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7.13 인도 실차르, CCHRC 암병원 방문
“지금 스님은 행복하신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카차르 암 병원(CCHRC)을 방문하여 라비 칸난(Ravi Kannan) 님과 대화를 나누고, 환자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어떻게 돌봄을 받고 있는지 둘러보고, 병원 직원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 20분에 카차르 암 병원(CCHRC)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어젯밤에 어두워서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던 주방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기에는 주방이 너무 좁고, 시설이 열악하네요. 주방을 개선할 수 있게 지원을 좀 해주면 좋겠어요.”

열악한 주방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스님은 보시금을 준비해서 라비 칸난 님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내인 시타 님이 정성껏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식사를 맛있게 먹고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분은 암 병원(CCHRC)의 직원 운영 방식, 정토회의 자원봉사 시스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칠 무렵 칸난 님이 스님에게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암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환자들의 죽음을 계속 마주하게 된다며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스님, 암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계속 만나게 됩니다.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죽기 직전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살아있을 때는 죽음을 걱정하며 사는데, 죽고 나면 아무 걱정을 할 수가 없어요. 죽음을 걱정하는 것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것을 지켜보듯이 ‘사람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죽는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됩니다. 육체의 통증이 심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집착을 못 내려놓고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육체가 죽으면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보면서 ‘사람은 죽을 때 이런 모습으로 죽는구나’ 이렇게 바라보면 크게 슬프지 않습니다.”

“병원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많은데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족들과 사별하는 것도 매우 슬픈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붓다께서는 죽음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교적인 의식이 나온 겁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죽으면 좋은 곳으로 간다’라고 기도해 준다든지, 가족들에게는 ‘죽으면 고통 없는 세상으로 간다’, ‘죽으면 하나님이 계신 편안한 곳으로 간다’ 이렇게 기도해 준다든지, 그러면 마음이 좀 편안해질 수가 있습니다.”

“스님은 환생을 믿으시나요?”

“환생을 믿든 안 믿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그런 믿음을 부정하면 실제로 믿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그것을 믿으면 진실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되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는 이렇게 믿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믿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서로 믿음이 다르구나’ 이렇게 보면 됩니다. 그것은 믿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는 믿느냐 안 믿느냐에 대해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죽을 때 사람들이 너무 괴로워하면 사실 여부를 떠나 그들을 위해서 종교적인 의식을 해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의식을 너무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개중에는 종교 의식을 강조해서 그걸 핑계로 사람들이 많은 돈을 내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부모가 죽거나 가족이 죽을 때 보시한 돈을 종교 의식을 하는 데에 사용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운 공덕으로 돌아가신 분이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는 거죠. 그런 돈들을 모아서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라비 칸난 님에게 병원 주방을 개선하는 데에 사용하라고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40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기에는 주방 시설이 너무 열악한 것 같아요. 환자들의 식사를 만드는 곳은 더 청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방 시설을 전체적으로 보완하면 좋겠어요.”

“Thank you.”

그리고 스님은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어제 병원을 둘러보면서 환자의 자녀들이 엄마 아빠가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JTS는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환자들의 자녀 중에 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이 있다면 어떻게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지 대책을 좀 세워주면 좋겠어요. 거기에 필요한 경비는 JTS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말기 암 환자가 살고 있는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카차르 암 병원(CCHRC)에서는 말기 암 환자의 경우 가족들 품에서 지내도록 하고 대신 의사가 정기적으로 가정 방문을 하여 환자가 안심할 수 있게 검진을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스님이 방문하기로 한 집은 폐암 말기 환자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병원에서 차로 약 2시간을 이동한 후 다시 산길을 20분 걸어서 환자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폐암 말기 환자의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의사로부터 암 환자 가정 방문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지역마다 한 명의 의사와 여덟 명의 간호사, 인구 천 명당 한 명의 아사(간호 요원)가 배치되어 주 1회 가정 방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5개의 헬스 센터가 거점마다 있습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하여 문진을 합니다. 인도는 아직 대가족 문화이기 때문에 치료가 더 이상 어려운 환자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서 여생을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서 지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스님은 환자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드시고 싶은 것을 사 드세요.”

