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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과 남편이 막말을 하면서 싸웁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 스님의하루

스님의하루

2025.01.31. 정초기도 입재법문, 인도JTS 이사회
“사춘기 딸과 남편이 막말을 하면서 싸웁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새벽에 정초기도 입재법문 방송을 한 후, JTS 이사회에 참석하고 마을 리더들과 만났습니다. 이후 수자타아카데미의 시작을 함께했던 공로자인 사르빤찌 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정토회는 매년 음력 정초에 3일간 특별 기도를 합니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초사흘부터 초닷새까지 매일 300배씩 절을 하면서 올 한 해에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성을 기울여서 기도를 합니다.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정토회 회원들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어떤 마음으로 정초기도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2025년 을사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설날에 고향에 가셔서 잘 쉬셨는지요? 저는 지금 인도 보드가야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여러분들을 뵙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까 폭설이 와서 고향 가는 길이 많이 막히고, 교통사고도 나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무사히 다녀오셨기를 바랍니다.

지난 연말부터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여러 문제로 많은 사회적인 혼란이 있었고, 그로 인해서 경제적으로도 여러 어려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각종 사고로 우리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들을 뒤로하고 새해에는 사회도 안정되고 내 마음도 편안한 한 해를 만들기 위해서 다 함께 정초기도를 정성껏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북 관계가 극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인 작년 6월 13일,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 통합 그리고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염원하며 정성을 기울여서 만인대법회를 열었습니다. 그때는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막했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평화를 향한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앞으로 1년이 지나면 한반도가 좀 더 평화로운 상태가 유지될 것입니다. 물론 국민 통합은 아직은 요원합니다. 갈등이 완화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성을 기울여서 기도를 하면 올 상반기를 지나면 국민적 갈등도 조금 완화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가의 지속적 발전인데 현재로서는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이 되고, 국민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을 생각할 때 성장 잠재력이 다시 축적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렇게 사회가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미래의 희망을 보면서 대지에 굳건히 두 발을 딛고 한 발 한 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진의 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3일 동안 정진을 할 때 가슴에 새겨야 할 것

수행자는 세상이 어떻든 주위 환경이 어떻든 병이 나든 몸을 다치든 내 마음을 한결같이 편안하게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경계에 영향을 받습니다. 무엇을 보느냐, 무엇을 듣느냐, 무슨 냄새를 맡느냐, 무슨 맛을 보느냐, 몸의 감촉이 어떠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아서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만족하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감정을 분출시킵니다. 그래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늘 파도가 치듯이 되풀이됩니다. 이것을 윤회라고 합니다.

그러나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풀이되는 고리를 끊으면 마음의 격렬한 파도가 좀 잠잠해져서 편안함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인도말로는 ‘니르바나’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열반’이라고 합니다. 즐거움, 기쁨, 들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고요함, 괴로움 없음, 속박 없음을 뜻합니다. 불교 수행의 목표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든, 무엇을 듣든, 무슨 냄새를 맡든, 무슨 맛을 보든, 피부의 감각이 어떻든, 어떤 생각을 하든, 바깥 경계에 덜 끄달리고, 자신의 마음을 고요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설령 경계에 따라 마음이 요동쳤다 하더라도 얼마나 빨리 고요한 상태로 되돌릴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 수행력이 있느냐 하는 것의 평가 기준입니다.

사회가 혼란스럽거나 가정에 우환이 생기면 우리는 거기에 끄달려서 마음이 들뜨거나 미움이 증폭되거나 아니면 마음이 가라앉아서 우울해지는 상태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바깥 경계는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날이 더워지고 추워지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하는 것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날이 더워지면 옷 하나 벗고, 날이 추워지면 옷 하나 더 입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이렇게 바깥 경계가 어떻든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사회가 혼란스럽거나 내가 어려움에 처해서 수행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럴수록 수행에 더 힘을 실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편안해야 수행을 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합니다. 수행은 바깥 환경이 고요하든, 바깥 환경이 요동치든, 관계가 없습니다. 바깥 환경이 고요해서 내가 편안한 것은 수행을 통해서 편안을 얻은 게 아니고 경계에 따라 얻어진 것입니다. 바깥 환경이 요동치니까 내 마음이 요동치는 것도 경계에 따라 일어난 현상일 뿐입니다. 바깥 환경이 요동을 치든 편안하든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이 바로 수행의 힘입니다.

