말을 잘 들을까 하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이건 수행과는 정반대 방향의 관점입니다.
남편이 질문자에게 ‘다시는 인도에 안 보내줄 거야’라고 말할 때는 ‘제가 너무 장시간 집을 비워서 미안합니다. 가능하면 집을 길게 안 비울게요. 이번에 보내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또 ‘당신이 정토회 활동을 하면 부부 사이가 좀 멀어질 것 같아’라고 말하면 남편의 우려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합니다. 어린애같이 군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이가 드니까 나한테 의지하고 싶구나’ 하고 보듬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남편이 나한테 협조하기는커녕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수행적 관점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나이가 들면서 외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정토회 일도 중요하지만, 남편을 좀 더 챙겨야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여보, 미안해요. 정토회 일을 한다고 당신과 같이 못 놀아줘서 섭섭하죠? 나쁜 일 하는 거 아니고, 세상을 좀 변화시키고자 좋은 일 하는 거예요.’
이렇게 서로 대화해 가는 자세를 가져야 결과적으로 남편이 나를 이해해 주는 협조자가 됩니다. 그런데 ‘남편을 어떻게 다스려서 협조자를 만들까?’ 하고 궁리한다면, 남편은 자기 관점에서 ‘아내를 어떻게 정토회에 못 나가게 만들까?’ 하고 궁리해서 결국 질문자의 생각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은 세속적인 관점이에요. 우리가 물건을 사고팔 때, 사는 사람은 가게 주인을 어떻게 구슬려서 좀 싸게 살까 궁리하고, 파는 사람은 손님을 어떻게 구슬려서 제값 받고 팔까 궁리하면서 신경전을 벌인단 말이에요. 그것처럼 질문자는 세속적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남편의 감정을 먼저 공감해 주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끔 알아차림을 놓쳐서 남편을 좀 한심하게 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남편의 감정을 먼저 살핍니다. ‘여보 미안해’ 하면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실제의 마음과 행동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남편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하기보다는, 한편으로 꽁한 마음으로 내가 손해 본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질문자가 자기 생각을 움켜쥐고 있는 거예요. 남편의 행동이 좀 아니꼽지만 그래도 내가 수행자니까 이해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은 ‘겉으로만 저러는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제가 상담을 한 사람 중에 남편보다 훨씬 더 학벌이 높고 똑똑한 분이 있었어요. 결혼해서 사는 동안 남편이 잘 맞춰줘서 큰 갈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 20년 정도 수행을 하고 60살이 되었을 때, 어느 날 남편이 ‘이제 내가 안심했다’ 이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리야? 여보, 결혼해서 아이도 있는데?’라고 했더니, ‘나는 결혼하고 지금까지 당신이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제야 내 곁을 안 떠나겠다는 믿음이 생겼어’라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표현은 안 하지만 사실은 속으로 늘 자기 나름대로 불안감을 느끼고 살아갈 수가 있는 겁니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정토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움막을 치고 살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한테는 큰 금액인 1억 원 이상의 보시를 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정토회 회원도 아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서 고백하기를, 결혼해서 남편하고 살아보니까 언젠가 내 곁을 떠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이분은 공무원이었는데 월급 받은 것 중에 일부를 떼어서 만일을 대비하여 저축을 했는데 거의 30년 가까이 모이니 목돈이 된 거예요. 깨달음의 장을 하고 나서 돌아보니까 자기 괴로움의 원인이 불안이었습니다. 이 불안이 없어지고 나니까 그 돈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남편도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 돈이고, 이 돈 없이도 잘 사는데 굳이 이 얘기를 꺼낼 필요가 있나 싶었답니다. 오히려 내 불안을 없앤 곳에 보시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저한테 보시를 한 거예요. 이런 경우처럼 질문자의 남편도 내면에 불안이 있는 것입니다.
