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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 달간의 해외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하는 날입니다.
그저께 밤 11시에 미국 LA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 20분 비행하여 한국 시각으로 오늘 새벽 4시 2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16시간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스님은 하늘 위에서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입국 수속을 하고 인천공항을 나온 후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5시에 정토회관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6시부터 정토회관에서 JTS 박지나 대표님과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박 대표님으로부 방글라데시를 답사한 내용을 보고받았습니다.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에는 100만여 명의 난민이 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적인 모금이 많이 줄어들어 기존에 지급하던 생필품을 줄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UNHCR에서 JTS에 세면비누와 빨랫비누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했었습니다. 며칠 전 박 대표님과 JTS 활동가가 방글라데시에 가서 500만 개의 비누를 지원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가격 협상을 하고 어젯밤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박 대표님에게 답사 내용을 보고 받고 지원 계획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박 대표님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지역 학교 건축 점검을 위해 곧바로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짐 정리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에는 인도 성지순례 담당 법사님들과 실무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참가 인원, 차량 배정, 세부 일정 등 준비 상황 전반을 검토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비서실장의 병가 신청으로 인한 업무 이전과 하반기 일정 조율을 위해 실무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일정 관리, 결재 소통, 손님 접대, 운전 등으로 업무를 나누어 기존 활동가들이 겸임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지는 회의를 마치고 오후에는 여독을 풀었습니다. 한 달 동안 해외 10여 개국을 계속 이동하며 강연과 지원 활동을 하느라 충분히 휴식을 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한숨 돌릴 시간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에 엊그제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과 질문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저는 좀 더 대차고 멋지게 살고 싶습니다.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내가 먼저 남들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으면 그런 것이 무서워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제 직업이 남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지적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저의 일을 하는 게 좋을지 궁금합니다.”
“먼저 평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사람 간에 우열을 가리는 것, 즉 누가 뛰어나고 누가 열등한가를 구분하기보다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찾기 위해 평가를 한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그 사람이 이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그가 열등한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그 일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은 사람이라고 해서 뛰어난 사람도 아니에요. 그는 다만 그 일에 적합할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우열로 평가하게 되면 어떨까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은 우월 의식을 갖게 됩니다. 반대의 평가를 받으면 열등의식을 갖게 되겠죠. 하지만 이것이 그 사람의 실상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할 때도 그들은 자기 기준에서 평가합니다. 내가 그 사람들을 내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제 경우에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지적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것은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하고 바라봐야 하는 건가요?”
“질문자 나름대로 평가 기준이 있겠지요. 그게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다만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평가 기준을 삼지 말고, 어떤 일에 적합한가를 평가 기준으로 삼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는 사람에 대해 좀 냉정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사람은 스님이 되기에는 적합한 사람이죠. 그런데 결혼해서 남편이 되기에는 부적합한 사람이에요. 여러분들은 ‘법륜 스님이 너무 좋다. 하루라도 같이 살아봤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3일만 같이 지내보면 ‘아이고, 우리 남편이 백 배는 낫다.’ 하는 결론에 도달할 겁니다. (웃음)
평가를 할 때는 우열을 논하면 안 됩니다. 평가란 어떤 것이 좋냐 나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에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일 뿐이에요. 인간이 가진 수천만 가지 재능 중에 수학, 영어, 국어,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아이들을 평가해서 등수를 매기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그냥 ‘수학을 잘한다.’, ‘영어를 잘한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다.’ 이렇게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게다가 그 평가의 기준 또한 문제예요. 시험으로는 암기력을 평가할 수 있을 뿐 창의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요즘에는 창의력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기존의 관점에서 볼 때는 좀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어 재능을 인정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 도식적인 사고로는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법칙화 할 수 있는 일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다 대체하게 될 겁니다. 예측 불가능한 영역만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평가를 할 때도 시간과 공간, 그 일에 그 사람이 일시적으로 적합한가를 평가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람에 대한 평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질문자도 그렇게 평가해야 하고, 질문자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도 그런 기준에서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가라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려고 해도 사람은 다 자기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질문자도 다른 사람이 자기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그렇게 마음 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법륜 스님에 대해서도 여러분은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해 주지만, 한편에서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빨갱이라고 욕하면서 ‘차라리 북한에 가서 살아라.’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기를 낳으면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다고 했더니 30대 워킹맘들이 ‘스님도 애 낳아서 한번 키워봐라.’ 하고 비난합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평가라는 게 원래 그렇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 연구 세미나에 참석하고, 기획위원회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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