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1. 부탄 답사 9일째 찹뎀파, 발퐁 치옥 답사
“부탄에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부탄 답사 9일째입니다. 오늘은 좁카게옥의 찹뎀파(Chapdempa), 발퐁(Barpong) 치옥을 답사한 후 빤땅 JTS 센터로 이동했습니다.

새해의 첫날, 스님은 부탄의 산골 오지마을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뒤 원고를 교정하고, 숙소 밖 넓은 공터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따라 걸어 내려가니 허벅지보다 더 굵은 대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있었습니다.

“와, 대나무 크기 좀 보세요.”

한국 시골에서는 대나무밭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만, 부탄의 대나무는 여전히 푸른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하는 중 인도 보광 법사님으로부터 영상통화가 걸려 왔습니다.

“스님, 인도 공동체에서 새해 인사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그래요.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저는 부탄에 있습니다. 곧 성지순례 때 인도에서 다시 만납시다.”

스님의 환한 웃음이 화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스님, 세배 드리겠습니다.”

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정돈한 뒤 합장하며 인도 공동체 대중의 세배를 받았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짓기를 바랍니다.”

한국에서는 시무식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시무식에 접속하여 대중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려고 했으나 이미 스님의 녹화 법문이 시작된 후였습니다. 바깥 날씨가 제법 추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공양 후 함께 답사 중인 일행과도 새해 인사를 나눴습니다. 부탄 중앙 내각에서 파견된 이시 님, 젬강주 기획관 놀부 님, 운전자와 실무자들도 스님께 먼저 새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2025년 새해를 부탄에서 맞이하게 되었네요. (웃음)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젬강 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갑니다. 이번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일정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스님은 한국의 세배 문화를 소개하며 세뱃돈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어요. 자, 세뱃돈을 드리겠습니다.”


부탄 일행은 한국의 세배 문화를 재미있어하며 즐거워했습니다. 이어서 젬강 부주지사님과 찹뎀파 촉바, 숙소에 있던 마을 주민들도 차례로 와 스님께 새해 인사를 드렸습니다.


새해 인사를 나누고 8시 40분이 되어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찹뎀파 치옥으로 가는 길은 정글 같았습니다.


산길을 차로 10분 정도 내려가니 저 멀리 찹뎀파 절이 보였습니다. 절 입구에 도착하자 주민들이 스님 일행을 맞아주었습니다.


절을 참배한 후 주민들과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촉바가 마을의 현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촉바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스님은 마을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외국에서 온 스님을 본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는 중국보다 더 멀리 있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여러분도 부처님의 제자이고, 저도 부처님의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법의 형제로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이 만남은 부처님과 보살님의 가피 덕분입니다.

촉바가 마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대부분 마을이 산등성이에 있어 물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여기는 골짜기 옆에 땅이 많아 물 걱정은 없을 줄 알았는데, 4가구가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 4가구는 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면 안 될까요?”

“땅이 없습니다.”

스님은 주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촉바가 마을로 오는 길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도 직접 와 보니 길이 위험하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곳까지 어떻게 길을 냈을까?’ 싶어 부탄 정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깊은 산골까지 길을 내고, 전기도 들어오고, 인터넷까지 연결했으니 말입니다. (웃음)

물론 불편함이 많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도로도 만들고 전기도 들어오게 해 준 부탄 정부에 고마운 마음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렇게 깊은 산골짜기에 길도, 전기도, 전화도, 인터넷도 되는 곳이 드뭅니다. 불편함도 있지만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함께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주민들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주민들이 앞다투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이 없는 가구 4가구가 있습니다.”
“물이 없는 가구 4가구 있습니다.”
“야생동물 피해가 너무 심합니다. 작물의 80퍼센트를 야생동물이 먹고 있습니다.”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 급커브가 있는데 매우 위험합니다.”
“보건시설이 없어서 발퐁으로 가야 합니다.”
“옥수수가 주식인데, 옥수수를 가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님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집이 없는 사람은 왜 지금까지 집이 없는지, 수원지에서 멀리 있다는 마을은 수원지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다시 질문했습니다.

