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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탄 트롱사 답사 7일째입니다. 오늘은 오전에 탕십지(Tangsibji) 게옥의 껠라(Kella) 치옥과 누비(Nubee) 게옥의 바고첸-불링팡(Bagochen-bulingpang) 치옥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트롱사 주의 팀장급 공무원들과 이번 답사를 정리하는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아침 7시 30분에 숙소에서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탕십지(Tangsibji) 게옥의 껠라(Kella)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껠라 치옥은 원래 이번 답사에는 계획에 없었던 마을이었습니다. 스님이 답사 지역을 지도에서 확인하다가 강 건너편에 한 개의 마을을 발견하고 그 마을에 가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트롱사 행정관에게 물어보니 계획한 동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이고, 도로가 나 있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에 답사 일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스님이 행정관에게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껠라 치옥을 답사해 보자고 제안해서 오늘 갑자기 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비탈진 산에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논과 밭이 빼곡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2시간 동안 논과 밭이 빼곡한 산길을 달려서 껠라 치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더 이상 차로 이동할 수 없는 가파른 구간이 나오자 스님 일행은 걸어서 이동하여 마을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얼마 후 향나무를 태우는 진한 연기가 보였고, 연기 사이로 스님을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환영하는 주민들에게 부탄식으로 축복을 해주고, 오늘 모임 장소인 껠라 초등학교 교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민들은 전통적인 환영식을 한 후 준비한 공양물을 차례차례로 스님에게 올렸습니다. 교실 안에는 공양물로 가득했고, 주민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스님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여러분께서 이렇게 많은 공양을 올려주었습니다. 공양을 올린 모든 분들이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어서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잘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제가 갑자기 연락을 해서 여러분들과 만남의 시간이 잡혔습니다. 갑자기 모이자고 해서 불편하셨죠?”
마을 주민들이 일제히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스님. 저희는 스님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무척 기뻤습니다. 오히려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촉바(마을리더)가 마을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스님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방금 촉바가 마을 현황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도로가 필요하다는 문제 한 가지만 말했습니다. 제가 와 보니까 도로가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도로는 조금 기다리면 정부에서 해결해 줄 것입니다. 전기, 도로, 다리를 놓는 일은 모두 정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속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부탄 전체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고 일을 하다 보니 여러분이 원하는 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껠라 마을의 도로가 불편하다고 하지만, 제가 젬강을 둘러보니 도로가 마을 인근에 근접하지도 못한 곳이 많았습니다. 어제 누비 게옥 사람들은 도로가 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로포장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도로가 없는 마을은 도로가 필요하고, 도로가 있는 마을은 포장이 필요하다 보니 정부가 한꺼번에 진행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껠라 마을까지 들어오면서 도로 상태를 모두 확인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도로가 필요하다는 상황은 충분히 알았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제가 겁(마을리더)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빠른 시일 내에 공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1년을 기다려야 할지 2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여러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부탄은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잘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생활환경을 좀 더 편리하고 깨끗하게 하는 일을 해보려고 이렇게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부탄에서 진행 중인 JTS 사업에 대해 30분간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촉바가 주민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께서 보시다시피 껠라 마을은 오지입니다. 탕십지 게옥의 다른 4개의 치옥은 껠라 마을보다 잘 사는 편입니다. 껠라 마을에서는 화장실이 제대로 없어서 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사람이 많고, 임시 집에서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을 내에 사람이 다니는 길은 전부 흙으로 되어 있고, 35 가구가 사용하고 있는 식수도 보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껠라 마을 사람들이 빈곤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기 땅이 없어 농사를 짓고 대부분의 수확물을 땅을 소유한 절에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벼농사를 짓고 있으나 대부분 트롱사 승가의 땅입니다. 수확물의 대부분을 승가에 올려야 하므로 먹고사는 것 외에 여유가 없습니다. 마을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있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다른 치옥보다 껠라치옥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스님은 촉바의 이야기를 듣고 장애인 문제 해결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부탄의 동부와 서부에 장애인을 돌보는 시설이 있습니다. 원래 이런 시설은 주별로 시설이 있어야 가족들이 자주 가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탄은 인구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동부에 하나, 서부에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여러분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정부에 신고를 하면 바로 장애인 시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생활력이 없는 노인들은 왕이 운영하는 노인 복지 시설에 신청을 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다니면서 보니까 마을에 장애 문제로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장애인 시설과 잘 연결이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중앙정부에서는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시설이 보장되어 있어서 접수만 하면 이들이 보호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장애인과 노인의 보호를 JTS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촉바가 보고해서 종카에 접수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래도 안 되면 JTS에서 지원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마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집이 없는 가구가 몇 집인지 구체적으로 주민들에게 질문했습니다. 껠라 치옥은 집이 없는 사람이 7 가구나 되었습니다. 보통 한 치옥에 한 두 가구 정도가 집이 없는 극빈자였는데 이곳은 7 가구나 집이 없다고 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왜 지금까지 집이 없었는지 이유를 물었습니다. 애가 세 명이 있고 남편과 이혼을 해서 집을 짓고 싶어도 짓지 못하는 여성이 있었고, 오래되어 부서진 집을 갖고 있는데 수리를 못하고 있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집을 갖고 있지만 집안 시설이 열악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집안 시설이 정말 열악해서 고쳐야 하는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화장실이나 부엌을 고치거나 집안에 칸막이를 쳐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거의 모두가 손들었습니다. 스님이 겁을 향해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장비 치옥만큼 사람들이 가난한 것 같아요.”