정초기도를 하는 이유

올 한 해도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연말에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누구도 예측을 못했고, 대형 항공기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을 못했습니다. 그것처럼 갑자기 지진이 일어날지, 전쟁이 일어날지, 지금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비는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만약에 생긴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비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덜 당황하게 됩니다. 첫째,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미리 조심을 해서 원인을 짓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도 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수행입니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에 대해서는 과보를 기꺼이 받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내가 하는 행위의 결과를 예측하면서 삼가는 마음을 갖는다면 훨씬 더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정진을 하는 겁니다.

300배를 하고 싶어서 하고,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은 경계에 따라 일어난 마음일 뿐입니다. 몸의 상태에 따라 내 마음이 흔들리는 거예요. 천배를 하고 싶어서 천 배를 했다고 수행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거나 하기 싫거나 경계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하기 싫어도 능히 할 줄 알고, 하고 싶어도 능히 멈출 줄 아는 것이 수행입니다.

300배 절을 하기로 했는데,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좋은 일이에요.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니까 절을 그만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날 때 ‘몸이 힘드니까 마음도 거기에 따라서 싫어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수행입니다. 그럴 때 바깥 경계에 영향을 덜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어떻든 우선 두고,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흔들림 없는 정진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오늘 정초기도 첫날 정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회원들은 유수 스님의 집전과 염불 소리에 맞춰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3층 설법전에서도 200여 명의 대중이 함께 정진을 했고, 대부분의 회원들은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각자 자신의 방에서 정초기도를 했습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이어서 오전 9시 50분, 스님은 인도JTS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자타아카데미로 이동했습니다. 이미 쁘리야팔 스님을 비롯한 JTS 이사 및 회원들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이사회는 오전 10시 정각에 시작되었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쁘리야팔 스님의 인사말로 회의가 개회되었습니다.


이어서 학교 담당자인 인드라짓 님과 아자이 님이 각각 중등부와 초등부의 운영 현황을 보고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스님은 아자이 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각 학년별 학생 수를 보면, 1학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27명이나 감소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또, 2학년의 경우 본교 학생보다 분교 학생 수가 더 많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남학생과 여학생 수 차이가 크지 않지만, 3학년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8명이나 적습니다. 이는 해당 마을에서 여아 수 자체가 적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아자이 님이 답변했습니다.

“학생들은 주민등록증을 기반으로 학적을 관리하는데, 일부 학생이 정부 학교와 수자타아카데미에 중복 등록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중복 등록된 학생들을 제외하면서 통계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스님은 3학년 학생 수가 급감한 원인을 다시 물었습니다.

“2학년과 3학년 사이 학생 수 차이가 27명이나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년에는 스리람푸르 마을 정부 학교에 등록된 학생들은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접수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중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수자타아카데미에 다니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면서 학생 수가 늘었습니다. 이로 인해 올해 2학년 학생 수가 작년보다 많아졌습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스님은 학교 운영 현황을 점검한 후, JTS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인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사회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건축 및 토목 분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기술자가 더욱 필요해질 것입니다. 전기 공급이 확대됨에 따라 전기 기술자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겠고,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컴퓨터 기술자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은 기술직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농촌 출신 청년들조차 농사에 종사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을 배운 인력은 부족해지고, 사무직에만 사람들이 몰려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할 때, 기술학교 운영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경제가 성장하면 문화와 체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인도는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낮은 편인데, 앞으로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스포츠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스포츠 대회와 육성 사업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 중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경제가 발전하면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의사와 간호사의 수요도 증가할 것입니다. JTS가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까지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간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시설을 갖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당장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인도 사회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먼저, 학생들이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태권도 교육을 전교생 필수 과정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서관의 장서를 확충해야 합니다. 과학 실험실도 갖추어야 하지만, 이를 운영하려면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려울 것입니다.