“단야바드!” (감사합니다)

이어서 의사가 주민들을 위해 의료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주민 교육 시간이 끝난 후 의사가 스님에게 주민들을 위해 한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곳 아삼 지방에서는 주민들이 담뱃잎을 뭉쳐서 입안에 넣고 씹는 방식(Chewing tobacco)으로 흡연을 많이 합니다. 이 잎담배로 인해 이 지역은 구강암, 후두암, 폐암의 발병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스님은 암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강조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얘기를 잘 들었습니까? 오늘 담뱃잎을 씹는다고 당장 한 달 후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자꾸 잎담배를 하게 되면 5년 후든 10년 후든 결국에는 암이 발병하게 됩니다. 씹는다고 반드시 생기는 게 아니라 안 씹는 사람보다 암이 생길 확률이 몇 배 더 높은 것입니다.

옛날에는 잎담배에 발암 물질이 있는지 몰라서 그냥 씹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모를 때는 먹었다 하더라도 이제 몸에 해롭다는 걸 알게 됐는데도 계속 먹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본인이 먹고 암에 걸려서 죽는 것만 문제가 아니고, 가족들도 힘들고, 의사도 힘들고,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한번 습관이 들면 고치기 어렵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내 건강에 나쁘다면 멈춰야 합니다. 아시겠죠?”

“틱 헤.” (알겠습니다.)


환자 가정 방문을 마치고 헬스 센터로 향했습니다. 다시 시골길을 20분 걸었습니다. 후덥지근한 우기의 인도 날씨는 땀을 많이 흘리게 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이동하여 헬스 센터(Ayushman barat health and wellness centre)에 도착했습니다.

카차르 암 병원(CCHRC)에서 세운 헬스 센터는 아니고 정부 시설인데 주 1회 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특히 암을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간호사들이 가정 방문을 통해 암일 확률이 높은 환자를 조기 발견하면 병원에 보고를 합니다. 그러면 의사가 나와서 이곳 헬스 센터에서 검진을 합니다. 현재 이 마을에서는 세 명이 암이 있다고 의심이 되어서 오늘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검진을 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검진이 끝나고 다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길거리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다시 차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 숙소로 돌아와 땀을 씻어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하루 종일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간단히 씻고 곧바로 카차르 암 병원(CCHRC)으로 갔습니다.


저녁 6시부터는 병원 직원들을 위해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병원 직원 1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무더운 한여름에도 직원들은 에어컨을 틀지 않았습니다. 라비 칸난 님이 환영 인사를 하고, 아내인 시타 님이 스님을 직원들에게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스님은 왜 카차르 암 병원(CCHRC)을 방문하게 되었는지 사연을 소개하고, 즉문즉설의 진행 방식을 이야기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1991년에 불교 성지를 순례하기 위해 인도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1993년부터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했기 때문에 매년 인도에 한두 번씩은 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난 한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가 인도입니다. 하지만 이곳 아삼 지역은 2023년에 처음 방문했습니다. 아삼은 인도의 동쪽에 있고, 부처님의 발자취가 없는 지역이다 보니 방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인도 동부 지역에는 소수 민족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소수 민족 중에 차크마족이 있습니다. 차크마족은 원래 방글라데시와 인도의 양쪽 국경에 걸쳐 살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종교 분쟁으로 인해서 많은 차크마족이 난민이 되어 인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차크마족이 인도에 온 지가 40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현재까지 시민권이 회복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 2023년 처음으로 아삼주 럼딩 가까이에 있는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막사이사이상 수상자 모임에 제가 기조 연설자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때 라비 칸난 박사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암에 걸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라비 칸난 박사님의 봉사 활동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박사님이 운영하는 암 병원을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 병원의 운영 방식에 큰 감명을 받은 이유

어제 라비 칸난 박사님으로부터 병원에 대한 안내와 동료들에 대한 소개를 받았습니다. 박사님의 안내로 병원을 둘러보면 볼수록 더 많은 감동을 했습니다. 특히 환자 뿐만 아니라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까지 병원에서 보살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다른 일반 병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은 병원 시설이 아주 좋지만, 환자가 큰 병으로 입원하게 되면 가족과는 거의 격리되다시피 지내야 합니다. 면회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족들의 접근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질병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 이외에도 가족과 분리되어 외로움을 많이 느낍니다. 그런데 라비 칸난 박사님의 암 병원은 환자의 가족 중 한 명이 같이 병원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은 말기 암 환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이 환자는 의사의 보살핌 속에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병원 치료가 한계에 도달했다면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환자에게는 훨씬 더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이 환자를 생각해서 그와 같이 조치한 것도 저에게는 감동이었습니다. 이런 활동에 대해서 제가 칭찬을 했더니 라비 칸난 박사님은 모든 것을 동료 여러분들의 공덕으로 돌렸습니다. 라비 칸난 박사님과 동료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주로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 실천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평화 운동, 환경 운동, 극빈자 구호 활동을 세계 곳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난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어떤 종류의 주제로 질문을 해도 함께 대화할 수 있습니다. 종교, 철학, 과학, 사회, 심리 등 어떤 이야기든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대화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누구든지 손을 먼저 들고 시작해 보세요.”