겁이 대답했습니다.
“네, 장비 치옥과 비슷합니다. 껠라 마을은 2014년에 이곳을 연결하는 다리가 처음 생겼고, 그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도로가 생긴 지 10여 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없이 여성들만 사는 가구가 여럿 있는데 그런 집들이야말로 정말 극빈한 가구입니다.”
이어서 농업 환경을 확인했습니다. 농수로에서 물이 유실되는 곳이 있는지, 물이 논으로 잘 들어가고 있는지, 각각 확인해 보았습니다.
스님은 납지 치옥에서 마을 사람들이 농수로를 만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주민들에게 JTS 사업의 원칙과 지원 대상에 대해 설명하고, 짐승을 막기 위해 울타리 치는 법을 세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집중하여 스님의 말을 하나하나 귀담아 경청했습니다.
스님은 JTS 사업을 모두 설명한 후 주민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생활을 조금 편리하게 하려는 것이 JTS의 목표입니다. 이렇게 하면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JTS 기금이 어떻게 마련되었는지 설명하고, 한국 불자들의 보시금으로 이루어진 JTS 기금을 절약해서 써 주기를 당부했습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한 마을 주민이 말했습니다.
“첫째, 제일 시급한 것은 사실 도로입니다. 일부분이라도 수리하고 싶습니다. 그렇게만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다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둘째, 오늘 스님께 이야기드린 사람은 정말 가난해서 집을 못 지은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지원이 꼭 되면 좋겠습니다. 셋째,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 가지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요청을 했고, 스님도 지원해 준다고 하셨는데, 제가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공사 재료가 다 지원이 되었는데, 막상 일이 진행되지 않아 재료가 버려질까 봐 우려가 됩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일을 펼치지 말고, 꼭 필요한 세 가지만 우선 진행했으면 합니다. 스님이 지원해 주신 것들을 우리가 잘 활용하면 우리 마을은 정말 이익을 볼 것 같습니다.”
스님은 도로를 내는 사업은 JTS 사업이 아님을 설명하면서 정부 사업과 구분할 수 있게 JTS 사업의 원칙을 주민들에게 다시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이 올린 공양물을 주민들이 먹을 수 있도록 다시 돌려주고,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촉바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스님은 가난한 주민들 모두에게 보시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촉바에게 다시 한번 당부했습니다.
“보시금이 모든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스님은 주민들이 공양물로 올린 쌀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쌀의 상태가 생각보다 좋네요. 이 정도면 판매를 해도 손색이 없겠는데, 실제로 조리해서 먹으면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미팅을 마치고 촉바, 겁, 부주지사를 불러서 땅의 소유주인 승가에서 주민들이 농사지은 쌀을 가져가는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은 승가에 요청하여 시정해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절이 일반 지주들보다 적게 받아야지 많이 받으면 안 되잖아요. 붐탕 사람들도 처음에는 지주가 2:1의 비율로 가져갔다가 그다음은 1:1의 비율로 가져갔고, 지금은 1:2의 비율로 가져가고 있어요.”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옛날 방식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일 뿐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선량하고 시골 사람이라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 외부에서 그 누구도 문제제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바뀌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바뀌어야 합니다. 이 상황을 트롱사 승가의 주지 스님에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주지 스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스님은 대화를 마치고 껠라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2시간 동안 껠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 나와 촉바에게 말했습니다.