다음으로, 온라인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JTS는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영어·산스크리트어·컴퓨터 등 전문성이 필요한 과목의 교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거주하는 인도인 중에는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영어 교육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에 오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면 충분히 봉사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JTS는 지금까지 문맹 퇴치에 힘써 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자타아카데미도 기본적인 인프라는 이미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급변하는 인도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교육의 질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합니다.

세상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여러분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대의 요구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20년 전, 우리가 기술학교를 시도했지만 2년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이 준비한다면 다시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기술학교를 설립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제 단순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자타아카데미의 미래 방향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실무적인 부분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이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수자타아카데미가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반자이 님이 병원 운영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스님이 질문했습니다.

“7~9월은 우기로 인해 환자가 많아지는 것이 이해되는데, 10월에도 환자 수가 많은 이유가 있습니까?”

“이 시기는 환절기라 감기 환자가 많습니다.”

“마을 주민과 학생 중 환자 비율을 보면 학생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생들은 매일 학교에 나오다 보니 병원이 가까워서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웃음) 반면, 마을 주민들은 병원까지 오는 것이 번거롭거나, 가야나 보드가야의 병원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님은 상처 치료를 담당하는 까미스왈지의 역할을 이어받을 젊은 인력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까미스왈지도 나이가 들고 있는데, 이를 계승할 손재주 있는 젊은 사람이 있습니까?”

“네, 현재 봉사하는 학생 두 명이 상처 소독과 처치 기술을 잘 배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형외과 의사 밑에서 1~2년 정도 실습할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삼부님이 마을 개발 운영 현황을 보고했습니다.

스님은 빈곤층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질문했습니다.

“JTS가 가난한 가정에 집을 지을 재료를 제공하면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건축을 도울 수 있을까요?”

“일부 마을은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건축 재료를 나누어 가지려는 분위기가 강해 쉽지 않습니다.”

스님은 실험적으로라도 마을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사례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마을에 도움이 절실한 가정이 있다면, 청년들이 힘을 모아 집을 지어주는 운동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JTS는 재료를 제공하고요. 한 마을에서 성공하면 다른 마을도 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성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도JTS 사무국장 보광법사님이 인도JTS 연간 회계를 보고했습니다.

스님은 각 부분의 운영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했습니다. 이사회를 해보니 모두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사회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은 후 쁘락보디홀로 이동해 점심공양을 했습니다.

점심공양 후에는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경찰이 된 아르준 님을 만났습니다. 아르준 님이 경찰이 된 지도 벌써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는 인도JTS 이사로, 매년 경찰서에 휴가를 내고 JTS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아르준 님은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점심공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반갑게 손을 건네며 말했습니다.

“와줘서 고마워요. 아르준 님이 경찰이 된 것은 여전히 수자타아카데미 학생들에게 희망과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마을 리더들과 각 마을의 유치원 교사들을 만나 현재 어려운 점은 없는지, JTS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마을마다 필요로 하는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몇 마을을 제외하고는 큰 불편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서 농사를 담당하는 빠완 님과 함께 JTS가 운영하는 농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주변에는 양배추, 무, 시금치, 감자, 토마토, 가지, 브로콜리, 당근, 고수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수확철에는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소비하는 식량 대부분을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농장을 둘러보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가지를 정말 많이 심었네요.”

한국인 활동가가 대답했습니다.

“네, 오늘은 새벽에 시장에 가서 농장에서 수확한 가지 300kg을 팔고 오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가지를 잘 안 먹는다고 들었어요. 그렇다고 덜 심지 말고, 조리법을 다양하게 바꿔보세요.”

스님은 학교 주변을 둘러보며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고, 울타리 상태도 확인했습니다.


이후, 스님은 드루가프로 마을을 지나 사르빤찌(이장) 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사르빤찌 님은 30년 전, 수자타아카데미를 설립할 당시 스님과 뜻을 함께하며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준 분입니다. 그런데 최근 건강이 악화되어 누워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입구에 놓인 작은 침대 위에 뼈만 남은 듯한 사르빤찌 님이 누워 있었습니다.

“사르빤찌지, 왜 이렇게 누워 있어요?”

“스님, 어서 오세요. 저는 이제 못 일어날 것 같아요.”

