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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 중 올해 마지막 강연을 경기도 성남시에서 했습니다.
스님은 밤 12시가 넘어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친 후 탑승구 앞에서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았습니다. 탑승 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탄 후 좌석에 앉은 채로 쪽잠을 잤습니다.
새벽 2시에 마닐라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약 4시간을 비행하여 한국 시각으로 오전 6시 5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수하물을 찾고 공항을 나와 이번 필리핀 방문 일정을 함께 한 내빈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 덕분에 정말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출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막혀 오전 10시에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정비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는 여초 스님이 백일출가를 마치고 정토회 공동체 대중으로 입방을 하여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스님이 대중들과 함께 생활을 하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자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 학교를 짓기 시작한 이유, 스님의 출가 동기, 수행자가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한 이유, 부처님의 일생과 사회적 실천, 즉문즉설의 원리, 바른 불교와 생활 불교가 필요한 이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현 시국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다양한 의문들을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에 서울 정토회관을 출발해 성남시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 중 올해 마지막 강연이 성남시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퇴근길에 차가 막혀서 한 시간이 걸려 저녁 7시에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성남 아트리움입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도착하자 성남시 행복센터에서 나온 행복시민 40여 명이 곳곳에서 강연을 보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가수 성국 님의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큰 나무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 두 곡을 열정적으로 불러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진 피해가 심했던 시리아에 4천 명이 다니는 학교를 짓고 준공식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나서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1층과 2층에 600여 명의 청중이 좌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안녕하세요! 2층에도 계시네요. 반갑습니다.(모두 박수) 제가 무릎이 안 좋아서 앉아서 강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지요?”
“네!”
“방금 시리아 영상 잘 보셨죠? 우리가 조금만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지구 저편에서 굶주리고 병든 사람들, 그리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그만큼 발전했습니다. 6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어렵게 살아온 탓에 여전히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하고, 도움을 주는 데는 인색한 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이는 문화와 가치관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유럽과 비교하면 경제 수준에 비해 국제 원조가 부족한 편입니다.
이제 사람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는 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오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조금만 마음을 내어 주변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온정을 베푸는 활동에 참여하길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해서 자고 일어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에서 계엄이 선포될 거라고 상상해 보셨나요? 또, 밤사이에 비상계엄이 해제되더니 불과 11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기도 했습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는 53년 동안 독재 정치를 하더니 하루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졌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 일주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당선됐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이 미쳤나?' 싶었지만, 그가 해결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풀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떤 사람이 좋고 나쁘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세상이 되었을까요? 그것은 가치관과 사회의 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내 예측보다 빨리 변하면 우리는 혼란을 느끼고, 반대로 느리게 변하면 안정감을 느끼지만 갑갑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요즘은 우리의 생각보다 사회의 변화가 훨씬 더 빠른 시대입니다.
이 변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되었고, 미·중 패권 경쟁으로 국제 사회의 질서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안에서도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빈부 격차 역시 더 크고 빠르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당장 우리의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상당한 불안감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자기중심을 잡고 그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마치 윈드서핑을 하듯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에 올라타는 거예요. 변화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보면 좋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이 먼저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교회에 나가면 환하게 웃고 무척 행복해하는데 정작 집에서는 말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어떡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온 가족이 교회에 다닌 지 1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초심자였기에 교회에서 시키는 대로 순종하며 소규모 그룹에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벙어리과였던 제 남편이 그 모임에 나가면서 점점 밝아졌어요. 처음에는 내심 감사했는데, 이 남자가 모임에서만 활짝 웃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입을 꾹 다무는 겁니다. 스님께서 ‘강아지는 대답하지 않아도 예쁘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남편을 강아지라고 생각하려 해도, 화가 치밀어 올라 교회에 나가는 것조차 싫어지네요. 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교회에 다니신다고요?”
“네, 1년 6개월째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기쁘다 구주 오셨네’ 노래 한 번 불러보실래요?” (모두 웃음)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끝!”
“하하하. 뒷소절은 잘 모르시나 봐요. 재치가 있으시네요. 이번에는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질문자가 평소에 부모님께 용돈으로 매일 만 원을 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5만 원쯤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2만 원을 주셨어요. 그러면 이게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나쁜 일이에요.”
“왜요?”
“5만 원을 기대했으니까요. 5만 원을 받으면 더 감사하겠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만 원 받다가 2만 원을 받았잖아요?”
“아… 그러면 감사합니다.” (모두 웃음)
“오케이. 지금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죠?”
“네.”
“그럼 남편은 집에서는 말이 없었죠?”
“네.”
“그러다가 교회를 다니면서 교회에 가서는 말을 하기 시작했죠?”
“네.”
“그럼 집에서도 말이 없고 교회에서도 말이 없는 게 좋아요, 아니면 집에서는 말이 없더라도 교회에서는 말을 하는 게 좋아요?”
“음… 저는 차라리 일관되게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습니다.”(모두 웃음)
“하하하. 물론 남편이 교회에서도 웃고 집에서도 웃으면 가장 좋겠죠. 마치 부모님이 5만 원을 주시면 좋은 것처럼요. 그러나 남편이 집에서 말이 없다가 교회에서는 말도 하고 웃기 시작했으니, 이전보다 조금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입장에서는 딱히 좋아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집에서도 말이 없고 교회에 가서도 말이 없는 게 더 좋아요?”