“마을 사정을 꼼꼼하게 확인하세요. 촉바는 힘들겠지만 촉바가 수고할수록 마을 사람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오늘 껠라 마을에 오기를 참 잘했어요.”
스님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2시간을 이동했습니다. 오후 2시에 누비(Nubee) 게옥의 바고첸-불링팡(Bagochen-bulingpang)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바고첸블링팡 치옥은 회의실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곳은 치옥의 회의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보통 게옥에는 회의실이 있지만, 치옥에 회의실이 있는 것은 처음 보네요.”
환영 의식을 마치고 마을 주민들이 보시한 공양물에 답하여 빨리어로 삼귀의를 하며 축원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트롱사 주의 마지막 답사 장소인 바고첸불링팡 주민들과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외국에서 온 스님은 처음 봤어요?”
“네.”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이 치옥에 온 것은 꼭 지원을 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러 왔습니다. 옷도 모두 잘 입었고, 미팅홀도 좋고, 사는 게 괜찮아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는 여러분이 ‘부처님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십시오’ 하면 지나가다가 들러서 법문을 하겠습니다.
한국도 2000년 전에 불교가 전래돼서 불교 국가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100년 전에는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 현대적인 교육과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문화가 대부분 파괴되었습니다. 길도 잘 되어 있고, 빌딩도 많고, 편의시설도 잘 되어있어서 외국 사람이 와서 보면 잘 산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과연 이게 잘 사는 걸까요?
저는 이게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은 여러분보다 번뇌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법문을 하면 듣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법문을 듣고 번뇌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스님에게 보시를 합니다. 보통은 보시금이 모이면 절을 짓지만, 부처님 가르침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JTS는 한국 불자들과 의논을 해서 절을 짓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돕기로 했습니다. 절을 짓는 대신에 물이 없는 사람에게 우물을 파주고,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학교가 없는 곳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만들어서 치료를 해주는 일을 합니다.
부탄은 지원을 받을 만큼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부탄은 자연을 보호하고 전통을 잘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불교라는 신앙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탄의 정체성입니다. 외국인이 부탄에 오고 싶어 한다면 그 이유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전통을 잘 지키고 있고, 여러분들이 불교 신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이러한 경우가 없습니다. 전통을 지키고 자연을 보호하다 보면 생활이 조금 불편해집니다. 예를 들어 자연을 보호하다 보니 농사를 지을 때 야생동물의 피해가 많습니다. 누비 게옥은 호랑이가 와서 야크를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탄은 호랑이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호랑이 때문에 피해를 보지만 호랑이를 없앨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통 옷을 입고 다녀야 해서 생활하기가 조금 불편합니다. 자연과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편리함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 사람은 전통을 지키고 살지만, 젊은 사람들은 편리함을 찾아 도시나 외국으로 떠납니다. 그래서 JTS 프로젝트의 목표는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전통과 자연을 덜 훼손하면서 생활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바고첸-불링팡(Bagochen-bulingpang) 치옥 여러분들은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여러분들은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고 저와 같이 다른 치옥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이렇게 많이 온 것은 JTS 프로젝트를 함께 할 수 있는 일꾼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웃음)
스님은 그동안 다른 동네에서 지원했던 사업들을 쭉 이야기했습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고, 집안 시설을 수리해 주고, 화장실을 만들고, 농수로와 식수로를 만드는 등 다양한 사업들을 소개했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물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래서 파이프나 시멘트로 주민들이 수로 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생활 시설을 개선해서 조금 편안하게 살도록 하자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여러분에게는 해당이 안 되지요? 여러분들은 다들 자기 돈으로 재료를 사서 하세요.” (웃음)
주민들이 말했습니다.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 모두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JTS의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사람이 이 마을에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여러분도 저와 같이 그 사람을 도웁시다.”
“네, 저희 마을에도 물이 부족하고, 집 없는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바고첸-불링팡 치옥은 도시와 인접해 있어서 다른 마을만큼 열악하지는 않았지만, 주민들은 식수 문제, 울타리 문제, 집 없는 노인 문제, 집이 낡아 새로 짓고 싶은 문제 등 몇 가지 요청사항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트롱사 주의 각 팀장단들과 이번 답사를 정리하는 회의 일정만 남았습니다. 스님은 차를 타기 전에 트롱사 행정관인 잠명 님에게 농담을 했습니다.
“잠명, 이제 끝나서 좋겠어요.”
“스님, 이제 시작입니다”
“그래요. 3년 정도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트롱사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여 복을 짓는다고 생각하고 해 보세요.”
