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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개월에 뱃속의 아기를 사산했습니다” - 스님의하루

스님의하루

2025.01.30 인도JTS 스태프 소풍
“임신 8개월에 뱃속의 아기를 사산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JTS 스태프들과 함께 소풍을 가기로 한 날입니다. 1년에 한 번씩 성지순례를 마치면 스님과 인도JTS 스태프들은 둥게스와리 근처에 있는 도시나 관광지로 소풍을 갑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발우 공양을 마치고 소풍 갈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라즈기르 인근에 있는 기리약(Giriyak) 스투파입니다. 라즈기르는 스님과 함께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스태프들은 스님과 함께라면 보드가야만 가도 좋다며 웃었습니다. 버스를 빌려서 아침 7시에 라즈기르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인도인 스태프 20명과 한국인 17명, 총 37명이 함께 했습니다.

기리약 스투파(Giriyak Stupa)는 라즈기르 인근에 있는 ‘기리약’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고대 불교 유적지입니다. 이 스투파는 초기 불교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시간 30분이 지나 기리약 스투파 앞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기리약 스투파 입구에 서서 라즈기르 주변의 산세와 외성벽, 내성벽을 설명하고, 기리약 스투파의 위치와 주변 성벽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스투파가 있는 산 위로 올라갔다가 오세요. 저는 무릎이 아파서 오늘은 올라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산을 오를 때나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도 늘 스님과 함께 했었는데, 오늘 스님이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니 스태프들이 놀랐습니다. 가장 체력이 좋은 쁘라모드 님을 비롯해서 서로 스님을 업고 올라가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보광 법사님이 사람들을 인솔하여 기리약 스투파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스님은 스태프들이 기리약 스투파에 올라가는 동안 점심을 먹을 만한 장소와 다음 코스로 생각해 둔 고라 카토라(Ghora Katora)를 찾아보았습니다. 마을 길을 따라 쭉 들어가 보니 커다란 댐이 나타났습니다.

평평하고 잔디도 있어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면 되겠다 싶었지만, 그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어도 좋겠는데, 그늘이 없네요.”

스님은 둑 위를 한참 걸으며 말했습니다.

“이곳에 분명히 뱃놀이할 만한 곳이 인접해 있다고 했는데, 뱃놀이할 만한 곳이 안 보이네요. 아마 이 둑 끝까지 가서 저 건너편에 있는 것 같아요. 기사님에게 이야기해서 버스로 답사를 다녀옵시다.”

스님은 산에서 내려오다가 마을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여기 뱃놀이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위에 올라가니 댐이 있었습니다. 저 반대편에 있는 겁니까?”

“저곳도 이곳과 비슷하게 조성되어 있지만 조금 더 공원처럼 가꾸어져 있어서 사람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거기로 한번 가보세요. 그러나 이곳은 물을 저장하는 곳이라 뱃놀이하는 곳은 없습니다.”

스님은 버스를 타고 건너편에 있는 댐 둑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렇지만 뱃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뱃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제 생각에 아마 저기 골짜기 안쪽에 있는 것 같아요.”

날씨가 여름 날씨 같았습니다. 산행을 하고 돌아오면 스태프들도 더위에 지쳐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점심 식사 장소로 할 만한 그늘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으로 하려니 차가 다닐 때마다 먼지가 많이 날 것 같아요.”

스님은 멀리에서 보기에 그늘이 있는 곳 같으면 직접 이동해서 가보고 평지인지 확인했습니다.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마땅한 장소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스태프들이 모두 산 위에서 내려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스님은 스태프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스태프들이 산에서 내려와 쉬고 있었는데, 그곳이 스님이 찾던 넓고 평평한 그늘이 있는 장소였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늘을 찾아다녔는데, 여러분이 앉은 곳이 제일 좋네요. 여기에다 자리를 깔고 점심을 먹읍시다.”

점심 식사는 라면입니다. 스태프들은 라면 끓이는 도구를 차에서 내려 준비하고 식사할 장소를 정비했습니다. 가스통과 솥을 설치하고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가스통을 연결해서 물을 제일 먼저 올리고, 몇몇은 돗자리를 닦아서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준비해 온 양파와 파를 썰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끓자 라면과 야채를 넣고 몇 분 더 끓이니 금방 라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스태프들은 스님에게 제일 먼저 라면을 가져다 드리고, 한 명씩 먹을 만큼 라면을 덜었습니다.