“아니요.”
“아까는 일관된 게 좋다고 하셨잖아요.”
“웃는 게 좋지만 저희에게는 10살 늦둥이 아이도 있는데요. 남편은 아이에게조차 웃지 않으면서 교회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웃어요. 또 TV와도 가까워서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는 환하게 웃어요. 그러다 보니 화가 나요.”
“화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만큼 남편이 안 되는 거예요. 집에서도 웃고, TV를 볼 때도 웃고, 심지어 안 볼 때도 웃고, 교회에 가서도 웃으면 제일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게 남편이에요. 마치 부모님이 5만 원을 주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주지 않는 것처럼요. 그럼 5만 원 안 줄 바에야 만원만 주는 게 나아요, 그래도 2만 원을 주는 게 나아요?”
“2만 원이요.”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잖아요. (웃음) 그럼 집에서도 안 웃고, 교회에서도 안 웃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안 웃는 게 나아요, 아니면 집에서는 안 웃더라도 남들과 있을 때라도 웃는 게 나아요?”
“그렇지만 울타리 안에서도 잘 웃어줘야 감사한 마음이 생기죠.”
“맞아요. 그게 최고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그럴 복이 안 되는 걸 어쩌겠어요?”
“그러니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긴요. 복이 안 되는 건데요.” (모두 웃음)
“포기해야 할까요?”
“포기할 게 아니라,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이 교회에서라도 웃어줘서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하느님도 문제예요. (웃음) 왜냐하면 교회에 가면 남편에게 웃음을 주는데, 집에까지는 그 은총을 주지 않으시잖아요. 교회에 있든, 집에 있든, 절에 있든 차별 없이 은총을 주셔야 하는데, 아직 질문자님의 믿음이 부족하니까 여기서는 은총을 받고, 저기서는 못 받는 거예요. 믿음이 더 깊어지면 어디서든지 은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교회 가도 받을 수 있고, 절에 가서도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꼭 교회에 가야만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질문자님도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먼저 하느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해요.
‘감사합니다. 집에서는 웃지 않더라도 교회에 가서는 웃으니, 우리 남편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서 다행입니다.’
지금 질문자는 남편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런가요?”
“그럼요. 남편이 집에서도 웃으면 내가 행복해질 텐데, ‘왜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가지잖아요. 그리고 ‘왜 나를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보고 웃느냐’고 서운해하는데, 정말 남편을 사랑한다면 이렇게 생각해야죠. ‘당신이 나를 보고 웃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집에서는 행복하지 않더라도 교회에 가서 행복해하는 당신을 보니 저는 정말 기쁩니다.’ 이렇게요. 그런데 질문자는 ‘저 인간이 집에서는 웃지도 않더니, 교회에서는 웃네? 그래서 교회 가기 싫다!’ 이런 마음을 내잖아요. 교회 가서 뭘 배운 거예요? (모두 웃음) 관점을 바꿔야 해요. 그래서 오늘부터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자, 따라 해 보세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남편이 교회에 다니고 행복해져서 너무너무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모두 웃음)
“앞구절은 왜 빼먹어요? (모두 웃음) 우리 남편이 교회에 와서 웃어서 너무너무 좋아요.”
“저희 남편이 교회에 와서 웃음을 찾아 너무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그래요. (모두 박수) 그렇게 기도하면 은총이 더 크게 올 거예요.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낳은 후 3년 동안 육아를 직접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퇴근 후 육아를 하는 건 괜찮은가요?
감정의 폭이 크지 않은 제가 이상한 건가요? 언젠가부터 무기력한 기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좋을까요?
사전에 신청한 네 명의 질문이 끝나고, 현장에서 손을 들고 여섯 명이 더 질문했습니다.
깨달음을 지속하는 것이 좋은 습관처럼 유지되는 것인지, 아니면 항상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깨달음을 일상에서 지속시키기 위해 어떤 수행을 하면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잘하는 것도 장점도 없는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하고 진실되게 바라보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이 미래에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고 할 때 불편함을 느낍니다. 법륜 스님이라면 이런 답변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하실 건가요?
부처님이 고행 중에 6년 동안 잠을 안 잤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또 부처님의 귀가 크고 길게 표현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직을 여러 번 했고, 현재 백수 상태가 행복하지만 다시 구직 활동을 해야 합니다. 면접에서 이직 경험이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직장생활의 불행한 경험이 떠올라 공포스러워요.
법륜 스님께서 어떤 계기로 스님의 길을 가시게 되었나요?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니 밤 9시 30분이 되었습니다. 곧바로 로비에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책 사인회를 마치고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성남 행복시민, 파이팅!”
오늘은 올해 마지막 강연입니다. 행복운동본부 구성원들과 행복시민들이 케이크를 준비해 와서 마지막 강연을 함께 축하했습니다. 스님에게 케이크를 전달한 후 모두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법륜스님, 감사합니다!”
스님도 행복운동특별본부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 해 동안 강연 준비하느라 모두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강연장을 나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30분을 달려 밤 10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시국이 어수선해서 여러 정치인들이 스님을 찾아뵙고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평화재단을 찾아온 사회 인사들과 미팅을 하고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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