“사르빤찌지, 나랑 나이가 같잖아요. 벌써 이렇게 누워 있으면 어떡해요.”

사르빤찌 님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을 둘러보았습니다. 집은 마치 공사가 중단된 듯해 보였습니다. 벽에는 흙을 덧바르다 만 흔적이 남아 있었고, 부엌도 바닥에 있어 사용하기 불편해 보였습니다.

“이 집은 다 지은 건가요?”

사르빤찌 님의 부인이 답했습니다.

“아니요. 아직 덜 끝났어요. 벽이 뚫려 있어서 겨울에는 너무 추워요. 벽을 더 쌓고 싶어요.”

“벽도 보완하고, 부엌에는 연통도 달아야겠어요. 사르빤찌 님이 살아 계실 때 집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다시 사르빤찌 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이건 제가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에요. 좋은 약이니까 하루에 반 알씩 떼어 꼭꼭 씹어 드세요.”

“고맙습니다, 스님. 그런데 과일 같은 게 먹고 싶어요.”

“보시금을 조금 가져왔어요. 이 돈으로 먹고 싶은 걸 사 드시고, 부족하면 언제든 말하세요.”

스님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사르빤찌지, 우리 대나무 그늘 아래에서 함께 학교를 짓자고 했던 거 기억나요?”

“기억해요.”

스님은 사르빤찌 님 댁을 나서며 보광법사님에게 말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볼 때, 사르빤찌 님 댁에도 과일을 조금 가져다주세요. 우리 학교를 세울 때 가장 먼저 마음을 내주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준 분입니다.”

다음으로, 스님은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첫 번째로 교사로 일했던 사텐다르 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학교를 세울 당시, 스님에게 자신의 방을 내어주기도 했던 분입니다.

“사텐다르지, 예전엔 방 안에서 닭도 키우고 염소도 키우더니, 집이 아주 깨끗해졌네요! (웃음)”

사텐다르 님은 JTS가 마을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과일 묘목을 나누어줄 때 받아 심은 정원을 보여주었습니다. 망고나무와 구아바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사텐다르지, 여기 물이 고여 있어서 날씨가 더워지면 벌레가 생기고 주변이 지저분해질 것 같아요. JTS에서 시멘트를 지원하면 배수로를 잘 정비할 수 있겠어요?”

“네, 모래는 있습니다. 시멘트만 지원해 주세요.”

“좋아요. 사텐다르 님이 배수로를 잘 정비하면, 다른 주민들에게도 집수리를 위한 재료를 지원할 테니 모범적으로 만들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스님은 바쟌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학교 뒤쪽은 원래 바쟌 님이 소유하고 있던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바쟌 님은 기꺼이 땅을 내어주었습니다. 학교 뒤쪽에 하수구와 정화시설을 설치하면서 보다 위생적인 시설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바쟌지, 잘 지냈어요?”

“어서 오세요, 스님. 저도 이제 많이 늙어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무슨 소리예요? 저보다 젊잖아요! (웃음)”

“모르겠어요. 건강이 좋지 않아요.”

“많지는 않지만, 이걸로 먹고 싶은 걸 사 드세요.”

“고맙습니다, 스님.”

마을을 둘러보며 옛 인연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 반이 흘렀습니다. 바쟌 님과 짧게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방송을 하기 위해 서둘러 수자타아카데미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싯다르타하우스에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3,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두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사춘기 딸과 막말을 하며 서로 싸운다며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며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사춘기 딸과 남편이 막말을 하면서 싸웁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저는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서 일본에 살고 있고, 중학생 1학년 딸을 둔 엄마입니다. 딸이 사춘기가 되면서 남편과 딸이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싸워도 잘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서로 막말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마지막에는 딸이 울어야 싸움이 끝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남편에게는 ‘당신이 어른이니까 말을 아끼라’ 하고, 딸에게는 ‘자리를 피하라’ 했습니다. 그런데 서로 감정 조절을 못하게 되면 싸움이 끝까지 갑니다. 그래서 제가 눈치를 보게 되고, 집에 있는 게 너무 피곤합니다. 남편은 본인이 중학교 2학년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아이 같은 사람입니다. 남편하고 딸을 떼어 놔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중학교 2학년 남자애하고 중학교 1학년 여자애하고 싸우니까 싸움이 끝나지 않는 겁니다.”(웃음)

“네, 정말 그렇게 되는 싸움이에요.”