“야생동물 피해는 동물마다 울타리를 다르게 설치해야 합니다. 그것도 한번 연구해 보세요. 보건시설은 꼭 필요하지만, 작은 마을마다 전부 보건소를 세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정부가 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대화를 나눈 지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젬강 주지사님의 정리 말씀을 듣고 대화를 끝낸 후 발퐁치옥으로 출발했습니다.

찹뎀파에서 발퐁 치옥까지 거리는 2km로, 걸어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도로가 없었습니다. 차를 타고 40km 가까이 돌아서 2시간 30분이 지나 12시 40분이 되어 발퐁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스님 일행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발퐁초등학교로 가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을은 작았지만, 주민들의 모습은 많이 궁핍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스님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부탄은 제가 보기에는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세상은 여기저기에서 전쟁으로 난리지만, 부탄은 전쟁이 없잖아요. 그것만으로도 큰 복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치적 내전이 많지만, 부탄은 그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전 세계를 많이 다녀봤습니다. 정말 물이 없어 수십 리를 가야 하는 지역도 있고, 전기나 도로가 없는 곳도 많습니다. 그런데 부탄은 이렇게 산골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도로가 나 있고, 학교까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옷을 모두 깔끔하게 잘 입으셨네요. (웃음) 먹는 것도 다 괜찮지요?”

스님은 긍정적인 말을 전하며 주민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여러분은 사실 평화롭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조금씩은 있겠지요. 요즘은 물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마을에 식수가 부족한 경우가 있고, 집은 있지만 내부 칸막이가 없는 집도 있더군요. 부엌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집, 집안에서 불을 피워 연기가 나는 집,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집도 있을 겁니다. 이런 점들만 개선된다면 이곳은 살기에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제가 말한 이런 문제들은 이미 다 해결이 돼서 제가 할 일이 없겠죠?”

스님의 질문에 한 주민이 조심스럽게 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스님. 해결하지 못한 일이 많습니다. 먹고사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집 문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타라야나 재단에서 집 짓기를 도와주었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집을 완성했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집을 아직 짓지 못했습니다. 자재만 받아둔 채로 남아 있는 가구가 여섯 가구입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자재를 받아서 어떻게 했습니까?”

“철지붕 지원을 받았는데 아직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입니다.”

스님은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불편함에 대해 질문하며 현황을 자세히 파악했습니다. 주민들은 특별한 요청 사항은 없다고 했지만 화장실이나 부엌, 선반이 있는지 물어보니 대부분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화장실이나 부엌 시설은 잘 갖춰져 있습니까?”

“화장실은 대부분 있지만, 1가구 정도는 없습니다.”

“부엌이 있는 집은요?”

“부엌을 갖춘 집도 1가구뿐입니다.”