나도 상대방을 향해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상대방도 나한테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상대에게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기만이 가진 고민이 되는 겁니다. 서로를 신뢰하려면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싸우지 않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신뢰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에요. 서로 자존심이 너무 강해도 안 싸웁니다. 싸우는 것 자체를 자기가 용납 못 하는 거예요. 내 자존심에 어떻게 부부간에 싸우냐면서 조금 기분이 나빠도 말 안 하고 넘어가지만 그게 편안한 상황은 아닙니다. 이렇게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기에 항상 그런 문제가 있을 때는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게 필요합니다.”
“실은 남편이 두 달 전에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언젠가는 제가 남편을 떠날 것 같다는 말을 진지하게 해서 저도 놀랐습니다. 남편이 그런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을 더 이해하고 보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100퍼센트 완전한 마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에 정진하면서 남편을 위해서 어떤 기도문으로 기도하면 좋을까요?”
“남편을 위해서 기도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다만 남편이 힘들다고 할 때 내치지 말고, 어린애처럼 굴 때 징그럽다고 쳐내지 말고, 아이 달래듯이 등도 두드려 주고 대화도 하면서 맛있는 것도 해주라는 거예요. 아이가 힘들다고 하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잖아요? 아이는 자기 배속에서 나왔다고 다 해주면서 남편은 안 해주는 것은 좀 안 맞아요. 남의 배에서 나왔더라도 내 배에서 나온 사람처럼 조금 보살펴 주는 게 필요합니다.
남자들은 외적으로나 강하지, 심리적으로는 여성보다 약합니다. 실제로 생존적 관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여자는 아이를 낳아서 키운 경험으로 인해 내면이 강합니다. 보살이 대부분 여성으로 표현되잖아요. 여자는 무언가 남을 보살피고 살리는 역할에 강한 반면 남자는 밖에서 경쟁하고 싸워서 이기는 역할에 강하지 자기 몸을 희생해서 누군가를 보살피며 살아본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바깥으로는 강인한 척하며 제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지만,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면 남자는 굉장히 약합니다. 특히 나이 들수록 그 경향이 더 심해져서 버림받을까 봐 겁을 내요. 왜냐하면 엄마 품에서 자란 카르마 때문에 그렇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에 대해 차례대로 답변을 하다 보니 벌서 오후 5시가 넘었습니다. 밖에서는 광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어서 아쉽지만 행사를 마쳐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홍서원을 한 후 기념사진을 함께 촬영했습니다.
정토경전대학 즉문즉설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나와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회관 1층 방송실에서 정토경전대학 학생들을 위해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원래 어제 예정된 강연이었는데 비행기 시간과 겹쳐서 갑자기 오늘로 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갑자기 일정을 변경한 것에 대해 사과의 마음을 전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2시간 동안 여섯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 근본교리 등 그동안 배운 내용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고, 스님은 각각의 질문에 대해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여러분이 질문한 것을 보니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신 것 같습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하면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토회 회원에 가입을 해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수행법회에 꾸준히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경전대학을 졸업하면 진행자가 학사를 관리해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법회를 챙겨 들으면서 꾸준히 도반들과 같이 공부하고 활동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시작해서 백일 법문을 합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오전과 저녁에 법문을 합니다. 저는 주로 해외를 돌아다니는 일을 많이 하는데, 이번 백일은 꼼짝도 안 하고 100일 동안 정진하고 법문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백일 법문에 동참해서 정진에 힘쓰시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에 졸업식에서 뵙겠습니다.”
다음 주에 예정된 졸업식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즉문즉설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법문을 하며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일은 백일법문 1일째 날입니다. 외국인을 위한 8차 백일기도 입재식을 영어 통역으로 진행한 후 열린법회 첫 번째 순서로 예불문 강의가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 오전과 저녁에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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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스님의 말씀에 따라 남편이 투정할 때 그 마음을 들어주고 다독여주겠습니다
내 잘났다 하는 오만한 마음을 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