이어서 누구든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암환자들은 자기가 왜 암에 걸렸는지, 암이 왜 자기를 선택했는지 묻곤 합니다. 이럴 때 스님이라면 어떻게 답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두려움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나, 투자를 했는데 실패하면 어쩌나, 여러 종류의 두려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 암에 걸린 환자들은 통증 때문에 매우 고통스러워합니다. 스님도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통증으로 인해 괴로울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나요?
  • 저는 암 환자입니다. 지난 10년 간 치료를 받으면서 몸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 두려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환자가 죽게 되면 그 가족은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가족들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 저는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이 집착을 어떻게 버릴 수 있나요?
  • 현대인들은 인내심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것도 무지에서 발생하는 건가요?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라비 칸난 님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만약 여러분들에게 얼마의 돈이 있다고 합시다. 그 돈을 가지고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 먹거나 좋은 옷을 샀을 때 내가 더 만족할까요? 아니면 음식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고, 옷이 없는 사람에게 옷을 나눠주었을 때 더 만족을 느낄까요? 어떤 것이 더 여러분들을 만족스럽게 합니까? 나의 욕구를 채우는 만족감과 남을 도왔다는 보람을 비교했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것이 더 만족스러울까요?

물론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은 대로 행하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나 혼자 맛있는 것을 먹는 것보다는 음식이 부족한 다른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이 더 낫고, 나 혼자 비싼 옷을 입는 것보다는 옷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나눠 입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렇게 해서 죽은 뒤에 천국에 가거나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주위와 나누며 사는 것이 더 만족스럽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합니다. 이렇게 삶의 관점을 가질 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의사로서 고통에 처한 많은 환자를 그냥 내버려 두고 돈벌이가 되는 치료만 한다면 만족을 느낄까요? 아니면 환자를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까요?

여러분의 대부분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더 만족스럽기 때문에 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은 그들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하는 길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위하는 것이 바로 나를 위하는 길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질 때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활동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희생한다는 것은 억지로 참는다는 것인데, 참으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나의 일을 알아주면 힘들지 않은데, 몰라주면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하는 일이 바로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관점을 갖고 활동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갖는다면 남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고, 나도 행복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일하는 게 힘듭니까?”

병원 직원들 중 한 명이 대답했습니다.

“예. 가끔은 힘들 때가 있습니다. 가끔 누군가 나의 수고를 알아주면 행복하기도 하고, 아무도 나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으면 불행하기도 합니다.”

스님이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서는 알아주는 자세를 취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수고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알아주어야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만족할 줄 아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일을 남이 알아주기를 원한다는 것은 내가 이미 그 사람의 평가에 매여 있다는 뜻입니다. 남이 알아주느냐 알아주지 않느냐로 인해 나의 행복과 불행이 달라진다면 나는 남에게 속박된 존재가 됩니다. 우리는 자유인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도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칭찬하든 비난하든 나는 내 길을 가야 합니다. 비난하고 칭찬하는 것은 그들의 일입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질 때 자기를 온전히 지켜 나갈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입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우리 모두가 붓다입니다.”

큰 박수와 함께 대화를 마쳤습니다.

카차르 암 병원(CCHRC)에서는 먼 길을 와준 스님과 일행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너무 좋은 강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병원 직원들이 스님을 찾아와 계속 질문을 했습니다. 분노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에 대한 두려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추가로 더 대화를 나눈 후 병원을 나왔습니다.


다시 라비 칸난 님의 집으로 이동하여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라비 칸난 님을 비롯하여 아내 시타님, 부원장님, 직원 두 분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다들 스님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다시 즉문즉설이 펼쳐졌습니다.

  • 스님이 보시기에 우리 병원이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요?