“일단 프로젝트를 해 보면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웃음) 갑자기 물어서 대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40분간 대화를 나눈 후 발퐁 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함께 점식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지금까지의 답사 경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지 주지사님과 회의를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집수리인 것 같습니다. 집집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사전에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현장 실무자와 기획관이 직접 답사를 하여 각 집에 필요한 지원을 우선으로 진행하고, 수리가 완료된 후에 사후 보고를 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을 새로 짓는 것은 재료비를 계산하기가 비교적 쉬운데, 집수리는 진행 중에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 절차를 밟는 것이 효과적일지 함께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방안으로는 지원 금액을 기준으로 실무자가 일정 금액을 결정하고, 그 이상은 주지사님이 결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집수리에 대해서는 사후 결재를 받는 방법입니다. 공사 도중에 자재가 부족해질 경우, 현장에서 즉시 결정을 내리고 사후에 보고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 제안서를 작성하고, 예산을 승인받기 위해 한두 달씩 기다린다면 공사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작업하는 경우, 공백 기간이 생기면 사람들이 흩어져버려 다시 모으는 데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다 보니 주민들이 넉넉하게 예산을 신청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재가 남아 낭비될 위험이 있습니다. 남은 자갈이나 모래를 어떻게 처리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예산을 부족하게 신청하더라도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경우 신속히 결정하고 처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도록 연구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업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기존의 행정 절차로 인해 많은 지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님은 이어 두 번째 문제로 인력을 언급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논의는 인력 문제입니다. 앞으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텐데, 젬강 기획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기획관이 이 일만 전담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 업무도 병행하고 있지요? 제 생각에는 중앙정부에 요청해서 3년 정도 기획관을 한 명 더 배정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을마다 제안서가 한꺼번에 올라오면 기획관 혼자서 모두 검토하기 어렵습니다. 검토가 지연되면 주지사님과 중앙정부의 결재 절차도 늦어지게 됩니다. 특히 작은 액수의 프로젝트나 소규모 사업은 손쉽게 진행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스님의 설명을 들은 주지사님이 공감하며 답했습니다.

“스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해결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짚어주셨습니다.”

주지사님과 짧은 대화를 마친 스님은 빤땅으로 이동하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왔습니다. 차에 오르기 직전, 한 어머니가 다급히 달려와 스님께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스님, 우리 아이 좀 봐주세요. 많이 아픈 아이입니다. 축복을 부탁드립니다.”

스님은 어머니의 요청에 아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디가 안 좋습니까?”

아이는 손바닥을 내밀었습니다.

손에는 혈색이 전혀 없었고, 손가락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얼굴이나 팔 같은 다른 부위의 피부는 멀쩡했지만, 손과 발은 생기가 없어 마치 죽은 사람의 것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축복보다는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팀푸에 있는 큰 병원에도 갔지만 원인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냥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안타까워하며 실무자에게 영상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아이의 손과 발 상태를 영상으로 자세히 찍어주세요. 제가 한국에 가서 영상을 보여주고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 치료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지만, 한국에서도 원인을 못 찾는다면 불편하더라도 그냥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스님은 어머니를 위로하며 발퐁마을을 떠났습니다.

좁카게옥 답사는 오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좁카게옥의 겁이 스님이 떠나시기 전에 잠시라도 대접하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스님은 갈 길이 멀었지만, 리더가 준비했을 정성을 생각해 잠시 들르기로 했습니다. 겁의 집에서 차 한 잔을 나눈 뒤, 스님은 주지사님과 부주지사님께 작별 인사를 전했습니다.

“며칠간 함께 답사해 주셔서 주민들과의 대화도 잘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이야기들로 정부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제 빤땅 JTS 센터로 이동해 남은 답사 일정을 진행하겠습니다.”

“네, 스님. 젬강을 떠나시기 전에 다시 뵙겠습니다.”

좁카 게옥을 출발해 저녁 6시 30분이 되어 빤땅 JTS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실무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2025년 새해 첫날,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탄 답사 일정으로 가득 찬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발도게옥의 디갈라 치옥, 싱칼게옥의 싱칼 치옥을 답사할 예정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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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유애경)

어린아이의 병이 잘 치유 될 수 있기를 기도 합니다. 스님의 하루팀분들! 영상팀분들! 스님!부탄국민들! JTS자원봉사자분들! 후원회원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한량없는 은혜속에 오늘도 살아있어 스님의 하루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01-16 16:47:10

법성

스님 건강하신것같아 먼저 감사하다는 마음입니다. 부탄. 진짜 험하고 오지인데도 Jts 사업단도 있고 ,8년전에 저희부부가 한번 다녀 온이후로 방일하지 않는 기도를 하고있습니다. 순수함. 달콤한 공기. 부럽지 않는 음식들 다정한 친구들...조심해서 다녀오시길 늘 축원합니다.

2025-01-06 15:47:42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5-01-06 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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