스님은 트롱사 행정관인 잠명 님과 중앙정부관리 이시 님을 격려했습니다. 스님은 숙소로 이동하여 잠시 휴식을 한 후 오후 5시부터 트롱사 주의 팀장단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JTS가 부탄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사람들의 고뇌를 듣고 해결하는 담마 토크입니다. 저는 한국 국내에서 그리고 해외에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담마 토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한 시청자도 아주 많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JTS에 기부를 조금씩 합니다. 적은 돈이라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해주니까 모이면 큰돈이 됩니다. 우리는 이 돈을 어떻게 쓸까 논의하다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JTS에서는 세 가지 모토를 세웠습니다. 첫째,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둘째, 병든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셋째, 어린이는 제때 배워야 합니다. 이 일은 정치 이념이나 종교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도움을 받는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누구나 도움을 주는 일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나라, 모든 종교를 가진 이들이 대상이 되고, 참여하는 사람 또한 꼭 불교도가 아니어도 이 뜻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다 다 동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지난 30년 동안 많은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활동해 왔습니다. 배움이 필요한 곳에는 학교를 세웠습니다. 인도에는 불가촉천민을 위한 학교를 지었고, 필리핀에는 원주민들을 위한 학교와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를 지어서 교육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갖게 해 주었습니다. 정부의 예산이 부족하다 보면 일단 이런 사람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식수가 부족한 곳에서는 핸드펌프를 판다든지 해서 물을 공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가난한 마을에서는 마을 개발 활동을 했습니다. 주로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탄의 경우는 가난하기 때문에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지원을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를 돌아보면 부탄은 국민 소득에 비해 실제 생활수준은 괜찮은 편이에요. 왜냐하면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하기는 해도 모든 마을에 도로가 다 연결되고 있습니다. 전기도 다 들어오고요. 일부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부탄에 온 이유는 기후 위기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세계는 소비 수준을 가지고 잘 살고 못 사는 기준을 잡고 있습니다. 잘 사는 기준을 GDP 또는 GNP에 두고 순위를 매깁니다. 그런데 부탄의 제4대 국왕께서는 ‘이것은 잘못됐다. 사람이 어떻게 물질 지수만 가지고 잘 산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며 국민총행복지수(GNH)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였습니다. 20년 전에 이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 기후 위기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은 행복 지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뉴질랜드나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투자를 할 때 그 사업을 통해 국민들의 행복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유발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만 계산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입니다.
우리는 부탄에서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이론적인 주장만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그렇게 사는 마을을 한번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활 수준은 뒷받침되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마실 물이 부족한데 ‘마음만 먹으면 행복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 되려면 식량과 옷, 거처할 집이 있어야 합니다. 전깃불은 들어와야 하고, 도로 연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요즘 핸드폰 안 쓰는 사람이 없잖아요.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좋은 옷,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집, 이런 것은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하나 만들어 보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관찰하다가 부탄이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그런 실험은 한국에서 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국 정도의 소비 수준을 가진 국가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에도 저의 뜻에 동참하는 정토회 회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한 지역 전체를 이런 모델로 만들려고 하면, 거기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소비 수준을 낮추는 일은 실제로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한 번 소비하는 습관이 든 사람은 그것을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제 자동차를 타지 마라’ 하고 말하거나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우고 사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쓰지 말라’ 하고 말하면 반발이 심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 소득 수준이 조금 낮으면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을 찾았습니다. 또한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할 수 있으려면 마음수행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곳이 부탄이었습니다. 부탄은 자연환경이 좋고, 아직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기본적인 개발은 이루어져 있는 나라입니다. 전통문화가 보전되고, 종교적으로는 불교를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부탄에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역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팀푸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탄에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팀푸는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저는 부탄 국왕과 의논해서 제일 가난한 지역을 우선 모델로 삼기로 했습니다. 내각의 비서실장과 함께 의논했을 때 젬강이 제일 어려운 곳이라고 해서 여기 오게 된 것입니다.