  • 살아가면서 실패를 하게 되는데, 실패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 환자가 죽으면 너무 슬픕니다. 특히 아동 병동은 너무 슬퍼서 피하게 됩니다.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 신의 벌을 받아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요?

한 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이번에도 마지막으로 라비 칸난 님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앞으로 JTS와 카차르 암 병원(CCHRC)이 어떻게 협업을 해나가면 좋을지 스님의 생각을 궁금해했습니다.

어떤 일을 함께 협력해 나가면 좋을까요?

“앞으로 스님과 제가 어떻게 협조할 수 있을까요? JTS와 카차르 암 병원(CCHRC)이 함께 협력하여 어떤 일을 해볼 수 있을까요?”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부엌 리모델링처럼 환자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병원 화장실이라든지 빨래하는 곳에 개선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제안을 해주십시오. 둘째, 환자의 자녀들이 공부를 못 하고 있다면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많은 돈을 들이는 방식을 원하지 않습니다. 최신 기계가 들어오는 게 꼭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늘 방문한 곳처럼 치아를 검사하여 암의 원인을 찾은 것은 굉장히 좋은 방법입니다. 뭐든 자꾸 최신 장비를 마련하려고 하고, 많은 돈을 후원받으려고만 하면 끝이 없습니다. 돈을 조금만 들여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돈이 적게 들면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언제든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JTS에서는 ‘이거 해주세요’ 하는 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것은 준비했지만 아직 이것은 부족합니다’ 하고 요청하면 그 부족한 부분을 지원합니다. 도움을 주는 관계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단체 이름이 ‘Join Together Society(JTS)’입니다.

카차르 암 병원(CCHRC)이 부탄의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 인도 둥게 스와리 마을에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차르 암 병원(CCHRC)의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JTS와 함께 어떤 사업을 추진하려면 일단 돈이 적게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 세계로 확대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 너무 많이 들면 다른 지역에서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이와 같은 사업 방식을 전 세계적로 확대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차르 암 병원(CCHRC)의 운영 방식을 실차르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 전역에, 그리고 동남아 지역에도 확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가 과제입니다. 당신이 개발한 것을 좀 더 넓게 확산시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병원 운영 말고는 다른 활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하시는 일이 정말 많으시잖아요. 우리 병원의 모델을 확산시킬 의향이 있으시다면 제가 언제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접 와서 보니 병원의 규모가 생각보다 크긴 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검소해서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검소한 방식은 다른 곳에도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 병원을 짓고 최첨단 기계 설비를 해놓았다면 다른 곳에서 흉내 내기가 어렵습니다. 비용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카차르 암 병원(CCHRC)의 규모 정도라면 널리 확산시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가정 방문을 가보니까 병원에서 환자를 방치하지 않고 관리를 해주고 있어서 가족과 환자 모두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은 지금 행복한가요?

아내인 시타 님도 추가로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실제로 행복한지 물었습니다.

“스님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보기에는 어때 보여요?”

“행복해 보입니다. 스님은 수행을 통해서 마음이 이미 안정된 분이잖아요. 전 세계를 다니며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계셔서 스스로 만족스럽게 지내실 것 같습니다. 스님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스타일입니다. 저는 내일 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아직 안 죽었는데 활동을 멈출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계속 활동을 하는 겁니다. 죽고 난 뒤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산 사람들이 생각할 일이지 제가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죽은 뒤에는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의 역량은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리면 축소가 되니까 가능하면 시스템화해서 한 개인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많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걱정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라비 칸난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하세요. 작은 일이라도 시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지원을 하겠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요청하세요.”

“스님께서도 의료 영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래요. 못 하면 못 한다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관계가 됩시다.” (웃음)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스님은 숙소로 향했습니다. 스님은 라비 님에게 따라 나오지 말라고 했지만, 라비 님은 주차장까지 스님 일행을 배웅했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실차르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고 캘커타 공항을 경유한 후 오후에는 방글라데시 다카에 도착합니다. 다카에서는 빈곤층 어린이에게 온라인 무료 교육을 보급하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코르비 락샨드(Korvi Rakshand) 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가 운영하는 JAAGO 재단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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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TUS

특히 암 환자의 치료와 생활하는 분들의 힘이 드는 마음을 스님의 말씀으로 치료하는 모습이 더 공감이 가네요.
감사합니다.

2024-08-03 07:13:54

자재왕

스님, 감사합니다.

2024-07-21 13:02:26

무구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7-20 2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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