모두 배가 고팠는지 잘 먹었습니다. 라면이 남을까 봐 걱정했는데 딱 알맞은 양이 끓여져서 부족하지 않게 잘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난 사람들은 근처에 있는 핸드 펌프에 가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뒷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돗자리를 접는 스태프를 보면서 스님이 말했습니다.

“끝을 딱 맞춰서 똑바로 접어야 해요.”

스태프들이 웃으면서 “똑바로 하세요.”하고 외쳤습니다. 스태프들은 스님과 함께 돗자리의 끝을 맞춰 가지런하게 다시 돗자리를 접었습니다.

어떤 스태프가 돗자리를 접으면서 말했습니다.

“스님이랑 라면을 끓여 먹는 것이 1년 행사 중에 가장 중요한 행사예요. 스님과 함께 라면을 먹어야 한 해를 잘 시작할 수 있어요.”

이야기를 듣고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뒷정리를 모두 마치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여기 위로 올라가면 큰 댐이 있어요. 강가강의 물을 끌어와 가두어서 큰 저수지를 만들었다고 해요. 저수지 물을 가야 시내로 보낸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같이 올라가서 봅시다.”

스님은 스태프들과 함께 저수지로 이동했습니다.

모두 철조망에 붙어서 저수지를 구경했습니다. 정말 크고 넓었습니다.

“저기 건너편 산 너머에 뱃놀이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거예요. 거기로 가서 뱃놀이를 합시다.”

스태프들은 스님을 따라 저수지를 내려왔습니다.

스님이 찾는 곳은 ‘고라 카토라(Ghora Katora)’라는 곳입니다. 고라 카토라는 영축산 근처에 위치한 호수로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왕사성의 말들이 물을 마시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차량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버스로 이동했다가 고라 카토라 입구까지는 릭샤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2시에 고라 카토라에 도착했습니다. 큰 불상이 호수 중앙에 자리하고 있고, 주변이 매우 고요했습니다.

스님은 스태프들에게 뱃놀이 시간을 주었습니다.

4명에서 5명씩 짝을 이루어 뱃놀이를 했습니다. 스님은 스태프들이 뱃놀이를 하는 동안 최말순 님과 쁘리앙카 님에게 스태프들에게 선물할 미타이를 구매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오후 4시를 넘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소풍 장소인 가야에 있는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식사까지 다 마치고 나니 시간이 저녁 6시를 훌쩍 넘었습니다.

스님과 스태프들은 모두 수자타 아카데미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재미있었나요?”

“네!”

“오늘 아침부터 밤까지 우리만 놀았으니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선물해 주세요.”

스님은 스태프들과 운전 기사님에게 미타이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스님은 밤길이 위험할까 봐 여자 스태프들부터 먼저 챙겨주었습니다.

스태프들은 모두 수자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이제 20년이 지나 모두 한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풍에서 스님과 함께 하는 동안은 다시 20년 전의 어린아이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해 소풍을 다녀오면 피곤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스님, 감사합니다.”

내일은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인도JTS 이사회와 총회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월 10일 바라나시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금요 즉문즉설에서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임신 8개월에 뱃속의 아기를 사산했습니다

“저는 임신 8개월에 뱃속의 아기를 사산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 진통처럼 배가 굉장히 아팠는데, 제가 잘 모르고 그냥 누워 있었더니 괜찮아져서 그날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에야 태동이 없길래 병원에 가서 알게 됐어요. 아기가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제가 버티고 있는 것은 그나마 추후에 인연이 되면 아기가 다시 저에게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제 생각이 욕심이고 집착이라면 아기는 결국 좋은 곳에 못 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혼란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지금 나이가 얼마나 되었죠?”

“서른여덟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서른여덟이면 육체적으로는 아직 아기를 한두 명 더 가질 수 있을 텐데요. 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요?”

“네, 아직 아기를 더 가질 수 있는 나이입니다.”