JTS는 기본 생활수준 이하에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 수준보다 더 소비하기 위한 일에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강제로 소비를 더 하지 못 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소비를 통해서만 행복을 찾지 않도록 주민들이 마음공부를 해야 합니다. 스님들이 이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부탄의 스님들은 마음공부를 가르치는 역할을 하기가 좀 어려워 보입니다. 스님들이 검소하게 살면서 마음공부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복을 빌어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기후 위기 시대의 미래를 생각하고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고, 사회적인 문제의식도 부족해 보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여성 수행자인 비구니들에 대해 고려해 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비구니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서 상당 부분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니까 가서 복을 빌어주기도 하지만, 스님들은 무엇보다 붓다의 가르침을 전해야 합니다. 담마를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님의 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적어도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 수학, 사회, 역사 등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비구니 스님들은 아직 그 정도의 교육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의 고뇌를 해결해 주는 양약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물질문명에 지친 서양인들이 여기에 찾아왔을 때 그들의 정신적 스승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부탄의 자연 풍경과 전통문화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오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곳에 명상 센터 같은 것을 세워서 외국인들이 머물면서 소비를 줄이고 명상을 하고 부처님 법을 배워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사람들에게 스승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스님이 되어야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왕이 될 수 있는데도 그것을 버리고 수행자가 되었기 때문에 중생의 스승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부탄 비구니 재단과 함께 비구니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 목표가 성공하려면 제대로 교육받은 비구니들이 한 개 치옥마다 한 명씩 파견이 되어야 합니다. 각 절마다 한 명씩 거주하며 주민들을 보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다 출가를 해야 합니다.” (웃음)
이어서 스님은 지난 7일 동안 트롱사 주를 전체적으로 답사해 본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트롱사 주를 둘러본 소감은 젬강보다는 확실히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좀 나아 보입니다. 물론 젬강과 별 차이 없이 가난한 마을도 서너 군데 있었습니다. 장비 치옥, 겔라 치옥, 발링 치옥, 삼초링 치옥은 확실히 열악해 보였습니다. 나머지는 주로 식수 문제가 많았고요. 밭의 울타리를 쳐달라는 요청은 어디에서나 나왔던 요청이었습니다. 좀 살만한 동네에서는 전부 정부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도로포장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장애인과 극빈자를 도와달라는 요청도 간혹 있었습니다만 이건 우리가 개인적으로 도울 수가 없고 부탄 정부의 정책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조사해서 정부에 요청하여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못 한다고 할 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다시 의논해 봅시다. 그리고 집이 없는 사람 중에 땅이 없는 사람이 간혹 있었습니다. 이것은 전체 사례를 모아서 왕실에 집 지을 땅을 요청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하거나 보청기를 끼거나 이가 없어 틀니를 넣어야 하는 문제는 장애는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시골마다 노인들이 많으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사가 먼저 되어야 합니다. 의사를 우리 마음대로 데려올 순 없고 반드시 정부에 보고해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정부에서 어떤 의사를 파견할 건지 정해줄 겁니다. 만약 정부에서도 파견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 제가 외국에서 의사를 초청하겠습니다. 의사가 검진을 하여 ‘이 사람은 보청기를 주면 된다’, ‘이 사람은 백내장 수술을 해야 된다’ 하고 결정이 나면 실제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일단 보건의료 담당자가 조사부터 해주세요.
그다음은 학교입니다. 교실 바닥이 파였다고 하면 수리를 해야 하고요. 화장실도 전부 리모델링을 해야 합니다. 기숙사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하고요. 예빌랍사에 있는 학교는 교실은 좋은데 화장실이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전체 조사를 해서 한꺼번에 요청해야 합니다. 학교에 가서 물어보면 교육 기자재 중에서 노트북을 제일 많이 요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 반에 10명이 있는데 노트북이 5대밖에 없어서 나머지 5명은 실습을 못 한다고 합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하나씩 준다는 뜻이 아니라 컴퓨터실에 와서 배울 때 동시에 배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중고 노트북을 많이 구해 오려고 합니다. 조금 괜찮은 학교는 스마트 TV를 지원해 달라고 하는데, 그건 좀 뒤로 미룹시다. 우선 노트북부터 먼저 지원을 하겠습니다.”