“아무래도 질문자는 남편과 대화가 더 잘 될 테니까 먼저 남편하고 이야기해 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어린애 취급하는 걸 싫어합니다. 사춘기는 자기도 어른이 되고 싶은 시기예요. 그래서 딸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첫째, 예쁘다고 사춘기 딸을 만지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반발을 합니다. 잘못하면 아빠의 사랑으로 느끼기보다는 성추행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런 성향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아이를 어린애 취급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당신의 좋은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이 안 되고 거부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내 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웃집 아이를 대하듯이 예의를 갖추는 게 어떨까요? 아이가 반발하면 제압하려고 하지 말고, 한 발 물러나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남편하고 이야기해 보는 거예요. 남편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처음에는 안될 수 있습니다. 남편으로서는 딸이 어릴 때부터 예뻐하며 키운 습관이 남아 있어서 자기도 모르게 하던 대로 하게 됩니다. 아이가 거부를 하면 ‘내가 또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면서 점차 개선해 나가야 됩니다. 금방 개선은 안 됩니다. 그러나 남편이 동의를 안 한다면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남편이 동의를 안 해요.”

“우선 자꾸 설득을 해서 남편이 동의하도록 해야 하고, 동의를 하더라도 개선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만약에 동의를 안 하면 남편을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중학교 2학년 큰 아들이라고 생각을 하세요. 중학교 2학년 아들하고 중학교 1학년 딸이 다투는 상황으로 보는 겁니다. 아이들이면 다툴 만도 하잖아요. 둘이 다투면 문 닫고 밖에 나가버리는 게 제일 나아요. ‘둘이 잘 해결해라. 엄마는 볼일 있어서 나갔다 올게’ 하고 나가버리는 거예요. 싸움은 보는 사람이 있어야 싸우지 아무도 없으면 잘 안 싸워요.

제일 좋은 것은 남편을 이해시키고 자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게 안 되면 내가 싸움을 안 보는 게 두 번째 방법입니다. ‘너희 부녀가 싸우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걸 가지고 남편을 나무라면 남편과 갈등이 생기고, 딸을 나무라면 딸하고 갈등이 생겨요. 그 둘의 싸움에 내가 관여를 안 하면, 질문자는 딸하고도 관계가 좋고, 남편하고도 관계가 좋습니다. 삼각형의 세 변 중에 한 변만 사이가 나쁘고, 두 변은 좋은 겁니다. 딸한테는 ‘아빠한테 그러면 안 된다’ 하고 말하고, 남편한테는 ‘딸한테 좀 잘해라’ 하고 말하면, 질문자와 두 사람과도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면 삼각형의 세 변이 다 사이가 나빠집니다. 그것보다는 한 변만 나쁜 게 낫잖아요. 그러니 둘의 싸움을 내버려 두고, 질문자가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딸의 편을 들면 아빠가 나쁜 사람이 되니까 교육상 안 좋고, 딸을 야단치면 정신적인 상처를 입게 되니까 또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이를 나무랄 수도 없고, 두둔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싸움을 안 보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기가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질문자라도 편안하면 이 문제를 풀기기 쉬워집니다. 세 사람 다 대화가 안 되는 것보다, 나와 딸은 대화가 되고, 나와 남편은 대화가 되면, 우리 가정은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생각도 해보지 못한 관점입니다. 뭔가 머리에서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질문자가 두 명이여서 30분 정도만 생방송을 한 후 이어서 나머지 30분은 녹화 법문을 틀어준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정초법회의 중간 법문과 회향 법문을 녹화했습니다. 녹화를 모두 마치고 나니 어느덧 밤 9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불교대학 즉문즉설 방송을 진행한 후 보드가야에서 업무를 보고, 인도 JTS 스태프들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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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진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5-02-08 14:28:39

풀꽃

세변중에 두변이라도 좋은 선택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스님_()_

2025-02-07 12:57:21

KSY

옛 인연들을 챙기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2025-02-05 2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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