“첫째, 아기를 또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아기를 가진 산모의 배를 누가 발로 찼다든지, 전기 충격기로 충격을 주었다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든지, 그래서 아이가 사산이 된 경우에는 ‘내가 조금 부주의했구나’ 하고 죄책감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특별히 살아있는 아이를 해치는 행동을 안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배가 좀 아픈 결과로 인해 사산이 된 경우잖아요. 본인이 자꾸 집착해서 ‘내가 어제 배 아플 때 바로 병원에 갔으면 혹시 괜찮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꾸 미련이 생기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스트레스 정도는 작은 외적인 영향에 불과합니다. 누구라도 그러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큰 영향이 아닌 아주 미세한 영향을 받았는데도 아기가 사산되었을 때는 뱃속 태아의 건강 상태가 굉장히 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미약한 외부 영향으로도 죽을 정도의 그런 약한 상태의 태아가 수술해서 겨우 살아났다고 가정할 때, 그 아이가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장애라든지 심신 미약이라든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이미 태어났는데 신체에 장애가 있든 심신이 미약하다고 해서 죽게 내버려 두면 그것은 살인이 됩니다. 옛날에는 눈이 너무 많이 온 겨울에 산에 있는 토끼나 노루가 먹을 게 없어서 마을 가까이 오면 먹을 걸 주었습니다. 그것을 자연 보호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립공원에서 일절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못 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위적인 행위이지 자연스러움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것처럼 일부러 아기를 지우려고 약을 먹었다든지, 누가 발로 찼다든지 하는 경우가 아닐 때는 이것을 자연스러움으로 보아야 합니다. 태어났는데 심신이 미약하거나 심장이 아주 약해서 곧바로 심장 수술을 하는 아기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심신이 미약한 경우는 온갖 치료 행위를 해도 1년 만에 죽거나 3년 만에 죽거나 5년 만에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태어났다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야 하지만, 이미 뱃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산이 되었을 때는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것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히려 마음을 안정시키고 두 번째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일은 질문자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에 해당하지 않아요. 이런 죄책감은 옛날에 남편이 죽으면 남편을 따라 죽지 못한 아내가 큰 죄책감을 느끼고서 ‘죽지 못해서 산다.’ 이렇게 하소연하는 심리와 같습니다.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아이를 해친 게 아니잖아요. 내가 담배를 피우거나 마약을 해서 아이를 해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이런 경우는 자연스럽게 자기의 생명을 다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아이가 건강하게 생성되도록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다음에 아이를 가질 때는 조금 더 유의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이의 건강에 안 좋을 수 있고, 자궁 등 나의 신체적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임신 5개월이 지나면 휴가를 내어서 가능하면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뱃속에 있는 아이를 잘 보호하는 조처를 하게 되면 이번 일은 더 큰 불행을 막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어쩌면 다시 나에게 온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요?”

“태아는 자아가 없어요. 사람의 모양은 만들어졌지만 자아가 아직 형성이 안 됐어요. 이 아이가 다시 나에게 온다고 할 때는 자아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단지 나의 생각일 뿐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새로운 아이가 잉태하게 되면, 그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 자아가 형성되거든요. 컴퓨터로 말하면 하드웨어 기계는 만들어졌는데, 아직 소프트웨어가 안 깔린 상태인 겁니다. 내 컴퓨터가 되려면 내가 필요로 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하드웨어에 깔려야 됩니다. 그래야 내가 누르면 이것도 나오고 저것도 나오는데, 프로그램이 깔리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기계일 뿐이에요. 기계는 매장에서 이 기계를 가져오든 저 기계를 가져오든 별 차이가 없어요. 거기에 소프트웨어를 깔아야 ‘이건 내 컴퓨터다.’, ‘저건 네 컴퓨터다.’ 이렇게 구분할 수가 있는 겁니다. 아이가 새로 태어나면 엄마와의 교감을 통해서 아이의 자아가 형성됩니다. 자아가 형성되어야 내 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미 사산이 된 아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세요. 몸을 추스르고 건강을 회복해서 새로운 아이를 가지면 됩니다. 새로운 아이가 사산이 된 아이와 같은지 다른지 하는 것은 내가 혼자서 구분 짓는 것일 뿐 실제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사산된 그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말은 다 자아를 전제로 해서 하는 말이에요.”

“네. 제가 제 생각에 갇혀서 스스로를 계속 괴롭게 한 측면이 있었네요. 말씀해 주셔서 위로도 많이 되었고, 깨우침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44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2-11 06:11:38

정영주

인도 봉사자들과 함께 먹는 라면이 얼마나 맛날까요?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질문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즉문즉설은 언제 읽어도 언제 들어도 감탄하게 됩니다.

2025-02-06 07:01:42

KSY

스탭을 챙기는 모습에서
스님의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2025-02-05 20: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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