스님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JTS의 사업 원칙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첫째,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어야 합니다. 둘째, 이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기술이 동네 기술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외부 기술이면 나중에 사용하다 고장이 났을 때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와서 해주는 일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셋째, 사용하는 재료가 가능하면 부탄 안에서 생산되는 재료면 좋습니다. 넷째,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합니다. 다섯째,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일이어야 합니다. 여섯째,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괴로워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곱째,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여덟째, 돈이 적게 들어야 합니다. 돈이 적게 들어야 더 많이 확산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들면 조금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옥수수를 심는 밭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면 아무리 많은 옥수수를 생산해도 철제 울타리값이 안 나옵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 수로를 파이프로 먼 거리를 연결하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벼를 키워서 쌀을 수확해 봐야 크게 이익이 남지 않는데,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이프를 3킬로미터나 연결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시골에는 앞으로 10년 후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너무 많은 투자를 해서는 안 됩니다. 적은 투자를 통해 최대한 효율이 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 효율만 따질 수 없습니다. 선거에 대비해야 하므로 주민의 의견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철제 울타리를 설치한다든지 수로를 길게 놓는다든지 하는 일은 정부 사업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JTS 사업으로는 안 됩니다. 다만 수로를 새로 내는 것이 아닌 현재 있는 수로를 좀 고치는 것은 가능합니다. 또한 수로가 흙으로 되어 있어서 유실되는 물이 많다면 시멘트 지원이 가능합니다. 수로를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곳 중에서 경사가 심해 자주 무너지는 곳은 파이프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즉 절벽을 지나가는 수로는 파이프로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 돈이라고 생각했을 때 과연 이 일에 투자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식수는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파이프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논에 물을 대는데 필요한 농수로는 개방되어 있어도 괜찮습니다. 부탄 남쪽 지역에서 석회가 나오기 때문에 시멘트는 부탄 안에서 생산이 되지만 파이프나 철은 모두 수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한 방법은 울타리를 칠 때 군데군데 나무를 박고 철조망을 치자는 겁니다. 사람들은 나무를 박으면 3년 만에 썩으니까 다시 치기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꺾꽂이가 가능한 나무를 울타리에 꽂아 놓으면 나무가 살게 됩니다. 그러면 기존 막대기가 썩어버려도 그것이 다시 울타리가 되는 거예요. 부탄 정부에서는 지금 철제 울타리로 소모되는 예산이 엄청납니다. 철제 울타리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굉장히 비싸다면 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비싼 채소를 심는 것도 아니고 옥수수를 심어서는 원가도 안 나옵니다. 하지만 정치인은 이런 요구도 수용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정치인이 아니고 행정 관료니까 항상 경제적 효율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저의 첫 계획은 이 프로젝트를 정부가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을 답사해 보니까 주민들이 정부 프로젝트는 무조건 해달라고 요구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부 프로젝트가 아닌 JTS 프로젝트로 계획을 바꾼 거예요. 스님이 도와준다고 하니까 ‘친척도 안 도와주는데 스님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도 나서서 일을 해야겠다!’ 이렇게 주민들의 생각이 바뀐 거예요. 사실 이 프로젝트에 주민들이 협력을 하겠냐고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처음에 제가 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주민들이 다 해달라고 요구만 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JTS와 주민이 같이 하는 일이라고 알리는 데에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까지 벌써 부탄을 12번이나 방문했어요. 그 결과 이제 촉바들은 조금 이해를 했어요. 이제 주민들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JTS사업 원칙을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끝나면 또 ‘해주세요!’라고 합니다. (웃음)
농사일도 바쁜데 JTS 프로젝트까지 하려면 주민들도 많이 힘들 거예요. 게다가 시골에는 대부분이 나이 든 사람들이잖아요. 지난 10년 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계속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야 합니다. 저도 가끔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도와달라고 하는데 안 된다고 거절할 때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에요. 아마 주민들 중에는 ‘도와주러 왔다고 해놓고 무엇을 도와준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JTS의 원칙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어서 작년에 진행한 농수로 공사, 도로포장, 가난한 사람의 집 지어주기 등 시범사업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이번 JTS 프로젝트가 왜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젬강과 트롱사에서 성공하면, 5년 후에는 부탄 전역으로 확대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걸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기부하는데 쉽게 마음을 낼 수 있습니다. 이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기부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에 기부를 먼저 받고 나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것은 후원자들에게 빚을 지게 되는 거예요. 이 세상에는 어떤 일을 할 계획이니 기부금을 내어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돈이 모이지도 않을뿐더러 자칫하면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를 먼저 보여주면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러면 저절로 기부에 동참하게 됩니다. 지금 이곳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서도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부탄 전역에 확대하기 위해서도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일단 출발해 봅시다.”
설명이 끝난 후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네, 스님 이제야 스님께서 무엇을 하시고자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스님은 트롱사 주의 공무원들에게 보드가야에서 가져온 염주와 한국에서 가져온 김을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10일 동안 함께한 트롱사 행정관, 운전기사, 통역해 주신 분들을 격려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트롱사 호텔 주인이 스님에게 축복을 구했습니다.
스님은 트롱사 호텔 주인에게 축복을 하고 염주를 선물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동안 잘 쉬었습니다.”
드디어 트롱사 답사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팀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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